"부족한 것이 있다면 어디든 남겨 주십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송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운 날씨 덕에 옷깃을 여미기 여념 없는 겨울. 강남 넥슨 아레나 근처 모 카페서 스포TV 게임즈 김하늘 PD를 만났다. LCK 스프링 시즌 시작을 앞두고 이뤄진 인터뷰였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피할 수도 있는 자리였지만, 김하늘 PD는 응당 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다.

"저희가 잘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자리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올수록 피하지 않고 시청자 여러분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임에도 김하늘 PD는 자신에게 가장 아픈 부분을 먼저 꺼내 보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듯 하다. 곧바로 궁금했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김하늘 PD가 LCK 연출을 맡게 된 후, 1년이 지났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든 한 해였습니다. 퍼즈, 판정 미스, 딜레이. 부정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드렸기에 저희를 좋게 봐주시기 힘드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LCK 리그가 문제없고 깔끔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스포TV게임즈가 LCK 리그 중계에 뛰어들면서 아쉬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마이크 세팅 문제로 인한 경기 지연, 장비 세팅으로 인한 잦은 퍼즈, 케스파컵에서는 판정과 관련된 이슈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2017년, 새로운 리그 시작을 앞두고 지금까지 벌어졌던 문제들은 해결이 됐을까?

"음성 채팅과 관련된 문제는 확실히 해결했습니다. 지난해까진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했기에 문제가 발생해도 저희 손에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믹서를 달아 직접 음성을 송출하는 LCS 방식을 따랐습니다. 설비가 완료된 이후로는 다행히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게임상의 오류로 인한 퍼즈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검토했습니다. PC 사양에 문제가 없는지 전문가에게 맡겨 판단을 받았고, 네트워크상에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설비부터 다시 수정했습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기에 본격적으로 리그 준비에 들어간 이후로는 하루에 일곱시간씩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계속 확인하면서도 계속 의심하고 있습니다.

운영과 관련해서도 여러 대비책을 생각했습니다. 판정 문제는 심판에 대해 고민을 했고, 모든 경기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자 노력하기 위해서 OGN의 심판을 초빙해서 노하우를 배우도록 했습니다. 중계진은 어린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지만, 시청자분들에게 반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 판단했고 강승현과 하광석, 그리고 고인규 해설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점을 보완했냐고 묻는 말에 김하늘 PD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말을 이어갔다. 컴퓨터 사양, 네트워크 시스템, 방송 UI, 운영까지. 다소 생소했던, 사양과 관련된 PC 부품들의 이름과 방송 전문 용어들이 커피가 식을 때까지 인터뷰 자리에 나열됐다. 저가와 고가를 오가는 헤드셋 제품들을 모두 이름까지 언급하며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그가 경기 지연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고민했는지 보였다.

케스파컵에서 일어났던 일은 어떻게 생각할까? 당시 롱주 게이밍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경기에서는 PC가 교체되는 와중에 스태프들의 신경이 날카로워 선수에게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하늘 PD는 선수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스태프들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케스파컵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다시 문제가 생기면서 스태프들이 많이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열심히 노력해도 계속 사건이 터지다 보니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방송을 연출하는 사람들은 준비한 것을 잘 보여드리고 반응을 얻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고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들에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PD는 본래 방송을 연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e스포츠는 방송을 통해서만 경기가 중계되는 특성 때문에 PD가 경기운영까지 도맡아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PD의 입장에서는, 선수가 멋지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해주고 싶고, 시청자들이 경기에 빠져들도록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나 김하늘 PD는 인터뷰가 진행된 30분 동안, 자신의 비전을 전달할 수 없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가 리그 연출을 통해 진정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스토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1, 2위 대결이든, 7, 8위의 대결이든 모든 경기에는 스토리가 있고 각 팀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올해는 좀 더 스포츠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시나리오를 쓰는 게 아니라, 숫자로 표현하고 분석이 가미된 정보를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경기를 깔끔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화점을 찾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디에든 남겨주십쇼. 만족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