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목 대표. MS, 블리자드, 엔씨소프트, 그리고 크라이텍까지. 게임업계에서는 한 곳만 지나쳐도 알아줄만한 기업을 거치며, 그는 업계의 원로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40~50평은 될까 싶은 작은 스튜디오가 그의 무대다. 그리고 그 스튜디오에서, 과거, 그는 '원티드 킬러'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성공의 냄새가 난다". 쉽게 말하기 힘든 자신감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그대로일까?

박영목 대표의 기준은 높다. 그의 목표는 그럭저럭 성공한 모바일 게임이 아니다. 글로벌 레퍼런스가 될 게임. '모바일 FPS'라는 장르에서 박영목 대표가 바라보는 지점이다. 앞날은 모른다. 그의 게임이 진짜 성공할지, 혹은 그렇지 못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이 이유없는 허세는 아닐 터다. 이야기를 나눠볼 때다. '원티드 킬러'의 출시를 하루 남겨두고, 학동역 인근 스튜디오에서 그와 만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박영목 대표와는 구면이다. 아마 1년 전쯤이었을 거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박영목 대표와 첫 인사를 나눴다. 한 10분쯤 같이 있었을까. 그리고 1년이 넘게 지났다. 출시를 하루 남긴 시점. 긴장될 법 하건만, 박영목 대표의 얼굴엔 조금도 경직된 기미가 없다. 어떨 것 같냐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박영목 대표가 말했다. 느긋하면서도 굵은 특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있어요. 오늘 잘 오신거에요."

▲ 인챈트 스튜디오 박영목 대표



Q. 지난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출시를 앞둔 지금, 게임은 어떻게 달라졌나?

게임 내용을 섬세하게 하나하나 짚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을 하나하나 말하는 건 오늘의 취지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 간략하게 말하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게임이 좀 커져 버렸다. 처음 '원티드 킬러'가 겨냥한 시장은 글로벌이었고, 보다 캐주얼한 게임을 생각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욕심을 내다보니 이런저런 요소들이 계속 추가되었고, 결국 처음 생각보다는 더 큰 스케일의 게임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덕분에 오히려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어울리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한국 게이머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시장의 게이머들에 비해 게임을 깊이 있게 즐기는 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게임이 더 코어해지고, 커졌지만, 그래도 한국 게이머들은 더욱 즐거워할 게임이 되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게임에서 빠지는 부분이 없다. FPS 하면 생각하는 모든 요소가 두루 포함되어 있다. 조금은 매니악하다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도 게임 내부에서 어렵지 않게 차차 다가오게끔 구조를 짜 두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Q. 개발 과정에서 게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 살짝 말해줄 수 있나?

지난 인터뷰 이후 11개월간 게임을 꽤 많이 엎었다. 게임 구석구석을 보면서 '재미없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모두 다 뒤집었다. 게임을 만들다 보면 욕심이 난다. '이런 것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여러 요소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다양한 재료들이 '원티드 킬러'에 섞였지만, 또 그러다 보면 모든 것들이 재미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재미없는 요소들이 없애거나, 혹은 재미있게 전환하면서 굉장히 정교한 작업들을 함께했다. 조준에 보다 쉬운 시야각과 감도를 찾기 위해 하나하나 다 실험을 거쳤고, 같은 내용이라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아트와 연출을 추가로 넣었다. 지금에 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신 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이지만 우리가 해 봐도 재미있는 게임이다. '원티드 킬러'가 라는 게임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원티드 킬러'가 재미있는 게임이냐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 슈팅에 있어야 할 건 다 갖추었다.


Q. 모바일 게임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모바일 FPS'는 그간 드물게 등장했다. 어떤 생각으로 FPS를 결심한 건가?

'모바일 FPS'는 태생적으로 '높은 심리적 허들'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PC로 플레이해도 모두가 즐기기 쉽지 않은 장르를, 모바일로 한다는 것부터가 어려워 보인다. 이건 PC게임 수준의 퀄리티를 지향하는 개발업계의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끔 들리는 말 중에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 있는데, "이 정도면 거의 PC게임 수준이다"라는 말이다. 모바일 게임을 왜 굳이 PC게임 수준으로 만들려고 하는 건가? 그럴 거면 그냥 PC게임을 하지. 모바일 게임은 모바일 게임을 만든다는 제대로 된 아이덴티티를 가진 채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허들이 생긴다. 모바일 게임은 PC게임과는 다르다. 입력 체계도 다르고, 그래픽 수준도 다르고, 기기의 연산 처리 능력도 다르다. 그렇다고 모바일 게임이 PC게임보다 열등하다 할 수도 없다. 모바일 게임은 모바일 게임대로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슈터'라는 장르는 너무나 폭넓은 영역을 갖고 있다. FPS가 대표격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쏘고 맞추는 재미만 있다면 '슈터'라는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이 폭넓은 풀 안에서 '모바일'에 딱 맞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Q. 최근 모바일 FPS게임들이 여럿 발표되었다. 어찌 보면 경쟁작들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소식들을 접하는 기분은 어떤가?

요 앞에 주상복합 건물이 하나 있다. 상가에 다양한 식당이 많아 자주 찾는 곳인데,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이 건물 주변으로 치킨집만 여섯 곳이 있다. 그런데 이 여섯 곳의 치킨집이 다 잘 된다. 그만큼 치킨 수요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일단 현상만 본다면 그럼으로써 인해 그 주변이 치킨 명소가 된다. 골목에 몇몇 식당이 있으면 그냥저냥 장사가 되겠지만, 만약 식당이 더 많이 늘어 그 골목이 '먹자골목'이 되어버리면 유동인구가 그 이상으로 늘어 오히려 장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모바일 FPS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드문드문 한 작품씩 등장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여러 작품이 등장하는 것이 '대세감'을 조성에 좋다. 일단 대세감이 조성되면 그만큼 유저층도 늘기 마련인데, 이때부터 중요한 건 게임으로서의 가치다. '원티드 킬러'는 다른 모바일 FPS와 다르다. 더 많은 유저층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누구라도 쉽게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딱히 경쟁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설사 경쟁 관계가 된다 해도 자신이 있다.

▲ 늘어날수록 환영이라는 입장


Q. 구체적으로 다른 게임들과 다른 '원티드 킬러'의 매력이나 차별화된 요소를 설명해줄 수 있나?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를 미국에 서비스할 때.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북미 유저들에게 MMORPG는 익숙지 않은 장르였다. 근데 장르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북미 게이머층에게 한국 스타일의 MMORPG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었다. 물론 순위는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확실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그걸 해냈다. 같은 MMORPG인데도, 세계를 대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카툰풍의 그래픽, 부담 없는 UI,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캐주얼한 감성을 전달했고, 결국 성공했다.

'원티드 킬러'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게임이다. 'FPS'는 어려운 게임이다. 게이머 층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이, 혹은 게임을 자주 하지 않는 이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원티드 킬러'는 쉽다. 게임을 처음 하는 이들도, 그리고 FPS라는 장르가 낯선 게이머라 해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을 진행할수록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고, 해야 하는 것들도 많아지지만, 전혀 어렵지 않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흔히 '카툰렌더링'이라고 말하는 완만한 그래픽과 무겁지 않은 소재, 그리고 슈퍼히어로물에 가까운 캐릭터 컨셉까지, 게임의 모든 요소요소에서 허들을 없앴다. 어렵지 않게 게임을 접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앞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예와 같다. 지금이야 3D MMORPG가 세계적인 장르지만, 당시에는 유저 풀 자체가 지금과는 상대도 안 되게 적었다. MMORPG를 전혀 하지 않던 이들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통해 유입된 거다.

▲ 무겁지 않은 소재로 허들을 ↓


Q. '원티드 킬러'는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인가? 게임의 볼륨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FPS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드는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모바일'에 맞는 게임 디자인을 짜다 보니 이동을 포함한 캐릭터의 움직임보다는 조준과 사격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는 정도가 PC, 콘솔 버전과 다른 점이라 해야 할까? 약 120여 종의 에피소드를 비롯해 다양한 총기, 그리고 성장 방식에 따라 분기가 나뉘는 네 명의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다.

물론 요즘 게이머층의 콘텐츠 소비 속도가 워낙 빠르므로 이렇게 준비해도 부족할 거다. 어떤 게임이든 결국은 '할 거 없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요즘 아닌가.(웃음) 그만큼 더 많은 콘텐츠도 준비할 예정이다. 콘텐츠 중에는 '기록'을 갱신하는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를 응용해 e스포츠화를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보통 PVP하면 다들 서로 싸우는 것을 생각하는데, 올림픽만 봐도 기록형 스포츠가 꽤 많은 편이다. 일반적인 PVP외에도 기록형 콘텐츠로도 충분히 스포츠가 될 수 있다.


Q. 콘텐츠 소비 속도에 대한 말을 더 하고 싶다. 롱 런을 위해서라면 순환 가능한 최종 콘텐츠가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마련해 두었나?

사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도 '최종 콘텐츠'는 힘든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팩션을 나누고, 여러 캐릭터를 마련해 플레이에 다양성을 만들었다. FPS의 경우 엔드 콘텐츠가 더 제한적인데, 일반적으로는 PVP콘텐츠를 엔드 콘텐츠로 내세우게 된다. 하지만 우린 꼭 PVP가 엔드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원티드 킬러'의 강점은 PVE다.

일단 기본적인 콘텐츠 순환은 '성장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네 명의 캐릭터는 모두 각자 다른 스킬을 가지고 있고, 등장하는 무기들 또한 각각 다른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 무기들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면 더 다양한 스킬을 활용할 수 있다. 방어구 또한 꽤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방어구를 모으는 것 또한 꽤 깊이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PVE 콘텐츠는 '협동'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는데, 친구와, 혹은 AI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 이 협동 미션 중간에는 자연 장애물이나 NPC와의 협동 등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또한, 앞서 PVP가 주력 엔드 콘텐츠가 아니라 말했지만 4인이 참여하는 PVP 콘텐츠도 존재한다.

▲ 주 콘텐츠는 '성장'


Q. 개발 과정에서 타겟 시장이 '글로벌'이라고 말했다. 첫 진출 시장은 어디로 생각하고 있나?

메인 타겟은 북미와 일본 시장이다. 일본에서는 예전에 한 번 소식이 나간 적이 있는데, 이미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이 되어 있다. 아마 6월에서 7월경이면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캐나다하고 호주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이번 달 말쯤 자체적으로 소프트 런칭이 예정되어 있다. 영어권 시장에 대한 정찰과 같은 개념이랄까?

국내 FPS게임은 '글로벌 레퍼런스'라고 할만한 게임이 딱히 없다. 제페토나 스마일게이트처럼 국외 시장에서 FPS게임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경우는 있지만, 이조차도 전 세계 시장을 아우르지는 못했다. 우리가 노리는 것은 '원티드 킬러'가 모바일 게임으로서 글로벌을 관통하는 레퍼런스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대만 시장도 꽤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시장이다.


Q. 'VR'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모바일 VR 게임들 또한 많이 등장하고 있다. '원티드 킬러'도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VR과의 연계를 생각할법한데, 진행 중인 내용이 있나?

지금 독일에서 VR 버전을 개발 중이다. 과거 '크라이텍'에서 아시아 지사장으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크라이텍 직원들과도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분들이 '원티드 킬러'를 보고 나서 VR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아직 정확히 언제라고 말씀을 드리긴 힘들지만, 아마 조만간 말씀을 드릴 때가 올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떻게 개발해야 우리 게임에 가장 맞게 VR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마 연말쯤에는 VR 버전도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마지막으로 '원티드 킬러'가 게이머들에게 '어떤 게임'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모바일 게임은 어떤 특별한 이들이, 혹은 게이머만이 즐기는 게임이 아니다. 가족, 친구, 동료. 그저 모바일 기기를 지니고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좋지 않은 프레임이 남아있는 국내 시장이지만, '나쁜 게임'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싶다. 우리는 '원티드 킬러'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금 와서 우리 게임을 바라보면, 우리가 바라는 바에 굉장히 가까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