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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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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어디 가지? #1] 첫 VR로 안성맞춤! 홍대 '트릭아이 어드벤쳐'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 'VR 어디 가지?'는 매주 목요일, 전국 방방곡곡의 VR 매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VR. 쉽고 재미있게 체험해보고 싶으시다면 'VR 어디 가지?'를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3월 중순. 어느덧 봄이다. 옷 좀 얇게 입어볼까 하던 순간 내 뺨따귀를 후려갈긴 꽃샘추위도 물러간 지금. 밖으로 나가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하지만 핑계가 없다. 평일엔 일하고 주말엔 잠을 몰아 자는 직장인의 1주일 사이클을 수백 회 돌리고 나니 이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색할 지경이다.

하지만 기회는 만들면 된다. VR 시장의 현주소가 날 도와주었다. 전국 이곳저곳에 VR 관련 오프라인 매장이 쑥쑥 자라나고 있지만, 아직 대중에게 VR은 멀게만 느껴진다. 뭔가 어려울 것 같고, 굳이 해야 되나 싶고. 하지만 장담한다. 한번 해보면 달라진다. 문제는 첫 VR 체험이 엉망이 되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질 수도 있다는 거다.

당연하게도, 전국의 그 VR 매장들이 다 균일한 수준은 아니다. 어떤 곳은 정말 잘 만들어 둬서 몇 번을 가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몇 곳은 VR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기에 딱 좋은 곳이다. 생각이 들자마자 기획에 들어갔다. 음식점에 미슐랭 가이드가 있듯이, VR 체험존에도 뭔가 있을 수 있다. 매주 1회 VR 매장을 방문하고, 감상을 솔직하게 적는 코너. 'VR 어디 가지?'를 짜냈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난 이미 VR을 쓸 만큼 써본 몸. 아직 VR이라는 장비가 생소한 사람이 필요하다. VR을 접하지 못한 상태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 얼마 전 입사해 아직 직각 부동자세를 해체하지 못한 막내 기자를 끌고 가기로 했다. 목표도 정했다. 얼마 전 오픈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그곳. 홍대에 있는 '트릭아트 어드벤쳐'다.

그 막내 기자의 감상이 궁금하다면... [체험기] 생각과 다른데?! 어지러워도 재밌어! 첫 VR 체험기


■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 그럴 줄 알고 지도 가져왔습니다


▲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약 5분정도 걸으면 된다.

● 장소 정보

매장 이름: 트릭아이 어드벤쳐
주소: 서울시 마포구 홍익로3길 20 서교프라자 지하2층 트릭아이뮤지엄 내
요금: 1인 2만원, 2인 3만원(시간 무제한), 그 외 코스별 별도 요금 제도 존재
영업 시간: 9:30 AM ~ 8:30 PM
운영 주체: 히트 VR


조금 늦은 아침, 홍대입구역에 도착했다. 내 젊음의 한 조각을 차지하는 공간. 지금 돌아다니기엔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별 상관없다. 난 일하러 온 거니까. 먼저 온 막내 기자를 데리고 곧장 매장으로 향했다. '트릭아이 어드벤처'는 '트릭아이 뮤지엄'에 달린 일종의 부속 코너다. 트릭아이 뮤지엄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며 바로 위층인 지하 1층에는 '러브 뮤지엄'이라는 야릇한 공간도 있다. 젊은 연인이라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다. 하지만 우린 러브 뮤지엄 따윈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곧장 지하 2층으로 내달렸다.

▲ 오른쪽의 지하 입구로 들어가면 된다. 찾기 어렵지 않다.

매장만 봐서는 사실 조금 꺼려지는 모습이긴 하다. 마치 세계 방방곡곡의 무언가를 어색하게 발라둔 듯한 모습. 마치 90년대 초에 세워져 녹이 슨 채 폐장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유원지를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겉모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이는 '트릭아이 뮤지엄'의 모습일 뿐, 우리가 방문할 '트릭아이 어드벤쳐'는 별도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매장이 가까워지자 막내 기자는 살짝 겁을 먹었다. 생전 단 한 번도 VR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미지에서 오는 공포가 있나 보다. "저 토할지도 몰라요" 라는 말에 "내 옷에만 안 하면 돼"라고 대답해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매장 입구에는 AR 미술관의 매표소가 존재한다. 자칫 착각하기 쉬운 구조인데, 사실 AR 미술관은 따로 입장권을 끊을 필요가 없다. VR 체험존인 '트릭아이 어드벤쳐'는 내부에 별도의 매표소가 있다. 하지만 AR 미술관에서 VR 체험존으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에 코스로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

▲ 조금 기괴해 보이는 입구. 조금 쫄았다.

그렇게 매장으로 들어섰다. 요금은 1인당 2만 원.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명이 같은 표를 끊으면 합쳐서 3만 원이면 표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매장을 방문하면서 돈을 아끼고자 한다면 친한 친구나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방문하자. 그럴 리 없겠지만, 같이 가 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지금이라도 동아리 활동이나 동호회 등에 가입하면서 본인의 인간관계를 고찰하도록 하자. 나 역시 위험했다. 막내를 데려와서 다행이다. 표를 사면 HMD 착용 전에 쓰는 위생 밴드와 팔찌식 입장권을 준다.



■ 한 번 들이대 보자 -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가장 구석에 있는 코너로 향했다. '몬스터 VR'에서 개발한 'VR 큐브'가 두 곳 설치되어 있다. 'VR 큐브'는 말 그대로 큐브 형태의 공간에 여러 명의 사람이 함께 들어가서 즐기는 형태다. 각각 큐브에는 높은 평가를 받은 VR 리듬 게임인 '오디오 쉴드'와 GPM에서 직접 개발한 슈팅 게임인 '좀비 서바이벌'이 있다. '오디오 쉴드'같은 경우 케이팝을 음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노래에 고통받을 필요 없이 무리 없이 신 나게 즐길 수 있다.

▲ 신났다

생전 처음 즐겨보는 VR임에도 반응이 무척 좋다. 아무래도 홍보 활동이나 좋게좋게 잘 해보려는 의도 없이 완전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HMD를 씌운 것이다 보니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걱정과 다르게 그 순간을 진짜 즐기고 있었다. 표정만 봐도 보이지 않나.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디오 쉴드'는 진짜배기다.

개인적으로 '트릭아이 어드벤처'를 방문하게 된다면 가장 첫 순서로 이 'VR 큐브'를 체험할 것을 추천한다. VR 큐브는 탑승식 어트랙션이나 4D 방식이 아닌, 정통에 가까운 VR 콘텐츠를 소개하기 때문에 가장 쉽고 빠르게 VR이 어떤 느낌인지 전달받을 수 있다. '오디오 쉴드'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좀비 서바이벌'도 즐겁게 즐길 수 있다. 막내 기자는 겁을 냈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니 침착하게 1좀비 2총알의 법칙을 유지하며 확인 사살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 좀비는 싫다고 하는걸 억지로 시켜 보았다. 존 윅이 따로 없었다.

VR 큐브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른 코스에 도전했다. VR 큐브 외 다른 콘텐츠는 대부분 탑승형 어트랙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버디 킹 랜드'라는 이름의 2인승 어트랙션. 정확히 두 명만 들어갈 수 있다. 보고 나니 다시 한 번 막내 기자를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걸 혼자 타면 밤에 이불 꽤 찰 것 같았다.

내용은 무난하지만 재미있다. 깐깐징어같이 생긴 이상한 캐릭터가 되어 오토바이에 탄 채 햄버거를 훔쳐간 새를 따라가는 내용인데, 처음에는 흥겹게 타다가 빌딩 크기의 괴조를 만나고 칼날과 도끼날이 날아다니는 코스를 지나다 보면 '그냥 버거를 새로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 생각을 한 게 아니었는지, 옆에서 타던 막내 기자도 "왜 버거를 새로 안 사고 이 난리를 치는 걸까요?"라며 현실적인 의문을 제시했다.

▲ 흔들림이 꽤 격렬한 편이다

다음 코스는 바로 옆에 있는 '탑 불칸'이름의 어트랙션. 사실 이 쪽은 VR이라기보다는 체감형 어트랙션에 가깝다. 두 개의 조종간이 있고 좁은 콕핏 내에 나란히 앉게 되는데,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조금 좁을 수도 있다. 내 키는 평범하게 큰 축에 속하는데(182 정도 된다.) 다리를 집어넣을 공간이 없어서 한쪽 발은 밖으로 빼고 있었다.

어트랙션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조종간을 조작해 날아다니는 적들을 쏴서 맞추면 된다. 타임 크라이시스나 버추얼 캅 같은 건슈팅 게임이라 보면 된다. 유의할 사항은 조종간을 조작할 때 조준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트랙션 전체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좌우는 360도, 상하로도 90도 이상 회전하기 때문에 자칫 격하게 조작하다간 하늘을 보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조작은 두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하게 되는데, 막내 기자는 썩 조작에 능숙한 편이 아니었다. 허리 디스크가 도질 뻔 했다.

▲ 조종 담당이 패닉에 빠지면 몸이 아플 수도 있다.

맞은편에는 더 멋져 보이는 어트랙션이 있다. 딱 봐도 "이것은 래프팅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고무보트. 여섯 명이 함께 탈 수 있고 각 자리에는 VIVE가 한 대씩 놓여 있다. 물론 우린 둘밖에 없었고, 평일 오전이라는 기막힌 타이밍이 겹쳐 매장 전체에도 우리 둘뿐이었던지라 둘이서 탈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는 예상한 대로 정글을 무대로 한 레프팅. 중간에 악어니 늑대니 여러 짐승 친구들이 함께한다. 어트랙션을 탑승하면 마치 외화에서 주인공 친구 역할을 할듯한 목소리의 성우분이 연기를 시작하는데 이게 재미 포인트다. 처음에는 '목소리 없는 것이 낫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워낙 목소리 톤이 컬트적이라 듣다 보면 다음 대사가 너무나 궁금하다. "오...오오! 폭포다 폭포! 우어어어어어---!" 부분은 꼭 들어야 할 포인트다. 다만, 보트 움직임이 영상보다 조금 약한 편이다 보니 어지럼증이 날 수도 있다. 영상에서는 폭포에서만 4~5번 정도 떨어진다. 아니 말이 폭포지 실제였으면 그만큼 죽었다.

▲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코스 자체보다 음성에 더 빠져든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내가 소개하지 않은 어트랙션도 더 있다. 근데 왜 설명 하지 않느냐고? 내가 다 설명해버리면 찾아가는 재미가 없지 않나. 남은 코스는 직접 체험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 점수를 매기자면? - ★★★★ 4/5

정리해보자. '트릭아이 어드벤쳐'는 지금껏 다녀본 VR 체험존중에서도 꽤 높은 수준의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과 연계성. 홍대 입구에서도 가장 북적대는 서교동 골목길 안에 있기 때문에 마음 내키면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다. 그뿐이랴, 트릭아이 뮤지엄을 비롯해 여러 시설이 함께 위치하기 때문에 굳이 VR만 하려고 갈 필요가 없다. 가는 김에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VR도 하면 된다.

장소 구성도 좋은 편이다. 지금껏 여러 VR 체험공간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문제는 '이 공간이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어느 곳은 너무 깔끔하게 꾸며둔 채 VR HMD만 덜렁 놓아두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암막을 친 채 주변과 완전히 단절해 둔다. 놀러 오는 곳인지, 혹은 사회 실험이나 IT 관련 체험을 하려고 온 곳인지 혼동되곤 한다.

▲ 딱 봐도 놀라고 만들어 둔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트릭아이 어드벤쳐'는 VR이 가지는 실험적 이미지와 '기술적 첨단'이라는 느낌을 소거한 채 오로지 '엔터테인먼트'라는 목적에 충실했다. 그러므로 누가 봐도 '이곳은 노는 곳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VR을 체험하는 과정을 더욱 즐겁게 즐길 힘이 된다. 사실 다른 곳에서 체험할 때는 '잘못 다루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하곤 했으니 말이다.

콘텐츠도 좋다. 물론 100% 만족할만한 엄청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VR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구성이라 하기 충분하다. 격렬한 정도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3D 멀미가 있는 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나와 함께 간 막내 기자도 3D 울렁증이 있지만, '그렇게 어지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래서 추천하느냐고? 물론이다. 필요한 건 함께 갈 친구나 연인이면 된다. 마침 주변에 야릇한 곳이 많으니 사랑과 우정 사이의 누군가라면 더 재미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당사자는 아닐 수도 있지만... 요금이 제법 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재 다른 나라의 VR 체험존은 이보다 2~3배가량의 금액을 내야 한다. 나중에 시장이 안정되면 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적당히 착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VR 아직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한번 가보자. 이왕이면 끼니는 거르고 가자. 어지럼증은 늘 개인차가 있으니 말이다.

▲ 그와중 막내 기자는 운영 주체인 '히트 VR'의 팀장님에게 또 끌려가서 HMD를 썼다.

아! 하나 더! 근처에 끝내주는 국물을 내주는 면요릿집들이 많다. 어지러워서 속이 더부룩하면 국물로 씻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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