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미국에서 한 e스포츠 대회가 시작됐다. 종목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고, 지역은 북아메리카 전역이며, 참가팀은 281개다. 2월 15일부터 4월 8일까지 한다. 어느 대회 이야기냐고? 바로 대학 e스포츠 리그인 '히어로즈 오브 더 돔' 이야기다.

'히어로즈 오브 더 돔' 은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대학 리그다. 대학 리그인 만큼, 북미 전역에서 엄청난 수의 대학교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모여든다. 그 경쟁률만으로만 따진다면 세상의 그 어느 프로 스포츠도 따라올 수 없을만한 수다.

지난해 '히어로즈 오브 더 돔'에 미국 전역의 대학교에서 자신의 학교를 대표해 출전한 팀만 482개다. 비록 올해는 반으로 줄긴했어도, 그정도만 해도 이미 세계 최대 규모다. 이들은 치열한 지역 예선과 지역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다음, 또다시 본선 64팀 중 최강을 가리는 싱글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를 치렀다. 그만큼 치러지는 경기 수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고, 그 과정에서 단련되어 온 이들의 경기는 무척 값지기 마련이다.


과연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은 어떤 대회이며, 수많은 대학 e스포츠 중에서 이렇게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올해는 또 어떤 '영웅'이 탄생할지 이 기사를 통해 미리 짚어보기로 했다.




아마추어 리그가 북미 최대의 리그인 이유


▲ 어쩌다보니 서부와 동부가 북부보다 더 북쪽까지 뻗어 있지만 신경쓰지 말자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은 앞서 언급했듯 미국과 캐나다의 전 지역을 무대로 한다. 하지만 북미가 어떤 지역인가. 미국만 해도 50개 주에 걸쳐 3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다. 지역 예선부터 스케일이 다른데, 북미 전역을 동서남북의 4개 지역으로 나눈 다음, 각 지역의 예선을 치르는 것으로 대회가 시작된다. 이번 시즌에는 각 지역별로 북부에 78팀, 남부에 57팀, 동부에 66팀, 서부에 81팀이 출전했다.


이들 지역은 오는 2월 15일 16일에 각각의 지역은 첫 개막전을 치르며, 예선은 3주간 스위스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른다. 1일에 1경기씩 총 5경기를 자신의 승률에 따라 승자는 승자와, 패자는 패자와 다시 붙는 방식이다. 그렇게 총 5전씩을 치른 후 각자의 승패를 대조해본다. 자연히 승자는 이길 수록 더 어려운 상대와, 패자는 질 수록 더 쉬운 상대와 붙어 기회를 얻게 된다.

그 뒤, 3주차 종료 후 성적을 비교해 3승 2패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팀을 전원은 지역별 싱글 엘리미네이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3월 4일부터 9일까지의 지역 플레이오프를 치뤄 각 지역별로 상위 16개의 팀만을 남긴다. 단, 한 학교에서 복수의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 조건을 만족했을 경우 이 팀들끼리 타이브레이크 경기를 펼쳐 단 한 팀만이 플레이오프로 진출할 수 있다.

이렇게 각 지역별로 16팀씩, 총 64팀이 본선에 진출하게 되며, 여기서부터는 조 편성 후 3전 2선승제 토너먼트를 진행, 최후의 4강 팀과 그들 중에서 우승팀을 가린다. 총 상금 규모는 50만 달러, 한화로 6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 상금 중 일부는 '장학금' 으로서 최대 3년에 걸쳐 우승팀 선수들에게 1인당 2만 5천 달러까지 지급된다.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의 인기는 바로 이런 광범위한 리그 시스템에서 온다. 미국 대학생 중에서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자기들끼리 팀을 결성해 학교의 이름을 걸고 대회에 나설 수 있으며, 비록 자신들이 안타깝게 탈락했다 하더라도 대회 자체에 대한 관심은 남기 마련이다.

또한 올해 대회부터는 방송 스트림 플랫폼으로 '페이스북'이 함께한다는 점도 독특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동영상 방송 기능인 라이브를 도입하고 게임 스트리밍에도 진출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동안 트위치TV 같은 기존에 제 역할을 해왔던 게임 스트리머들과 경쟁하여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중계 페이지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의 영웅들, 그 뒷 이야기


▲ 지난해 우승자,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Real Dream Team'

지난 2016년 대회를 돌아보면, 지난해 최후의 4강까지 진출한 학교는 '테네시 주립 대학', '텍사스 알링턴 대학', '코네티컷 대학',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4개 학교였다. 이들은 4강전부터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대회에 나서서 이틀에 걸쳐 격돌했다. 최종적으로 우승을 거둔 애리조나 주립 대학은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우승하기까지 본선 토너먼트를 전승으로 마쳤다. 결승전까지 총 성적 25승 0패. 그야말로 제왕 다운 성적표였다.

우승을 거둔 애리조나 주립 대학은 참가자 1인당 최대 3년 간 2만 5천달러의 장학금을 보장 받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승팀인 애리조나 주립 대학 Real Dream Team의 멤버인 MichaelUdall 은 '히어로즈 오브 더 돔'에서의 성공 이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프로 게임단인 '게일 포스 e스포츠(Gale Force eSports)' 에 입단했다. 마치 다른 프로스포츠 처럼, 대학 리그와 프로 리그가 연결 된 것이다.

▲ 게일 포스 e스포츠 MichaelUdall

현재 그가 에이스로 있는 게일 포스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공식 국제 리그인 HGC(Heroes of the Storm Global Championship) 2017에서 북미의 강호 4강 대열에 합류했고, 현재 리그 3위의 성적으로 웨스턴 클래시 참가를 확정 지었다. 북미 HGC 우승컵을 노리기에 충분한 그의 팀을 우리는 곧 세계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처럼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은 비록 아마추어 리그지만 그 거대한 선수풀과 수많은 경기 수로 인해 무궁무진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선수들은 대회 기간 동안 그 어느 프로 대회보다 많은 경기를 치르고, 또 엄청난 수의 경쟁자를 뚫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더 많은 연습과 새로운 전략을 강구한다.


▲ TESPA 는 대회 그 다음을 주목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TESPA 는 대회가 끝난 뒤 대회에 참가한 팀과 우승자들에게 카메라를 맞췄다. 그들은 이제 e스포츠화 된 게임이 단순히 아이들 장난에서 벗어났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자 노력해왔다. TESPA 가 인터뷰한 대학교 교직원들과 임직원들, 그리고 선수의 학부모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처음엔 공부도 하지 않고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대회에 나가 학자금을 벌어오기 시작하자 시선이 달라졌다. 대학 e스포츠는 이들에게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고 가정에 봉헌하는 또다른 방식이 된 것이다.

수많은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찾으라'고 하지만, 정작 이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학교 밖에서 찾아온 기회를 찾아 뛰어들었다.




올해도 계속 될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이라는 소년만화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은 그 자체의 영향력 때문인지, 혹은 그들의 뛰어난 마케팅 전략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우리에게 드라마를 전해주었다. 평범한 학생들이 수백 개의 팀, 수천 명의 선수들이 모인 예선부터 시작해 정상으로 뚫고 올라가 마침내 가정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 받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원했던, 또 우리가 당연히 좋아할 법한 소년만화 스토리다.


올해 '히어로즈 오브 더 돔' 역시 또다른 소년만화를 그려낼 수 있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기자는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e스포츠, 그리고 순수한 열정만으로 가득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비록 실력이나 경력에서는 부족할지라도 한 대회를 재미있게 만들어 나갈, 또 그 안에서 자신의 빛을 발산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

올해는 또 어떤 팀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주인공의 자리에 오를까? 그들의 고군분투는 이미 시작됐다. 단순한 비디오 게임 놀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성장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대학 e스포츠는 특별하다. 그것이 우리가 올해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을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