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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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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계를 깨고 세계 최강이 된 사나이! 대기만성 전태양

이시훈 기자 (Maloo@inven.co.kr)
많은 프로게이머가 각자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실제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프로게이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프로게이머는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우승권' 선수와 '비 우승권' 선수로 나뉘게 된다. 이렇게 한번 정해져 버린 한계를 깨뜨리고 '비 우승권' 선수가 '우승권' 선수로 탈바꿈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전태양은 '견제만 잘하는 선수'라는 혹평을 받으며 우승권과는 오랜 세월 동안 인연이 없었다. 10년 동안 뚜렷하게 이룬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한계가 정해졌다고 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그는 다시 태어났다.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으로 그가 이룬 성과를 전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프로게이머로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을 전태양은 3개월 동안 두 번이나 쌓아 올렸다.




10년 노력의 결실을 이루다

전태양은 WESG와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2017년에만 3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었다. 10년 노력의 결실을 맺은 전태양, 누구보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10년 동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큰 대회의 우승 경력이 없었어요. 5년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저는 영원히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죠. 주변에서도 그저 그런 게이머로 남다가 은퇴할 거라는 예측을 많이 했거든요. 스스로 대기만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성과가 나와서 기쁘고 스스로가 대견스러웠습니다."

전태양은 WESG가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그는 대회가 시작하기 두 달 전부터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WESG 본선 무대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전태양과 조성주 두 명, 전태양은 연습량의 80%를 조성주에게 맞췄고, 과거 kt 롤스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짝지' 정지훈이 그의 스파링 파트너가 됐다.

"평소처럼 연습한 수준을 넘어서 집 밖에 안 나가고 연습만 했어요. 무조건 우승한다는 생각이었죠. 프로리그 결승전 준비할 때처럼 연습했어요. 노력의 보상을 받은 것 같아요. 당연히 성주가 가장 신경 쓰였죠. 연습 시간의 80% 이상을 테란전 연습에 몰두했어요. '짝지' 형이 두 달 동안 하루에 10 게임 정도씩 연습을 도와줬어요. '짝지' 형에게 정말 고마워요."

체계적인 연습실 환경에 익숙한 프로게이머가 집에서 효율적인 연습이 과연 가능할지 궁금했다. 전태양은 "연습생이나 아마추어는 보고 배울 것이 많아서 체계적인 연습실 환경이 필요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스스로 편하게 연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연습 방법을 찾아서일까? 그는 WESG를 우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EM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권위 있는 대회에서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너무 기뻤어요. 성욱이 형이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멋있게 트로피 키스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트로피가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표정관리가 안 됐어요. 완전 억지웃음이 나와버렸죠. (웃음)"




좌절을 이겨내고, 자기만의 색(色)을 찾아가다

전태양도 대부분 프로게이머와 마찬가지로 좌절과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은퇴하지 않은 현역 프로게이머 중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선수로 남아있는 전태양. 그는 어떻게 힘든 시기를 극복했을까?

"2015년이었을 거예요. 팀에 '이름을 언급해선 안 될 그 선수'가 들어오면서 제가 설자리가 없었어요. 프로리그 한 경기 출전 선수가 네 명이었는데, 제가 다섯 번째 카드였거든요. 개인 리그 성적도 안 좋아서 계속 방황했어요. 시즌 중반에 게임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남아있는 경기를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게 됐어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부스에 들어가자 긴장이 전혀 되지 않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대회에서 긴장하지 않는 법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경기가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긴장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한계를 돌파한 전태양, 하지만 그런 전태양이 최근에 가장 크게 긴장했던 순간이 있었다. 조성주와 펼쳤던 WESG 결승전 마지막 7세트, 한 판으로 20만 달러 상금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한 세트에 1억이 걸렸다고 생각하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성주도 분명 긴장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먼저 실수하는 쪽이 진다. 절대 실수하지 말자.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7세트를 준비했어요. 성주가 중요한 순간에 지뢰를 밟더라고요. 그래서 쉽게 이길 수 있었어요."

스타1부터 시작해서 스타2로 이어지는 10년의 세월 동안 전태양의 스타일은 한결같았다. '견제를 잘하는 선수'. 그러나 뛰어난 견제를 받쳐줄 만큼 그의 기본기와 운영은 완벽하지 않았다. 견제를 통해서 큰 이득을 거둬도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전태양은 자신에게 없었던 '단단함'이라는 무기를 찾게 됐다. 이제 전태양의 경기를 보면 전태양이 보인다. '빠르고 단단한 테란'.

"예전에는 상대의 플레이에 불안해하면서 경기를 했어요. '빌드가 맞물리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신경 쓰니까 불안감 때문에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많이 졌어요. 은퇴를 고민했던 시기에 특히 많이 졌죠. 긴장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빌드가 맞물리면 지고, 아니면 내가 이긴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더니 경기가 잘 됐어요. 빌드가 맞물려서 불리해지더라도, 멘탈이 깨지지 않아서 역전하는 경우가 많이 나왔어요."




온실 속 화초에서 들판의 야생화로

오랫동안 팀에 소속된 선수로 활동했던 전태양은 어느덧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무소속 선수가 됐다. 온실에서 나와 낯선 환경에 처음 들어왔을 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태양은 누구보다 빠르게 야생에 적응했다. 동시에 효율적으로 연습 시간을 배분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그는 말했다.

"예전에는 코칭스태프에게 모든 것을 관리받으면서 지냈어요. 이제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죠.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사실 대회 욕심이 많아서 무작정 많은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컨디션만 망치고 성적은 성적대로 나오지 않았죠. 이제는 나가고 싶고 잘할 수 있는 대회만 신중하게 선택해서 효율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무소속이 된 전태양은 최근에 개인 방송을 시작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전태양은 개인 방송을 통해서 팬층을 더욱 늘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 방송과 연습은 철저하게 차별화하고 있었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개인 방송을 할 땐 연습이 잘 안 되더라고요. 누가 옆에서 지켜보면 신경 쓰이는 그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방송은 연습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시청자들과 재밌게 소통하면서 손을 푸는 용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성향의 차이 같아요. 방송을 연습처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베테랑 프로게이머 전태양의 도전

이제 현역으로 활동하는 스타2 프로게이머 중에서 전태양보다 프로게이머 경력이 오래된 선수는 없다. 어엿한 최고참 베테랑이 된 전태양. '대기만성'을 이룬 전태양은 예전의 자신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때로는 성적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잘 나올 수 있어요. 부진의 시간이 길어지면 대부분의 게이머가 은퇴를 고민해요. 또래들은 대학교에 다니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럴 때마다 한 번만 더 자신을 믿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 스타2 선수로서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고 그는 말한다. 전태양, 그는 앞으로 어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을까? 답은 정말 간단했다. '프로'는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고, 성적에 따른 결과물로 '상금'을 얻는다. 전태양은 '프로' 그 자체였다.

"스타1 최강자를 물어보면 대부분 영호 형을 떠올리듯 스타2 최강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저의 이름이 바로 나올 수 있도록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스타2 선수 중에서 상금 1위가 장민철 선수인데, 제가 남은 게이머 생활 동안 스타2 상금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제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태양은 최근 다시 커지고 있는 스타2 판을 보면서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항상 노력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태양이라는 스타2 프로게이머가 있기에 스타2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스타2 리그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블리자드와 많은 방송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우승을 크게 기뻐하며 축하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연습 때문에 팬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앞으로 팬분들과 소통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사진 : 남기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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