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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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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조연을 위한 온라인 게임은 없다, '메이플스토리2'의 이유 있는 리뉴얼

박광석(Robiin@inven.co.kr)
▲ 넥슨코리아 박재석 기획자

넥슨의 야심작 '메이플스토리2'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메이플스토리'의 정식 후속작인 '메이플스토리2'는 출시 전부터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의 UGC로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충분히 살리지도 못한 채 대다수 유저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 '메이플스토리2'의 시나리오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넥슨코리아 박재석 기획자는 메이플스토리2의 개발 과정부터 시나리오 기획에 무시할 수 없는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오류를 수정하여 다시 한번 재도약하기 위해 그들이 준비한 것이 바로 메이플스토리2의 '리스타트' 업데이트이고, 이 업데이트의 핵심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강연의 주제가 된 '시나리오 리뉴얼'이다.

박재석 기획자는 이날 강연이 획기적인 기획력을 소개하는 강연이 아닌, 뻔하디 뻔한 사실을 간과하여 겪게된 '역경과 고난의 대서사시'라며, 게임 개발을 준비하는 개발자들이 '메이플스토리2'가 겪은 실패의 경험을 참고하여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CHAPTER 1. 왜 '메이플스토리2'는 시나리오 리뉴얼을 했을까?


'메이플스토리2'의 시나리오 리뉴얼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게임을 리뉴얼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고,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작업을 진행하는 개발자들조차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본격적인 리뉴얼을 강행한 이유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닌, 무엇이 문제였는지 제대로 짚어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박재석 기획자는 '왜 시나리오 리뉴얼을 진행했나'에 대한 첫 번째 이유로 "메이플스토리2는 애당초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누가 스토리를 보려고 하겠나?'라는 다수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토리 기획과 관리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원작 '메이플스토리'에는 매력적인 영웅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이러한 영웅 모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스토리를 추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각 영웅이 가진 스토리가 서로 얽히면서 기획은 매번 혼돈에 빠졌고, 기존 영웅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지기보다 '기승전 - 신규 영웅 추가'의 악순환이 계속 이어졌다.

때문에 '메이플스토리2'는 유저 스스로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새로운 포부를 가지고 기획됐다. 유저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색채를 입혀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성공적이지 못했다. '메이플스토리'가 쌓아올린 15년의 서비스가 허투루 쌓아 올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기획이었다.

▲ '메이플스토리'인데 스토리를 버렸다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많은 유저들이 퀘스트와 스토리에 의존하여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던 것이 바로 두 번째 리뉴얼의 이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보통 스토리의 몰입감이 떨어지는 시점에 게임을 이탈하게 되는데, '메이플스토리2'에서는 플레이를 시작하고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15~20레벨 구간에서 많은 수의 유저가 이탈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저들의 빠른 성장과 콘텐츠 소비 속도를 고려해 주요 콘텐츠를 후반부에 집중시켰지만, 게임의 몰입을 돕는 스토리의 부재로 후반부까지 끈기있게 게임을 지속하는 유저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 단편적인 이벤트가 몰입을 돕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시나리오 리뉴얼을 진행하게 된 마지막 이유는 개발 당시의 예상과 판이하게 달랐던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문화였다.

박재석 기획자는 '메이플스토리2'의 라이브 직전, 개발진 모두가 게임이 제공하는 콘텐츠 양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픈 초반부터 제공되는 8가지의 직업과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활용한 전투, 레이드, 미니게임, 그리고 유저들이 직접 만드는 UGC까지, '메이플스토리2'의 오픈 전 모습은 하나하나 새로운 즐길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테마파크'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속도는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유저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는 이미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라이브 3개월 째에는 콘텐츠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러나, 스토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메이플스토리2'의 배경에는 유저들의 이탈을 막을 요소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 즐길거리로 가득한 '테마파크'처럼 보였지만...

▲ 게임 플레이에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면, 유저들은 몰입을 할 수 없다


■ CHAPTER 2. 무엇이 '메이플스토리2' 시나리오의 문제점이었을까?

유저들은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의 주체가 되어 현실 이상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한다. 온라인 게임 속에서 유저는 현실 속에서는 얻기 힘든 커다란 부를 가질 수도 있고, 세상을 구하는 위대한 영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2'는 유저들에게 게임 속 세상의 '주인공' 자리 대신, 주인공의 주변에서 그들의 활약을 바라봐야만 하는 '조연'의 자리를 제공했다.


유저 대신 주요 NPC들을 중심으로 메인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조연의 자리에 있는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아무런 사명감을 느끼지 못한다. 게임 속의 세계가 어떤 커다란 위험에 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유저들은 그저 NPC들이 시키는 명령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임무를 수행해야 할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게임 속 스토리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새 최고레벨을 달성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콘텐츠가 녹아있는 설정 요소가 없는 것도 유저들이 '조연'의 자리에 머물게 하는 요소가 됐다. '메이플스토리2'에서는 많은 노력을 통해 강력한 아이템을 얻었다고 해도, 다음 패치를 통해 더 좋은 아이템이 등장하면 기존의 아이템이 본래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했다. 게임 속에서 제공되는 모든 보상 아이템은 아무런 감성적인 가치를 갖지 못했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로 변할 뿐이었다.


▲ 아이템이 상징성을 갖는다면, 그 가치는 성능에 묶이지 않는다


■ CHAPTER 3. 어떻게 '메이플스토리2'는 시나리오를 개선했을까?

'메이플스토리2'는 시나리오 리뉴얼을 통해 '조연'의 자리에 있던 유저들을 '주연'의 자리로 끌어올렸다. 게임 속의 모든 스토리는 이제 NPC 중심이 아닌, 유저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주요 NPC를 보좌해야만 했던 유저는, 이제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위대한 영웅이 됐다.

▲ 여기에 NPC들의 응원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또한, 게임 속 주요 NPC들과 유저간에 직접적인 관계를 설정했다. 매력적인 배경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NPC를 유저와 연결시키는 것으로 스토리에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강력한 능력에 멋진 외모를 가진 NPC에게 '유저의 스승'이라는 접점을 부여한 순간, 유저들은 스승의 위기에 반응하고, 스토리 하나하나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몰입은 나아가 유저들의 2차 창작물 제작 활성화로도 이어졌다.

▲ 게임 속 캐릭터에게 유저와의 접점을 부여한 순간,

▲ 유저들은 NPC에 애정을 느끼고,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더불어, 강력하고 매력적인 주적 '검은 마법사'도 새롭게 추가했다. 주적의 존재는 유저에게 성장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 의식과 성취감을 제공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강력한 주적이 없는 상태에서 서로를 제외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면, 게임을 잘하는 소수만이 재미를 느낄 수 있게된다. 하지만 '검은 마법사'와 같이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공동의 적이 존재한다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검은 마법사와 대적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박재석 기획자는 이러한 모든 효과를 가져오는 주적 '검은 마법사'야말로 메이플스토리2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꿀'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 자매품 '마드리아'도 있어요!



'메이플스토리2'의 시나리오 리뉴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욱 개선된 흥미로운 요소들을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는 리뉴얼 작업이 계속되는 중이다.

박재석 기획자는 '메이플스토리2'의 리뉴얼 작업이 실리적인 부분만 보면 안 하는 것이 옳은 비효율적인 작업일 수 있지만,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메이플스토리2'가 더 좋은 작품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보람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계속 애정을 갖고 믿어준 유저들의 사랑에 큰 감사를 드리며, 유저들의 사랑에 계속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재미있는 '메이플스토리2'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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