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혹은 뱀파이어' 게임플레이 영상 최초 공개


'제 2회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가 '인간 혹은 뱀파이어(Man or Vampire)'였습니다. '언데드 슬레이어', '로그라이프'를 개발한 김동규 대표의 신작이에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드물었던 게임플레이 방식, 그래픽 스타일을 채용했습니다.

김동규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이 게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아갔습니다. 음... 매니악하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아요. 한 번 죽은 동료는 '게임을 다시 시작해도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거기다 이런 말도 덧붙였어요. "유저를 항상 갈등하게 만들고 싶어요"라고.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던 김동규 대표와 하이디어가 '단단히 벼르고' 개발 중인 '인간 혹은 뱀파이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신작입니다. 먼저 게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로그라이크에 SRPG를 섞은 게임입니다. 사실 둘 다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죠. '언데드 슬레이어'는 어두웠고, 그 다음에 만든 '로그라이프'는 발랄한 느낌이었는데, 이번 '인간 혹은 뱀파이어'는 다시 어두운 콘셉트로 돌아왔어요.

주인공은 인간과 뱀파이어의 피가 반씩 섞여 있어요. 동료들을 모아 뱀파이어의 왕이 되려 한다는 스토리고요. 뱀파이어 세계의 이단아... 같은 존재랄까.



비주얼이나 게임플레이 방식이 국내 게임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에요. 이런 장르, 이런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좀 다른 걸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이렇게 됐어요(웃음). 로그라이크 장르가 대중적이진 않지만, 알려지기는 꽤 알려졌거든요. 그리 낯선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동이나 턴, 바닥 타일 속성 등을 강조한... 전략이 많이 느껴지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적과 조우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런 것.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는 게임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힘들었죠. 시행착오도 많이 했고. 약간 변태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전 그게 게임 개발하는 재미라고 생각해요(웃음). 기존 게임들과는 좀 다르게 만드는 것. 카피캣 만든다면 어디 가서 게임 보여주기도 그렇고, 제 스스로 그렇게 뿌듯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아니고... 조금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동규 대표의 전작들은 각자 콘셉트가 뚜렷했어요. '언데드 슬레이어'는 콘솔 못지 않은 강렬한 액션성을 가졌고, '로그라이프'는 슈팅 장르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가 돋보였어요. 이번 '인간 혹은 뱀파이어'에선 어떤 콘셉트를 보여주고자 했나요?

지금까지 제가 개발한 것 중에서 가장 하드코어해요. 피 튀고 잔인해서 하드코어하다는 게 아니라, 게임플레이가 전략성에 많이 집중되어 있어요. 애초부터 그 쪽을 최대한 살려보고자 한 것도 있고.

'인간 혹은 뱀파이어'의 대표적인 특징이 하나 있어요. 동료가 죽으면 아예 없어져요. 게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그 동료는 안 나온다는 거죠. 지금 게임에 30종의 직업, 200종의 동료가 있는데 죽은 동료는 정말로 '죽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동료를 안 죽게 하려면, 적당한 선에서 주인공이 동료를 물어서 뱀파이어로 만들어야 해요. 그러면 그 동료는 영구적으로 보존 가능한데, 이렇게 물린 동료는 레벨업 같은 성장도 멈추게 돼요. 한 마디로 동료를 박제시키는 거죠.

유저들을 항상 갈등하게 만드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더 키울건지, 곧 죽을 것 같으니 그냥 물어버릴지... 이런 요소들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만든 게임 중 가장 하드코어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인간 혹은 뱀파이어'를 해본 유저들의 평가도 극과 극으로 나뉠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정말로 이런 콘셉트의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게임.




동료는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

파밍으로요. 아이템이 아니니까 '조우'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캠프에서 '어디에 어떤 동료가 갇혀 있더라' 라는 소식을 들으면, 주인공이 동료 구하러 거기로 가는 거죠. 물론, 200종의 동료가 다 죽는다고 게임 끝나는 건 아니에요. 동료가 고유 생성이 아니라, 랜덤으로 능력치나 속성이 부여되는거라... '그 능력치의 동료'가 사라진다고 보면 됩니다.

아, 그리고 주인공은 남녀 선택이 가능하고요. 모든 직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료에게 스킬 배울수도 있고... 성장에 제한이 거의 없다고 할까요.


엔딩이 있는 로그라이크 게임도 있고, 별다른 엔딩 없이 그냥 쭉 가는 게임도 있는데, '인간 혹은 뱀파이어'는 어떤가요?

정식 서비스 버전에는 엔딩이 따로 안 들어갈 거예요. 저희가 준비한 스테이지를 유저들이 어디까지 깨는지 일단 봐야할 것 같아요. 물론, 출시 이후 업데이트로 엔딩을 넣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조금 모순된 말일 수 있는데, 비주얼이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해요.

뭘 노리고 이렇게 만든 건 아니고요(웃음). 전 사실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게임 그래픽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나마 적게 등장한 그래픽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런 미니멀한 그래픽의 모바일 게임으론 '모뉴먼트 밸리'가 있는데, 이런 아트 스타일로 진중한 분위기의 RPG는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없지는 않겠죠. 그런데 흔하지는 않잖아요.



이번 구글플레이 페스티벌에서 작품이 공개되면, 외국 게이머들도 관심을 많이 보일 것 같아요. 그래픽 스타일이나 뱀파이어라는 소재도 그렇고, 무엇보다 로그라이크라는 장르가 서구권에서 이미 매니아층이 갖춰진 장르니까.

그렇게 되면 기쁘죠. 전작인 '로그라이프'는 저희가 자체적으로 서비스했어요. 딱히 큰 마케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비스하면서 약간이나마 홍보나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외국도 저희가 직접 서비스하고 싶어요. 더 잘할 수 있어요. '로그라이프'로 큰 수익을 낸 것은 아니지만(웃음).


출시는 언제쯤 하실 계획이에요?

올해 7월 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일정이 변동될 수도 있어요. 한 2개월 정도요. 저희가 이것만 만드는 게 아니라 '로그라이프' 업데이트도 꾸준히 해줘야 해요.


마지막으로 '인간 혹은 뱀파이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반전이 있는 게임. 하드코어한 게임플레이라던가, 디아블로 생각나는 탑다운 뷰 시점인데 알고보니 SRPG라던가... 하는 데서 그렇게 느끼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