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사전예약을 시작했습니다. 원작 리니지1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리니지M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리니지M이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대부분의 MMORPG가 그랬지만, 리니지도 사냥과 PVP가 게임 플레이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래도 다른 MMORPG는 사냥을 하면 경험치 올라가는 것을 보며 보람이라도 느낄 수 있었지만, 리니지에서는 한 시간 넘게 사냥해봐도 1%도 채우지 못한 경험치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누구라도 지겨워질 수밖에 없다.

과거 리니지를 즐겼던 유저들은 사냥이 지겨워질 때면 글루디오 마을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글루디오 마을 창고지기 근처에서 사람들이 파는 아이템을 보면서 시세를 파악하거나, 헤이샵에서 헤이스트 버프를 받고 사냥 준비를 하러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이것마저 지겨워지면 사람들은 글루디오 마을 북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북서쪽에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작은 경기장 하나가 있었는데, 이 경기장 입구로 들어가다 보면 한 NPC의 외침이 들려오곤 했다.

아만 : "경기 시작 9 분전!"

▲ 리니지 NPC 중에서 가장 열일했던 '아만'


글루디오 마을 북서쪽에는 리니지 최초의 미니 게임인 '슬라임 경기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10분마다 5마리의 슬라임들이 짧은 직선 코스로 이뤄진 경기장 안에서 대기하다가 출발 시각이 되면 동시에 출발. 경기장 끝에 위치한 도착 지점까지 레이싱을 펼친다.

레이싱이 끝나고 나면 다음 레이싱까지 10분의 대기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동안 오크 NPC '아만'은 어느 슬라임이 우승할지 승률과 슬라임의 상태를 보여주고 티켓을 판매했다. 티켓의 가격은 하나에 100아데나. 가장 대중적으로 쓰였던 빨간 물약 2~3개 값으로 비교적 싼 편이었다.

10분의 시간이 지나 레이싱이 시작되면 티켓 판매율에 따른 배당률을 알려주고, 끝나면 우승한 슬라임의 티켓을 아데나로 바꿔준다. 우승하지 않은 슬라임의 티켓은 그대로 휴지조각. 현실의 경마장을 슬라임 경기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 우승한 티켓은 돈으로, 그렇지 않은 티켓은 휴지조각이 된다.


물론 아만이 보여주는 슬라임의 승률과 상태는 그저 참고 자료에 불과할 뿐. 승률이 다른 슬라임과 비슷하거나 낮을지라도 '슈팅 스타'처럼 유난히 자주 우승하는 슬라임은 존재했다. 당시 '슈팅 스타'는 표시되는 승률보다 높은 승률을 보였다.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슬라임 경기장이 사라졌어도 나중에 이벤트 몬스터로 등장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건 슬라임이 우승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거나 채팅을 치며 응원했지만, 개중에는 직접 행동에 옮기는 부류도 있었다. 마법사는 슬라임에게 헤이스트를 거는 것은 물론, 다른 슬라임에게 이럽션 같은 마법을 날려대기 일쑤였다.

▲ 한몸 불살라 슬라임의 가는길을 막고 싶었던 요정의 투철한 정신


또한, 다른 슬라임의 경로를 막기 위해 몬스터를 소환하는 소나무 막대나 다른 쪽에서 몬스터를 끌고 와서 죽음으로 레이싱 경기장 안으로 진입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경기를 진행하는 슬라임에게 헤이스트나 경로를 막는 행위 등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당시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었던 리니지에서 슬라임 경기장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2001년 5월 기란 지역 등장과 함께 개 경기장이 추가되면서 한풀 꺾이게 된다.

슬라임 경기장이 어린아이들의 50m 달리기라면 개 경기장은 커브 코스까지 도입된 어른들의 200m 달리기였다. 또한 개 경기장의 티켓은 1개당 500아데나로 더욱 비싸져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컸다. 경기에 나서는 개들은 슬라임보다 빨라 스피드한 경기를 즐길 수 있었으며, 경기장도 더욱 확장됐다.

▲ 경기장이 커지고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나갈 틈 없이 몰렸다.


이러한 이유로 슬라임 경기장의 상주인구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었던 개 경기장은 큰 인기를 끌었다. 사냥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이곳은 게임 내 대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기를 끌게 되자 부작용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미니 게임이라지만, 도박은 도박이었다. 실생활에서 주변 사람들과 치는 화투가 소액으로 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다가 액수가 커지면 도박죄로 입건되듯, 사람들은 처음엔 100~500아데나 씩 재미 삼아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가지고 있는 아데나를 모두 투자하는 것도 모자라, 입고 있던 장비를 팔아 슬라임 경기장과 개 경기장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사행성 논란이 커져감과 함께, 엔씨소프트에서는 리니지 이용자 등급을 18세에서 15세로 낮추기 위해 슬라임 경기장과 개 경기장을 폐쇄하게 된다. 개 경기장은 폐쇄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개 경기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소나무 막대를 활용한 소환 몬스터 맞추기. 마력의 돌을 사용해 나오는 주사위의 눈금 맞추기 등. 다른 방법의 유흥을 찾게 된 것이다.

이후, 주사위도 할 수 없게 막아버리면서 소나무 막대만이 남게 되었지만, 2013년 소나무 막대가 백단 막대로 변경되면서 개 경기장에서 발전된 사행성 유흥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개 경기장이 없어진 이후, 유저들의 잇따른 요청으로 버그베어 경기장이 한때 다시 등장하기는 했으나, 사회적으로 '바다 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던 시기라 다시 폐쇄, 그 이후로는 이벤트성으로 마법인형 운동회가 개최되어 예전 유저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2017년 2월 이벤트 방식으로 잠시 부활한 마법인형 경주장


슬라임 경기장부터 시작되어 버그베어 경기장까지. 리니지의 경주장 콘텐츠들은 이용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리니지 M에서 해당 콘텐츠가 다시 등장할 확률은 거의 없다. 해당 콘텐츠가 포함될 경우 구글 플레이에서는 18세 등급으로 서비스가 될 수 있지만, 사행성 콘텐츠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는 애플 정책에 따라 iOS에서는 리니지 M이 서비스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다시 등장할 경우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리니지에서 경기장은 소액으로 소소하게 즐겼던 추억으로 남겨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