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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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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VR, 하지만 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다" GDC 2017에서 만난 엔플로이드

석준규(Lasso@inven.co.kr)


여전한 가상현실 세계의 태동기. 개발이 막 박차를 가했던 시절부터, 수많은 개발자와 유저들은 가정마다 VR 기기가 하나씩 배치되는 VR의 미래가 금방 올 것이라 확신하곤 했다.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어플리케이션과 게임이 등장했다. 인디 개발자들은 새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흥분으로 VR을 최대한 활용한 참신한 콘텐츠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대형 개발사들 역시 VR이 가질 수 있는 사실성과 직관성을 궁극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어쩐지 다가가기 어렵고, 새로운 방식(기계를 뒤집어 쓰는)에 낯설어하는 신규 유저들의 두려움을 극복시키기 위한 숱한 시도들도 있었다. VR 방이나 각종 체험장이 특히 그랬다.

그렇게 지금까지 등장한 VR 시뮬레이터 및 게임과 시설들은 상당히 많은 비율로 비슷한 목적을 띄고 있는 듯했다. 체험장에서 VR을 처음 접한 놀라움에 ’으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휘청거리는 유저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아직까지도 익숙한 여느 VR 부스의 모습이다. 어쩌면 '신기술의 놀라움'을 통해 그토록 일관적인, 또한 홍보에 적합한 그런 반응을 의도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니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현장감을 통해 놀라움을 얻는 것만이 VR 게임이 가져야 할 궁극의 방향일까? 시뮬레이션과 게임 그 중간 어딘가에 떠 있는, 차고 넘치는 체험형 콘텐츠가 VR 게임이라면 필수 요소로 지녀야 하는 미덕일까? 국내 기업 엔플로이드(Nfloyd)는 그에 대해 다른 답을 내렸다. 사실, 아주 당연한 답으로.




“게임의 재미,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국내 기업 엔플로이드는 2016년 탄생한 신생 스타트업으로, 대표를 포함하여 네 명의 직원을 가진 모바일 VR 게임 전문 개발사다. 'New'의 N과, 전설이 되어 오래 사랑받는 '핑크 플로이드'의 플로이드를 합쳤다. 새롭고 오래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제법 펑키한 네이밍에서 돋보인다.

앞서 말했듯 엔플로이드는 모바일 VR 게임을 만들면서, 그 중심이 되는 초점을 수많은 타 VR 게임들과 조금 다르게 맞추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가상현실 게임처럼 가상현실의 기술 자체에 초점을 두고 그 신기함과 대단함을 뽐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단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재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가상현실을 통해 주어진 재미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어쩐지 지금까지와는 우선 순위가 조금 다른 느낌이다. 마치 '나는 재미있는 게임을 찾았는데, 마침 그게 VR이기도 해서 더 좋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VR이 가진 장점을 이용해 본질적인 재미를 잘 살리려 노력할 뿐, VR의 ‘스웨그’만을 자랑하는 듯한 군더더기를 최소화했다.


▲ 엔플로이드 엄익진 대표의 모습


GDC 2017 한국관 부스에서 그들이 제작 중인 ‘아크 파이어’를 시연해볼 수 있었다. 지난 게임창조오디션에서 큰 주목을 받은 화제의 작품. 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 등 하이엔드 VR 기기가 범람하는 가운데, 모바일 기반의 삼성의 기어 VR이 시연장에 전시된 모습이 문득 새로웠다. 왜 굳이 모바일일까? 일단 프로토 타입을 모바일로 먼저 개발하고, PC와 콘솔로 확장하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이 궁금증에 대한 엄익진 대표의 대답은 상당히 자신에 차 있었다.

“모바일 VR에 대해 LG 전문가가 말씀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모바일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그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전 게임성 자체로는 모바일이 가진 한계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픽 퍼포먼스 또한 기어 VR은 충분히 뛰어나고, 이 부분은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드웨어의 타협보다는, 게임성 그 자체에 포인트를 두며 만들어지는 ‘아크 파이어’. 과연 자신감 만큼의 재미를 갖추고 있을까? 엔플로이드 부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어 VR을 머리에 쓰고 시연을 해 보았다. 엔플로이드의 엄익진 대표는 ‘GDC에서 아크 파이어 시연을 클리어하는 사람이 하루에 한두 명 뿐’ 이라며 겁을 줬다. 더욱 더 전의와 e스포츠 종주국 출신 기자의 자존심이 불타오르는 상황. 과연 게임 자체의 재미는 어떠했을까?

가장 큰 걱정은 역시 모바일 게임이 가진 하드웨어적 한계였다. 아무리 게임성이 좋아도, 하드웨어의 한계에 부딪힌 지나친 그래픽 타협이 눈에 띄거나 최적화에 실패하여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준다면, VR의 몰입은 커녕 몇 시간 붙잡기에도 피곤해지기 일쑤이다. 게다가 아크 파이어는 장대한 우주를 다룬 1인칭 슈팅 게임. VR의 가장 큰 장애물인 어지러움을 느끼기엔, 그리고 어설픈 타협을 들키기엔 너무나 적합한 무대이다.




게임 자체의 첫 인상은 ‘괜찮다’는 느낌이었다. 모바일의 한계를 살살 건드리는 우주 공간의 표현이 눈 앞에 현란하게 펼쳐졌다. VR로 보는 잘 구현된 우주에 감탄을 하고 '으어어' 소리를 내며 주변을 한참 둘러보기도 했다. 흔치 않게 60프레임으로 뽑아낸 우주선 비행은 속도감이 제법이었다. 성급한 마음에 가속 모드를 켜면 컨트롤이 힘들 정도. 열 번 정도 운석에 부딪힌 것 같았다. 마침 시연대 앞에 작은 선풍기가 있어서, 나는 그것이 속도감을 잘 느끼게 하기 위한 간이 4D 장치가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발열을 잡으려고 한 것. 사실 발열은 그다지 많이 느껴지진 않았다.

VR의 장점을 살려, 시선으로 적에게 락온을 하는 기능은 상당히 편리했다. 마치 전투기 헬멧에 달린 시선 조준 및 락온 시스템과 같은 편리함. 모자라지 않은 퍼포먼스와, 치렁치렁한 선이 없는 간결한 착용감. 취향만 맞다면 그 어느 VR 게임보다도 언제든 편하게 꺼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바일인 만큼 시작 구동도 상당히 빨랐다. 왜 굳이 모바일 플랫폼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자연스레 납득이 되었다. 우주 슈팅 게임이 한국에서 크게 뜬 사례를 잘 보지 못했지만, 한국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더욱 노리는 만큼 취향의 부분에서도 잠재력이 있어 보였다.


▲ 대신 비행을 해주는 고마운 파일럿 (출처 : 엔플로이드 페이스북)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아직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시연을 한 지 시간이 좀 흐른 지금이지만, 그렇게까지 디자인적인 기억이 남는 부분이 별로 없다. 비행 전에 무언가 속삭이며 등장했던, 추후 육성 시스템의 핵심 주인공이 될 파일럿의 얼굴이 아른거리긴 하지만 게임 내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나 적들 기체의 모습, 혹은 보스의 모습 등에서 디자인적 인상이 크게 오지 않았다. 결국 오래도록 유저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게임의 '비주얼'이 상당 부분인 만큼, 추후 개발될 콘텐츠에 따라 더욱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엔플로이드에 따르면, 현재(GDC 2017 당시)는 세 개의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 스테이지의 플레이 타임이 애매하게 길다는 지적이 있어, 조금 더 플레이타임은 짧게 해 부담을 줄이며 임팩트를 심어주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 한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스테이지와 아크 파이어의 특징적인 육성 시스템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 이펙트가 그렇게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눈은 편하다.


피할 수 없는 하드웨어와의 타협을 크게 고려했는지,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는 이펙트나 좋은 타격감을 주는 다양한 부가 기능은 많이 없었다. 단방향 레일 구조의 게임 진행에 역동성을 주고자 앞서 말한 가속 기능이 있긴 했지만, 타격할 때나 피격당할 때의 느낌은 크게 와닿진 않았다. 타격감이나 적을 부수는 쾌감은 조금더 편의가 필요해 보였다. 또한 1인칭으로 보이는 우주선 안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던 VR로서의 기술적 장점으로는 넓은 시야와 이동하는 시선에 따라 조준이 용이했던 정도였다. 이 것 외에는 대다수의 게임처럼 VR을 강조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할 것들이 많아져 컨트롤이 복잡해지는 점이 없었다.

컨트롤러 역시 바이브나 오큘러스의 그것과 같은 전용 컨트롤러가 아닌, 플레이스테이션의 그것과 같아 상당히 친숙한 조작이 가능했다. 엔플로이드 역시 이에 따른 기능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고, 이후 새로 나올 기어 컨트롤러나, 혹은 아예 컨트롤러가 필요 없는 극단적인 구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 엔플로이드 홍재웅 매니저(좌)와 엄익진 대표(우)


약 5분 정도의 시연을 하고 나니 세상이 핑 도는 느낌이었다. GDC에서 하루에 한두 명 밖에 클리어하지 못한다는 아크 파이어 데모를 클리어하고 말았다. 역시 게임 기자는 게임 기자인가, 하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사실 그냥 난이도에 대한 부분은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치 VR이 온 세상을 덮은 듯했던 GDC 2017. 셀 수도 없는 개발사들이 가상 현실의 태동기를 함께 하고 있었고, 수만 명의 유저들이 그 열정에 동참하고 있었다. 엔플로이드는 그 가운데에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의욕이 넘치는 표정으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주목을 받은 아크 파이어는 2017년 말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그들. 아직은 낯선 신기함이 대중에게 더 어필되는 단계로 보이는 VR 시장에서 점차 그들의 진심이 잘 전달되길, 그렇게 VR 시장에서도 게임 본연의 재미에 모두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길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같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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