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 이병주 박사

플래피버드와 같은 단순한 게임들은 바둑이나 체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재미를 준다.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대신 우리가 가진 신체적, 인지적 한계를 뛰어넘어 더 높은 점수를 얻고자 수많은 기계적인 움직임을 반복하게 한다. 스타크래프트나 오버워치같은 게임들의 경우, 전략적인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매 순간의 정확하고 기계적인 컨트롤도 승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병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는 이와 같은 게임플레이에 존재하는 기계적인 측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최근 Human-Computer Interaction(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분야 연구의 몇가지 사례들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사례들로부터 얻은 이해에 바탕을 두어 더 높은 몰입감과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컴퓨터 게임은 정신적인 활동일까, 육체적인 활동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게임을 정신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e스포츠 선수들의 컨트롤과 단축키 사용은 정신적인 활동일까, 육체적 활동일까? 얼마 전 2022년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포츠로서 게임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이때 사람들은 게임을 정신적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게임은 꽤 육체적인 면을 요구한다. 게임이랑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는 바둑을 보자.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보면 알파고는 진짜로 돌을 놓거나 이세돌의 눈을 보지 못한다. 오직 어느 위치에 놓을지만 계산할 뿐이다. 신체적 아바타인 '아자 황' 기사가 놓는 상황인데, 이를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게임을 했다고 볼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 바둑은 물리적인 예의에서 시작한다

바둑은 통념과 달리 의외로 신체적이다. 신체적인 부분에서 예의도 있고, 상대와 마주하며 생기는 긴장감도 있다. 돌을 놓는 감촉 덕분에 다양한 돌과 다양한 바둑판이 존재한다. 가격대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정신적인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을까?

딥마인드의 다음 목표는 미니맵 상의 비주얼 인포메이션을 통해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를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신체 활동을 할 수 없는 점은 생각해봐야 한다. 어쩌면 딥마인드는 로봇을 먼저 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동의 컨트롤을 보고 있자면 절대로 e 스포츠에 신체적인 활동이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DeepMind의 다음 목표: 스타크래프트2]

인간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 매개하는 인터페이스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익숙한 GUI를 비롯하여 CLI, NUI, TUI, BCI, AR, VR 등등.

미래에는 생각만으로도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입력장치 즉 물리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상당히 영향범위가 넓다, 단축키를 어디에 배치하는지, 감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터치 이벤트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VR 상에서 물체와 충돌할 때 어떻게 충돌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바로 귀결된다.

사실 이런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기 사람들은 페이커의 단축키 배치를 궁금해하며 몇 DPI 마우스를 쓰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어떤 해상도의 모니터를 쓰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LOL Faker Settings]

그리고 오늘날의 게임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게임이 주가 되지 않는다. 대신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게임이 많이 나오고 있다. 플래피버드와 길건너친구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런 게임을 할 때는 신체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 조작방법이 쉽다고 메커니즘이 쉬운 건 아니다.

너무 낮은 난도의 게임은 지루하다. 반면 너무 어려우면 플레이어는 당황한다. 적절한 난이도와 도전이 있어야 몰입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을 봤을 때 게임을 디자인할 때 정신적인 부분도 있지만,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측면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가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1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가면서 '한 부대 12기' 개념이 사라졌다. 편해졌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2의 게임 디자인은 1편의 신체적 재미를 가지고 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쉽고 편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 지루함을 쉽게 느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에 열광한 이유 중의 하나는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그때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음에 환호하는 사람이 많았다.

플래피버드의 성공 요인은 난이도였다. 처음에 쉽게 만들었더니 지루했고, 그래서 어렵게 만들었더니 인기를 끌었다. 단순 점프만 있는 게임인데도 몰입도를 끌어냈다. 신체적 활동 몰입의 좋은 예다.


그렇다면 게임의 신체적은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메카니컬한 느낌은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마우스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을 거다. 그런데 어째서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려울까?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면 태블릿으로 그릴 때보다 15% 시간이 더 걸리며 50% 더 오류가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97%나 더 부정확한 움직임이 나올 뿐만 아니라 태블릿에는 없는 터널 증후군도 발생하고는 한다.

마우스가 개발된 지 50년이 넘었는데 이에 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손목이 손가락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든지, 손목의 움직임이 효율적이지 못해서라든지 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한 통설에 근거해서 버티컬 마우스가 나왔다.

그러나 연구결과, 이는 마우스이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문제였다. 마우스의 센서 시스템은 돌아가기 때문에 궤적에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직선을 긋는 게 불가능한 형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센서가 두 개가 있어 회전을 측정, 실시간으로 궤적 왜곡을 수정해야 한다.

다만, 이 마우스가 게임에 활용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기존의 마우스는 수평선을 긋기는 쉬워서 FPS같은 게임을 즐기기는 유리하다. 그래서 데스크탑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했을 때 게임성이 그대로 옮겨가지 않는다.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시간 인간 - 컴퓨터 상호작용'에서 메카니컬한 느낌에 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게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그저 경험적으로 설계할 뿐이다.

많은 사람은 터치스크린에서 게임을 할 때 더 어렵다고 느낀다. 실제로도 아이폰으로 게임을 하면 닌텐도 DS로 게임을 하는 경우보다 150% 더 많은 죽음을 경험한다. 플레이 타임도 42% 더 늘어난다.

이를 실제로 연구해보니 불편함은 터치 입력에서 기인했다. 보통 터치스크린 게임은 터치다운과 터치릴리즈 방식으로 입력이 구현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식은 터치 맥스 였다. 플레이어가 완전히 최대 부분을 터치했을 때의 '터치 맥스' 방법을 사용하면 5% 더 낮은 에러율을 기록할 수 있는 점을 실험으로 찾아냈다. 5%는 수천 번 터치하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작은 수치가 아니다.

문제는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터치 맥스에 대한 API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우스 가속기능은 손을 X만큼 움직였을 때 커서가 움직이는 거리를 매핑해주는 함수다. 현재 마우스 가속기능은 OS마다 기본적으로 설정된 값을 따른다. 문제는 이 값이 OS 디자이너들의 경험으로 설계된 값이라는 것이다.


게인 함수는 어떤 게임을 하느냐, 어떤 앱을 쓰느냐 또는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맞춰서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기본 게임값을 그대로 쓰고 있다. 슈팅게임이나 RTS 게임에서 게인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은 이를 인지하나 표현하거나 설명할 수 없기에 프로게이머들의 세팅을 보고 따라 하려 한다.

그래서 이 게인 값을 사람에 맞춰, 게임에 맞춰 최적화시켜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타겟까지 움직이는 시간을 잘게 잘라 중간에 멈추게 하고 멈추는 각 순간의 거리를 업데이트하는 거다. 실시간으로 30분 정도 최적화를 하다 보면 OS 디자이너들이 20년 정도 고민한 커브가 나오고 그 이후 개인에 최적화된 게인 값을 얻게 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로 테스트를 했다. 그러나 다이렉트 인풋 방식을 사용하는 파이널판타지15와 아키에이지, GTA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 상기 게임에서 핵으로 적발되는지 아닌지는 연구하지 않았다. 오토 게인 프로그램은 http://kiml.org/AutoGain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