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코리아 이희영 디렉터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고 싶어하는 인기 연예인의 패션부터, 시대를 관통하는 명대사, 많은 이들을 웃고 울리는 만화·영화 작품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는 대세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특히, 게임에서는 이처럼 플레이 방식의 유행, 추세, 대세를 가리키는 단어로 '메타'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17년 동안 개발자로서 업계에 종사한 넥슨코리아 이희영 디렉터는 패키지게임부터 PC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가는 모든 과정 속에 '메타플레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 '메타플레이'란?


그렇다면 과연 '메타플레이'는 무엇일까? 메타플레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메타 게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메타 게임'은 그냥 코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닌, 코어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나온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남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얻고, 더 빠르게 성장하는 방식의 게임을 뜻한다.

이는 '최대한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게임으로 즐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레벨업 때마다 모든 스태미너가 회복되는 게임에서 스태미너를 전부 소진하고 레벨업을 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희영 디렉터는 메타플레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이라는 커다란 집합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컨트롤하고 ,어떤 스킬을 쓸지 고민하는 등의 미시적이고 핵심적인 게임 메카닉을 제외한, 이와 대비되는 나머지 전체 항목이 바로 '메타플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메타플레이'는 과거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2회차 플레이', '진엔딩', '도감', '달성도'처럼, 메인 스토리와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부가적인 콘텐츠로서 꾸준히 존재했다.



■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패키지 게임의 시대는 온라인 게임의 시대로 이어졌다. 패키지 게임의 특징이 시작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템포를 관리하고 최대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 타임을 최대한 늘리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은 크게 '새로운 콘텐츠 생산', '기존 콘텐츠 확장', 그리고 '반복'이 있다. 초기에는 '슬라임 100마리 처치하기' 등의 비생산적인 반복 활동을 요구했지만, 점차 같은 양의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 나갔다.

이러한 방법 중 첫 번째는 바로 '작은 목표를 자주 주는 것'이다. '던전 클리어'같은 단순한 미션은 주어지는 퀘스트를 따라 단계별로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만렙을 달성하고 좋은 장비를 구하는 것'은 일일퀘스트, 주간퀘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형태가 됐다.

두 번째는 '작은 보상을 자주 주는 것'이다. 달성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아이템 획득, 스킬 획득과 같은 과정은 스킬북의 페이지를 얻거나, 아이템의 생산 재료를 얻는 방식으로 세분화했다.

끝으로 세 번째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프리덤 오브 피어(Freedom of Fear)'라는 심리학 용어가 말하듯, 사람의 마음은 정리되지 않은 것을 보면 정리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퀘스트 동선을 배치하고, 레벨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 MMORPG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 결코 남일이 아니다


■ 정액제 게임 VS 부분 유료화 게임


정액제 게임과 비교했을 때, 부분유료화 게임의 유저들은 언제 게임을 그만둬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는 유저들을 잡고, 이탈률을 줄이는 것이 부분 유료화 게임의 핵심이고, '허들을 낮추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에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다.

허들을 낮추기 위해서는 먼저 유저들의 고민을 줄여야 한다. 장비를 얻었는데 어떤 캐릭터에게 주는 것이 효율적인지, 특성이나 빌드를 어떻게 올려야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모두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고민자체를 하지 않도록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정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솔루션을 공유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막히는 구간을 쉽게 만들거나, 뒤로 미루는 것이다. 초반부 유저들의 체류시간이 긴 레벨을 조사하고, 이러한 부분을 뒤로 미루는 것 만으로도 유저들의 허들이 많이 낮아진다.

이외에도 유저들이 몰라서 손해보는 부분을 최소화하여 허들을 낮출 수도 있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에서도 점차 이러한 부분을 없애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 의해 유저들의 고민이 줄었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동시에 편해짐으로 인해 전략성이 크게 줄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 '모바일 게임 시대' 시작


모바일 게임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소셜 요소에 집중하고, 짧은 세션을 가지며, 터치 디바이스의 특징을 살린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바일 게임 시대의 패턴 변화 과정은 현재까지 4개의 구분으로 특정할 수 있다.

1) 모바일 게임 패턴 1기 - SNG

작은 목표와 보상을 자주 주며, 보상이 다음 컨텐츠와 연결되도록 하고,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처럼 보이게 하는 'PC MMO 플레이 타임 늘리기의 정수'가 똑같이 녹아있는 게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SNG 장르의 게임이 이에 해당한다.


2) 모바일 게임 패턴 2기

수집과 강화에 초점을 두고 그라인딩 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대세를 이룬 시기로, '메타플레이'를 잘 만들면 코어메카닉, 전략성이 부족해도 충분히 만회가 됐다.



3) 모바일 게임 패턴 3기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과한 플레이타임을 요구하지 않으며 자동전투, 소탕 등 각종 메타플레이 요소들을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정리한 시기로, '도탑전기'류의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4) 모바일 게임 패턴 4기 - 모바일 MMORPG

모바일 환경을 고려해 짧은 세션으로 진행됐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시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대폭 늘린 MMORPG 장르가 등장했다. 최대한 편하고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유저들의 안착을 최우선으로 한다. 온종일 소지하는 모바일의 특성상, PC 때보다 오히려 더 긴 플레이타임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 결론 : "메타플레이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


이희영 디렉터는 이러한 게임들의 메타가 게임의 우열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모바일 패턴 1~4기에 해당하는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하여 유저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물론, 메타크리틱 98점을 받으며 게임성을 인정받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이러한 메타플레이의 발전과 아무런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코어나 비쥬얼과 달리, 메타플레이는 용어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경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발전도 느리다. 똑같은 내용의 콘텐츠를 조립하더라도, 당시 시장 상황이나 트렌드, 그리고 개발팀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비추어 어떤 플레이 패턴을 만들 것인지 발상하고 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메타플레이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