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판타지워"

SRPG에 추억이 있는 사람으로서 당시에는 이렇게 반가운 게임이 없었습니다. 이름이 좀 유치하긴 했지만요. 사실 서문에 뭔가 썰을 좀 풀어보려고 했는데, 이거 강연이 상당히 내용이 많다보니 거두절미하고 들어가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NDC의 마지막날, 넥슨 레드의 이정근 디렉터가 지금은 시즌2로 이름을 교체한, '슈퍼판타지워'의 1년 6개월을 돌아보는 포스트모템 강연을 펼쳤습니다. 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중간 중간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답니다!

넥슨 레드의 이정근 디렉터


■ 왜 '슈퍼판타지워' 입니까?


이 게임, 정말 제목이 많이 회자되죠. 대체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요? "제목이 '슈퍼판타지워'인데...말하기 좀 부끄러우신 분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청중들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정근 디렉터도 좀 부끄럽긴 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부끄러운 이름을 지었느냐? 사실 런칭때는 바꾸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슈퍼판타지워'로 이름이 정해졌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 제안서에 지은 제목(모든 판타지 캐릭터가 나오는 슈퍼한 판타지!)
- 가제니까 런칭때 바꾸자. 하지만 쉽고 머릿속에 오래 남는 장점이 있다.
- 기억에 쉽게 남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 말하기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처음 만나는 유저와 인터렉션을 할 여지를 만들어준 제목

그리고 지난주에, 슈퍼판타지워는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 리브랜딩을 통해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판타지워택틱스R'이 됐죠. 사실은 다른 제목이었어요. 유저간담회를 하면서 새 이름이 공개됐는데...유저 반응이 너무 싸해서 지금의 이름이 됐습니다. 간담회에서 공개된 이름이 뭐였냐고요?

'울트라판타지워'요.




■ 왜 SRPG?

"게임을 런칭한 지 1년 6개월 만에 포스트모템 강연을 하게 됐습니다. 작년에도 제의가 있긴 했는데, 그때 안 한 이유는 적어도 게임이 1년 이상 생존해야 경험을 공유하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어요. 슈퍼판타지워는 글로벌 서비스이기 때문에 글로벌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서비스를 하면서 유저 비중에 변화가 좀 있습니다.

이게 2017년 초 데이터이긴 한데...초창기에는 한국 비중이 매우 높았는데, 지금은 글로벌과 아시아 쪽 비중이 커서 전체는 비슷해요. 간혹 망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저희 아직 안 망했습니다(웃음)."



왜 SRPG를 선택했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이정근 디렉터는 간략하게 SRPG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SRPG는, 90년대 유행했던 전략 RPG로 지형과 이동의 개념이 있는 맵, 전략성 있는 전투와 턴제 진행이 가장 큰 특징이죠. 대표적으로 '택틱스 오우거'라던가 하는 작품들이 있고요.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기가 점차 식어갔습니다.

슈퍼판타지워는, 그런 비주류가 된 SRPG 장르를 모바일 플랫폼에서 재탄생 시켜보기 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시장은 캐주얼에서 '자동' 기능이 있는 미드 코어 RPG로 넘어가던 시대였고, 팀원들의 경험과 인원이 부족했던 이정근 디렉터는 게임을 '차별화'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즐겁게 했던 게임들, 10대에 밤새우면서 했던 SRPG를 떠올렸죠. 시장을 돌아봤더니 모바일 SRPG가 거의 없고 그냥 예전 명작 SRPG들이 포팅 된 정도였습니다. 그마저도 매우 불편했죠. SRPG가 없던 이유를 이정근 디렉터는 이렇게 네 가지로 꼽았습니다.

- 불편한 조작방식
- 느린 게임 템포
- 상대적으로 높은 난이도
- 개발 공수

대세도 아닌데, 모바일에서 해보기에는 문제도 많은거죠. 남들이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반대로요, 과거의 경험은 좋았지만 올드한 게임 디자인이 문제라면 요즘에도 할 만하게 만든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일단 SRPG를 제작하기로 합니다. 그러면 개발 승인을 받아야겠죠? 그래서 제안서를 썼고, 여덟 번의 트라이 끝에 승인이 났습니다. 그것이 프로젝트 30, '슈퍼판타지워'의 시작이었죠. 개발팀은 일단 모바일 SRPG의 전투를 구현해보고 가능성을 보기로 했습니다. 5개월 만에 나온 프로토타입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일단 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게임과 다르게 느껴지고, 옛날에 했던 조작보다 훨씬 간단한 조작 방법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 초기에는 세로 모드도 구현해보려고 했답니다.


■ 모바일 SRPG의 첫 번째 핵심과제: 조작


왜 조작이 중요할까요? 기존의 SRPG는 조작이 매우 힘듭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20년과 매우 다르죠. 전체 유저들 중 SRPG 유저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SRPG의 조작에 익숙하지 못했기에, 조작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신규 유저에게 진입 장벽이 되죠. 거기다 다른 게임들은 다 자동이 되잖아요?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에 다가가 생각하면, 결국 '많은 유저가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야 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모바일 SRPG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는 조작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었죠. 그래서 조작 단계를 줄이기로 합니다.

① 이동을 많이 하니까 턴이 오면 '이동 모드'로 시작
② 이동은 공격을 하기 전까지 자유롭게 가능
③ 캐릭터 순서 변경을 할 수 없음
④ 적을 터치하면 바로 스킬 사용

이로써 약 7~90%의 조작 단계를 줄이는데 성공하지만, 편의성도 넣기로 결정합니다. 거리와 무관하게 적만 터치하면 공격이 되도록 했고 스킬 버튼만 눌러도 자동 타겟팅과 스킬 사용을 넣기로 합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자동' 시스템도 추가하기로 합니다.

SRPG 특성상, 조작이 다른 게임들보다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레벨 디자인'을 플레이하는 재미가 차별점이기에 약간의 조작은 용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이를 직접 해보니 간편하고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고민이 된 부분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고민 1. "전투에서 캐릭터 순서 변경이 안되는 점"

"이거는 피드백이 많아서 개발팀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결국 끝까지 안 넣었어요. 이걸 넣게 되면 조작이 늘어나버리고, 스탯 외에 이동의 전략이 추가되서 신규 유저와 고수들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유저들이 SRPG를 즐겼으면 해서 안 넣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최선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아쉬운 건 확실하니까요. 만약 다시 만든다면 '별도의 모드'를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고민 2. "오토를 언제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게 정말 큰 이슈였거든요. 저희 게임은 레벨이 재미있어야 하고 그걸 위해서 조작도 편해야 돼요. 그런데 오토도 된다? 게임의 핵심 가치와 오토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그래도 결국 넣긴 했죠. 던전 클리어 여부와 무관하게 오토를 가능하게 했어요. 이유는 유저 피드백이 오토가 있는게 좋다였거든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어요. 이건 논리와 다른 감성의 문제인 것 같아서 피드백을 수용했습니다."

크리스의 초기 디자인. 지금과는 많이 다르죠?



■ 모바일 SRPG의 두 번째 핵심과제: 던전 레벨 디자인 제작


"이게... 새벽의 탑이라는 곳이거든요. 어떻게 공략해야겠다고 생각이 드시나요? 그냥 보시면 적들을 막 찍은 것 같은데, 사실 하나하나 거리가 닿을 듯 안 닿을 듯 체크하고 고민하면서 배치한 거예요. 다른 RPG들은 맵 제작 공수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액션 RPG도 나름 동선이 중요하지만, 결국 몬스터 패치 수치와 밸런싱이 중요하죠.

하지만 SRPG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던전 하나하나가 다 달라야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맵을 제작하는데 좀 공수가 컸어요. 던전마다 기획자의 꼼꼼한 레벨 디자인이 있었고, 길 찾기 문제로 AI의 개발 난이도도 많이 올랐죠. 개발 도중에 맵과 이동을 빼자는 피드백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지금 이 방식을 버리고 주사위 방식으로 하는 것도 심하게 했어요.

하지만, 결국 이동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죠. 이게 없으면 다른 RPG와 별로 다를 게 없어요."


그럼 여기서 또 하나 의문. 오토가 있으면 왜 맵 레벨 디자인을 만들어야 할까요?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이정근 디렉터도 이를 '모바일 특성상 오토를 지원해야 하는 것이지, 꼭 오토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SRPG 유저도 즐기고, 비 SRPG 유저도 즐기려면 이 피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콘텐츠 제작의 핵심이므로 기획자가 맵을 만들 수 있도록 초기에 맵 툴을 제작했습니다. 지름길은 없으니... 레벨 디자인은 장인 정신으로 성실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QA도 상주하면서 테스트를 하고 피드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힘든 만큼 경쟁력도 생기긴 합니다. 복제가 어려우니까요.

테스트는 개발과 병행해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개발 중간까지는 던전 난이도가 매우 높았는데, 내부 시연시에는 높은 난이도를 즐거워했죠. 하지만 FGT를 해보니 유저들의 피드백이 달랐습니다. 특히 파티가 전멸했을 때의 반응이 갈렸습니다.

① 모바일 RPG에 익숙한 유저 : 죽었으니 뒤로 가서 오토 노가다
② SRPG 유저 - 전략을 다시 사용해서 클리어

①의 유저들은 레벨 디자인 때문에 전멸의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건 성장이냐, 전략이냐 하는 문제인데 SRPG에 익숙하지 않은 모바일 유저들은 뒤로 돌아가서 노가다를 합니다. 이게 틀린 방법은 아니지만 SRPG에선 좋은 방법이 아니죠. SRPG는 이동에 의한 전략이 밸런스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전략이 부족해서 실패한 경우라면, 성장 요구치가 엄청 높아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죠. 그래서 두 가지 보완책을 도입하는데, 하나가 '전투력' 개념의 도입이고 다른 하나가 '던전 공략 게시판'입니다. 그런데 이 두 보완책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고 하네요.





■ SRPG의 매력을 살리는 법 - '스토리'와 '캐릭터 획득 방식'

앞서 언급한 핵심 과제 두 개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결함으로써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작은 충분히 할만하고, 레벨 디자인도 많이 나아졌죠. 이제는 SRPG를 어떻게 재미있게 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SRPG의 매력을 어떻게 만들고 알릴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죠.


"딱, 두 개를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스토리와 캐릭터 획득 방식. 일단 SRPG의 핵심 피처는 스토리입니다. 경험에 의해 대부분 스토리는 기대를 하실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유저들이 스토리를 스킵하고 모바일은 그게 더 심한데 이게 가능할까요?

유저들은 '읽기'를 귀찮아하는 거지, 재미난 이야기나 설정은 좋아합니다.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은 이유와 비슷하달까요? 그리고 스토리는 플레이 동기 부여를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을 해보지 않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게 스토리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RPG에서 보이는 스토리의 문법 구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서, 스토리가 차별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히어로물 영화도 비슷하죠. 결국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는 흔한 프레임이지만 각각 매력이 다르고 재미도 다르잖아요? 스토리를 잘 만들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네 가지 정도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쓰자 - 이른 타이밍에 시나리오 기획자 1인 채용
② 스토리텔링 규칙을 정하자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 - 맵과 캐릭터를 활용한 연출, 시나리오 던전과 서브 스토리 등
④ 내부 피드백 수렴 - 팀원들이 피드백을 제공, 자연스럽게 스토리 퀄리티를 올리자




"캐릭터 획득 방식. 이게 왜 중요할까요? 다음 맵이 궁금하고 어떤 동료를 얻을까 하는 기대감이 SRPG를 더 재미있게 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그동안 모바일에 많이 나온 BM '가챠'와 정면으로 충돌이 나잖아요?

SRPG의 핵심 가치를 살릴지, 검증된 BM을 따를지 고민이었죠. 그래서 SRPG의 장점을 살려서, 인 게임에서 모든 동료를 구할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개발 초기에 이 피처를 결정하고 단 한 번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어요. 물론 라이브 도중 흑역사가 있긴 했지만....이건 좀 이따가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 개발하면서 아쉬웠던 점 다섯 가지

이 부분을 이정근 디렉터가 설명할 땐 뭔가 착잡하면서도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워했던 부분들이 비슷하게 겹쳐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뭔가 정말 속을 쓰라리게 하는 분이 나와서 그런 걸지도요. 아무튼 각설하고 넘어갑시다. 다섯 가지 사항들 모두 각각의 사항이 제법 긴 편이니 이정근 디렉터의 멘트와 함께 간략하게 요약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슈판워의 장비. 지금은 UI가 다르지만, 15개는 똑같이 찹니다. 아, 룬까지 18개 인가요?

▲ 장비 15개의 착용
- 나중에 버려질까 고민하지 말고 다 키우세요 하는 의도.
- 그러나, 유저가 키우고 성장해야 할 장비 개수가 너무 많음!
- 장비 탈착이 불편하고, 개수가 많아져 각각의 성능이 낮아져 파밍의 만족도가 저하.
- 애초에 질문이 틀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 튜토리얼
- 지나치게 친절하고 느림. 캐릭터가 약한 상태로 시작해 후반 기대가 저하됨
- SRPG를 꼼꼼히 알려주려고, 튜토리얼부터 스토리를 어필하려는 의도
- 그러나 '꼼꼼한 설명'은 대체적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걸 배웠습니다.
- 다시 만든다면, 중요한 기본 조작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유저가 하도록
- 후반의 성장한 모습을 튜토리얼을 통해 보여주어 흥미를 높이고, 장기 목표를 제공

▲ 세트 아이템
- 캐릭터 획득은 동일하니 장비로 능력치 차별을 주려고 했으나…
- 세트 밸런스가 다소 강력, 획득 접근성 떨어짐
- 앞으로 최대한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세트를 활용할 콘텐츠를 확장하고 획득 접근성을 높이면 더 즐겁지 않을까요?
- 슈판워가 앞으로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

왜 속이 쓰리나 했더니...큭....

▲ 캐릭터 직판
- 현금을 통해서만 캐릭터를 팔았던 경험.
- 게임 핵심 가치에 정면으로 위반됐던 내용.
- "잘못했습니다"
- 이후 인게임 획득 + 직판을 같이 유지

이게 그 유명한 예쁜 피규어입니다ㅠ


▲ 초반에 재화를 아낀 점
- 런칭 후 에너지, 골드 밸런스를 빠르게 패치했음에도 재화가 매우 부족
- '푸시'는 자극적인 것이라서 건전하게 리텐션이 형성되기를 의도했음
- 하지만 본격적으로 즐기지도 않았는데, 불필요한 걱정을 한 것
- 오픈 초기로 돌아간다면 충분히 즐길 골드와 에너지를 꾸준히 제공하겠습니다

처음 상성 시스템은 이랬는데, 마법vs원거리 중 누가 쎈지 가늠이 안되서 변경!


■ 슈퍼판타지워, 생존의 원동력

"1년 6개월이나 됐네요. 저희는 남들이 안 하는 이상한 걸 들고 나왔는데 아직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뭘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우선은 경쟁보다는 블루오션을 찾으려고 했던 게 통했던 것 같아요. 독자적인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 시도와 노력이 유효하지 않았나 싶네요.

두 번째는 글로벌 원빌드입니다. 전략이나 느린 템포, 턴제 게임이 당시 한국 시장의 주류는 아니었어요. 정말로 많은 유저를 모을 수는 없을 거란 생각에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전 세계 유저를 타겟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마... 넥슨 최초로 글로벌 원빌드를 시도한 프로젝트에요.


이건 서비스의 비중을 그린 차트인데요, 연두색이 한국이에요. 한국이 초반에는 확 올랐다가 떨어지고, 글로벌하고 아시아가 점점 올라오는 그림을 그리고 있죠. 글로벌 원빌드로 인해서 저희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과정을 중요시한 느린 게임 디자인이 통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한국 유저들의 성격상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죠. 하지만 모바일 RPG가 결과 위주이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의도도 있었습니다."


"이거, 할려다가 안했습니다. 그게 낫죠?"


■ 강연의 요약, 그리고 결론

① 왜 '슈퍼판타지워'인가?
- 유저와의 친근한 스킨쉽( + 게임 컨셉)

② SRPG를 선택한 이유
- 경쟁보다는 경험에서부터 잘 할 수 있는 걸 선택

③ 모바일에서 SRPG로 승부보기 위한 핵심과제
- 조작
- 레벨디자인

④ 모바일에서 SRPG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핵심과제
- 스토리
- 캐릭터 획득 방식

⑤ 오래 서비스할 수 있었던 이유
- 글로벌 원빌드
- 느린 게임 디자인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선례가 없던 걸 하다보니 어설픈 부분도 많았어요. 하지만 어쨌든 SRPG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해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엔터테인먼트도 재미가 중요하니까 부족하지만 새로운 걸 만들려는 노력이 받아들여져서 시장에서 살아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포스트모템은 결국 결과를 가지고 과거를 해석한 거잖아요? 게임 개발은 미래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의심과 불신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풀어가고, 팀원들과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프로젝트마다 성격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희의 경험이 답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만들고 보니까 이거 두 개가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게임의 비전과 동료의 신뢰. 좀 오그라들긴 하는데, 게임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목표가 있는지가 긴 개발 사이클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개발도 사람들이 하는거니까, 사람들과 잘 만들어서 개발을 완료하면 라이브 서비스하고 그래야 되잖아요. 그러니 동료들과 신뢰를 쌓는 게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긴 강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