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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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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C2017] "지금까지 모든 VR은 불편했다" 안경 기자를 사로잡은 기기, LG VR

이명규(Sawual@inven.co.kr)

수많은 소식이 오가는 GDC 가 한창인 어느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넘쳐나는 VR 관련 소식과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의 이야기 사이에 소문이 하나 돌았다. 한국 대기업 한 곳에서 만든 새로운 VR 기기가 엄청나게 좋다는 것이었다. 소문을 들은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국 대기업 중에 모바일이 아닌 정식 VR 기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고? 많은 의문을 품었지만, 그 회사가 어디인지 듣고 나니 의문이 풀렸다. 그렇다. 바로 Life is Good, LG 였던 것이다.

GDC 현장에서 먼저 기회를 얻어 일명 LG VR을 먼저 체험해 본 외신들은 연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매체는 '지금까지 본 VR 중 최고의 제품' 이라고 했을 정도다. 정말 그런가? 기자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VR 이라면 우리의 삶을 바꿔줄 물건이 아닌가. '로보 리콜' 에서 시작해 'VR 카노조' 까지...


LG VR의 실체를 파악하고 체험해보기 위해 기자는 백방으로 발품을 팔았고, 결국 한국에 있는 동료 기자와 LG VR용 게임을 만든 게임 개발사 NR 스튜디오의 도움으로 드디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써본 HMD 중 가장 편안하다


사실 기자는 VR 헤드셋을 수도 없이 많이 써보았지만, VR을 할 때는 언제나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안경이었다. 일단 착용부터가 문제였다. 누군가는 아무런 어려움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기자는 일단 착용부터 난관이었다. 안경은 커다란 뿔테 안경이고, 머리 크기도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기자에게는 그 어떤 헤드셋도 편안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안경이 아예 들어가지도 않거나 안경을 끼고 쓰더라도 렌즈와 눈 사이에 갑갑하게 끼어 콧김에 뿌옇게 되기 일쑤였고, 밴드로 꽉 압박한 뒤통수는 아무리 밴드를 늘리고 또 늘려도 모든 혈류를 막아버릴 것처럼 조여왔다. 이쯤 되니 모든 VR 헤드셋이 잘못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냥 잘못 태어난 것일까 하는 고민 속에, 어쨌든 VR 기기들이 모두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때문에 LG VR을 처음 보았을 때에도 기자가 일말의 기대를 걸고 가장 먼저 주목한 부분은 착용이 얼마나 편안한지였다. 실제로 미리 살펴본 LG VR의 정보는 이것이 다른 헤드셋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다.

LG VR의 착용 방식은 다른 VR 헤드셋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오히려 비슷하다. 먼저 이마에 닿을 패드를 붙잡고, 뒤통수 부분에 닿을 플라스틱 밴드의 버튼을 눌러 길게 늘려 머리에 쓴다. 그리고 뒤통수 쪽 파트에 붙은 휠을 돌려 딱 맞도록 꽉 조이면 착용 끝이다.


한가지 특이점은 착용하게 되는 이 밴드와 영상을 보게 되는 부분이 따로 움직여서, 미리 밴드를 쓰고나서 스크린을 내려쓰면 되는 방식이다. 비행기 조종사 헬멧의 방식을 생각하면 편하다. 이 스크린은 위아래로 접히는 데다 눈에서부터의 거리를 꽤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또 안경을 쓰고도 아무런 걸림 없이 착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말보다는 사진으로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실제로 개발팀과 대화에서, LG VR 은 개발팀의 많은 이들이 안경 착용자들이기에 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착용자의 신체조건이 어떻든, 가장 자유롭게 조정을 할 수 있는 VR 기기였다.

▲ 이렇게 눌러 써서 (인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돈 마리넬리 교수)

▲ 밴드를 조여 딱 맞게 위치를 조정하고

▲ 내려 쓴 뒤, 거리를 조정하면 된다


떨어지는 것 없는 퍼포먼스

LG VR(개발자용 프로토타입) 상세 스펙
◆ 디스플레이 : 두 개의 3.64인치 OLED, 1440X1280, 90Hz
◆ 시야각 : 110도
◆ 가격 : 미정

이런 착용을 마치고 나서 불현듯 든 걱정은, 안경을 쓰게 하기 위해서 혹 성능을 타협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다른 VR 기기에 비해서는 안경을 위한 공간 때문에 스크린과의 눈의 거리가 적당히 있었고, 시야각이나 화질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을까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LG VR의 하드웨어는 느낌 면에서 기존의 VR 기기들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었다. 사실, 오히려 하드웨어의 스펙은 LG VR이 더 높은 편이다. 눈 하나당 한 개씩 두 개의 스크린을 사용하고, 각각의 해상도는 1440X1280 에 90Hz 로 작동한다. 시야각도 110도이니, 숫자로만 보면 HTC바이브나 오큘러스VR 보다 뛰어난 수치다.


헤드 트래킹의 경우도 여느 VR과 다를 바 없이 지연이나 부정확함을 느끼지 못했으며, 기존에 VR을 사용해왔던 감각 그대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 '인투더리듬' 플레이 영상

시연했던 게임은 NR스튜디오의 '인투더리듬' 으로, 드럼 셋으로 하는 리듬 게임이었다. NR스튜디오는 2013년 설립되어 십여 개의 VR 전용 게임 타이틀과 오프라인 VR 방탈출 카페를 개발하는 등 VR 분야에서 오랜 시간 자리 잡아 온 회사로, '인투더리듬' 역시 그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양손에 든 컨트롤러가 드럼스틱의 역할을 하며, 드럼 셋에 앉은 플레이어에게 날아드는 노트를 보고 각 드럼을 쳐 연주해야 한다. 이 게임은 LG VR 의 컨트롤러의 조작감과 잘 맞아 떨어져 상당한 손맛을 선사했다. VR에서 생길 수 있는 개인의 신체 조건에 따른 거리감의 차이 같은 문제는 게임 내에서 드럼의 높낮이를 조절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LG VR은 게임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회사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만들어낸 양산형 VR 과는 다른, HTC 바이브나 오큘러스VR 같은 메인스트림급 성능과 품질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종합적인 느낌도 조잡함 보다는 잘 맞추어진 깔끔한 느낌이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아쉬운 부분은 컨트롤러였는데, 우선 또 다른 스팀 VR인 HTC 바이브에서 이미 지적된 바 있는 너무 크고 균형이 위로 쏠려있는 문제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 바이브 컨트롤러의 각진 버전 같은 디자인은 기하학적이어서 멋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 크기와 어쩐지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덜했다.


VR을 원하는 안경맨들이여, 답은 여기에 있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성되어 있는 단계의 물건이었다. 스팀 VR에 충족되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제품인 HTC 바이브의 지나치게 무거운 무게, 불안한 무게중심, 착용의 불편함 등의 문제를 모조리 해결했다.


사실 VR 기기를 다룰 때, 사람들은 이것이 새로운 기술이며 아직 개발 초창기에 있는 물건임을 감안하여 그 사용의 편리성이나 마감품질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능만 괜찮다면 아직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VR 기기가 실제로 시장에서 판매되고 점점 사업으로서 자리 잡아 나가면서, 제품을 보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꿔나갈 필요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LG VR은 이런 사용자 친화도 면에서 지금까지의 VR 중 가장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퍼포먼스를 희생하지도 않았다. 가격은, 잘 모르겠다. 아직 프로토타입에 불과하긴 하지만, 한차례 개발 붐이 일은 이후 새로운 VR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난립하면서 소모전처럼 진행되던 VR 기기 시장의 경쟁에서 LG VR은 좋은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비록 안경 착용자가 아니더라도, LG VR은 시중의 VR 중에서 가장 착용자의 다양한 조건들(미간이 좁다든지, 이마가 튀어나와 있다든지 등)을 자유롭게 맞추어줄 수 있는 기기다.


아직 기자는 그 어떤 VR 기기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하나 구입해야 하고 LG VR이 시장에 정식 출시되었다면 가장 큰 후보로 고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시다시피, 안경을 쓰는 입장에서 안경은 단순히 눈을 더 잘 보이게 해주는 도구 정도가 아니다. 더 좋은 렌즈와 멋진 테를 고르기 위해 수십만 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바꿀 수도 없는 물건이다. 그런 안경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몇몇 유저들에게는 최고로 돋보이는 기기가 될 수도 있다.

아직 프로토타입인 만큼 출시 일정도 가격도 그 무엇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미 상당 부분 완성이 되어있기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해볼 만 하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에서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 개발자, 팬들에게 '한국엔 끝내주는 VR이 하나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저절로 국뽕을 치사량까지 들이마시게 되는 기기, LG VR. 그 발전을 기원한다.

▲ 비행기에 딱 수납되는 사이즈의 캐링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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