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론즈5까지 떨어지려고 LoL을 시작했나?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었다. LoL에 갓 입문한 기자는 시즌6 막바지에 치른 첫 배치고사에서 2승 8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실버5에 배치받았다. 그러나 LoL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던 터라 연패를 거듭하며 브론즈5까지 광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게임 센스만큼은 탁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말로만 듣던 브론즈5 심해에 떨어지다니,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브론즈쯤이야 가뿐히 돌파하겠다며 큰소리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괜히 브론즈 구간을 '심해' 혹은 '늪'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브론즈 구간을 넘어서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밴픽 단계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키보드가 부서지도록 채팅으로 싸우는 것은 기본이며 남 탓과 정치질이 난무했다.

극심한 정치질과 남 탓에 멘탈이 박살 난 기자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로딩이 끝나자마자 '/mute all'을 치고 게임에 임했다. 모든 채팅을 차단하고 핑으로만 의사소통을 하자 게임이 훨씬 수월하게 풀렸다. 무의미한 채팅만 줄여도 티어를 몇 단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물론 채팅 차단을 하더라도 팀원의 트롤링까지 막을 순 없다. 그런 게임은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멘탈을 보존한 상태로 게임을 마무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인벤의 '실론즈 탈출 비법' 기사를 정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LoL 강의를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부단한 노력 끝에 브론즈1까지 티어를 올렸다. 아직 브론즈의 늪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온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는 것에 나름의 의미를 두고 있다.



200만 브론즈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제드와 야스오



브론즈와 상위 티어 사이에 다양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상위 티어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제드와 야스오의 밴율이다. 제드와 야스오는 LCK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소위 고인 챔피언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브론즈 구간에서는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제드는 브론즈 구간에서 70.57%로 압도적인 밴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명실상부한 OP 챔피언 르블랑이 62.69%로 제드의 뒤를 이어서 2위를 차지했고 '야필패'라는 별명을 가진 야스오가 52.8%로 3위에 올라와 있었다. 반면 '천상계'인 마스터, 챌린저 구간에서 제드의 밴률은 3% 미만이었고, 야스오의 밴율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LCK를 보더라도 제드와 야스오의 모습을 본 기억이 까마득할 정도인데 반해 브론즈에서 유독 제드와 야스오의 밴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브론즈 현지인인 기자는 누구보다 그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 기자도 한때 제드와 야스오를 칼같이 밴한 적이 있었다. 대처할 방법을 몰랐을뿐더러 두 챔피언에게 당하면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그러한 이유로 밴했다. 말 그대로 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도망만 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드와 야스오를 뛰어넘지 못하면 평생 브론즈에서 썩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 둘에 대한 대처 방법을 찾았다. LoL 실력이 뛰어난 동료 기자들에게 찾아가 창피함을 무릅쓰고 물어봤다. 동료 기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제드, 야스오? 그 친구들 상대하기 쉬워요."

시간이 흘러 제드와 야스오에 대한 대처법을 알게 됐다. 대처법을 알고 나니 그동안 두 명의 챔피언을 무조건 밴했던 자신이 한심했다. 제드와 야스오를 가장 쉽게 제압하는 방법은 무리하게 딜교환을 하지 않고 탈진을 이용해서 제압하는 방법이다. 공격력이 강한 대신 물 몸인 두 챔피언은 탈진에 걸리면 아군의 CC 연계에 무력하게 제압당한다.

그러나 나는 라인전 단계부터 제드와 야스오를 찍어누르고 싶었다. 아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LoL 고수를 지향한다면 뛰어난 라인전 능력으로 상대를 숨도 못 쉬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드와 야스오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카운터 챔피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찾아냈다. 브론즈기자가 발견한 제드, 야스오의 카운터 챔피언을 지금부터 소개하겠다. 브론즈가 주는 팁이라고 무시한다면 뜻밖의 꿀팁을 놓치고 말 것이다.



그림자 암살자 제드, 표창을 피하고 궁극기를 무시해 버리면 이긴다



'뭐? 표창 피하고 궁극기를 무시해 버리면 이긴다고? 그게 말처럼 쉽냐? 역시 브론즈는 답이 없다'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챔피언이 있다. 그는 바로 LoL 중2병 캐릭터 '시간을 달리는 소년' 에코다. 에코의 경쾌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브론즈 학살자 제드를 손쉽게 카운터 칠 수 있었다.

기자는 브론즈에서 수없이 제드를 만나며 좌절을 경험했다. 표창에 스치기만 해도 천둥이 번쩍 치면서 체력의 절반이 날아갔고, 궁극기에 맞으면 손가락만 빨다가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내어줘야만 했다. 제드의 그림자만 봐도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두려움에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녕 제드를 이길 방법은 밴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중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제드의 카운터 에코를 발견하게 됐다.

에코는 라인 클리어 능력이 탁월한 Q스킬과 강력한 돌진기 혹은 회피기로 사용할 수 있는 E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에코가 제드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궁극기에 있다. 제드가 먼저 궁극기를 에코에게 시전할 경우. 에코는 마찬가지로 궁극기를 사용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시간을 되돌리면 제드의 표식이 사라질뿐더러 체력이 회복되고 강력한 데미지를 넣을 수 있다.

궁극기 상성이 우위에 있다고 해서 에코가 제드에게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다. 만약 에코가 제드보다 먼저 궁극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앞서 말한 상성은 모두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제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드의 Q를 무빙으로 잘 피해야 한다. 제드와 제드의 그림자의 위치를 보고 빠르게 반응한다면 제드의 표창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되도록 제드의 그림자 근처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안전하다. 언제 그림자와 자신의 위치를 바꿔서 접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가 안 보이는 곳에서 에코의 W를 미리 사용한 뒤 접근해서 딜교환을 하면 제드는 무조건 도망치거나 불리한 딜교환을 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노려서 라인 주도권을 가져오게 된다면 무시무시한 제드라 할지라도 라인전에서 압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드의 W가 빠진 틈을 노려서 아군 정글러를 불러서 갱킹을 시도할 경우에도 손쉽게 제드를 제압할 수 있다. 후반 한타에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탈진으로 무력화시킨 다음 집중공격을 퍼부으면 된다. CC연계가 들어간다면 제드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것이다.

제드에게 선공을 맞아도 페이커처럼 컨트롤하면 이길 수 있다




적이 선택해도 무섭고 아군이 선택해도 무서운 야스오, 탈리야로 e만 깔아 놓으면 그냥 밥


▲ '광검펭귄'님의 팬아트

야스오와 처음 펼쳤던 일기토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나의 회심의 공격을 바람 장막으로 손쉽게 막고 미니언을 타고 빠르게 침투해서 냉혹한 칼질을 날렸던 그 녀석. 재빨리 점멸을 사용해서 도망쳤지만 야스오가 날린 회오리바람에 맞아 나는 그대로 공중에 떠버렸다. 나는 공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야스오는 그렇게 공중에 날아올라 비정한 마지막 일격을 꽂아 넣었다.

그렇게 나의 목숨을 여러 번 빼앗으며 무럭무럭 성장한 야스오는 한타에서도 그 용맹함을 뿜어냈다. 우리 팀을 차례로 썰어버린 적 팀의 야스오는 결국 펜타킬을 따냈다. 잘 성장한 야스오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어째서 야스오가 브론즈에서 밴율 3위에 올라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상대 야스오가 잘했다기보다는 내가 못해서 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원거리 스킬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미리 야스오의 바람 장막 염두에 두고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야스오가 질풍검을 사용하면서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두면서 야스오의 회오리바람을 피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의하며 야스오를 상대하자 전보다 훨씬 야스오를 상대하게 편했다.

사실 브론즈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야스오가 낮은 숙련도를 갖고 있다. 간혹 부캐를 의심하게 할 만큼 엄청난 숙련도를 보여주는 야스오 장인들이 있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대부분 적팀에 있게 마련이다. 만약 아군 미드라이너가 야스오를 픽했다면 재빨리 그의 전적을 검색해야 한다. 아군 야스오의 승률이 60%를 넘는다면 믿고 맡겨볼 만하다. 상대 라이너를 압살한 뒤 게임을 캐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나 그가 승률 30% 이하의 야스오 유저라면, 그는 게임을 이기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을 선택한 플레이어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해결책이 있다. 야스오를 내가 직접 밴해버린 다음 선택한 것을 못 보고 실수로 밴했다며 사과하는 것이다. 그가 화가 나서 게임을 던질 수도 있지만, 정중히 사과한다면 화를 참고 다른 챔피언을 선택해서 게임을 할 것이다. 브론즈에서 야스오의 밴율이 50%를 넘는 이유는 야스오가 적으로 만나면 까다로운 챔피언이지만 아군이 선택할 경우에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야스오의 높은 밴율은 원인은 그곳에 있었다.

LoL에서 같은 라인에서 만났을 때 가장 지기 싫은 챔피언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1위를 야스오가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야스오를 만나면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어떤 챔피언으로 야스오를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답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

▲ 보면 볼수록 귀여운 탈리야... 심지어 목소리도 귀엽다

최근 bbq의 템트 선수가 보여준 화려한 탈리야 펜타킬 장면을 본 뒤로 기자는 탈리야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었다. 재밌는 스킬 구성과 뛰어난 로밍 능력을 갖춘 탈리야는 기자의 모스트1 챔피언으로 자리 잡게 됐다. 벽을 타고 바텀 라인에 로밍 가서 더블 킬을 따낼 때의 쾌감은 아마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런 탈리야가 야스오의 하드 카운터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

탈리야의 e스킬 '대지의 파동'은 바위 밭을 만들어 해당 지역의 적에게 피해를 주는 스킬이다. 만약 적이 바위 밭 위로 당겨지거나 돌진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래서 야스오가 e스킬을 사용해서 탈리야에게 돌진할 때 타이밍에 맞춰서 대지의 파동을 사용하면 야스오는 아무것도 못 하고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도망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빠른 탈리야의 Q를 사용해서 야스오의 쉴드와 바람작막을 효과적으로 뺄 수 있다. 무방비 상태가 된 야스오에게 거리를 주지 않고 W-E-Q 콤보를 사용한다면 아주 간단하게 야스오를 요리할 수 있다.



마치며...


▲ 출처 : 이말년 만화


제드와 야스오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솔랭에서 제드와 야스오를 계속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제드와 야스오는 언제나 밴이 됐다. 나는 밴픽단계에 들어설 때부터 아군에게 "제드, 야스오 제가 이길 수 있으니까 제발 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채팅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은 나의 말을 무시하고 칼같이 그 두 챔피언을 밴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이렇게까지 말해도 밴을 한단 말인가. 인식이라는 것이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나는 오늘도 미드 라인을 선택하고 야스오를 만나는 날만을 기다린다. 나에게 꽁승을 안겨줄 그 녀석의 모습을 본 기억이 언제였더라. 항상 밴이 되니까 도저히 만날 수가 없다. 나의 바람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아마 LoL이 문을 닫는 그 날까지 제드와 야스오는 밴될 것이다. 유저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앞서 잠깐 언급했던 브론즈 밴율 2위 르블랑은 솔직히 말해서 나도 대처법을 모른다. 까딱 잘못해서 e라도 맞으면 순식간에 체력 절반이 날아가면서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온다. 아마 선수들도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해서 무조건 밴하는 것 같다. 다행히 브론즈에서 만나는 르블랑은 크게 무섭지 않다. 왜냐하면, 브론즈의 르블랑은 초중반에 무서운 호랑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얌전한 고양이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두려움을 극복한 기자는 어느덧 실버로 가는 문턱에 섰다. 비록 아군이 정글 이즈리얼을 하는 등 기묘한 픽을 선보이며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지만 나는 웃으며 넘길 생각이다. 힘들때 웃는 자가 진정한 일류라고 하지 않던가. LoL은 참 기묘하고 재밌는 게임이다.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닌 10명이 벌이는 싸움이라서 그런가 보다. 아직 까마득하지만, 상반기 안으로 골드티어까지 도전해볼 생각이다. '황금 테두리'를 획득하는 그 날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나가겠다. 브론즈 유저들도 LoL을 즐기는 맑고 순수한 영혼들이다. 부디 무조건 브론즈라고 무시하고 깔보지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