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있다. '아메리칸 드림'.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명 깊은 단어일 것이리라.

지난 시즌 이후,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프로씬은 크게 요동쳤다. 과거 약속이나 한 듯 다같이 중국으로 떠났던 해외파 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국내 팀으로 유턴했다. 그러나 반대로,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동쪽 미국으로 떠났다. 바야흐로 한국 LoL 프로선수들의 북미 개척의 시대가 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본국을 떠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먼 길을 떠나온 입장에서, 매주 NA LCS 대회장에서 마주치는 선수들은 말그대로 엄청나게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5개월이 넘게 흘렀지만 변하지 않는 이 반가움. 습관적으로 서로의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고, 먹는 것은 좀 어떤지, 휴식은 잘 취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자주 주고 받곤 했다. 자연스레 숙소는 좀 어떤지, 연습 환경은 괜찮은지 등에 대해서 많은 말을 들었다.

그러다 인터뷰를 같이 하기도 하고 경기 후에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면서, 유독 많은 이야기를 나눈 선수가 하나 있었다. 원래도 소통왕으로 유명한 '썸데이' 김찬호 였다. 올해 팀 디그니타스에 들어간 그는 '체이서' 이상현 뿐만 아니라 박재석 감독, 김정수 코치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한 팀에 4명의 한국인이라니. 인구비가 역전되어 버렸다. 심지어 디그니타스는 미드 또한 한국계인 '킨' 장래영 선수가 아닌가.

문득 궁금해졌다. 해외파 프로게이머들의 삶은 어떨까? 기사 욕심 반, 사심 반으로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디그니타스의 멤버들에게 물었다. 아직 개막 후 한 달, 미국 생활에 제대로 적응도 안되었을 그들에게 동병상련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러다 어찌어찌 빠듯한 한 주의 일정이 끝나고 간발의 여유가 남는 때에, 잠시 짬을 내어 그들의 숙소를 탐방해보기로 했다. 포근한 공기에서 퍼져오는 향긋한 밥 향기가 정겨운 숙소. 막 오전 연습과 피드백을 끝낸 선수들과 박재석 감독, 김정수 코치가 편한 복장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사월 : 타지 생활, 어느덧 한 달이 되었습니다. 식사는 괜찮으신가요? 살이 찌고 있다고 들었어요.
썸데이 : 네, 잘 먹어서 찌고 있어요.
체이서 : 저는 아무리 먹어도 안 쪄요.
썸데이 : 이 형은 안 찌는 스타일이라서... 햄버거 두 개씩 막 먹어도 안 쪄요.
박재석 감독 : 누구를 또 부르지? 아, '킨' 장래영이는 좀 부끄럽다고...
라쏘 : 네 알겠습니다. 이제 한 달 사셨죠? 느낌이 어떠신지...?
체이서 : 밖에 거의 나가질 못해서...
라쏘 : 일부러 안 풀어주는 건 아니죠?
박재석 감독 : 아~! 하하하! 무슨 소리야!
사월 : 혹시 나가려고 하면 막 문 앞에서 막고...
라쏘 : 아니면 '언제든 나가라' 하는데 나갈 방법이 없고... 고립되고...
체이서 : 네 맞아요. 방법이 없어가지고.
사월 : 여긴 차 없으면 안될 것 같던데, 운전은 누가 하시나요?
박재석 감독 : 원래 제가 하는데요, 국제면허는 가져왔는데 아직 차가 안 나와서요. 회사에서 이번에 준다고 하더라구요.
라쏘 : 그러면 지금까지 감금되어 계시던 건가요? 저 멋진 야경을 두고?


▲ 밤이 되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고 한다.


박재석 감독 : 네... 그런데 이미 우버 택시로 나가기도 하고요. 참 대단한게, 다들 알아서 나가요.
썸데이 : 외국인 친구들이 리드해줘서 롱비치에도 다녀왔어요. 아케이드도 다녀오고.
박재석 감독 : 미국 핸드폰도 이미 다들 만들었고요.
썸데이 : 포켓몬도 하고요.
라쏘 : 여긴 포켓스탑인가요?
박재석 감독 : 모르겠네요. 여긴 잘 모르겠고, 산책할 때 돌아다니면...
썸데이 : (조심스럽게) 저 뒤의 공원에 있어요.

사월 : 한국 생활과 뚜렷하게 다른 게 있나요?
썸데이 :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박재석 감독 : 전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모르겠어요(웃음). 하루가 긴 날들이 많다보니, 짧은 기간이지만 오래 있던 기분이에요. 다들 고생을 해서요.
생활은 다 직접 하는 편이에요. 고칠 게 있으면 직접 고치고, 화장실 청소 같은 것은 사람을 부르기도 해요.
썸데이 : 청소도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라쏘 : 처음에 한국 요리를 해 주시는 이모님이 안 계셨던 걸로 아는데, 그때 썸데이 선수가 입맛이 특히 안 맞았다고 들었어요.
썸데이 :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3분 카레 같은 것을 많이 쌓아두려 했는데, 이모님이 금방 오셔서 안 먹게 됐어요. 쌓여 있어요.
체이서 : 저는 미국 요리를 먹으면 먹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땡기지는 않았어요. 미국 음식을 많이 먹게 되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걱정은 안 됐어요. 언젠간... 찌겠죠?
라쏘 : 찌고 싶은 거에요?
체이서 : (끄덕)
썸데이 : 햄버거를 하루에 한 개씩 먹는데도...
라쏘 : 트위터였죠? 계란말이를 저도 여기서 못 먹어봤는데, 사진을 보고 너무 맛있어 보였어요. 먹게 되니 영광이었습니다. 아, 지금까지 하루 휴일이 있던 거죠? 썸데이 선수는 아케이드를 다녀왔는데, 체이서 선수는 무얼 하셨나요?
체이서 : 저는 영어 수업이 있었어서...
썸데이 : 저도 그 날은 아침엔 핸드폰 만들며 보내고, 저녁에야 아케이드에 갔어요.


▲ 식사는 훌륭했다.


라쏘 : 영어 공부는 잘 되고 계신가요?
썸데이 : 영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체이서 : 배우고 있죠.
썸데이 : 아무 것도 안하던 때보다 확실히 많이 느는 것 같아요.
박재석 감독 : 각자 담당이 있는데요, 얘(썸데이)는 통역을 잘 하고, 얘(체이서)는 발음이 좋아요. 딱 서로 발전적인 방향이 있어요.
라쏘 : 먼저 듣고 전달하고, '가족오락관' 같은 시스템인가요?
박재석 감독 : (웃음) 네 하하 어쨌든 빨리 늘고 있는게 느껴집니다. 처음엔 스크림 할때도 영어로 대화하는게 좀 달라서 어려웠는데...

사월 : 게임 내에서 소통할때는 팀원들과 영어로 소통하나요?
썸데이 : 다들 영어를 쓰려고 하고 있고요, 기본적 단어나 게임에서 필요한 용어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의견을 교환해야 할 때나 많은 이야기가 필요할 떄는 아직 불편함이 좀 있죠.
라쏘 : 와 보니까 과반수가 한국인인데, 외국 선수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박재석 감독 : 그래서 영어와 한국어를 서로 가르쳐 주기도 해요.




사월 : 감독님이나 코치님은 선수 모두와 직접적인 얘기를 많이 하실텐데,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잘 되었나요?
김정수 코치 : 네 거의요. 하지만 저희가 아무리 영어를 배워도, 깊은 얘기를 나눠야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통역사가 필요하더라구요.
박재석 감독 : 피드백 할때는 번역기를 돌리고, 통역사에게 확인을 거치기도 해요. 채팅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말로 바로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더라구요.
사월 : 번역기가 참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왔죠?
박재석 감독 : 번역기를 잘 쓰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주어와 목적어를 확실히 쓰면 어지간해선 틀림이 없었습니다.
라쏘 : 번역기가 영어 공부에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 헷갈리네요.


사월 : 진짜 사소한 것부터, 적응에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체이서 : 저희가 위층에 사는데, 화장실에 문이 없어요.
라쏘 : (웃음) 네 아까 봤어요. 무슨 카우보이 문이나 병풍 같은게 있죠? 아찔하지 않아요?
체이서 : 네 뭐 조선시대 병풍 같은 게... 저는 솔직히 별로 신경을 안 쓰는데, 미드 킨 형은 해외에 살아 왔기 때문에 익숙하질 않나봐요. 위험하대요.
썸데이 : 위험해요, 위험해.
라쏘 : 어떤 의미로 위험한거죠?
체이서 : 미드 보면 많이 나오는데... 아무튼 좋지 않아요.
라쏘 : 화장실 문은 영원히 없을 예정인가요?
박재석 감독 : 네, 원래 문이 없는 형태라...
라쏘 : 조금 덜 아찔한 가리개가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그게 어려움으로 제일 처음 나올 줄은 몰랐네요...




썸데이 : 저는 향수병은 아직 딱히 생각하지 않고요, 지금은 영어가 안 되니까 바깥으로 다니고 그러기 힘든 것? 외국인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고, 새 친구도 만나고 싶은데 그게 안 되어서... 외국인 친구들도 저희를 위해 노력하는게 보여서 좋긴 해요.
박재석 감독 : 저는 딱히. 더 고난이도인 중국에서도 살아봐서... 진짜 어디 살든 다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저는 좀 다른게 스베누나 OMG에도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이 곳의 환경이 많이 좋음을 느끼죠. 기존보다는 다 좋아진 상황이니까요. 저는 밖으로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고 안에 있는 걸 좋아해서.
김정수 코치 : 그래도 중국은 집 밖에 나가면 뭐가 굉장히 많은데, 여기는 아무리 나가도... 없어요.
썸데이 : 밤에는 치안도 좋지 않대요.
체이서 : 총소리가 나요!
박재석 감독 : 아 무슨 총 소리야!
체이서 : 한발 딱 쏘고 그 다음엔 소리가 없어요.
박재석 감독 : 밖에서 소리가 나면 쪼르르 코치실로 와서 총소리 났다고 해요 (웃음)
사월 : 저도 다양한 행사로 LA에 방문하곤 했는데, 총 소리가 나더라고요.
김정수 코치 : 도둑 걱정 같은 건 없어요. 아무래도 현관의 신발 개수 보고 나갈 것 같은데...


사월 : 다른 북미 팀의 국내 선수들과는 이야기를 하나요?
썸데이 : 저는 kt 형들과는 다 친해서 얘기를 하곤 해요. 쉬는 날도 안 맞고 해서 보기는 힘들지만요. 나중에 시간 비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같이 놀면 재미있으니까요.
사월 : 혹시 가장 집을 지저분하게 쓰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박재석 감독 : 찬호가 가끔 묘목(양말)을 던져놓는 것 빼곤... 제가 보기엔 지저분하게 쓰는 사람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묘목이 가끔... 저 포켓몬 양말 같은 거...
체이서 : 청소도 일주일에 두 번이나 오셔서요. 깨끗해요.
썸데이 : 수건은 맨날 제가 빨아요. (원망)
박재석 감독 : 아랫층 수건은 맨날 누가 빠는지 아나? 다 내가 빨아. 그러면서 복 받는거야...
사월 : 트러블은 아직까지 없죠?
박재석 감독 : 네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다들 보면 성격이 없는 친구들이 아닌 것 같은데,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요. 찬호는 가끔 레이저를 쏠 때가 있는데 잘 참는 것도 보이고. 제가 보기에 다행이고 이뻐 보이는 부분입니다.


▲ 묘목의 일부


사월 : 미국에서 해보고 싶던 게 있나요?
박재석 감독 : 어서 말씀드려.
체이서 : 어, 설마
김정수 코치 : 그 G로 시작하는.
체이서 : 아아, 설마
박재석 감독 : Girl 입니까?
체이서 : 제가 언제 그랬어요!
라쏘 :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월 : 마이크를 끌까요?
체이서 : (당황)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제가 설명 드릴게요. 미국 친구들이 물어봤어요. American girl 을 좋아하냐고. 거기서 다르게 말하면 남자를 좋아한다고 이해할까봐 나온 말이 'all girl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빵 터지더라구요.
라쏘 : 임기응변으로 한 말 치고는 적극적이었군요. 돌이킬 수 없겠군요.
체이서 : 제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라쏘 : 해명 감사합니다.
체이서 : 해명은 아니고 그냥 스토리... girl 빼고는 뭐, 롱비치에 가고 싶었어요. (수습)




썸데이 : 저는 유명한 곳에 놀러가보고 싶었어요. 할리우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는 제일 가보고 싶고요. 산타 모니카의 해변도 엄청 좋다고 하더라구요.
박재석 감독 : 너도 그런 거 말했잖아. 그냥 Beach가 아니라 다른 Beach.
썸데이 : 왜 지어내요~
박재석 감독 : 내가 생각해도 이건 진짜 정치다. 디즈니랜드는 나중에 아마 저희 갈 거에요.
라쏘 : 그 Beach는 가시는 겁니까?
박재석 감독 : Beach는 조금 더 알아 보겠습니다. 잘못 가면 큰일날 수가 있어요.
라쏘 : 돌아올 수 없게 될 수도 있어요.
썸데이 : 영어 선생님이 디즈니랜드는 여기서 엄청 멀다고 하더라구요. 여덟 시간?
사월 : 절대 그렇게까진 안 걸릴 것 같아요.
라쏘 : 모두를 집안에 가두는 것에 영어 선생님도 동참한 것 같군요.


사월 : 감독님은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선수가 가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나요?
박재석 감독 : 여긴 정말 괜찮은게, 다들 연습을 많이 하느라 그래서인지 밖에 잘 안 나가려고 해요. 정말 다들 열심히 하거든요. 쉬는 날이 두 번인가 있었는데, 다 같이 한인 타운도 다녀왔어요. 고기도 먹고. 이번엔 아케이드도 같이 갔고. 해외 선수들도 다 같이 잘 어울려요. 성격이 얘네가 좋은 건지 쟤네가 좋은 건지... 미국에 있으니 잘 돌아다녀 봐야죠. 사진도 찍고. 중국에 있었을 때는 정말 거의 안 나갔어요.
체이서 : 그런데 듣기로는 비가 일 년에 두세 번 온다 들었는데, 요즘은 내내 비가 오네요.
박재석 감독 : 찬호는 안에 가둬두면 저한테 레이저를 쏠 수도 있어요.

사월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박재석 감독 : 연습은 세 타임. 스크림 두 개와 솔로 랭크를 하면 밤 열두 시가 됩니다. 그 다음부턴 자유 시간이에요.
체이서 : 침대에서 핸드폰을 만지며 보내고 있어요.
박재석 감독 : 찬호야 너 취미 생활 있잖아.
썸데이 : 요 앞에 산책을 해요.
체이서 : 산책 아니잖아. 포켓몬, 포켓몬.
썸데이 : 한 20일 정도 집에만 박혀 있으니까 폐인이 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햇빛도 쐴 겸, 포켓몬 Go를 깔고 산책 겸 나가죠.
체이서 : 확실해? 산책을 핑계로 포켓몬을 하는 게 아니라?
라쏘 : 레벨은 몇인가요?
썸데이 : 10이요. 얼마 안 됐어요.




사월 : 한국의 친구들과도 여전히 잘 연락 하시죠?
체이서 : 네. 메신저가 있으니까요. 안부가 대부분이에요. 아직 얼마 안 됐으니까, 그렇게 크게 뭐가 딱 그립다는 없어요.
사월 : 해외 생활에 앞서 걱정되거나 고민되었던 것이 있었나요?
썸데이 : 생각보다 다른 것들이 많았는데, 큰 것들을 보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체이서 : 음식이나 놀거리가 걱정되었었는데, 프로 게이머는 어딜 가나 '식주(食住)'만 잘 되어 있으면 된다고 해서요. 이것 만으로도 프로 게이머 생활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고, 좀 더 잘 되면 우버 택시로 밖에 나가기도 하고.
라쏘 : '의(衣)' 는 필요 없는 건가요?
박재석 감독 : (웃음) 필요 없죠.
라쏘 : 그래서 화장실 문도 개의치 않으셨군요.
체이서 : (당황)




사월 : 영어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썸데이 : 엄청 잘 되고 있어요. 수준에 맞게 해 주시고.
라쏘 : '안 잤어요, 앉았어요' 에피소드는 누구의 이야기인가요?
썸데이 : 그거 저에요. '러시아 워, 러시 아워'도 저고요. 이게 말로 표현하면 안 되네요.
라쏘 : 쑥스러워 하신 '킨' 선수와도 같은 방을 쓰시던데, 그 방은 한국어로 가득 차겠네요.
체이서 : 거의 한국말로 하죠. 장난칠 때는 영어로 하고.
라쏘 : 장난칠 때만 영어라니 특이하네요.
체이서 : 그 장난칠 때 쓰는 비속어라던가요.
라쏘 : 원래 다른 언어를 배울 때 욕부터 배운다고 하던데...
체이서 : 진짜로 그게, 미국인 친구들이 쓰면 귀에 착착 박혀요. 맨날 떠오르더라고요. 홀리 어쩌구나, 계속 귀에 잘 박혀요.


사월 : 연습 게임 환경은 어때요? 북미 유저들과 게임하는 느낌은 어떤가요?
썸데이 : 북미 솔랭 자체가 그렇게 진지한 게임이 안 만들어져요. 솔랭만 봐선 한국과 그런 차이가 있어요.
체이서 : 저희가 탑 미드 정글이 한국인이고 봇 듀오가 외국인이라, 서로 투덜대는 걸 못 들으니 좋은 것 같아요(웃음). 한국인 다섯 명이면 누군가 투덜거리면 다 들어주고 풀어줘야 하는데, 저흰 서로 못 알아들으니까 서로 필터링이 되는 느낌이에요.
썸데이 : 별로 필요 없는 말들요.
사월 : 요즘 북미 솔랭 수준은 어떤 것 같나요?
박재석 감독 : 아직은 낮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어떤 챔피언을 고집하지만 잘 못다루는 것 같아서 검색을 해보면 솔랭 승률은 7-80%일 때도 있고. 이 지역은 또 장인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아요.




썸데이 :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챔피언들이 있어요. 오공이나 트린다미어, 일라오이가 선픽이 되기도 하고... 되려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당황하기도 해요.
체이서 : 정글 샤코도 진짜 많이 나와요.
김정수 코치 : 미국 팀들 중 스크림에 훨씬 집중하는 팀들이 있더라고요. 위에 말했던 이유들로 인해 솔랭이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아니까. 스크림을 더 잡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마 선수들도 솔랭은 별로 연습이 안 된다고 느끼고 있을 거에요.
박재석 감독 : 느끼고 있어?
체이서 :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제가 정글이 아닌 다른 라인을 가도 승률이 높은 걸 보면... 제가 미드 코르키를 해도 게임을 이기고 있어요.
박재석 감독 : 그래도 역시, 잘하는 사람은 진짜 잘 해요.


사월 : 오더 같은 부분은 어떻게 되나요? LCS에서 한 마음으로 바론을 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게임에 대한 인식 차이가 다소 있는 것 같아요.
체이서 :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바론을 잡을 때 무리수를 잘 두지 않아요. 확실하게 유리할 때 먹는 스타일인데, 북미는 일단 치고 보는 것 같아요. 만일 상대가 실수를 하면 먹고 그런 느낌. 한국에 비해서 리스크를 안고 치죠.
라쏘 : 팀에서 오더는 누가 주로 내리나요?
박재석 감독 : 보통 상현이가 하고요, 가끔 중후반엔 챔피언에 따라 탑에서 하기도 하고요. 영어로 해요.
체이서 : 이상하게 말해도 다들 알아 듣더라고요. 문법에 안 맞아도.




사월 : 미국에 오실 때 이미 있던 선수들에게선 어떤 조언이나 도움을 받았나요?
썸데이 :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이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 주의할 것 같은 거.
박재석 감독 : 계약서 하니까 또 이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라쏘 : 비하인드가 참 많군요.
박재석 감독 : 팀에서 계약서를 받을 때 계약적으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계약 내용을 봤는데 제 생각과 다른 부분들이 있었죠. 예를 들면, '팀이 원할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라던가. 이게 무슨 노동 계약서냐 싶었지만, 팀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고 실제로 그렇게 자르지도 않았다고 했어요. 저는 그러면 그게 무슨 계약서에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그런 것들의 조율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잘 해결 되었고 여러 가지 수정을 한 뒤에 협회를 찾아가게 되었죠.
여기서 있던 에피소드인데, 저와 찬호가 같이 협회에 차를 타고 가고 있었어요. 상현이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질 않았어요. 그 때는 둘이 안 친했을 때였는데, 찬호가 '아~ 체이서도 오게 했으면 좋겠는데~~?' 라고 하는 거에요. 그 말을 듣고 부랴부랴 진에어 측에 연락을 해서 상현이 부모님의 연락처까지 알아냈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통해 겨우 연락이 되었었죠.
썸데이 : 아니 같이 도장을 찍기로 되어 있었는데, 전화를 안 받으니... 자고 있었대요.
체이서 : 이게 저도 할 말이 있는데요,
박재석 감독 : 그러지 마.
체이서 : (침묵)
사월 : 자다가 와서 도장만 찍은 건가요?
라쏘 : 힙합 레이블을 계약하는 거물 아티스트 느낌이군요.
박재석 감독 : 아직도 찬호의 그 말투가 생각나요. '했으면 좋겠는데~?' 귀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좋겠는데~?"


사월 : 그러면 한국에서는 계약할 때 제대로 처음 만난 것이겠네요.
썸데이 : 한국에선 지나가다 보고, 그렇게 친하진 못했죠. 고릴라 선수 같은 타입이 아니면, 그렇게 막 교류해서 친하게 지내고 그럴 일이 없으니까...
라쏘 : 고릴라 선수가 특이한 케이스인 것이겠죠?
박재석 감독 : 정말 특이하죠. 스베누 있을 때에도, 스베누 선수들 불러서 '힘드니까 밥 사줄게' 하며 초밥을 사주기도 하고. 대단하더라고요. 저는 되게 좋게 봤어요.
사월 : 고릴라, 당신의 미담은 대체...


라쏘 : 아껴주시는 한국 팬들과 멀리 떨어져서 아쉬운 마음도 있겠어요.
썸데이 : 당연히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은 항상 소중하고
사월 : 뭔가 너무 술술 나오는데요?
라쏘 : 입술조차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썸데이 : (웃음) 그래도 제가 여기 있다 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요. 응원 메시지에 힘이 많이 나요.
라쏘 : 체이서 선수는 제가 SNS에 사진을 올리면 꼭 고맙다고 해 주시는 분이 있어요.
체이서 : 진짜요? (웃음)
박재석 감독 : 사실 부업 활동을 하려고 했어요. 블로그 많이들 하니까, 팀 블로그를 하나 파서 사진이나 그런 영업을 해 보려고 했는데... 좀 많이 지니까 당장 마음이 사라지더라구요.
라쏘 : 차가 생기면 우버를 부업으로 하셔도 되겠어요.
박재석 감독 : 한국에선 생각을 했었죠. 위험하다고 해서 사라졌지만. 그런 식으로 보험을 두는 걸 좋아합니다.


사월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썸데이 : 형부터 해.
박재석 감독 : (웃음)생각 좀 하려고! 이럴 때 센스를 발휘하네.
체이서 : (한참 생각) 일단 저희 한국인들 미국에서 잘 적응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시고, 앞으로 시즌은 길게 남아 있으니까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내겠습니다. 많은 응원 바랍니다.
박재석 감독 : 모범 답변 하면 찬호도 만만치 않죠.
썸데이 : 저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잊지 말아 주세요.
김정수 코치 : 저는 앞에서 할 말이 다 나와 버렸네요.
박재석 감독 : 저희 한국인 네 명,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에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많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응원 바랍니다.



▲ 경기를 복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그 사이에 밥상이 차려지고,


▲ 얼떨결에 훌륭한 밥상을 한 끼 얻어먹게 되었다.


▲ 잘 구운 항정살의 농밀한 맛에 해외 선수들이 놀라워했다.


▲ 밥 보다는 빵을 택한 LOD 선수


▲ 냠냠


▲ 밥을 먹은 직후에는 각자의 연구를 하는 듯 했다.






▲ 아래부터 세 한국인 선수, 썸데이, 체이서, 킨의 자리


▲ 현관에서 보이는 거실(?) 전경


▲ 이 외로운 침대는 예비 선수의 자리. 조금 서럽다.


▲ 집안 곳곳에 인형이 아주 많았다.


▲ 세 명의 한국인 선수가 지내는 위층의 큰 방


▲ 어쩐지 방으로 황급히 뛰어온 썸데이 선수와 화제의 양말


▲ 경쾌한 패턴이 돋보이는 썸데이 선수의 침대


▲ 체이서 선수의 머리맡을 차지하는 인형


▲ 피로를 풀기 좋은 욕조가 있다. 화장실 문은 없지만...


▲ 박제석 감독의 독실. 가지각색 모자 콜렉션이 있다.


▲ 코치실의 모습. 걸그룹 바탕화면이 아찔했다.


▲ 이제 다시 연습에 집중하러 간 선수들






▲ 다시 연습을 시작하는 디그니타스를 보며 조용히 빠져나간다. 앞으로 남은 LCS에서 멋진 연승을 거두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