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포지션은 무엇일까.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프로게이머들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누가 어떤 딜러를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만 보더라도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포지션을 변경한 템페스트 출신의 '다미-락다운-덕덕'부터 현 MVP 블랙의 '리셋-교차'까지 포지션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sCsC' 김승철이다. 메인 탱커에서 근접 암살자로, L5에서는 주로 메인 딜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김승철은 자신이 맡은 포지션에만 얽매이지 않고 가끔씩 '조커카드'로 근접 암살자를 활용해 팀 전략의 가짓 수를 더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두 암살자 포지션의 활약이 모두 뛰어나다는 것. 종잡을 수 없는 딜러 김승철의 활약상을 영상으로 살펴보자.

▲ 나한테 몰아줄만 하지? 극한의 피지컬 'sCsC' 트레이서

L5는 작년 블리즈컨 우승의 비결에 대해 '몰아주기 조합'을 잘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몰아주는 대상은 메인 딜러인 김승철인 경우가 많았다. 그를 대표할 만한 영웅으로 트레이서를 뽑을 수 있다. 칼을 갈고 온 MVP 블랙이 트레이서에게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해머 상사를 활용한 조합으로 김승철을 꺾어보려고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교전 활약과 피지컬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중앙 교전에서 L5가 패배하고 후퇴하는 상황. 김승철은 그 와중에 자신을 추격하는 상대를 끊어낼 기회를 정확히 노렸다. 만약 자신이 끊기면 패배의 스노우볼이 더욱 크게 굴러갈 수 있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슈퍼플레이로 제동을 걸어 기세를 자신의 팀으로 끌고 온 것이다. 메인 탱커를 하던 시절부터 상대의 기술을 안정적으로 피하는 무빙을 보여줬고, 원거리 암살자 포지션에서 김승철의 능력은 더욱 빛이 났다.

▲ 오랜 '뒤잡기' 경험을 자랑하는 김승철

이어진 2세트에서 김승철은 근접 암살자인 라그나로스를 꺼냈다. 제라툴-스랄과 같은 픽은 자신이 근접 암살자 역할을 할 때 충분히 해본 경험이 있기에 꺼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그나로스는 최신 영웅으로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완벽한 플레이를 해내기 힘들다.

김승철의 플레이는 다시 한번 눈에 띄었다. 한타가 벌어지는 상황, 어느 순간 뒤에서 나타난 라그나로스가 화산 심장부로 상대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했다. TNL 시절부터 히어로즈를 즐겨봤던 팬들이라면 비슷한 장면이 떠오를 수 있다. 바로, '뒤잡기 달인'이었던 김승철의 아서스. 그의 아서스는 탈것을 타고 '뚜벅이'의 한계를 극복했던 전장의 영웅이었다.

김승철은 자신의 경험까지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전략적 카드가 됐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김승철이 꺼낼 영웅이 '나쵸진' 박진수가 쓰는 것인지, '정하' 이정하가 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다채로운 영웅과 역할을 소화해낼지 역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