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염원했던 우승을 차지한 락스 타이거즈의 맴버들은 LCK의 여러 팀들로 흩어졌다. 여기에 해외로 진출했었던 '스타' 플레이어들의 복귀가 이어지면서, 2017 롤챔스 스프링에는 수많은 강팀들이 탄생했다. 그 어느 때 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번 스프링 스플릿도 어느새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SKT T1의 승리로 마무리 된 이번 스프링 스플릿. 인벤팀에서는 정규 리그 종료를 맞이하여, 유저들이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스프링 스플릿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아홉 번째 주인공은 '슈퍼 팀' kt 롤스터(이하 kt)다.

▲ 새로워진 kt의 도전, 이번 시즌 그들의 결과는?


■ '슈퍼 팀'의 등장! kt 롤스터, 대규모 리빌딩 단행

2016 롤챔스 서머, kt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kt 입장으로선 아쉬운 결과이기도 했다. kt는 전통의 강호로 계속해서 준수한 성적을 남기긴 했지만, 최근 롤챔스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결승의 길목에서 번번히 kt를 좌절시켰던 SKT가 없었던 지난 서머. 이번에는 결승전에서 락스 타이거즈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런 아쉬움에 대한 씻어내기 위함일까? 2017 시즌을 준비하는 kt 롤스터는 그 어느때보다도 '놀라운' 리빌딩을 단행했다. 먼저 '스맵' 송경호와 '폰' 허원석이 새롭게 팀에 합류했다. 이어서 '데프트' 김혁규, '마타' 조세형을 차례로 영입, 기존 멤버는 '스코어' 고동빈만을 남겨둔채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변신한 것이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이들에 대해서는 경력만 놓고 살펴봐도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스맵'은 바로 직전 시즌, 롤챔스 우승과 최다 MVP 포인트를 수상한 걸출한 탑 라이너다. '폰'과 '마타'는 과거 삼성 화이트 시절, 2014년 롤드컵을 우승한 경력이 있다. '데프트' 역시 삼성 블루 출신으로, 2014 롤챔스 스프링, 2015 MSI 우승 등 다양한 경력이 있는 선수다.

▲ 락스-kt-구 삼성을 아우른 kt의 새로운 로스터


모든 팀들이 로스터 조정을 끝마친 시점, kt는 영입 전쟁에 승리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t의 에이스 '스코어'에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탑 솔러 '스맵', 거기에 구 삼성 출신의 '폰', '마타', '데프트'가 한 팀으로 뛰게 되면서 kt는 '슈퍼 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들에 대한 평가와 기대에는 '그리움'도 섞여있었다. 실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중국으로 진출했던 선수들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구 삼성 출신의 '폰', '마타', '데프트'가 새롭게 뭉친 kt 선수들과 보여줄 케미에 대해서도 팬들은 많은 기대를 보냈다.

준비 기간 동안 모인 이들은 짧은 기간동안 한 팀으로 뭉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미 서로 안면을 알고 있는 선수들도 많았고, 친화력이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서로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팀워크, 걱정마세요! kt 워크샵 영상 (영상 출처: kt 롤스터 유튜브)


■ '마타'와 함께 돌아온 탈수기! 완벽한 스타트 보여준 kt의 1라운드

2017 롤챔스 스프링, '슈퍼 팀'으로 변신한 kt는 그 별명다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시즌 시작과 함께 승리를 쓸어담기 시작했다.

중국 리그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선수들에 대한 경기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그것이 쓸데 없는 걱정이었음이 경기를 통해 증명되었다. 개막전 락스를 시작으로 kt는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새로운 팀원들의 합류로 전력이 강화된 롱주와 지난 시즌에 이어 여전한 강팀의 면모를 자랑하는 삼성까지 2:0으로 승리 하며 kt는 6승 0패의 연승 기록을 쌓았다. 당연히 순위 역시 SKT와 1, 2위를 놓고 다투는 상황이었다.

▲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삼성에 승리하는 kt! (영상 출처: OGN)


kt는 구 삼성이 보여주었던 숨쉴 틈 없는 '탈수기' 운영을 재현해보였다. 여기에는 시야 장악과 오더 능력을 널리 인정 받고 있는 '마타'의 기여가 컸다고 할 수 있다. kt는 강한 라인전 능력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을 가져오면 '마타'가 깊숙히 시야 장악을 하면서 차근차근 상대방과 차이를 벌려나갔다.

▲ 시야 장악과 오더 능력으로 유명한 '마타'


'마타'의 존재는 kt에 각잡힌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해외 대회 등에서도 이미 여러차례 보여준 것처럼, '마타'는 계속된 플레이에 능숙한 선수다. 어느 곳에 와드가 박혔고, 그 시야는 어디까지 닿을 것인지, 어떤 챔피언이 소환사 주문을 사용하였는지 암기하는 것은 그의 기본기 중에 하나였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팀원들과 공유해 팀의 플레이를 더 디테일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게임 중 소통은 승리를 만드는 비결중 하나이지만, 이를 모든 선수들이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한다.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아군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타'는 이것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플레이어였고, 이것이 단순히 강력한 라인전 등을 떠나, kt가 높은 승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 '살아있네~' '마타'의 여전한 오더 능력 (영상 출처: OGN)


■ 불길한 전조? 복병 MVP와 넘지 못한 철벽, SKT

그러나 kt에게 조금씩 불길한 전조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시작은 2월 14일 펼쳐진 MVP와의 대결이었다. MVP는 지난 시즌 1부 리그에 진입한 신생 팀으로, 선수들의 면면이나 경력을 객관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kt의 압승이 예상되었다. 이번 시즌 성적 역시 무패를 쌓아가던 kt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2:0, 경력이 짧은 MVP가 슈퍼 팀 kt를 꺾고 승리를 차지했다. MVP의 슈퍼 플레이가 거듭됐고, 독특한 픽들을 뽑아 결과를 만들었다. kt는 신선한 픽에 휘둘렸고, 운영에서도 완전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대부분, kt가 라인전 우세를 바탕으로 초중반 주도권을 쥐었지만 스노우 볼을 제대로 굴리진 못했다. 우세를 쥐었다곤 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교전 선택과 이득보다 손해가 컸던 1-3-1 운영. 예상 외의 약점을 드러낸 kt는 놀라운 한타 집중력을 선보인 MVP에게 패배했다.

▲ MVP의 독특한 픽과 불가사의한 한타 능력에 패배한 kt (영상 출처: 스포TV)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콩두전을 이기면서 분위기를 추스리는 kt에게 다가온 것은 SKT와의 2연전이었다. kt와 SKT. 이스포츠 판에 통신사 더비로도 이름 높은 두 팀의 배결은 시작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을 정도였다.

드디어 펼쳐진 kt와 SKT의 대전. 최고가 되기 위해 변한 kt. SKT는 사실상 세계 최고의 팀으로 평가 받고 있는만큼, 결승전에서 만난 확률이 높은 팀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SKT를 꺾는 것은, kt 입장에선 반드시 필요한 성과였다.

그러나 결과는 2:1 두 번의 패배였다. 세트 스코어가 보여주는 것처럼, kt가 SKT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서 나간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MVP전에서 보여준 것 처럼, 어느순간부터 kt는 완벽한 스노우 볼을 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세계 최고의 팀 SKT를 상대로 손 발을 맞춘지 얼마되지 않은 kt는 완벽한 팀 게임을 보여주진 못했다.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kt가 SKT라는 강철의 벽을 넘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페이커'였다. 페이커는 SKT의 든든한 허리로 여러 차례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연전의 두번째 경기, 3세트에서 보여준 '페이커'의 질리언 플레이가 kt와 SKT전을 요약했다. kt는 유리한 상황에서 1-3-1 날개 운영을 펼쳤지만, '페이커'가 '스맵'을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kt의 공격은 의미를 잃고 말았다.

▲ kt의 1-3-1 전략을 무력하게 만든 '페이커'의 플레이


결국 MVP와 SKT에게 패한 kt는 7승 2패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물론 아주 좋은 성적임에는 틀림 없었다. 6승은 개막전부터 쭉 이어진 연승이기도 했다. 하지만 SKT와의 일전에서 패배한 것은 아쉬웠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1인자의 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높은 확률로 SKT와 만나야 하는 상황. 미리 치러본 1인자 결정전에서는 kt가 두 번 모두 패배한 셈이었다.


■ 불안했던 시즌 후반, 재정비 성공하고 결승 진출 성공!

SKT와의 대결, 충격의 2연패 이후에도 kt의 분위기는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3연승을 쌓으며 자신감을 되찾는 듯 싶었지만, 승수를 쌓으며 올라온 삼성과의 대결에서는 2:1 패배를 기록했다. 1라운드 초반에는 2:0 승리를 기록했었던만큼 이번 패배는 더 아쉬웠다.

문제는 계속됐다. 롤챔스 9주차, 2라운드 들어 무섭게 기세를 끌어올린 MVP와 kt의 2차전 대결이 펼쳐졌다. 여기서도 kt는 2:1로 패배했다. 1라운드, MVP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패배했던 kt는 이번에도 패배를 기록하면서 마치 팀 상성을 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체적인 모양세는 1라운드 때와 동일했다. 라인전이나 중반 싸움에서는 kt가 비교적 좋았다. 하지만 경기 중반 이후, MVP의 불가사의하게 강력한 한타 능력 앞에 kt는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이미 경험했던 패배를 다시 한 번 겪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거기에 항상 좋은 모습을 보였던 '스코어'도 쓰레쉬의 '사형 선고'에 바론을 스틸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kt의 집중력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 바론과 유독 안좋은 인연을 맺은 스코어


이어진 콩두 전. 이번에도 kt는 패배를 기록했다. 콩두는 이번 시즌 저조한 승률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던 팀이었다. 2라운드 들어 폼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나, '슈퍼 팀'이라는 별명으로 우승을 노리던 kt였던만큼 있어선 안되는 패배였고, 굴욕적인 패배였다.

▲ 시즌 막바지, 어수선한 모습을 보여준 kt (영상 출처: 스포TV)


결국 2라운드 들어 5승 4패를 기록한 kt. 1라운드 더 없이 좋은 스타트를 보여준 것 치고는 아쉬운 마무리였다. 특히 최하위 콩두와 순위 경쟁자 삼성에게 패배를 당한것이 컸다. 대부분의 기간동안 SKT와 1, 2위를 다투던 kt를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서도 다소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급격히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kt.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 본격적인 플레이오프 경기가 시작되면서 kt는 분위기를 정돈하는데 성공하고, 자신들이 가진 포텐셜을 제대로 폭발시켰다.

먼저 와일드 카드전을 뚫고 올라온 MVP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대결. 시즌 중 두 번 모두 패배하며 팀 상성 같은 모습을 드러낸 kt. 그들에겐 자신들이 진정한 '슈퍼 팀'임을 증명할 자신감이 필요했다. 그러한 절시함 때문일까? 플레이오프 1라운드 대결에서 kt는 지적되온 단점을 완벽히 수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 kt의 강력한 라인전은 여전했다. 거기에 이제는 신중함을 기하는 노련미까지 추가되었다. 지금까지 kt는 MVP에게 주도권을 잡은 뒤, 지나치게 무리한 플레이로 MVP에게 여러차례 기회를 내줬었다. 그런 플레이에 신중함이 추가되자 시즌 초반 kt가 보여주었던 탈수기 운영이 되살아났다. MVP는 특유의 한타 능력으로 극복해보려했지만, 발전한 kt의 받아치는 능력은 역전을 용서하지 않았고, 3:0 승리를 만들었다.

결승 진출자를 가리는 PO 2라운드, 삼성전 역시 kt의 무대였다. 시즌 후반 불안했던 모습을 싹 날린 kt는 시즌 초반 보여주었던 모습 그대로, 삼성을 3:0으로 압살하며 승리했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기량이 제 모습을 찾은 것이 중요했다. '스코어'의 날카로운 갱킹은 여전했고, '폰'의 기량도 되살아나면서 캐리력을 입증했다. 봇 듀오 역시 날 선 전투력을 과시했다.

결국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무사히 결승 진출에 성공한 kt. 남은 것은 이번 스프링 스플릿 리그 순위 1위인 SKT 뿐이었다. 시즌 후반, 흔들린 모습을 보여준 kt에 경기력을 의문을 품었던 팬들도,

▲ 수습 완료! kt, 정돈된 모습으로 삼성 3:0으로 제압! (영상 출처: OGN)


■ 미완의 '슈퍼 팀' kt, 여름에 계속될 그들의 이야기

자신들을 두 번이나 꺾었던 MVP와 강팀 삼성을 각각 3:0으로 시원하게 누른 kt. 어느새 마지막 상대는 세계 최고의 팀 SKT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롤챔스 우승을 위해 만들어진 '슈퍼 팀' kt는 필연적으로 SKT와 대결을 펼칠 운명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SKT를 쓰러뜨리기 위해 모인 다섯 자루의 검. PO 경기에서 보여준 물오른 kt의 경기력에 많은 유저들도 박빙의 승부를 예측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 SKT의 벽은 예상 이상으로 두텁고 단단했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SKT 선수들을 상대로, kt로 라인 주도권을 잡기 힘들었다. 거기에 SKT 팀의 메타를 넘나드는 게임 분석력도 문제였다. '페이커'의 '룰루', '카르마' 기용이 눈에 띄었고, '후니'의 단단한 탑 챔피언 활용에 kt는 허를 찔렸다.

결과는 3:0, kt의 패배. 대형 영입으로 '슈퍼 팀'을 만들어낸 kt였지만, 상대 SKT 역시 경력으로 보나, 커리어로보나 그 이상가는 '슈퍼 팀'이었다. 양팀은 선수과 코치진, 모든 역량을 다해 전투를 벌였지만 이번에는 SKT가 더 날카로웠다.

▲ 아쉽지만, 준우승에 머무른 kt


물론 '준우승'이라는 결과도 훌륭하다. 거기다 상대가 최강 SKT라면 필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길 수 없었다고 말하면 끝이 없다. kt가 이번 시즌 변화를 꾀한 목적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야한다. 분명 kt는 이전 2016 롤챔스 서머에도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만약 준우승이 kt에게 충분한 결과였다면, 굳이 대규모 리빌딩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만큼 이번 결과는 kt에게 아쉬운 결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 kt에게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지금 kt의 멤버들은 아직 손발을 맞춰본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삼성이나 SKT, 또는 MVP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팀워크를 맞춰온 팀들은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름이라는 기회가 남아있고, 여름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롤드컵의 기회도 여전히 열려있는 상황이다. 여름에 강한 kt라는 말이 있다. 팀원들은 많이 바뀌었지만, 바뀐 팀원들이 이 전통을 이어나갈 때이다. 다음 서머 스플릿, 더 강해진 kt가 우승을 차지하기를 기대해본다.

▲ '슈퍼 팀' kt, 여름에는 더 강해져서 돌아오길!


■ 2017 롤챔스 스프링 'kt 롤스터' 인포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