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무역도시 가젯잔이 해적에게 점령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탈진 면역이라는 새로운 약물, '비취 우상'을 찾아낸 드루이드가 컨트롤 덱을 잡아먹으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고, 이어서 콩나물 한 줌 정도로 여겨지던 전설 카드 '해적 패치스'의 재발견은 전사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원피스 메타의 시작을 알렸다.

무기를 들 수 있는 직업이라면 너도나도 '해적 패치스'와 '신참 해적단원'을 덱에 포함시키며 시작된 대 어그로의 시대, 뚫리느냐 혹은 막히느냐의 싸움으로 변질된 하스스톤은 다양성을 서서히 잃어갔다. 전사에서 도적으로, 그리고 주술사에게 이어진 해적의 물결은 비취 주술사라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유저들을 덮쳤다.


▲ 이번 확장팩의 진정한 승리자는 해적 패치스?!


하지만 사냥꾼이나 성기사처럼 무기 카드가 있지만, 해적과 궁합이 좋지 못한 직업들의 상황은 암울하다. 성기사는 무가옳 덱이 재조명 받으면서 체면치레를 하는 상황이지만, 사냥꾼은 정규전 점유율이 1%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28일 북미에서 진행된 'Battle of the Best'는 세 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9개의 직업을 모두 활용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회였고, 가젯잔에서 오랜만에 사냥꾼의 덱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가젯잔에서 최약체 직업으로 평가받는 사냥꾼은 승리를 위해 어떤 덱 구성으로 대회에 참전했을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 가장 많은 4팀의 선수들이 선택한 사냥꾼의 표준 '미드레인지' 덱

과거 미드레인지 덱은 중반 코스트와 야수 시너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었다. 2~4코스트의 주문과 하수인을 활용해 전장의 주도권을 잡고 '사바나 사자'나 '야생의 부름'으로 게임을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로 '이글거리는 박쥐'나 '야생의 부름' 등의 카드를 채용했다.

하지만 가젯잔에서는 '험악한 떡대들' 소속으로 핸드 버프 콘셉트의 카드가 추가되면서 양상이 변했다. 드로우 수단이 가장 취약한 사냥꾼에게 손패를 유지해야 하는 것만으로 템포가 말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직업마다 9장의 전용 카드가 추가된 가젯잔이지만 '쥐 떼'를 제외하면 사냥꾼이 채용할만한 카드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번 대회에 등장한 미드레인지 덱을 보더라도 사냥꾼이 전장을 주도하는 것보다 빙결의 덫이나 저격으로 상대방의 템포를 늦추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선수에 따라 파멸의 예언자까지 채용한 덱이 있었지만, 현재 가젯잔을 주름잡고 있는 해적덱이 2턴에 7대미지를 주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비밀을 활용하여 하수인의 템포를 꼬아놓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 지속적인 하수인 교환이나 전장의 주도권을 잡아나가기엔 신규 카드의 빈자리가 큰 모습이다.

그나마 Complexity의 'SuperJJ'가 비취 드루이드를 제압한 것이 미드레인지 덱의 첫 승리로 쥐 떼와 사냥개 조련사가 연계로 전장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 주효했다. 이외에도 eSuba의 Scruffy는 가젯잔의 신규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덱을 사용했다는 것도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


▲ Complexity - SuperJJ 미드레인지 사냥꾼 덱





▣ 사기에는 사기로 대응한다? 카라잔에서 유행했던 '비밀' 덱

비밀 덱은 카라잔의 신규 카드 '망토 두른 여사냥꾼'의 특수 능력을 활용하여 비밀지기를 성장시켜 적을 제압하는 덱으로 손패에 따라 비밀지기의 성장이 달라진다. 이는 빠른 템포와 본체를 노리는 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사냥꾼에게도 코스트 사기를 칠 수 있고 변칙적인 운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덱이다.

하지만 가젯잔에 들어 미드레인지처럼 신규 카드를 활용하기 힘들고 어그로 덱이 유행하면서 비밀 카드인 빙결의 덫이나 고양이 마술의 효율이 떨어지면서 다수의 덫으로 초반을 넘기는 플레이가 어려워졌다. 또, 비밀지기가 없으면 사바나 사자가 나오는 6턴까지 수동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대회에서는 Team Liquid의 SjoW가 미드레인지 사냥꾼과 느조스 사냥꾼을 상대로 2승을 따내고 비취 주술사, 무가옳 성기사, 해적 전사에게 패배한 덱으로 2승 3패의 성적을 거뒀다. 손패가 잘 풀리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어그로 덱의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 아쉬웠다.

또 다른 비밀 덱을 사용한 Team Kraken의 Yogg는 비밀지기를 빼고 이샤라즈에 올인한 덱을 가져왔는데, 비취 드루이드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패했다.

두 덱 모두, 이전까지 잘 풀린 비밀 덱에서 나오는 괴수급 비밀지기나 상대방의 주요 하수인을 끊어내는 '사기'를 치지 못했다는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덱 파워가 가젯잔의 신규 카드를 감당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 Team Kraken- Yogg 비밀 사냥꾼


※ Battle of the Best 관련 미드레인지 사냥꾼 덱 모음

- Team Kraken- Yogg 비밀 사냥꾼
- Team Liquid - SjoW 비밀 사냥꾼



▣ 해적을 활용한 Reynad의 돌진 덱과 쥐 떼 2장 채용한 PHONETAP의 느조스 덱

마지막으로 소개할 덱은 가젯잔 이전까지 사냥꾼의 상징이었던 돌진-어그로 유형의 덱과 느조스 덱으로 현재 가젯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종이라 할 수 있는 유형이다.

지금은 해적에 밀려 모습을 감춘 돌진-어그로 덱은 가젯잔 이전까지 1번 냥꾼이라 불리던 덱으로 사냥꾼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Reynad는 '늑대인간 침투요원'과 신비한 사격 같은 저 코스트 카드를 다수 포함한 덱을 선보였다.

하지만 어그로 덱 장인으로 불리는 Reynad의 덱도 상대의 해적 전사의 템포를 따라잡기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3턴에야 겨우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사냥꾼과 달리 전사는 '느조스의 일등항해사'나 '강화'를 활용하여 자유롭게 '신참 해적단원'을 활용했으며, 왕두꺼비의 죽음의 메아리도 적 영웅을 향하는 불운이 겹쳤다.

느조스 덱은 미드레인지의 변형으로 '라그나로스'와 '느조스' 뒷심을 키우고 중반 싸움에서 사막 낙타를 활용하면서 하수인 교환을 유도하는 운영을 보여준 덱이다.

대회에서는 10턴까지 이렇다 할 마무리 수단이 없는 무가옳 성기사를 상대로 '인자한 할머니'와 '쥐 떼'처럼 죽음의 메아리가 있는 하수인들이 활약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같은 직업인 비밀 사냥꾼을 상대로 맥없이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 Tempo Storm- Reynad 돌진 사냥꾼


▲ Luminosity Gaming- PHONETAP 느조스 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