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터넷 개인 방송을 좋아합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봤으니, 10년 가까이 됐네요. 지금도 한가한 시간에 가장 많이 할애하는 것이 인터넷 게임 방송 시청입니다. 재밌는 입담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게임 화면은 가끔 저를 바보처럼 만들지만, 대부분 큰 만족감을 줍니다.

가장 큰 매력은 서로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집에서 혼자 시청해도 마치 친구 집에 놀러 가 같이 게임하는 것 같은 느낌요. 얼빠진 핀잔을 주고 받으며, 가끔 바보같이 웃기도 해요. 누군가 보면 저질인 이류 콘텐츠 같겠지만, 이게 진짜 인터넷 개인 방송입니다.

SKT T1 LoL 프로게임단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개인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손뼉을 치며 환영했습니다. 기자이기 전에 인터넷 개인 방송 매니아로서 무료한 저녁이 줄어들 것 같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생겼습니다. 일반인이 아닌 프로게이머들, 특히 최고의 실력과 인기를 가지고 있는 SKT T1의 선수들이 순하지 않은 인터넷 개인 방송에 쉽게 적응할 수 있냐는 것과 그들의 방송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괜한 기우였습니다. SKT T1 소속 선수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인터넷 개인 방송을 즐겼습니다. 그들이 방송을 시작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수 많은 인터넷 밈들을 창조했습니다. 선수들도 개인 방송에 대단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뱅' 배준식은 "방송에서 팬들이랑 소통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했습니다. '페이커' 이상혁, '울프' 이재완 등 팀원들 역시 개인 방송을 즐기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걱정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전망입니다. 2월 6일 SKT T1의 스트리밍 과정에서 콩두 컴퍼니의 미흡한 준비로 인해 SKT T1 선수단과 시청자, 팬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트리머와 시청자 간의 소통이 콩두가 준비한 것들로 인해서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에 있었습니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선수들의 날 것,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는데, 누군가에 의해 통제된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진짜 인터넷 개인 방송이 아닙니다. 녹화 방송과 다를 게 없는 것이죠.

하지만 약 한 달이 지난 3월 7일,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방송 화질이 안 좋아지고, 중간에 이상한 소음이 들리는 것은 사소한 문제죠. 팬들을 분노케 한 것은 누군가가 또 선수들의 개인 방송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 방송이라는 것은 오롯이 스트리머들이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화면을 송출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들과 대화합니다. 누군가, 또는 기업이 도와주는 것을 넘어 그 방송에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그 방송은 개인 방송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방송을 하는 주체가 최고의 게임단인 SKT T1의 선수들이잖아요.

그들이 경기력에 지장을 줄만한 1그램의 불편도 느껴선 안돼요. 그런데 SKT T1 프로게이머들은 올해 개인 방송에서만 두 번이나 타의로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즐거움을 느끼며 진행하고 있다는 개인방송에서 말입니다. 항상 즐거워야 하는 곳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당혹감과 불편함을 느꼈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e스포츠의 꽃은 프로게이머입니다. 경기장에서 어떠한 이슈로 진행이 끊기면, 관계자들은 프로게이머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삐 움직여 문제를 해결하곤 합니다. 원활한 진행이 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고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e스포츠에서 프로게이머가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겁니다.

콩두 컴퍼니나 누군가가 SKT T1 선수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 배급하는 것이나, 트위치와 함께 중국 스트리밍 플랫폼에 동시 송출하는데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선수들이 좋아하고 만족스러워하는 날 것의 방송을, 누군가 억지로 줄 세운 방송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에 화를 내는 것입니다. 그들을 마음대로 뛰놀게 놔두세요. 티라도 내지 말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