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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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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쉽배틀2 VR' 성공의 비결, 3년간의 'R&D'에서 찾다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태동하는 산업이 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VR 업계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이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지만, 이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시장의 완성이다. 그들의 마지막 멘트는 대개 비슷했다. "누가 됐건 함께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해요" 마치 전쟁을 목전에 둔 병사들이 그들끼리 투닥거리다가도 적 앞에선 하나의 목표로 단결하듯, 대화의 말미에선 다들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보니 좋은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단기적으로는 다른 회사가 잘 된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잘 되는 거니 말이다. '조이시티'의 소식도 그러했다. VR 콘텐츠 마켓인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 사실 조금 뜬금없이 들려온 소식이기는 했다. '조이시티'의 상황은 그간 만나 오던 VR 업계나 스토어와는 조금 달랐다.

이들은 이미 성공적인 작품들을 여럿 내왔고, 나름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중견 기업이다. '사활'을 걸었다기엔 좀 민망하다. 그랬기에 과거 조이시티가 마련했던 신작 발표회 동안에서 '건쉽배틀2 VR'에 대한 주목도는 사실 낮았다. 약간 실험적인 타이틀. 그 이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엿한 개발사에서 잠정 프로젝트로 VR 하나 정도 하는 건 굳이 놀라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소식을 접한 후, 바로 연락을 넣었다. 잦은 해외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길래 일정을 잡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다행히 시간이 맞았다. '건쉽배틀2 VR'를 총괄해 달려온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조이시티' 김찬현 사업개발부장


■ 2013년, '존 카맥'이 오큘러스에 합류하던 그 순간

생각보다 조이시티가 VR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꽤 오래전이었다. 2013년. 무려 4년 전이다. 지금은 후덕한 면모를 보이는 '팔머 럭키'가 초기 DK버전을 들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시절.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니던 팔머 럭키를 '존 카맥'이 ID 컨벤션에 데려다 놓았을 때다. 김찬현 부장은 그때부터 VR을 알았지만, 조금 비관적인 스탠스로 바라보았다. 신기하긴 하지만 금방 뜨고 질 기술로 생각했던 거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은 VR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가 '존 카맥'이 오큘러스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존 카맥은 3D게임 시장의 지평을 연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둠'을 만들면서 2D에 머물러 있던 대세가 3D가 되었고, 곧 3D 구동을 위한 비디오 카드 시장이 열렸죠. 그전까지, VR은 솔직히 뜬구름 잡는 소리였어요. 기반 산업이 바로 서지 못한 산업은 성공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존 카맥이 합류했고 기반 산업이 움직였죠.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한 OLED와 고해상도 미니 디스플레이가 꾸준히 연구되었고요. 이쯤 되니 우리도 VR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죠.

이후 사내에서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면서 각 팀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개발팀, 디자인, 아트 등등 각각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과 VR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부분에서 접근해야 할지를 논했죠. 여기서 나온 의문점과 질문들을 모아 직접 외국으로 향했어요. 오큘러스의 연구소와 밸브 VR 연구소, 그리고 소니의 연구소를 직접 찾아가서 이 질문들을 할 수 있었죠. 여기서 얻은 노하우와 지식을 모아 귀국했고, 즉시 사내에서 시연회를 열어 VR에 대한 개념과 노하우를 나누고 알렸어요. 이 과정에서만 6개월 정도가 걸렸죠."


▲ GDC 2015 당시 '존 카맥', 강연 주제는 '모바일 VR의 여명'

이렇게 모인 지식은 곧바로 R&D 과정으로 이어졌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조이시티는 딱히 새로운 플랫폼을 겁내지 않았다. 룰더스카이, 프리스타일, 그리고 콘솔로 진출한 3 on 3 프리스타일까지, 새로운 플랫폼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렇기에 VR 또한 가능하리란 기대를 품을 수 있었을 거다.

R&D 과정에서 생긴 고민은 또다시 해외 개발자들의 토론 주제가 되었다. 그다음 GDC 기간에, 김찬현 부장은 '어떻게 해야 지속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까'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현지 개발자들과의 대화는 두 가지 결론으로 좁혀졌다. 먼저, VR 콘텐츠가 활성화되려면 장기간 플레이해도 무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제자리에 서서 날아오는 오브젝트에 반응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이시티의 목표가 세워졌다. 못해도 15분 이상의 플레이가 가능하면서, 편한 자세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R&D가 시작되었고, '건쉽배틀2 VR'의 초기 기획이 시작되었다.

▲ 그렇게 '건쉽배틀2 VR'이 시작되었다.


■ '건쉽배틀2 VR' 완성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R&D 과정을 통해 김찬현 부장과 개발팀은 여러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다. VR 게임을 하면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현실에서의 자세와 VR 내에서 시점 간의 괴리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빌딩에서 낙하하는 콘텐츠를 하는데 누워 있는 자세로 플레이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하지만 VR 공간 내에서 나아가는 방향으로 10분의 1만 몸을 기울여도 몸이 착각하기 때문에 큰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건쉽배틀2 VR'의 경우 헬리콥터의 콕핏을 구현했기 때문에 시점 변화가 꽤 자주 이뤄지는 편이었다. 그러므로 이런 노하우가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발팀은 '이브 발키리'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플레이하면서 만족하지는 못했어요" 김찬현 부장이 말했다. '이브 발키리'는 예상보다 훨씬 어지러웠고, 시점을 고정해주는 오브젝트도 찾기 어려워 시선이 분산되었다. 생각보다 콕핏의 느낌을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았다. '드라이브클럽'같은 경우에도 멀미가 너무 심해서 악명이 높았듯이 말이다.

때문에 여러 노하우와는 별개로 이 미세한 수치를 조절하는 과정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몸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 말이다.

▲ 초기 VR 콘텐츠의 레퍼런스 격이었던 '이브 발키리'


"예전에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소니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소니의 요시다 슈헤이 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VR 게임에서 게임 컨트롤러의 '오른쪽 스틱'을 이동에 배정하게 되면 멀미를 피할 수가 없다." 이른바 '오른쪽 스틱의 저주'에요.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얻은 기술들을 통해 멀미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방법을 깨닫기 시작했고, 소니에 "오른쪽 스틱의 저주를 거의 해결한 것 같다"라고 말하니 요시다 슈헤이 대표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이시티 본사를 방문했죠. 물론 완성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요"

그렇게 '건쉽배틀2 VR'은 조금씩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 조이시티는 이 과정에서 다소 생소한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세 명의 프로듀서를 개발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김찬현 부장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게임에 관련된 사업적 부분과 개발 시스템을 담당했다. 일을 수행할 조직을 선정하고, 인력을 수급하며, 파트너쉽이나 보급이 필요한 모든 일에 관여했다.

다른 프로듀서는 또 다른 일을 맡았다. 한 명은 온전히 개발 과정에 전념해 개발팀을 이끌었고, 다른 한 명의 프로듀서는 시장을 조사하고 유저의 수요를 파악해 개발 지침을 지정했다. 게임이 성공하려면 유저의 요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향해 충족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 명의 프로듀서를 둔 이유도 그것이었다. 사업, 재정에 대한 부분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게임 하나에 관련된 모든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 'VR'이란 은하수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

그렇게 '건쉽배틀2 VR'은 '기어 VR'을 기반으로 하는 VR 슈팅 게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금은 '마인크래프트 VR'과 함께 스토어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다. 큰 대외적 관심을 끌지 못했던 그들만의 프로젝트였음을 감안하면 굉장히 놀라운 성과다. 오큘러스와의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오큘러스 스토어에 등록된 180여 종의 타이틀 중 1, 2위를 다툰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잠시 게임 자체에서 물러서 다른 질문을 던져 보았다. 현재 국내 VR 시장을 단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찬현 부장은 잠시 생각을 한 후 입을 열었다.

"3년 전부터 VR 콘텐츠를 개발해오다 보니 그간 변화해온 과정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2015년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VR을 한다고 하면 다들 헛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왜 하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당시 소니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VR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많은 국내 개발자분이 이를 들었는데도 그 중 VR을 시도하려는 분은 한 분도 안계셨죠.

하지만 2016년에 들어 여론이 많이 달라졌어요. 문제라면 2016년에 들어 VR에 진입한 국내 개발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이미 서구권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2년 전에 끝난 주제들이라는 거죠. 멀미 얘기 같은 거요. 그리고 모바일 붐을 겪고 온 개발자 분들이 많다 보니 기존의 모바일 어셋을 VR로 그대로 포팅하려는 시도가 많아요. 사실 저희도 해봤지만 VR 모바일 게임과 기존 모바일 게임은 기반부터 다르다고 생각해야 하거든요. 같은 게임이라도 처음부터 만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퍼포먼스 측면에서요.

2016년 말에서 지금에 이르다 보니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하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독자 콘텐츠가 상당히 많이 나와서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 갈 길이 멀었던 초기 VR 콘텐츠

콘텐츠 시장에 있어 김찬현 부장은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이 커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행착오야 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극복하느냐는 것. 그의 시선에서, VR 콘텐츠 시장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길을 닦는 중에 있었다.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 대다수 업계 인들은 희망의 메시지를 말하면서도 눈빛 이면에 불안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오히려 굉장히 희망적인 시선으로 시장을 보고 있었다. 많은 분이 걱정하는 '개인용 기기 보급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기 보급률이 낮다곤 하지만 사실 초기 스마트폰 보급 속도보다 현재 VR의 보급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에요. 서구권 시장에서는 꽤 많은 양의 개인용 VR HMD가 팔렸고, 아직 판매량이 발표되지 않은 PS VR도 정확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많은 양이 판매되었어요. 소니가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정도로 말이죠.

조급해서는 안 돼요. 스마트폰도 생필품이 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VR HMD는 이제 시장에 풀린 상황이에요. 벌써 기기 보급률을 신경 쓰는 건 조금 이른 걱정이죠. 중요한 건, 기반 산업이 탄탄하다는 거에요. VR 산업을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줄 기반 산업이 이미 완성되어 있고, 활발히 돌아가고 있어요. 아직은 피부로 와 닿지 않지만, 몇 년 후면 VR에 대해 이렇게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이 추억으로 남을 거에요."


▲ 스마트폰도 꽤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그는 '소비자의 인지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드웨어야 마음만 먹으면 구매할 수 있고, 보급 속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잠재 유저를 의미 있는 소비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돈값'하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이를 향한 소비가 패턴처럼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VR 스토어에는 돈보다 가치가 낮은 콘텐츠가 너무 많다고 말하며, 다양한 개발사들이 '콘텐츠의 창고'를 만드는 데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것은 VR을 모르는 유저도 혹할 만한 완성도 높은 콘텐츠이지, 'VR 체험존'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2015년에 이미 벌어졌던 일이에요. 수많은 VR체험존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대다수는 5분만 플레이해도 어지러운 콘텐츠들로 채워졌죠. 우물에 독을 타는 격이에요. HMD 개발사들은 이에 따른 소비자 계층의 부정적 인식을 방지하기 위해 통제에 나섰지만, 사실 중국은 통제가 통하는 나라가 아니니까요.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개발사들은 이미 1~2년 단위의 프로젝트에 들어갔어요. 사실 체험존에서 드러낸 콘텐츠들은 실험적 성격이 강할 뿐 그리 오랜 세월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아니거든요. 킬러 타이틀이라는 게 뿅 하고 솟아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많은 개발사가 전념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들이 완성되고,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면 아마 많은 것들이 바뀌겠죠"


▲ 이제야 조금씩 보이는 A급 VR 콘텐츠


■ 모두가 함께 열어야 하는 문

어쩌면 그가 있는 위치 때문에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VR에 뛰어들어 달리고 있는 주자 중 많은 사람이 VR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 불확실성 때문에 제대로 된 투자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VR 개발자들은 개발 그 자체에 집중할 수가 없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므로 BM을 함께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욕할 수는 없다. 돈이 있어야 개발도 할 수 있고,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합리한 과금 시스템과 수익 지향적인 모습 때문에 쌓여온 기존 게임업계에 대한 유저들의 불신은 '게임'이라는 단어를 타고 흘러 VR까지 이르렀다.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건만, 유저와 개발자 사이의 온도 차이가 생겨버렸다. 시작도 전에 벽이 생겨버렸다.

조이시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VR 콘텐츠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고,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었지만, 이 길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의 끝에서, 그가 한 말을 듣고 나서 그 또한 VR에 전념하는 다른 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희도 노력하겠지만, 다른 분들도 함께 하므로 VR 시장을 희망차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모두가 함께 열어야 할 문이니까요.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어요. 저희가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배울 수 있는 것. 모든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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