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코테 스튜디오의 자넷 브라운(Janet Brown)은 VR 게임 '라이브 인 컬러' 를 제작, 출시한 게임 개발자다. 그녀는 자신이 VR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면서 겪은 문제들을 개발자들과 공유하고자 했고, 그것이 바로 이번 강연, 'Teleportation and Locomotion from the Trenches: What Movement is Right for You(3차원에서의 순간이동과 이동방식 : 당신에게 맞는 이동방식은 무엇인가)' 다.

강연 이름처럼, 신흥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VR로 개발되는 게임들은 모두 공통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바로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어떻게 이동하도록 하는가다. VR은 그 특성상 유저가 보다 부자연스러움과 어지러움에 취약하고, 보다 현실적인 경험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VR은 태생적으로 플레이하는 공간의 제약이나 조작계의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은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누군가는 텔레포트를 쓰고, 누군가는 포탈을 쓰고, 혹은 아예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자넷 브라운은 이들 VR 게임에 쓰이는 이동방식들을 크게 6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들의 강점과 약점을 이야기했다. 또한 이런 이동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서서 어떤 이동방식이든 VR 게임을 훌륭하게 만들기 위한 팁도 잊지 않았다. 강연은 가독성을 위해 강연자가 직접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 아타코테 스튜디오 자넷 브라운(Janet Brown)



과연 무한한 자원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일단 최소한 우리는 아니다. 뭔가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직 6주의 시간이 있다고 해보자. 굉장히 제한된 자원 밖에 쓰지 못할 것이다.

VR 게임을 만드는 이들마다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이동방식(강연 내에서는 Locomotion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음)이다. VR에서 이동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그 제한된 공간에 있다. 대부분의 VR 유저들은 한 면이 4m 이내인 방 안에서 VR 게임을 한다. 때문에 텔레포트 방식을 사용하지만, 이는 어지럼증이나 부자연스러움을 유발하고 유저들에게 큰 반발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텔레포트를 포함한, 현실에서 불가능한 '마법' 같은 이동방식은 VR 게임에서 아주 흔하게 쓰인다. 실제로 전체 VR 게임 중 약 45%는 그러한 '마법' 의 이동방식을 사용했고, 42%는 아예 이동을 넣지 않았으며, 오직 그 나머지만이 다른 방법을 취했다. 그만큼 '마법'의 이동방식은 어쩔 수 없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RAW DATA'의 개발자들은 유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새로운, 다른 방법의 이동방식을 넣고자 했으나 개발 기간 등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인해 텔레포트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선 6가지 서로 다른 VR의 이동방식에 대해서 정의해보자. 3가지는 VR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되어온 전통적인 방식이고, 다른 3가지는 VR에서 새롭게 도입된 방식들이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조이스틱이다. 게이머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정말로 많이 쓰여온 방식이다. VR 게임 중에서는 '럭키스 테일' 을 생각해보자. 문제는 이 게임은 3인칭 시점에서 조이스틱을 통해 조종하는데, 시점 문제와 겹쳐 이게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시선과 몸의 움직임이 캐릭터의 움직임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러움과 부자연스러움, VR 멀미를 유발한다. 또한 이동속도도 제한되어 있고, 경직되어 있다.


다음은 탈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동차, 비행기, 말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브 발키리' 에 등장하는 우주선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그나마 VR 멀미에 대한 문제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실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테면 차를 타고 평야를 달리는데 지나치게 안정적이고 흔들림이 생기지 않거나, 우주를 날아다니는데도 대기권을 비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등.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부분도 제한적이다.

다음은 모션 트리거 방식이다. 요즘 아주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방식으로, 손을 움직이거나 발을 움직이는 등 신체 동작을 트래킹해서 게임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양손으로 벽을 타거나 조심스레 걷는 동작들을 정해진 입력 패턴에 따라 정해진 방법대로 해야하고, 우리가 평소에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는 절대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머리에는 매우 무거운 VR 헤드셋을 얹고 있고, 양손은 컨트롤러를 조종하느라 바쁘다. 매우 복잡하며, 입력과 헤드 트래킹 사이의 지연 문제도 있다.


그리고 다른 세가지는 VR 에서 새롭게 나온 방식들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들로, 첫번째는 앞서 언급한 '마법' 같은 방식이다. 텔레포트, 포탈 등이 모두 이에 포함된다. 특히 텔레포트가 많이 사용된다. 포인터로 땅을 지정하고 이동한다. '코스믹 트립' 은 포탈 방식의 한가지 예다. 바닥에서 포탈을 끌어 올려 만들고, 사용해 이동한다. 분명 만들 때 '이거 기가 막힌 아이디어야!' 라고 소리쳤을거다. 이 방식은 VR멀미 뿐만 아니라 부자연스러움, 비현실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또 하나는 플레이어가 직접 걷되, 이를 변용하는 것이다. 현실의 걷기와 가상공간의 걷기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실에서는 그저 일직선으로 걷고 있을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꺾어 들어간다거나, 현실보다 훨씬 빨리 멀리 걷도록 비례해서 속도를 높이거나, 방향 전환을 보다 정해진 방식대로 증폭한다거나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은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현실에서 아예 불가능한 방법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유저가 보지 못하는 공간을 이용해 속인다. 유저가 지나온 공간이 저절로 작아지고 다가오는 공간은 커져서 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하거나, 오브젝트를 기준으로 유저의 위치를 바꿀 수 있게 하거나, 유저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남은 방의 공간에 맞춰 게임 공간을 다시 조정하거나 하는 방식이다.


혹은, 아예 이러한 이동방식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시리어스 샘 VR' 이나 '틸트 브러쉬' 등이 그 예다. VR로의 개발을 선언한 '폴아웃4'는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동방식을 넣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동방식들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다른 부분도 고려해야만 한다. 플레이어가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동을 하고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올바른 피드백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럭키스 테일' 의 경우 오디오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수많은 텔레포트 사용 게임들의 레이저 포인터들도 그런 역할을 한다. 또 속도와 가속도의 관계를 보통의 게임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또 VR에서는 이동방식 자체가 게임이 될 수 있다. 공을 던지고 그 장소에 텔레포트해서 다시 공을 던지는 식으로 득점하는 게임이 존재한다. 그만큼 이동방식 자체가 게임의 내러티브와 게임 플레이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꼭 많은 플레이 테스트를 거치고,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이고자 하는 욕구를 고취시켜라. 사람들이 게임 세계를 탐험하며 돌아다니도록 하라. 그래야만 이동방식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게임 속 요소들이 단순히 OK 수준이 아닌 언제나 더 좋고 훌륭한 것으로 만들고자 해야 한다. VR은 여전히 낯설고 새로운 플랫폼이기에 유저들을 끌어들일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테스트를 할 때 꼭 2명 이상의 테스터를 써서, 한명은 플레이를 하고, 한명은 화면과 플레이하고 있는 테스터를 모두 지켜볼 수 있게 해라. 스크린과 플레이어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피드백이 가능하다.


테스트에 우선순위를 두고 실패하면 바로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요소들을 테스트할 수 있다. 언제나 퍼포먼스에 대한 고려를 염두에 두고, VR 멀미 또한 항상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게임 플레이의 내러티브가 살아있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라. 그렇다면 분명 좋은 VR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