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트 베엄(Matt Boehm) 오버워치 애니메이터

올해 GDC 2017 애니메이션 부트캠프(Animation Bootcamp)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 애니메이터인 매트 베엄(Matt Boehm)이 연사로 참석했다. 그는 오버워치의 1인칭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에서 그러한 난관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했는지 강연을 통해 설명했다. 세션에 참석한 참관객들은 강연을 통해 오버워치 속 영웅들의 1인칭 애니메이션을 자세히 살펴보고, 어떤 노력과 디테일들이 숨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할 것"

"전장에서는 이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더 난잡하게 만들지 말자."

베엄은 강연을 시작하며 유저들이 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확하고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을 쏘고, 장전하는 모든 애니메이션 디테일에서 유저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요소는 제외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는 예시로 초기 단계의 위도우메이커 라이플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공개했다. 초기에는 비교적 커다란 위도우메이커의 소총이 플레이어의 시야를 가릴 수 있었기 때문에 작은 수정이 필요했고, 해당 변화는 솔져: 76의 펄스 소총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개발 단계에서 솔져는 오른손으로 소총을 장전했지만, 해당 모션은 유저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고, 결국 왼손을 사용해 장전하는 모션이 적용됐다.

▲ 프로토타입 버전의 솔져:76. 장전 시 오른손을 사용했다.


쉽게 확인하기 힘든 오버워치 속 '비주얼 트릭'

이번 세션에서는 오버워치 속 1인칭 애니메이션과 3인칭 애니메이션 렌더링의 차이점이 함께 공개됐다. 참관객들은 각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통해 1인칭으로 볼 때는 쉽게 확인할 수 없었던 비주얼 트릭들을 3인칭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3인칭 시점으로 보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망치를 휘두르는 라인하르트의 두 번째 일반 공격에서 그의 오른손이 왼손을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윈스턴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그의 왼쪽 팔이 3인칭으로 보면 절대로 땅에 닿지 않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 사실 윈스턴은 두 다리만 사용해서 이동한다

베엄은 라인하르트와 윈스턴이 가지는 이러한 비주얼 트릭을 직접 선보였고, 관객들은 많은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이외에도 참관객들은 겐지의 용검이 마치 고무처럼 길게 늘어지고, 통상 공격시 젠야타의 다리가 비정상적인 길이로 늘어나며, 맥크리의 리볼버는 크기가 큰 만큼 사격 시 생기는 반동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일부러 팔을 앞으로 더 뻗었다가 뒤로 당기는 모션을 취한다. 이러한 과장들은 오버워치의 1인칭 시점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추진력에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어떤 렌더링 기법이 활용됐는지 알 수 있는 예다.

▲ 겐지의 용검은 휘두르는 동작을 극대화하기 위해 길게 늘어난다

▲ 맥크리가 총을 발사하기 직전에 팔을 길게 뻗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디테일을 축적하여 영웅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다

각 영웅들의 애니메이션을 더 가까이 살펴보면,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성격과 신체적 특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마다 다르게 걷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겐지는 다른 영웅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만 상체는 조용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안정적인 자세로 달릴 수 있게 훈련받은 닌자라는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오른쪽 다리에 인공 부속품을 달고 있는 정크렛은 계속 절뚝거리며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버워치의 영웅들이 자신의 무기를 재장전하는 모습에도 각자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의 리더이자, 미국을 상징하는 영웅 '솔져:76'의 펄스 라이플은 재장전 시 클립이 튀어나오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반에 미국 보병들이 사용한 'M1 개런드(M1 Garand)' 소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또한, D.Va는 총을 회전시켜 빈 탄창을 버리는 모션을 취하는 것으로 오만한 프로 게이머의 개성을 표현했다. 로드호그는 재장선시 손 한가득 잡동사니를 총에 욱여넣는 것으로 그의 거친 스타일을 담았다.

베엄은 위와 같은 세부사항을 가능하면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유저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버워치의 성공을 뒷받침한 기둥

오버워치 영웅들의 단단한 정체성과 독특한 개성은 이미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GDC 2017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을 통해 베은 영웅들의 디테일에 어떠한 종류의 트릭들이 숨겨져 있는지 가감 없이 공개했다. 오버워치가 'FPS MOBA' 장르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때때로 우리가 놓치는 사소한 디테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