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와 함께 하슬라로 떨어진다.
3월 5일, 크루세이더퀘스트는 대만 유저 간담회를 통해 인기 리듬 게임 'DEEMO(이하 디모)'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발표했습니다. 그와 함께 최초로 공개된 영상에선 원작의 등장인물인 소녀와 디모, 그리고 가면 쓴 여자아이가 모두 크루세이더퀘스트 고유의 픽셀 아트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죠.
크루세이더퀘스트는 지난 길티기어나 KOF '98 등 유명 IP와의 콜라보에서 높은 퀄리티와 세세한 원작 재현을 선보였던 만큼, 이번 디모와의 콜라보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용사 출시는 물론 원작의 리듬 게임 방식을 크루세이더퀘스트식으로 재해석해 구현했다는 소식도 공개되면서 유저들의 기대는 점점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9일의 업데이트로 소녀와 디모는 하슬라에 도착합니다. 소녀, 디모, 가면 쓴 여자아이의 퀄리티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고, 던전이나 소품, 진행 방식 등 다양한 부분에서도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며 알아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모르거나 플레이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쉽사리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이에 크루세이더퀘스트에 찾아온 디모의 이모저모를 정리했습니다.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잘 구현되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봅시다.
얼핏 간단히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간담회 자리에서 처음 공개된 공식 영상은 기존의 길티기어나 KOF '98의 경우처럼 단순한 홍보 영상이 아닙니다. 소녀와 디모가 어떻게 하슬라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과 크루세이더퀘스트에 등장할 디모 던전에 대한 암시를 겸하기 때문입니다.
영상을 통해 원작에서도 소녀와 디모에게 적대적인 입장의 가면 쓴 여자아이가 준 책을 펼쳐 하슬라로 떨어지게 되었으며, 하슬라에서도 가면 쓴 여자아이의 방해가 계속될 것이란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원작 디모의 스토리 개연성을 그대로 살리려는 노력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또한, 영상의 백미는 바로 배경 음악입니다. 소녀와 디모가 하슬라로 떨어지는 것을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때, 전반부에선 주로 디모 특유의 피아노곡이 흐르고 후반부에선 크루세이더퀘스트 특유의 레트로 스타일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스타일이 다른 두 곡이 교차되는 장면에선 원작 일러스트로 표현된 소녀와 디모가 크루세이더퀘스트 스타일의 픽셀 아트로 전환되는 연출로 극적인 효과를 더했습니다.
영상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피면 전반부에서도 크루세이더퀘스트와 관련된 부분이 등장하는 구간에선 레트로 스타일의 음악이 섞여 나온다는 것도 관찰할 수 있어요.
영상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가면 쓴 여자아이에 의해 하슬라로 떨어진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그런 소녀를 지켜보던 디모는 피아노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소녀에게 피아노가 있음을 알리며 달래는 모습이 이어집니다. 원작의 피아노처럼 음악을 연주해 나무를 성장시키려는 디모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되찾게 됩니다. 장면은 전환되어 피아노를 치는 디모의 주위를 소녀가 즐겁게 뛰노는 모습이 등장한 뒤 콜라보레이션 로고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콜라보레이션 로고가 나타나는 장면을 제외한 부분들은 원작 디모의 컷신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먼저 눈물을 흘리는 소녀를 디모가 달래는 장면은 'I Miss My Home', 피아노를 연주하면 나무가 성장한다는 내용이 등장하는 장면은 'Budding', 피아노를 치는 디모의 주위를 소녀가 뛰노는 장면은 'Blossom'에 대응합니다. 소녀가 어딘가로 떨어진다는 내용은 'Falling Girl'과 유사하지만, 원작과 달리 디모와 함께 떨어지며, 소녀를 디모가 받아내는 내용이 없습니다.
영상 말미, 로고가 지나간 뒤에 등장하는 가면 쓴 여자아이의 일은 크루세이더퀘스트에 등장하는 디모 던전을 암시합니다. 가면 쓴 여자아이를 닮은 빨강, 파랑, 녹색의 무언가가 나타나고 그것을 이용해 소녀와 디모의 방해를 다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크루세이더퀘스트에 등장한 디모 던전은 원작의 리듬 게임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가는 빨강, 파랑, 녹색의 무언가(=노트)를 음악에 맞춰 블록을 눌러 막아내는 구조입니다.
크루세이더퀘스트에 등장한 디모 던전의 구성 역시 원작을 충실히 구현해낸 모습입니다. 우선 나무를 20M까지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표는 디모의 1차 엔딩까지의 흐름과 같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면 나무가 점차 성장한다는 원작의 방식은, 리듬 게임의 형태로 구현된 디모 콜라보 던전을 플레이할수록 나무가 성장한다는 방식으로 재현되었습니다.
물론 피아노를 연주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원작에서는 이 부분이 리듬 게임을 플레이하는 구간이며 내려오는 노트에 맞춰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이죠. 크루세이더퀘스트에서는 자신들의 게임 내에서 리듬 게임 부분을 재현함과 동시에 가면 쓴 여자아이에게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디모를 지켜낸다는 설정이 더해졌습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등장하는 빨강, 파랑, 녹색의 무언가가 노트의 역할을 하고, 용사단장은 디모를 지키기 위해 알맞은 타이밍에 블록을 눌러 그들을 저지해야 합니다.
곡마다 볼 수 있는 일러스트는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루세이더퀘스트의 콜라보 던전에서는 Reflection(Mirror Night), Wings of Piano, Saika, Evolution Era 등 총 4개의 곡을 연주할 수 있는데요. 곡을 선택하면 그에 해당하는 원작 일러스트를 그대로 볼 수 있죠. 해당 곡들은 원작의 'Deemo's Collection Vol.1 A, B'에서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곡을 선택해 입장하는 던전의 내부에서도 원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디모와 가면 쓴 여자아이의 도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시작할 때 등장하는 'READY'의 모습은 크기만 다를 뿐 원작의 그것과 같습니다. 블록을 누르는 곳 바로 위에는 진행 상황이 표시되는 바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원작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죠. 노트에 해당하는 빨강, 파랑, 녹색의 무언가를 저지하면 등장하는 나무 모양의 재화는 원작에서 곡을 클리어하면 볼 수 있는 나무의 성장 정도를 나타내는 마크이기도 합니다.
디모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인 음악 기호 '8분 쉼표'는 원작의 포즈(Pause) 버튼에 해당하는 마크와 같네요. 던전 메인 화면에서 피아노나 소녀를 터치하면 대사를 볼 수 있는 것도 재현되었습니다. 크루세이더퀘스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무의 성장 정도에 따라 소녀가 말하는 대사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 [바로가기] 디모 구간별 대사모음 by 팜시벳
끝으로 나무를 20M까지 성장시키면 크루세이더퀘스트에서의 디모 던전은 엔딩을 맞이합니다. 원작 디모도 1차 엔딩은 여기까지였죠. 끝까지 자란 나무가 빛나고, 소녀와 디모는 자신들을 도와준 용사단장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빛에 휩싸이며 사라집니다.
해당 컷씬에서 등장하는 용사단장 캐릭터는 20M 달성 시의 리더로 지정했던 용사가 등장합니다. 여담으로, 여기서 리더를 용사로 획득했던 소녀로 지정하면 흥미로운 연출이 가능합니다. 특히 원작 디모의 엔딩을 끝까지 본 유저라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기죠. 더욱 자세히 말하면 디모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작을 끝까지 클리어한 뒤 다시 한번 보는 것을 권합니다.
콜라보레이션 한정 용사로 획득하는 소녀도 외형부터 스킬 이펙트, 코스튬까지 다양한 곳에서 원작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소녀의 기본 외형은 두말할 것 없이 원작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초월 무기로 등장하는 '낡은 고양이 인형'은 원작의 처음 피아노가 등장하는 곳 오른쪽 방에서 만날 수 있는 소품 중 하나이며, 특히 원작의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하면 더욱 애착 가는 물건이기도 하죠.
소녀의 스킬 이름은 모두 원작의 곡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면 그에 해당하는 곡의 커버 일러스트가 이펙트로 등장합니다. 1체인과 2체인, 3체인의 스킬 및 이펙트가 모두 다르며 6성 초월 무기를 착용하면 초월 이펙트가 추가되어 총 4종류의 이펙트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록 스킬의 이펙트들은 초월 무기를 착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이펙트가 다릅니다. 초월 무기를 착용하면 디모와 소녀가 함께 등장하지만, 착용하지 않으면 디모의 모습이 쏙 빠진 소녀의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1체인에 쓰인 곡은 Friction입니다. 원작의 유료 콜렉션인 'Rayark selection Vol.2'에서 만날 수 있는 곡이며, 해당 콜렉션의 커버 일러스트이기도 합니다. 초월 무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소녀가 1체인을 사용하면 해당 일러스트의 복장을 한 디모와 소녀가 등장해, 서로 칼을 겨눈 원작 일러스트와 달리 적을 향해 찌르기를 날립니다. 초월 무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소녀 홀로 적을 공격합니다.
2체인은 Utopiosphere & Reverse Parallel Universe입니다. 서로 다른 곡인 Utopiosphere와 Reverse Parallel Universe 두 가지 곡이 하나의 이름으로 엮였습니다. 두 곡의 일러스트가 하나로 이어지는 형태이기도 하며, 곡의 커버 일러스트에선 Utopiosphere는 소녀만, Reverse Parallel Universe는 디모만 등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원작에서 해당 곡들이 수록된 콜렉션은 'Deemo's Collection Vol.1 A'입니다.
초월 무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소녀가 2체인을 사용하면 Reverse Parallel Universe의 커버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디모 뒤의 시계와 비슷한 형태의 둥근 시계를 소환해 공격하며, 뒤이어 같은 Reverse Parallel Universe의 커버 일러스트와 같은 모습의 디모가 등장해 칼을 내리칩니다. 초월 무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소녀가 둥근 시계를 소환하는 시점에서 공격이 끝납니다.
3체인은 I hate to tell you & Entrance 두 곡이 쓰였습니다. I hate to tell you는 검은색 기조의 복장을 하고 검은색 우산을 쓴 소녀의 모습이, Entrance에선 악마처럼 날개가 돋아난 디모의 모습이 커버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습니다. 원작에서 I hate to tell you는 'Deemo's Collection Vol.1 A', Entrance는 'Deemo's Collection Vol.1 B'에서 연주할 수 있어요.
초월 무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소녀가 3체인을 사용하면 소녀가 공중에서 I hate to tell you의 복장을 한 채로 나타납니다. 커버 일러스트처럼 우산 그늘에 가려져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점도 세세하게 구현된 모습입니다. 소녀의 바로 뒤에는 Entrance의 커버 일러스트 복장을 그대로 재현한 디모가 나타나 손을 휘둘러 적을 공격합니다.
그 직후 소녀의 주변에 묘한 구체가 생기는데요. 스킬에서 설명되진 않았지만, Electron의 커버 일러스트에서 볼 수 있는 구체와 흡사합니다. 역시 초월 무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디모가 등장하는 부분은 쏙 빠진 이펙트를 볼 수 있습니다.
초월 이펙트 MAGNOLIA는 초월 무기를 착용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원작 'Deemo's Collection Vol.1 B'에 수록된 MAGNOLIA는 국내 작곡가 M2U가 쓴 곡이며, 컷씬 'Blossom' 이후 자동으로 해금되는 초기 버전의 보스곡이기도 했죠.
초월 무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조건을 만족하면 소녀의 위에 MAGNOLIA의 커버 일러스트가 재현됩니다. 빛을 품은 소녀의 모습과 밤하늘을 수놓은 듯한 옷자락, 날카롭게 솟아난 기둥, 아래 피어난 목련까지 크루세이더퀘스트식 도트로 잘 구현된 모습이에요.
디모 콜라보레이션과 함께 추가된 세일러복 소녀, 수려한 꽃의 소녀, 이별의 왈츠 소녀 등 코스튬 3종 역시 스킬 이펙트와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곡들의 커버 일러스트입니다. 세일러복 소녀는 Invite, 수려한 꽃의 소녀는 크루세이더퀘스트에도 등장한 Saika, 이별의 왈츠 소녀는 Farewell Waltz에 해당합니다.
원작에서 Invite와 Saika는 'Deemo's Collection Vol.1 A, B'에 등장하는 만큼 비교적 간단히 찾을 수 있지만, Farewell Waltz는 원작의 엔딩을 끝까지 보고 난 뒤에 무료로 해금되는 'Shattered Memories'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크루세이더퀘스트에 등장한 곡을 모두 연주해보고 싶다면 디모의 엔딩도 끝까지 봐야 하는 셈이죠.
크루세이더퀘스트에 찾아온 디모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단순히 원작의 캐릭터만 가져와 한정으로 출시한 것뿐만 아니라 원작의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 도입 영상, 원작의 리듬 게임을 크루세이더퀘스트 식으로 풀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던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완성도 높은 원작 재현을 보여준 콜라보레이션이었네요.
콜라보레이션이 발표되고 난 뒤 디모 유저는 크루세이더퀘스트를, 크루세이더퀘스트 유저는 디모의 플레이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커뮤니티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었죠. 게임사의 입장에서 서로의 유저를 각자의 게임에 새롭게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 역시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대만 간담회에선 디모에서도 크루세이더퀘스트의 공식 OST 'Knots Way'를 플레이할 수 있을 예정이라 밝혔지만, 아직 업데이트되진 않은 모양새입니다. 하루빨리 디모에서도 크루세이더퀘스트의 곡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크루세이더퀘스트에서의 디모 콜라보레이션은 4월 13일 오전 03시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직 여유가 있으니, 플레이하지 못했다면 한 번쯤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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