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유보다는 생존이 최우선 사항이 됐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실패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배경이나, 생존과 같이 거창한 것들을 챙겨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 그리고 이렇게 변해버린 시대상은 게임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출시 이후에는 마케팅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장 상황. 제한된 자금과 시간 속에서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대세와 유행을 역행하여 코어 유저층에 집중한 게임이 하나 있다. 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이블팩토리'가 주인공이다.


"보스전 그리고 탄막" - 이블팩토리의 정체성

이블팩토리의 정체성은 '짧지만 강렬한 전투'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스테이지에 입장하자마자 보스전이 진행되며, 고유한 패턴과 탄막을 쏟아내는 보스들이 플레이어를 반긴다. 한 번에 클리어한다고 가정하면 길어야 5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사가 그렇듯, 모든 것은 만만하지 않다. 일단, 게임의 주인공은 아주 허약하다. 체력이나 방어력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적의 공격에 스치기라도 하면 바로 게임 오버다. 단적으로 말해서 '어렵다'. 이렇듯 강렬하지만, 단발성으로 끝나는 스테이지는 극도로 단련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 보스의 탄막이 펼쳐지니 동료 기자가 물었다. "저걸 어떻게 피하는거여?"

픽픽 쓰러지는 것도 어려운 법인데, 화면 가득 탄막도 펼쳐진다. 하지만 크게 두려울 것은 없다. '불릿타임'으로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 수 있으니까.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을 때 시전되는 불릿타임은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서 탄환을 보고, 회피로를 파악할 때 사용한다. 시간 제한이 있으므로 긴장감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요소다.

메인 전투 말고 소소한 즐길 거리 들을 갖춰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고전 레트로 그래픽을 앞세웠던 만큼, 미니게임까지 레트로 컨셉을 반영했다. 아케이드 기기처럼 켜고 꺼지는 모습이라던가, 아날로그 화면을 보는 듯한 효과같은 작지만 중요한 표현들이다.

▲ 미니게임 로딩 화면부터 ON/OFF 버튼까지. 신경 참 많이 썼다.


"화.가.난.다." - 우리 계속 실패하는 이유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단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바일 기기이기 때문에' 조작에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다. 정신없이 탄막을 헤쳐나가다 보면, 손가락이 캐릭터를 가려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곤 한다. 게임의 집중도가 높다 보니, 순간적인 변화에 적응을 못 하고 사망하기 일쑤다.

가상 패드 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고는 하나,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기기의 화면 자체가 워낙 작아서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셈이다. 몇몇 유저들은 조금 더 큰 화면에서 게임을 하고 싶다거나 패드와의 연동 등을 바라기도 한다. 게임이 어려우므로, 조금 더 편하게 조작하고 싶은 바람일 것이다.

▲ 스틱과 버튼 위치를 수정할 수 있지만, 모바일 기기의 한계는 뚜렷하다.

탄막을 피할 때 사용하는 불릿타임 시스템은 분명히 필요하고, 유용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발동과 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을 보여준다. 정지 시에만 자동으로 발동되는데 움직이면 불릿타임은 해제되어 버린다. 느린 시간 속에서 세밀하게 조작한다는 느낌보다는 상황파악에 목적을 둔 요소로 설계됐다. 문제는 해제될 때 갑작스레 움직이게 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적은 탄환을 피해야 할 때는 충분한 도움이 되지만, 알알이 붙어있는 탄환을 피하는 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차라리 별개의 버튼이나 조작으로 불릿타임을 발동 한다면 어땠을까? 난이도는 조금 더 낮아지고, 조작도 한결 편해졌을지도 모른다.

▲ 특히 보트를 타는 스테이지가 그러하다. 살짝 움직이려다 요단강을 건너기 십상.


"오케이 좋아. 2딸라!" - 예상 밖의 BM

게임 콘텐츠 외에도 많은 유저들에게 놀라움을 안긴 부분은 다름 아닌 과금 모델. 적은 과금으로 무제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 패키지 게임의 광고 제거식 BM모델은 떠오르게 한다.

스테이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하게 만들어주는 상품의 가격은 2,300원(iOS는 2달러). 중요하다 싶은 과금 상품은 딱 이 정도다. 스테이지 입장이나 재도전에는 스태미나 개념인 '연료'가 필요한데, 이걸 구매하면 연료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알파요, 오메가인 셈.

유료 재화인 블루스톤이 존재하지만, 게임 내에서 크게 중요하게는 취급되지 않는다. 어차피 무한연료를 구입하면 입장과 도전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실패 시 부활하는 데에 사용하는 정도? 그마저도 죽지만 않는다면 사용할 일조차 없다. 즉, 실력으로 커버가 된다는 이야기다.

▲ 중요한 과금 상품은 2,300원짜리 무한 연료뿐. 블루코인은 보급품으로도 나온다.


"하지만 조용하다" -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다

'이블팩토리'는 개발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충실히 녹여낸 게임이다. 도트를 활용한 레트로 그래픽과 묘미, 난이도 모두에서 대세 또는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임과는 궤를 달리한다. 충분히 도전적인 시도이기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대세에서는 조금 멀어진 도전적인 게임. 허나 이러한 도전마저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험 또는 도박에 더 가까운 것일 테니 말이다. 거대 회사라고 할지라도 수익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게임을 위해서 별도의 소규모 팀을 꾸리고, 실제 출시까지 연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다.

유저들이 남기고 있는 과금 체계에 대한 놀라움-넥슨, 네오플이 이런 게임을? 같은 의견들-을 떠나서 지금의 시점에, 이러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결정한 것에 의미를 둘 만하지 않을까. 오직 사업적인 기준에서 성공과 가능성을 논하는 시대. 그렇기에 '이블팩토리'의 가치는 빛을 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