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는 평소에 많은 제보가 오지만, 듣는 순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제보의 종류가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승부조작이나 도박(배팅) 등이 있는데, 지금 이 기사가 다루는 선수들의 월급 미지급(체불) 역시 비슷한 문제다.

많은 돈을 쥐고 있는 것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롱주 게이밍 관계자들이 바로 그 제보자였다. 한 명은 롱주의 탑 라이너였던 '엑스페션' 구본택이고 또 한 명은 직원 A였다. 그리고 롱주의 원거리 딜러였던 '엠퍼러' 김진현까지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그들은 계약에 명시된 것을 제대로 이행받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현재 팀에 계약된 사람들과 앞으로 계약할 사람들이 더는 부조리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들은 무엇을 이야기했나?


■ '엑스페션' 구본택의 제보

먼저 구본택은 2016년도에 정규 시즌 출전에 따른, 수천만 원가량의 추가 후원금(이하 인센티브)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그와 롱주의 2016년 계약은 2016년 11월 30일에 끝났다. 구본택의 증언에 따르면, 강동훈 감독이 "12월에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7년 5월인 현재도 그는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밝힌 롱주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6년 내내 선수단 전체에 걸쳐, 2017년 1분기까지도 월급 체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두 달 정도 월급이 늦게 지급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월급이 늦어지면,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고 했다.


■ '엠퍼러' 김진현의 제보

김진현은 2016년 월급 체불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16년 섬머 시즌부터 롱주 소속으로 합류했다. 당시 유럽 우승자 출신이었던 그는 해외의 많은 제의를 뿌리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김진현은 "계약 기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았다. 합의된 적은 없다. 이럴 걸 알았으면 애초에 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못 받다 보니 팀 생활이 잘 안 되고, 게임에 집중도 못 했다. 늘 '돈은 언제 들어오나'라는 생각만 했다. 게임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라며 아쉬워했다.

김진현은 계약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그간 받지 못했던 월급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거의 다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받지 못한 일부 금액을 언제 주겠다는 확실한 날짜는 없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 직원 A의 제보

롱주에서 근무한 직원 A도 월급 체불에 대해 제보했다. 그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4월 말까지 근무했으며, 근무하는 기간 중 계속해서 월급이 늦게 지급되었다고 했다. 길게는 월급이 두 달가량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밀린 월급을 받기는 했으나, 합의된 사항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직원 A는 2017년 선수단 계약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회사와 선수들 간에 합의점이 맞춰지지 않아, 스프링 시즌 1라운드가 끝날 무렵인 2월 말에서야 계약이 완료됐다는 것이다.

계약 문제는 월급 문제로 이어졌다. 선수들이 3월 초까지 어떤 월급도 받지 못하고 시즌을 치렀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지금은 월급 지급이 정상화 됐지만, 계약이 완료되기 전인 2월 말쯤에 선수단은 혼돈에 빠졌고 와해 직전까지 갔다고 밝혔다.


◈ 제보는 사실이었나?



■ 구본택 2016년 인센티브 체불 문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강동훈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강 감독은 먼저 구본택의 2016년 인센티브 체불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동훈 감독은 "(구본택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게 맞다. 계속 처리 중이다. 롱주 재무팀이 교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12월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에서 지급하지 못했다"며 구본택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구)본택이가 직접 회사와 얘기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 회사 쪽에서 지급 의사는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정이 이러니, 내 사비로라도 해결해 주려고 했다. 나야 늦게라도 받으면 되지만, 본택이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나 본택이가 회사로부터 받을 거라며 거부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중국 롱주 관계자 B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그는 "2016년 회사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면서 재무팀이 모두 교체됐다. 이로 인해 업무 혼선이 왔고, 구본택의 인센티브 문제뿐 아니라 여러 쪽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지 재무팀의 업무량이 많고, 모든 일이 마무리돼야 인센티브가 지급된다고 들었다. 정확한 지급 예정일은 없다. 현재, 구본택이 회사와 직접 이야기하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 2016년도 김진현 및 선수단 월급 체불 문제

강동훈 감독은 2016년 선수단 월급 체불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밝혔다. 그는 "월급이 조금씩 늦게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드 영향으로 인해, 중국 쪽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 개인별로, 은행별로 월급 지급이 달라 늦게 들어온 선수도 있는 것 같다. 이때도 사비로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다. 적금을 드는 선수도 있을 거고, 급한 건 선수들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의 말에 따르면, 회사 측에서 갑자기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 사전 합의나 공지는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강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해를 부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중국 롱주 관계자 B는 2016년에 발생한 월급 체불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드 문제는 아니다. 사드 문제는 12월부터 불거졌다. 2016년 월급 체불 문제는 당해 9월에 있던 회사 인수합병에 따른 업무 혼선 문제다"라고 강 감독의 말을 고쳐 말했다.

그렇다면 2016년 9월 전에는 월급 지불이 제대로 이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구본택의 말에 따르면, 9월 이전에도 월급이 밀리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고. 이에 대해 중국 롱주 관계자 B는 "2017년부터 업무를 담당해서 그전 일에 대해 완벽히는 모른다. 9월 전에 월급이 잘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김진현 선수의 경우에는 회사 인수합병 시기와 영입 시기가 맞물려 문제가 더 크게 발생한 것이다. 당시 모든 계약이 중지 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월급을 거의 다 지급한 상태다. 다만, 교체된 재무 팀의 착오로 발생한 약간의 미지급액이 있는데, 곧 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 2017년 직원 월급 체불 문제

직원 A의 월급 체불 문제에 관해서, 강 감독은 "4대 보험부터 여러 절차 때문에 계약이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나도 월급을 제때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선수들 먼저 처리하려다 보니 직원들 월급이 더 밀린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 롱주 관계자 B의 답변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는 "직원 A의 경우는 입사 절차로 인해 월급 지불이 늦어졌고, 회사 사정상 월급 지불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 2017년 선수단 계약 및 월급 문제

강 감독은 2017년 선수단 계약과 월급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먼저 계약 문제와 관련해서 그는 "회사와 협의가 잘되지 않았다. 오랜 조율을 거쳐 결국, 2월 말에 해결이 됐다"며 계약이 늦게 체결된 것이 사실임을 밝혔다.

또한, 당시 선수단의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았고, 계약 문제로 코치가 급하게 교체되는 바람에 경기에 더 지장이 갔다며 당시 선수단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 감독은 올해 발생한 선수단 월급 문제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첫 월급을 시즌 중반에 받았다고 했다. 올해는 작년과 같이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사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월급 지급 문제가 또 발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월급 지급은 계약 체결 후부터 차차 정상화 됐다고 했다.

중국 롱주 관계자 B는 "인수인계로 인해 회사 시스템이 크게 바뀌면서, 계약과 관련해서도 차질이 빚어졌다. 서로 여러 가지 합의점을 찾아야 했다"고 계약 문제에 대해 답했다. 이어서, 첫 월급이 시즌 중반에 지급된 이유는 계약이 완료돼야 지급할 수 있는 회사의 사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문제는 해결될까?



결국, 제보자들이 제보한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월급 지급이 당초 약속된 일정에 비해 늦게 이루어졌으며, 아직까지 지급받지 못한 일부 월급이나 인센티브도 있다.

단순히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 해도 문제지만, 경기력에도 문제가 이어진다. 밀려 있는 월급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김진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롱주가 계속적으로 해왔던 불행의 쳇바퀴를 이번에는 확실히 끊을 수 있을까? 제보자들과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자들은 끝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구본택 - "올해 안으로는 주겠다는 이야기를 최근에서야 들었다. 기다려 보려고 한다."

직원 A -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e스포츠인들이 피해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진현 -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나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이미지도 안 좋아졌고...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는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동훈 - "선수들은 나를 믿고 일을 하는데, 나에게도 책임 소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본택이를 만나볼 생각이고, 회사에서 돈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비를 통해서라도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싶다."

중국 롱주 관계자 B - "이제 반년에 걸쳐 회사 시스템이 정비됐다. 앞으로 예전처럼 월급이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구본택의 인센티브 문제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편, 2017 롤챔스 스프링 7위를 차지한 롱주 게이밍은 2017년 섬머 로스터를 발표한 상태다. '엑스페션' 구본택은 계약 종료로 팀을 나왔고, '크래쉬' 이동우, '플라이' 송용준은 타 팀으로 이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