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사전예약을 시작했습니다. 원작 리니지1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리니지M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리니지M이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밀레니엄 시대가 개막한 2000년 1월. 리니지에서는 요정의 숲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이 시기는 기사의 시작점인 윈다우드가 생기기 전(2000년 3월 추가)이기 때문에 요정 클래스를 제외한 기사, 군주, 마법사는 말하는 섬에서 시작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본토로 건너와야 했다.

당시 군주와 기사는 말하는 섬에서 10레벨 중후반까지 육성한 후, 본토로 넘어오는 것이 정석(은검이 있다면 더 빠르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이었지만, 마법사는 4레벨까지 수련장에서 허수아비를 친 후 1서클 마법을 배우자마자 본토로 넘어오는 것이 더 빠른 레벨업의 길로 여겨졌다.

마법사가 저 레벨 몬스터가 많은 말하는 섬에서 레벨업을 하지 않고 보다 위험한 지역인 본토로 넘어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글루디오 마을 위쪽에 위치한 해골밭에는 마법사 클래스가 모여서 사냥을 하는 '법사촌'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해골밭 법사촌 위치


마법사는 다른 클래스에 비해 장착할 수 있는 장비의 제약이 심했다. 이 때문에 방어력이 낮을 수밖에 없었고, 장착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도 당시 기사의 15레벨 퀘스트 보상 무기인 '붉은 기사의 검(당시 국민 무기인 일본도 다음으로 좋은 검)'일 정도였다.

게다가 MP 회복 속도도 극악을 달려 WIS 18을 투자했더라도 이동할 때는 1, 가만히 서있을 때 3씩 MP를 회복해 사냥 시간의 대부분이 MP 회복 소모 시간으로 소모됐다. '제약이 심한 장비'와 '느린 MP 회복 속도' 이 두 가지 요소 때문에 당시 저레벨 법사의 사냥 속도는 카리스마에 스탯을 올인한 군주와 비슷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리니지에서 지원하는 한가지 기능이 레벨업이 느린 마법사를 구원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우리가 설정에서 옵션을 끄고 키는 것을 지원하듯, 당시 온라인 게임에서는 텍스트 기반의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옵션을 키고 끌 수 있었다. 리니지에서도 해당 기능이 존재했는데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autospell' 명령어였다.

'/autospell'을 입력하면 화면 안에 몬스터가 있을 때, 마법 단축키를 누르면 타깃을 클릭해 줄 필요가 없이 자동으로 근처의 몬스터를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혼자서 무턱대고 마법을 쓰면 위험하니, 여럿이 모여서 몬스터를 상대하게 됐고, 이것이 법사촌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법사촌의 형성으로 인해 더 이상 마법사는 몬스터 한 마리를 상대할 때마다 사투를 벌일 필요가 없어졌다. 그저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MP를 회복하다가 버그베어나 언데드 몬스터가 오면 다른 마법사들과 함께 마법을 한 두방 사용해 경험치만 챙기면 됐으니 말이다.

▲ 해골밭 북쪽에는 수십명이 모여서 버그베어를 주로 잡았다

▲ 북쪽이 아니더라도 소규모로 모여 언데드 몬스터를 잡곤 했다


법사촌에서의 레벨업은 편했지만, 돈을 모으기에는 적절한 장소는 아니었다. 에너지 볼트 단축키에 동전을 꼽아놓고 기다리면 경험치는 조금씩 늘어났지만 몬스터에게서 드랍하는 아데나나 장비는 얻을 수 없었다. 발품을 팔면서 아데나를 루팅 하려고 해도 주변 다른 유저와 치열한 경쟁 때문에 큰 소득을 얻기도 힘들었다.

때문에 돈을 벌려면 다른 방법으로 벌어야 했다. 당시 새로 생긴 요정의 숲과 오크 화전민 마을은 돈을 벌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자본이 없다면 요정 부캐릭터를 생성해 '요정의 숲'에서 주먹질을 하고, 어느 정도 장비를 맞췄다면 '오크 숲'에서 사냥하는 것이 돈을 버는 방법이었다.

요정의 숲 지역이 업데이트 될 때, 제작 시스템도 동시에 추가됐다. 무기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요정족 가디언을 강제로 때리면 일정 확률로 재료를 얻을 수 있었고, 이 재료를 그냥 사용하거나 모아서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다.

특히 가디언 중 엔트에게 얻을 수 있는 ‘엔트의 줄기’는 ‘비취 물약’과 동일한 효과를 지녔고 ‘엔트의 열매’는 ‘맑은 물약’의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이후, 용기의 물약 역할을 하는 '엘븐 와퍼'의 제작 재료로 사용되면서 비싼 값에 판매할 수 있었다.

▲ 요정의 숲 동네북 '엔트'.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다

요정의 숲이 돈 없는 유저들이 기초 자본을 모으기 위해 활동하는 곳이라면 '오크 숲'은 장비를 어느 정도 맞춘 20레벨 이후의 유저들이 경험치를 얻으면서도 물약 값을 벌어들이기 위해 가는 사냥터였다.

▲ 오크 숲 지도


오크 화전민 마을에 자리 잡은 NPC 라이라는 주변의 오크들을 잡은 증거물로 토템을 가져오면 토템의 가치에 따라 아데나를 지급한다. 토템 한 개당 최소 30 아데나부터 최대 200 아데나를 지급했기 때문에 장비마다 수준 차이는 있었지만, 사냥 한 타임에 5천~1만 아데나 정도는 벌어들일 수 있었다. 다만, 토템은 1vs1로만 얻을 수 있었기에 늑대를 끌고 다니거나, 서먼 몬스터를 이용한 사냥은 불가능했다.

▲ 사냥을 끝내고 정산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 중 하나였다


오크 숲은 오크 토템을 통한 수입 외에도 의외의 대박 아이템을 노릴 수 있는 장소였다. 오크 숲 주변에는 가스트와 오우거가 자주 출몰했다. 가스트에게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서먼 몬스터 마법서'를 얻을 수 있었고, 오우거는 '파워 글로브'의 재료 오우거의 피(현재는 오우거의 눈물)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하나만 먹으면 가지고 있는 장비를 대폭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비싼 재료들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주변에 가스트와 오우거가 출몰하면 때리고 있는 몬스터를 뒤로하고 욕심을 내서 공격을 시도했다. 때문에 간혹, 욕심을 부리던 유저들이 오크와 가스트의 합동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귀환을 하거나 눕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 오우거와 가스트의 합동 공격도 자주 맞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광경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직 요정의 숲에서 가디언을 통한 재료 수집은 17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법사촌은 '힘의 지팡이'와 '마나의 지팡이'의 추가로 인한 사냥 편의성 증가와 2002년 '/autospell' 명령어가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췄고, 오크 숲은 새로운 지역과 사냥터가 계속해서 추가되면서 외면받는 사냥터가 되었다가 2014년 리뉴얼 되어 이제는 60레벨대 사냥터로 변화됐다.

리니지M에서 보여줄 본토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예전 말하는 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본토로 향할 때 두근거리던 기분부터 몬스터를 잡아서 모은 돈으로 장비를 맞춰나가는 보람을 느끼던 그 시절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 이미지 출처 :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play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