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유자적 라이프 김윤정 개발자

'게임잼(GAMEJAM)'은 처음 만나는 기획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힘을 모아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게임개발자들의 축제다. 현장에서 주어지는 주제를 가지고 48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게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 개개인의 역량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은 물론, 현장에 참여한 다른 개발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실전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것도 '게임잼' 행사가 가지는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과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준비한 유유자적 라이프의 김윤정 개발자는 총 11번의 게임잼 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게임잼 행사에서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기에 앞서 '게임잼'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게임잼'은 지난 2002년 3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위치한 한 개발사가 그들의 게임 엔진을 시험하기 위해 전문 개발자 그룹을 사무실로 초청해 함께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 그 시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3년 10월에 개최된 '인디게임 위크엔드' 행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게임잼 행사가 개최되고 있으며, 그 규모와 참가자 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게임잼'에서는 누구나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되어 함께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거창한 기획서나 좋은 그림 실력은 필수가 아니다. 역할의 벽을 깨고 여러 명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떻게든 '게임'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 자칫 게임 기획이 산으로 가더라도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잼'이 가지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잼'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마친 김윤정 개발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전 PC 게임을 플레이하며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워온 그는 3D모델러가 되어 게임회사에 재직하게 됐지만,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게임 개발자의 모습과 계속되는 야근의 반복으로 점점 피폐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이러한 상황 속에 괴로워하던 그 순간, 눈앞에 찾아온 것이 바로 '게임잼'이었다. 김윤정 개발자는 자유롭게 오직 게임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게임잼'이 자신의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 대략적인 '게임잼' 행사의 진행 순서

'게임잼' 행사는 주제 발표 이후에 진행되는 아이디어 제시와 팀 빌딩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인 개발 작업, 작품의 시연과 발표, 이후 우수 작품의 시상 순서로 진행된다. 보통 게임잼을 말할 때 '48시간만에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개발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발표와 시상 과정을 제외하면 실제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43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개발자들은 주제에 맞는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뜻이 맞는 개발자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기획을 거쳐 개발을 하게 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게임 개발의 모든 과정을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부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다.

▲ 좋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하는 것이 '게임잼'의 시작

▲ 팀 빌딩 과정에서는 자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무조건 채용!

▲ 게임의 기획도 일사천리로 완성된다

▲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 곳곳에 전사자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어느새 '게임잼' 행사의 막바지에 다다른 것

▲ 이쯤 되면 버그가 생겨도 컨셉으로 받아들이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 48시간 동안 진행된 개발자들의 레이스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김윤정 개발자는 자신에게 있어 '게임잼'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편이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온전히 현재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다른 개발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신선한 자극을 얻기도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이 다른 개발자들에게 그래픽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후 개발자들에게 도트를 가르치는 강사로서의 길도 새롭게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한 명의 게임회사 직원에 불과했던 그가 직접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 다른 개발자들에게 도트를 가르치는 강사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은 바로 수많은 인연을 만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자리, 게임잼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윤정 개발자는 게임 개발에 종사하고, 혹은 종사하길 희망하는 많은 이들이 게임을 만드는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