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이끄는 팀장의 업무는 막중합니다. 팀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이에 따르는 책임도 져야만 하는데요. NDC 2017 강연 셋째날, 자신을 '초보 팀장'이라고 소개한 넷게임즈 고옥현 팀장. 파트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후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설명했습니다.





저는 모바일 게임 'HIT'를 만들 때 파트장으로 진급했습니다. 이후 4개월 정도 지나면서 급하게 팀장으로 올라오게 되었는데요. 이게 겉으로 보면 파격적인 승진이지만, 사실 전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로 올라가서 걱정이 많았어요. 이래도 되나, 나 해고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 들더라고요.

팀장 되고 나니까, 예상대로 파트장의 업무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파트장도 실무자와 하는 일이 달랐는데, 팀장 역시 역할 차이가 분명했어요. 파트장은 관리직 체험판, 팀장은 본격적인 관리직이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일단 파트장은 스케줄 관리 및 작업물의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팀장은 전반적인 업무의 방향을 결정하고 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역할이에요. 팀의 비전도 제시해야 하고, 팀 내외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합니다. 관리 커버리지 차이로 볼 수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팀장은 업무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이 주어진다는 겁니다.

이제 매니지먼트와 관련해서 좀 자세하게 이야기해볼게요. 제가 팀장이 되고 난 후 뭘 실수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처음에 팀장되고 나서 몇 달동안 실수를 참 많이 했어요. 업무는 딜레이 되지, 게임 밸런스는 뭉게지고 버그는 속출하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 봤는데, 제가 파트장 업무에 익숙해질 때쯤 바로 팀장으로 승진한 게 원인 같았어요. 인수인계 기간이 너무 짧다 보니, 팀장이 일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죠.

팀장은 팀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괜히 '팀장'이 아니죠. 제가 막 팀장 달았을 때는,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프로젝트 상황이 영 좋지 않았어요. 당시 저는 '바쁘긴 해도 그냥 내가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새하얗게 불태웠고, 다행히 업데이트는 무사히 됐죠.

처음에는 잘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 업데이트 시즌이 오니 그 상황이 또 반복되더라고요. 여전히 사람은 부족하고, 마감 퀄리티에 쫒기고... 저는 계속 실무를 하는 상황이었죠. 이러다보니 팀은 성장을 안 하고, 작업물 퀄리티는 떨어지고, 팀원은 방치되는 악순환이 몇 달 동안 반복되었습니다.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전 더 이상 실무를 하지 않기로 했고, 대신 팀원들에게 일을 배분했어요. 제 오만일 수도 있는데, 퀄리티는 제가 할 때와 비교해 좀 걱정되는 게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팀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잘 만들려고 했죠. 그 과정에서 팀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성장한 팀원에게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었어요. 팀원에겐 동기부여가 된 거고, 전 관리비용이 줄어든 거죠. 이렇게 변화를 주고 나니, 조금씩 팀다운 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정상적인 페이스로 운영되었고, 더 이상 마감에 허덕이지 않게 됐습니다.

정리해볼게요. 팀장은 실무자가 아니라 관리자입니다. 팀장이 혼자 일해서는 팀 인원수만큼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매니지먼트에 신경써야 해요.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이나 코치가 직접 경기를 뛰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이처럼 팀장도 실무가 아닌, 관리를 통해 팀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두 번째로, '모바일 게임의 스케줄 관리'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부분유료화 PC 온라인 게임은 보통 1~3달마다 업데이트를 합니다. 정액제 게임은 3~6달마다 크게 업데이트를 하죠. 반면, 모바일 게임은 1~2달 주기로 클라이언트를 업데이트 하고, 그 사이 1~2주마다 데이터 패치가 들어갑니다. 좀 빠듯할 때는 클라이언트 업데이트 하자마자 1주일 후 데이터 패치, 또 1주 뒤에 데이터 패치, 3주 후에 클라이언트 업데이트 하고 그랬어요. 온라인 게임 개발팀에 있다가 모바일 게임 개발팀으로 넘어와서 가장 낯설었던 것 중 하나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니 업무는 딜레이됐죠. 그리고 업무에 얽혀 있는 콘텐츠 업데이트도 계속 미뤄지고, 데이터 작업 퀄리티는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자연히 팀 내외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일단, 팀장의 업무 지시와 의사 결정이 최대한 빨라야 합니다. 많은 시간이 소비될 것 같은 일은 2~3주 전에 미리 준비하고, 작업 우선 순위도 조율해놓아야 합니다. 결정을 미루면 안 돼요. 그럴수록 팀원의 스트레스가 상승합니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 툴'을 쓰는 걸 추천합니다. 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공유할 때, 그리고 업무 우선 순위를 지정하고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저는 '히트'를 운영하면서 두개의 툴을 썼는데요. 하나는 '구글 독스(Google Docs)', 다른 하나는 '트렐로(Trello)'입니다.

구글독스는 패치 진행할 때 썼어요. 일주일 단위의 업무를 지시하거나 현재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트렐로는 클라이언트 업데이트 업무용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 업데이트에 들어가야할 기획, 리서치 업무를 작성했고, 팀과 연관된 작업이 어떤 게 있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팀장 일이 익숙해지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업무 지시와 피드백은 정확해야 된다는 겁니다. 일을 하다 보면, 업무 방향과 결과가 다를 때도 있습니다. 글이나 대화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경우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업무를 지시한 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봐야 하고, 만약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바로 피드백을 줘서 수정해야겠죠. 그리고 사전에 실무자에게 업무의 배경이나 흐름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팀원들이 같은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며, 결과적으로 피드백에 소모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좋은 팀장이란 어떤 건지 정리를 해볼게요. 좋은 팀장이 되려면, 일단 팀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돌아가도록 꾸준히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스케줄 관리는 빠르게 되어야 하고, 업무 지시나 피드백도 빠르고 정확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팀 내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원활히 해결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팀원과 자주 술자리를 갖는 등, 과도하게 친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개인적으로 친한 거고, 회사 안에서 인간적인 팀장의 조건이라면 기본적인 관계를 형성한 후 팀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성과가 난다면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야겠죠. 팀장은 권력이 아닌, 권리를 취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저도 좋은 팀장이라고는 함부로 말 못하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았거든요. 일단, 팀원들을 충분히 성장시키지 못했습니다. 1주일 단위로 패치가 바쁘게 이루어지다보니 업무 지시만 할 뿐, 스스로 기획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리고 제 스스로도 아직 성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팀 관리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아직 제 방식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닙니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게 많은 것 같고요. 팀원 개개인마다 성격과 성향이 다르니, 관리 방식 하나 하나에도 차이가 있지만, 이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서 고민입니다.



이제 강연을 마칠 시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스스로 원해서 팀장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기왕 팀장이 된 거, 최고의 팀장이 되자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마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고요. 제 이야기가 지금 저와 비슷한 환경에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