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

NDC 행사의 마지막 날인 27일, 2D 모바일 게임 '애프터 데이즈(After Days)'의 개발 과정을 소개하는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을 준비한 겜브릿지 도민석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네팔 대지진의 비극을 알리고, 아직도 진행 중인 네팔 지진 복구 사업에 일조하기 위해 '애프터 데이즈'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애프터 데이즈'의 시작은 지난 2015년 4월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대규모 지진에서 시작됐다. 도민석 대표는 3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고통받은 네팔 대지진의 비극을 국제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이 다른 이의 비극을 봤을 때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이유가 '빈곤 포르노그래피'에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아픔을 아픔으로 포장한 자극적인 마케팅에 너무나 오랫동안 노출됐고,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감성팔이'에 지쳐버렸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면서도, 도움을 준다는 행위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떠올렸다.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본격적인 게임 개발을 위해 도민석 대표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유저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게임 '발리언트 하츠'와, 전쟁 중에 살아남은 민간인들의 생존을 다룬 인디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을 참고하기도 했다. 그는 두 게임을 통해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작업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사 과정 중 알게된 것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개발된 게임을 소개하는 세계적 규모의 행사 '게임즈 포 체인지(Games for Change)'다. 직접 개발한 게임이 '게임즈 포 체인지'에서 수상할 수 있다면, 네팔 대지진의 참상을 더 많은 유저들에게 알리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애프터 데이즈'의 초기 컨셉은 트라우마를 통해 자신의 색을 잃은 한 의사의 이야기였다. 개발자부터가 제3자의 시점에서 네팔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이방인 '의사' 캐릭터를 만들어 주인공으로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발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원래 취지였던 네팔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 캐릭터인 의사의 트라우마 극복 과정과 심리 묘사에 치중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도민석 대표는 '네팔'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네팔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먼저 책을 통해 네팔을 공부한 그는 현지의 농가와 직접적인 인연을 가지고 있는 파트너 '아름다운 커피'를 통해 네팔과 접점을 만들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직접 네팔을 방문해 현지 피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진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들에게 듣는 '네팔 대지진' 당시의 피해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지고 길이 단절되어 10일 이상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사상자 수습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가에서 노숙을 해야 했다.

이처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네팔을 접한 도민석 대표는 '애프터 데이즈'의 주인공을 이방인 대신 진짜 네팔 사람으로 변경하고, 상상이나 과장을 섞어 미화한 이야기가 아닌, 실제 네팔 지진의 참상을 그대로 게임에 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실제로 네팔 대지진을 겪은 현지인이 게임의 모델이 됐다

▲ 이방인의 이야기가 아닌, 진짜 '네팔 이야기'로 전면 수정!

▲ 현지인들이 말하는 네팔 지진의 비극은 게임 속 설정이 됐다

네팔 방문 이후 '애프터 데이즈'의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네팔 현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게임 자체가 가진 재미도 함께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게임 출시를 기다리며 후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팬들과 네팔 현지에서 응원을 보내고 있을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애프터 데이즈'는 지난 25일, 마켓을 통해 정식 출시될 수 있었다. 도민석 대표는 '애프터 데이즈'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네팔 지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현지 사람들은 이러한 유저들의 관심을 통해 국제 사회가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저와 네팔 사이를 잇는 가교역할을 우리 '겜브릿지'가 담당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유저와 네팔 현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겜브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