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던져 맘모스를 잡는 단순한 게임. '빅헌터'를 처음 보았을 땐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습니다. 머리랑 가슴에 창이 주렁주렁 박힌 맘모스가 조금 불쌍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 과정을 이렇게까지 즐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제주도의 한 부부가 만든 인디게임 '빅헌터'는 그런 재미를 9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1,000만 다운로드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보기 쉬운 사례는 아닙니다.

설날을 맞아 카카로드 부부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어렵게 만났습니다.



▲ 좌 - 카카로드 김진우 대표, 우 - 김진희 실장





부부 개발자라고 들었는데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랑 카카로드의 탄생 배경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김진우 대표(이하 김진우) - 카카로드의 김진우입니다. 2001년에 플래시 작업과 홈페이지 만들면서 IT업계에 들어왔어요. 한 10년 일하다가 2011년부터 모바일 게임 만들었고요. 사실 그 전에는 게임 개발에 관심 없었어요. 다만, 인터렉티브한 플래시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점점 모바일로 트렌드가 바뀌는 걸 보면서 고민은 많이 했죠. 그러다 와이프한테 선전포고 했어요. 나 모바일 게임 만들거라고. 그러니까 같이 하자고.

김진희 실장(이하 김진희) - 카카로드의 김진희입니다. 직책은... 그냥 실장으로 해주세요(웃음). 2006년에 KBS N 방송국 CG 쪽에서 일했어요. 방송 특수영상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다 여기 남편 만나고 신랑집 들어와서 같이 게임 만드는 일을 하게 됐어요.


개발내역을 보니 이전에도 몇몇 게임을 만들었더라고요.

김진희 - 전작이 '롤링코인스'라는 게임이에요. 전체 다운로드 수는 '빅헌터'보다 적은데, 외국에서 이슈는 더 컸던 것 같아요. 무료 이벤트 할 땐 일주일에 170만 다운로드 나왔고요. 미국에서 무료게임 앱 순위 5위까지 갔으니... 저희로서는 예상도 못했던 수치였죠(웃음).

카카로드의 전작 '롤링코인스'


'빅헌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듣고 싶어요. 아직 못 해본 유저들도 있으니까.

김진우 - 배경은 석기시대고요. 부족을 먹여살리려고 직접 맘모스 사냥에 나선 족장의 이야기예요. 개발 초기에는 이런저런 코스튬이나 무기도 잔뜩 넣으려고 했는데, 국내 모바일게임들 보니 그런 류의 시스템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저흰 그냥 '모든 유저들이 공평하게 창 하나로 맞장 뜨는 게임 만들자'고 결정했어요.

그렇게 게임 출시했는데 유저 분들이 '다른 무기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돌도끼나 단검, 부메랑 같은 다른 무기들도 넣고 맘모스 외 사냥감으로 코뿔소도 추가하고 그랬어요. 물론, 이게 현질 요소로 쓰인 건 아니고요. 게임 몇 판만으로 그냥 다 얻을 수 있는 거예요. 이건 직접 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김진희 - 사실 '빅헌터'는 처음부터 외국 시장을 타겟으로 잡았어요. 전작인 '롤링코인스' 부터 외국 반응이 더 좋았거든요. 게다가 국내 게임시장은 그야말로 막강한 그래픽과 연출 다 가진 게임들이 석권하고 있어서 저희같이 조그만 회사의 게임으론 경쟁하기가 쉽지 않아요.


'빅헌터'가 얼마 전에 애플 피쳐드에 선정되었어요. 이게 나온지 반 년도 넘은 게임인데, 메인에 '빅헌터' 딱 떠있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진우 - 구글 피쳐드도 준비할 때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때 열심히 준비한 결과, 정말 많은 분들이 다운로드 받아 주셨는데, 이번에는 운 좋게 신년에 맞춰 애플 피쳐드에 선정되어 잠시나마 국내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전체 1위도 달성했어요.


'빅헌터'를 서비스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김진우 - 외국 인디게임 개발 관련 페이스북에 '빅헌터'를 올렸는데, 몇몇 분들께서 이거 동물 학대하는 콘셉트의 게임 아니냐고 물으셨어요(웃음). 그거 아니라고 설명하는 데 고생했죠.

그리고 창 던지는 조작 방식이 '앵그리버드'와 비슷하다, 이거 너희가 베낀 거 아니냐고 연락도 많이 받았어요. 사실 '빅헌터'는 제가 2004년에 만든 플래시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었거든요. 당시 증거 스크린샷 찍어서 올리니 '충분히 설명이 됐다'고 답장 왔어요(웃음). 사실 그 게임, 외국에서 이슈도 많이 됐고, 플래시 게임 어워드에서 상도 받았어요. 당시에도 '이걸 제대로 완성해서 출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플래시랑 모바일 게임은 개발 언어가 많이 달라서 포기했죠. 시대가 변하고 모바일 게임 개발과 관련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빅헌터'로 다시 도전하게 된거예요.

김진희 - '빅헌터'는 남편이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다 했어요. 외형만 보면 되게 간단해 보이는데, 뜯어보면 의외로 구조가 복잡해요.

김진우 -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를 때였거든요. 필요에 의해 이것 저것 덧붙여서 뭘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빅헌터' 개발 전용 툴이 되더라고요(웃음). 원래 큰 게임회사들은 다들 그렇게 한다는데, 전 그걸 전혀 몰라서... 그냥 만들다보면서 배운 거죠.

▲ 이런 연락도 받았다, "이 게임, 동물학대 아닌가요?"



국내에서는 '인디라'를 통해 홍보를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외국에선 어떻게 홍보하신 거예요?

김진희 - '인디게임 프로모'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있어요. 말 그대로 인디게임과 관련한 커뮤니티인데요. 사실 이런 데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계속하다보니 연이 닿은 거죠. 거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김진우 - 그전에는 홍보라고 해도 주로 메일링 위주였어요. 게임 리뷰사이트에 리뷰 요청하고, 인기 유튜버들에게 메일 보내고 그랬죠. 사실 그 때 생각하면 많이 반성하게 돼요. 요즘은 지인들 부모님도 저희 게임 하면서 '몇 판까지 갔냐'고 물어보시고 그래요. 그렇게 주변부터 퍼져나가는 건데, 가족과 친구들도 다 저희 고객인데... 너무 멀리 보려고만 하다 보니 주변을 챙기지 못했어요.

▲ 외국은 '인디게임 프로모'에서(위), 국내에선 '인디라'(아래)를 통해 게임을 소개했다.


'빅헌터'의 향후 업데이트 계획을 들어보고 싶어요.

김진우 - 지금도 유저 분들이 '이런 무기 추가해주세요. 이런 동물 추가해주세요'라고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모두가 좋아함과 동시에 저희 게임의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꾸준히 만들어야죠. 사실 한 달에 한 종씩 새로운 사냥감을 추가하는 게 목표예요. 그런데 이것저것 하다보니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김진희 - 최종 목표가... 사냥감을 10종까지 만드는 거예요.

김진우 - 진짜 최종 목표죠. 근래 요청 많이 들어오는게 '공룡'이에요. 그런데 '빅헌터'는 석기시대가 배경이고, 그 땐 공룡이 없었잖아요. 고민중이에요. 새로운 스토리를 추가해서 공룡도 넣을지... 아니면 '빅헌터'의 배경에 어울리는 다른 사냥감을 넣을지.


무기도 추가되나요?

김진우 - 무기도 추가해야죠.


더 쉬워지는 거 아니에요? 안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쉬워졌는데(웃음).

김진우 - 거기에 맞춰 사냥감의 난이도도 올려야죠.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게임 볼륨이 커질 줄 몰랐어요. 사냥감 따로, 무기도 따로 만들어서 '빅헌터' 시리즈를 만들려고 했거든요. 인디 게임이다보니 게임이 하나라도 뜨지 않으면 사장되니까... 시리즈물로 만들어 내놓으면 홍보적인 측면에서 좀 더 경쟁력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처음부터 뜨는 바람에... 사실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거죠(웃음).

▲ 앞으로 더 많은 무기를 추가할 예정이다.


맘모스 잡으면 족장이 '예이~!'하고 외치는데... 이건 누구 목소리예요?(웃음)

김진희 - 그거 남편이 녹음한 거예요. 가족들 다 자는데 방 안에서 '예~' 하는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거든요. 뭐하냐고 물으니 '쉿! 지금 녹음하고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들을 때 한참 웃었어요. 덩치 큰 남자가 그렇게 귀여운 소리 내니까.

김진우 - 효과음 관련해서 소스를 찾아봤는데 뭐 딱히 없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아이폰에 대고 녹음하고 편집했어요(웃음).


게임플레이만 보면 가벼운 게임인데... 의외로 엔딩에서 여운이 진하더라고요.

김진우 - 그렇게 의도했어요. 맘모스가 멸종한 원인으로 여러 학설이 있잖아요. 추워서 멸종했단 이야기도 있고, 원시인들의 수렵 때문에 멸종했단 이야기도 있고요. 사실 저희 게임 플레이하고 '잔인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꽤 돼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한 종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메세지를 남기고 싶었는데, 엔딩 보고 나서 '굳이 멸종까지 시킬 필요가 있었냐'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맘모스가 불쌍하다', '멸종시키고 이 게임 접었다'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김진희 -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도 유저들의 감성을 크게 건드린 것 같아서...

김진우 - 족장은 부족의 생존을 위해서 사냥하는 거고, 사냥 안 하면 굶어 죽으니까... 저희는 그런 부분을 최대한 담고자 노력했는데, 몇몇 마음약한 유저들이 불쌍해 하더라고요.


국산 인디 게임으로 1,000만 다운로드 가까이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에요. 인디 게임 개발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하우가 있다면?

김진우 - 홍보는 아까 말한 게 전부예요. 국내에선 '인디라' 페이스북 그룹으로 게임을 소개했고, 외국에선 '인디게임 프로모'를 활용했어요.

그 외 다른 것이라면... 음, '빅헌터'는 카카로드의 세 번째 게임이에요. 첫 번째 게임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만들었고, 두 번째 게임은... 아무래도 게임 개발로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과금요소를 좀 많이 넣었거든요. 저희 생계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현질을 유도한거죠.

그 게임은 잘 안 됐어요. 좌절 많이 했죠.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만든 게 '빅헌터'예요. 이거 만들 때는 초심으로 돌아갔어요. '무슨 게임을 만들고 싶었나',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죠. '빅헌터'는요. 돈만 보고 만든 게임이 아니에요.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자, 정말 이 생각만 넣고 다른건 다 빼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진심으로 유저들이 '소장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첫 번째, 두 번째 게임 만들고 페이스북 그룹에 소개 올렸을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마음 편하게 먹고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몰라도 '빅헌터'는 좋은 반응이 올라오더라고요. '아, 내 진심이 이렇게 전달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진희 - 그 말처럼 '빅헌터'를 즐겨 주시는 분들한테도 저희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요. 저희 게임이 처음에는 과금 요소가 거의 없었어요. 기껏해야 광고 제거 뿐이었죠. 그런데 유저 분들이 보시기에 '빅헌터 개발자는 뭐 먹고 살까' 이런 생각이 든 것 같아요. 오히려 주변 분들이 게임을 홍보해 주시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중간 중간 인기 유튜버들이 저희 게임을 플레이할 때면, 그 나라 인기 게임순위 1등도 찍고 그랬죠. 정말 운이 좋았어요. 그 분들한테도 감사한 마음 뿐이고요.



예전에 제가 '빅헌터' 할 때 든 생각도 그거였어요. 과금 요소가 없는데? 이걸로 개발자들이 차기작 만들 돈은 벌 수 있을까? 하고...

김진우 - (웃음) 그 정도는 번 것 같아요. 개발에 집중하려고 집도 제주도로 이사했어요. 자연에 가까운 장소에서 더 창의적인 게임 만들려고요. 여기에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작업하는 방 바로 옆에 목련나무가 있는데...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잎이 피고, 잎이 지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거예요.

김진희 - 남편이 하루에 두 세 시간 자는 생활을... 한 7년 가까이 했어요.

김진우 - 그 7년이 제게는 한 2년 정도로밖에 안 느껴져요. 새로운 경험을 못 하다보니 시간이 빨리 가더라고요(웃음).


꿈... 같은 게 있을 것 같아요. '카카로드'가 어떤 게임사로 남았으면 하는지, 혹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다던지 하는.

김진우 - 꿈이요... 사실 투자를 받고 직원 늘려서 더 큰 게임을 만들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투자가 끼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순수하게 이끌고 가기 어렵거든요. 거액의 투자가 없더라도 보다 창의적인, 소장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로 남는 게 저희 꿈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제주도에 있지만, 백발이 될 때까지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새로운 걸 발견하고 그 기쁨을 게임으로 전달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김진희 - 디지털 노마드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이 원하는 쪽이 아닌,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걷고 싶어요. '빅헌터' 처음 나올 때도 이런저런 투자 연락이 많이 왔는데 다 거절했어요. 좀 더 여유롭게 개발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희는 저희가 원하는 방향이 있으니까요. 일단, 돈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보다 신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열심히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