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스포츠 하게 천 원만 주세요!’


e스포츠에 대한 기사와 반응을 많이 읽어 본 독자라면 알 것이다. 꽤나 오랜 기간동안 ‘태동기’라고 인식되는 e스포츠가, 어떤 방식으로든 전통 스포츠로서의 영역에 발을 들일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조롱 섞인 반응 중 하나이다. 커다란 경기장과 상금, 엄격한 규정, 얽혀 있는 수많은 방송 및 관계사와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이토록 여전한 반응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학업에 집중된 청춘이 강요되고 있는 이상 그 외의 행동들을 경계하는 수많은 단체와 가정 교육의 방향성이 이러한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며, 교육과의 사이에서 수많은 화해(?)의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라나는 청춘에게 있어 교육와 게임은 여전히 다리의 완전한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는 미국에서도 비슷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마다 전통적인 육체 스포츠에 대한 팬덤과 육성 시스템이 강력하게 만들어진 미국은, 오히려 멘탈 스포츠에 가까운 e스포츠가 그 틈바구니에 끼어들 여지가 한국보다도 없어 보이기도 했다. 전 세계 공통인 학부모들의 걱정은 덤. 하지만 우리가 종종 들은 현재 미국 대학생들의 e스포츠 시장 현황은 어떤가? 그들은 대학생 최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인 히어로즈 오브 더 돔에 자랑스레 출전하여 대학 생활 내내 장학금을 받기도 하고, 이를 통해 받은 탄력으로 선수로 가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도 한다. 또한 대학 내의 e스포츠 동아리방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통해 소규모 대회에서 상금과 장학금을 얻기도 하고, 심지어 학교에 따라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아 학점을 따기도 한다. 대학생 뿐만이 아니다. 경마장의 말처럼 앞만 보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고등학생들 역시 e스포츠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부모님들 역시 결과를 기대하며 지지를 한다.


▲ 히어로즈 오브 더 돔에서 우승, 커다란 장학금은 물론 프로 데뷔의 실현까지 보여준 애리조나 대학 팀


물론 시작은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 스포츠에 대한 자부심과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부모님과 학교의 마음을 흔든 선구자가 있었을 것이다. 개념적으로나, 아주 실질적으로나 말이다. 그들에게 대학 e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비로소 확실한 보상이 보장될 수 있도록 길을 터낸 이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e스포츠와 스포츠 장학금을 연결지으며 게임을 건설적인 대학 스포츠 활동의 공간으로 대담하게 끌어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처음으로 해낸 전설의 인물로, 로버트 모리스 대학의 커트 멜처 디렉터를 들 수 있다.

북미 대학교에서 e스포츠를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게 하기 시작한 개념적 업적은 물론, 로버트 모리스 대학 외의 다양한 대학들로 하여금 상당한 장학금과 다양한 기회를 주는 등 게임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실질적 보답을 얻을 수 있도록 큰 길을 열어준 선구자. e스포츠 장학 프로그램의 설립자이자 로버트 모리스 대학 e스포츠 팀의 디렉터이기도 한 커트 멜처에게 그간의 발자취와 장학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로버트 모리스 대학의 e스포츠 장학 제도가 최초로 보도되었던 뉴스의 일부 (출처 : ESPN)





커트 멜처 (Kurt Melcher)

2016년 8월 – 현재 : Intersport 디렉터
2014년 3월 – 현재 : 로버트 모리스 대학 Varsity esports 설립자, 디렉터
1996년 4월 – 2016년 8월 : 로버트 모리스 대학 스포츠 디렉터
1995년 5월 – 2016년 8월 : 로버트 모리스 대학 여성 축구 클럽 수석 코치





Q. 로버트 모리스 대학에서 어떻게, 그리고 무슨 이유로 e스포츠 장학금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까?

우선 저는 비디오 게임에 대한 열정이 아주 강합니다. 또한 비디오 게임, 그 중에서도 특히 복잡하면서도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경쟁적인 게임을 좋아합니다. 비디오 게임이 아닌 전통적인 스포츠들도 이와 같은 팀 플레이와 경쟁이 중시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마치 농구, 축구와 같은 전통 스포츠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및 CS:GO와 같은 게임에서 재능과 인재를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전통 스포츠처럼 날쌘 동작으로 구멍을 통과하거나, 공을 멀리 던지는 사람에게만 눈에 띄는 재능을 발견하고 보상을 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보다 새로운 방식의 스포츠 학생 선수에게 힘을 주고 있으며, 재능을 연마하고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또한 교육적인 구조로 이 프로그램을 가져온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다른 전통적인 스포츠들은 신인 선수를 보충할 수 있는 청소년 리그가 많습니다. 반면 e스포츠는 그에 비해 활동적인 청소년 리그가 그토록 많지는 않죠. 이런 환경에서 당신은 어떻게 새로운 e스포츠 인재를 영입합니까?

어떤 게임 종목의 인재를 뽑는 것과 관계 없이, 우리는 코칭 스태프들이 그 지역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습니다. 청소년 e스포츠 프로그램이나 아마추어 e스포츠 연합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많지 않기 때문에, 재능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그 지역의 커뮤니티에 속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만일 그 안에서 적절한 플레이어를 찾아내면, 그 다음부터 영입에 이르는 과정은 전통적인 스포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캠퍼스를 투어하며 장학 프로그램의 다른 직원들이나 이미 팀에 속한 선수를 만나볼 수 있게 합니다. 이제는 하나의 플레이어의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이 모두 디지털화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캠퍼스를 직접 투어하는 것은 나름의 좋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학교의 장소나 시설 등의 조건과 프로그램, 교과 과정 등을 눈으로 보며 더욱 편안하게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Q. 선수들은 어떤 기준을 고려하여 뽑습니까?

일단 게임 실력이 첫 번째 고려 대상입니다. 그리고 못지 않게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개인의 성격입니다. 물론 그것은 평가를 내리기엔 가장 어려운 특성이기도 합니다.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팀과 함께 협동할 수 없다면 결국엔 실패로 끝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쟁심이 뛰어나며 열심히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물론, 팀 플레이에서 탁월한 기량을 낼 수 있는 선수를 찾고자 합니다.




Q. 대학은 재정이나 시설, 홍보 등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까?

게이밍 장비들에 대한 예산은 물론, 지역 LAN 이벤트들에 대한 교통 지원을 통해 우리의 프로그램을 뒷받침해줍니다. 의류 같은 부분도, 일반적으로 선수들에게 스폰서 로고가 박힌 유니폼과 세 종의 트레이닝 셔츠, 후드와 스웻셔츠 등을 제공합니다. 또한 대학은 우리가 좋은 직원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맞춰진 프로그램과, 연습을 할 수 있는 멋진 경기장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다른 스포츠들에게 주는 지원처럼 우리를 지원해 주는 것이죠.


Q. 공식적인 대학 e스포츠 리그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단 1회로 끝나는 대학 토너먼트가 수시로 열리는 것 보다는 스케일이 더 큰 경기가 치러지길 희망합니다. 마치 프로 선수들의 경기처럼, 풀 시즌으로 진행되고 플레이오프를 통해 우승자가 등장하며, 결국에는 세계 대회로 진출하는 대학 리그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세계 대학 리그를 공식적으로 개최할 기회는 현재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새롭게 e스포츠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하는 학교에게, 당신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만일 어느 학교가 e스포츠 프로그램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면, 학교는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완전한 사회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완전한 헌신을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장학금이나 시설 예산 제공 등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보여준다면 진정성이 어필될 것입니다. 만일 그런 것들 하나 없이, 학생들을 기존에 있는 컴퓨터실에 모아 놓고 게임을 시킨 후 e스포츠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 있다면, 그 학교는 상당히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Q. 대학 e스포츠 장학 제도의 궁극적인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앞으로 5년에서 7년 사이에, 저는 어떠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거의 모든 학교가 기술적이고 교육적인 e스포츠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갖추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점차 비즈니스의 개발, 프로그래밍, 공연 예술 분야, 스포츠 매니지먼트나 마케팅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급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양한 게임 타이틀로 구성된 멋진 대학 e스포츠 국제 챔피언십의 미래를 전망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먼저 기존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갖춘 많은 대학들이 진정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고, 그것을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아직은 나서지 못했을 수도 있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자신에 대한 인정과 지원을 진심으로 약속받을 때, 대학 e스포츠 클럽들은 진정 번창할 것입니다.


▲ 2016년 1월, 커트 멜처의 TEDx 강연 영상.
대학 e스포츠의 성장과 전망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