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 사전예약과 사전 캐릭터 생성을 진행중입니다. 원작 리니지1을 즐겼던 많은 유저분들이 6월 21일(리니지M 출시)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리니지M이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2001년 10월 중순, 당시 36개 서버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가 있었으니, 바로 '지룡 안타라스'가 정벌 됐다는 소문이다.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나. 소문은 과하게 부풀려져 온갖 루머를 만들어 냈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법한 이야기처럼 엄청난 부를 갖게 됐다는 루머부터 엔씨소프트가 비상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는 이야기 등 전체 채팅창과 온 커뮤니티가 화제였다.

소문의 시작은 대략 이렇다. 호기심 많은 한 유저가 용던 7층에 내려갔는데 안타라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고 한다. 이후 몇 번을 더 방문했는데 우연히 안타라스의 시체를 봤다는 것이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라며 금세 묻혔지만, 안타라스의 시체를 봤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 나갔다.

당시 많은 유저들이 네티즌 수사대를 자처하며 소문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수사를 위해 소문의 서버에 캐릭터를 생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장비가 좋은 이들은 투명 망토를 입고 용던 7층 입구에서 잠복근무를 하기도 했다. 물론, 소득은 없었고 대부분 허탕만 쳤다.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 용의 계곡 던전 7층은 안타라스의 레어


소문이 가라앉을 무렵, 보도를 통해 안타라스 정벌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안타라스를 무려 7번이나 잡았다고 밝혔다. 더 충격적인 건 파푸리온까지 정벌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에 의해 안타라스 리젠이 막히자 시선을 파푸리온으로 돌렸고, 안타라스를 처치했던 방법과 유사하게 공략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당시 리니지는 에피소드9 하이네까지 업데이트된 상태로 4대 드래곤 중, 지룡 안타라스와 수룡 파푸리온이 구현된 상태였다. 사실 드래곤은 잡을 수 없는 상징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다. 드래곤이 내뿜는 브레스에 대부분 즉사하거나 빈사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안타라스가 업데이트된 직후 많은 정벌단이 드래곤 레어로 향했으나 수차례 죽고 죽어 경험치만 잃을 뿐, 모종의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드래곤을 수차례 처치했다는 소식은 실로 믿기 어려웠다. 기사를 통해 보도된 후에도 믿지 않은 유저들이 꽤 많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 과거의 안타라스(좌)와 현재의 안타라스(우)


드래곤을 정벌한 주인공은 로데마이 서버의 '너의바램'이다. 많은 리니지 유저들이 포세이든과 함께 또 다른 레전드로 회자하는 리니지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정확히는 너의바램을 포함한 8인의 용사들이다. 레오파드, 뇌전, 노숙자, Tmfvmsdudghs, MagicSonsim, 아인하르츠, 킬링보이x, 그리고 너의바램까지 총 8명의 캐릭터가 수차례 드래곤을 정벌한 주인공들이다.

당시 이들은 모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들로 갓 스무 살의 대학교 1학년생이었다. 성 군주도 아니었고, 라인에 속하지도 않았으며, 빵빵한 장비를 갖춘 지존급 캐릭터도 아니었다. 전체적인 장비 수준은 6검 4셋이 안 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게이머들이었다.

이들은 철저한 계획하에 안타라스와 파푸리온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방대하게 수집했고, 많은 연구를 통해 약점을 찾아 공략해 냈다. 도전정신만 있었다면 실패를 맛봤을 것이다.

▲ 드래곤 정벌에 핵심이었던 싸이클롭스 테이밍


너의바램의 드래곤 정벌 계획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서큐버스 자매가 떨구는 쌍가락지 등 대박 아이템을 노리기 위해 용던에서 수월하게 사냥할 방법을 찾던 중, '테이밍 몬스터'를 활용할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테이밍은 성공 확률이 낮고 서먼 몬스터라는 비교 우위의 마법이 있었기에 잘 쓰이지 않은 마법이었다. 하지만 성공만 하면 싸이클롭스처럼 HP가 높고 강력한 몬스터를 여러 마리 끌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싸이클롭스 테이밍에 성공한 너의바램은 용던 깊숙한 곳에서 사냥하다가 우연히 7층에 내려가면서 안타라스와 처음으로 조우하게 된다. 내려가자 마자 안타라스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신기한 장면을 목격한다. 너의바램이 테이밍한 싸이클롭스가 주인이 죽었음에도 안타라스와 근접전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싸이클롭스는 나름 준수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너의바램은 싸이클롭스를 추가로 테이밍하여 동료와 함께 다시 안타라스에게 갔다. 먼저 7층으로 내려간 너의바램은 안타라스의 공격으로 즉사했지만, 테이밍한 싸이클롭스는 안타라스와 또다시 근접전을 펼쳤다. 부활을 받고 MP가 소진될 때까지 싸이클롭스에게 헤이스트와 힐을 넣었고, 싸이클롭스가 안타라스를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견적을 세우게 된다.

▲ 안타라스는 종종 입구에서 유저들을 맞이했다


테이밍한 몬스터의 수가 많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 너의바램은 테스트 서버에서 안타라스 정벌을 시도했던 사례와 영상, 각종 게시물을 긁어모아 본격적인 공략을 준비했다. 드래곤도 몬스터인 만큼 분명히 취약점이 존재할 것이라 믿고, 어떤 패턴으로 어떻게 공격하고 범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연구했다.

당시 너의바램은 여러 영상을 살펴보고 분석한 결과, 어그로 대상이 접근하면 범위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앞발로만 공격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러한 패턴을 잘 활용하면 드래곤을 처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공성전에서 얻은 영감으로 드래곤을 상대할 방법을 구체화했다. 바리케이드를 치는 몸빵 기사와 뒤에서 받드는 활 요정, 3선에서 힐과 헤이를 지원하는 마법사처럼 공성 공격/수비 체재로 토벌할 계획을 세웠다. 몸빵 기사 역할은 싸이클롭스, 활 요정은 해골 저격병과 장로, 힐과 헤이를 지원하는 마법사 역할은 캐릭터가 맡을 심산이었다.

너의바램을 비롯한 8인(기사 2명, 마법사 6명)은 싸이클롭스와 해골 저격병, 장로 등을 테이밍하여 용던 7층으로 향했다. 테이밍부터 용던 7층으로 이동, 그리고 안타라스 처치까지 1시간 이내에 끝내야 했다. 테이밍 몬스터의 지속 시간이 1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용던 7층에 가장 먼저 내려가는 역할은 기사가 맡았다. 용기와 촐기를 먹고 해골 돌격병으로 변신하여 최대한 빠르게 안타라스에 붙고, 말갱이를 먹으면서 안타라스를 벽너머로 유인했다. 브레스 같은 범위 공격에 맞으면 막대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죽고 부활하고를 반복하며, 우여곡절 끝에 안타라스를 벽 너머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은 재빨리 싸이클롭스를 안타라스에 붙였다.

6인의 마법사는 테이밍한 몬스터에게 힐과 헤이를 넣고 가스트로 변신하여 안타라스에게 에볼을 난사했다. 에볼 난사 역시 너의바램의 아이디어였다. 드래곤 정도의 방어력이면 마법 대미지가 100%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여 최소 1의 대미지를 줄 심산으로 MP 소모가 적은 1써클 마법을 난사한 것이다.

이렇게 약 5분을 공격하니 안타라스가 쓰러졌다. 너의바램과 레오파드, 뇌전, 노숙자, Tmfvmsdudghs, MagicSonsim, 아인하르츠, 킬링보이x가 리니지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 순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죽은 안타라스를 보며 오히려 허탈했다고 한다.



너의바램은 작년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안타라스를 처치하고 투명 망토와 싸울아비 장검, 순간이동 조종 반지, 완력의 목걸이 등 수많은 희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지만, 희열보다 허무함이 더 깊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그래서 안타라스에 이어 파푸리온 정벌도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안타라스가 죽을 때쯤 땅에 숨어 HP를 회복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고 밝혔다.

파푸리온은 물속에서 싸워야 했기에 싸이클롭스와 해골 저격병만 테이밍해 정벌에 나섰다. 파푸리온의 범위 마법을 유도하여 MP를 소진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안타라스와는 다르게 파푸리온이 시야에 없어도 한 방에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고, 드래곤의 MP가 거의 무한정이라는 사실을 안타라스 정벌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타라스를 유인할 때 썼던 방법처럼 벽 등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범위 공격을 피할 계획을 세웠다.

파푸리온의 레어로 먼저 진입하는 건 역시 해골 돌격병으로 변신한 기사 2명이다. 이들이 벽을 이용해 범위 마법을 피하고, 파푸리온이 자신에게 접근하기를 기다린 뒤, 근접전을 유도해 조금씩 파푸리온을 벽 너머로 데리고 갔다. 파푸리온을 유인하여 자리를 잡기까지 수차례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테이밍한 몬스터가 풀리는 등의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첫 단추만 풀리면 안타라스 때처럼 파푸리온 역시 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파푸리온의 범위 공격이 시야 밖에서도 피격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그로 대상이 된 기사가 2칸 거리를 유지하며 빙글빙글 도는 방법으로 파푸리온이 범위 공격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다. 계속 죽고 부활하기를 반복해야 했기에 아예 헤이스트 효과가 있는 광전사의 도끼를 들고 파푸리온의 시선을 끌었다. 결국, 파푸리온의 어그로를 핑퐁하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은 싸이클롭스와 해골 저격병을 파푸리온에게 붙여 힐과 헤이를 지원했고, 가스트로 변신해 에볼을 난사해 파푸리온까지 정벌하는 데 성공했다. 안타라스와 같은 방법으로 말이다.

▲ 너의바램과 함께 드래곤 슬레이어로 유명했던 리틀보아 팀


너의바램을 포함한 8인의 드래곤 슬레이어는 당시 안타라스와 파푸리온을 정벌하여 싸울아비 장검과 완력의 목걸이, 지식의 목걸이, 수정 갑옷, 순간 이동 조종 반지, 변신 조종 반지, 투명 망토, 최고급 다이아몬드 등 초고가의 전리품을 획득했다. 당시 싸울아비 장검과 완력/지식의 목걸이는 드래곤을 제외한 어떤 몬스터도 드랍하지 않아 유저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아이템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단순한 방법이었고, 리니지 유저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공략이다. 하지만 사망 패널티를 감수해가며 드래곤의 약점을 찾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결과적으로 실제 공략까지 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도전 정신에 많은 리니지 유저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안타라스와 파푸리온을 설계한 엔씨소프트의 개발자들도 "잡으라고 만든 몬스터가 아니었는데..."라고 말하며, 너의바램을 드래곤 슬레이어로 인정하기도 했다.

▲ 너의바램 팀이 드래곤을 정벌하고 얻은 전리품


너의바램 팀의 드래곤 정벌 소식이 퍼지자 엔씨소프트는 안타라스, 파푸리온의 출현을 잠시 막아두었다가 2002년 1월, 에피소드10 화룡의 둥지 업데이트와 함께 화룡 발라카스를 추가하면서 다시 출현시켰다. 그리고는 '모든 드래곤이 테이밍 몬스터의 테이밍을 풀어버리고, 서먼 몬스터를 사라지게 하며, 펫은 창고로 이동시킨다'고 공지했다. 너의바램의 테이밍 공략법이 막힌 것이다.

하지만 실험 정신 투철한, 정확히는 드래곤의 전리품을 목적으로 많은 이들이 '엔씨소프트가 막았다고 공지한 테이밍 방법'으로 안타라스 공략을 시도 했다. 주로 성 혈맹들이었다.

당시 안타라스가 주는 아이템을 아데나로 환산하면 마리당 1억 아데나 정도였다. 꿈의 액수이며 수없이 많은 희생을 치른다고 해도 도전해볼 가치가 있을 수준이다. 또 제2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드래곤 정벌단을 모집하여 정벌에 나섰다. 그리고는 실제 안타라스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여러 서버에서 들렸다.

엔씨소프트가 '드래곤이 테이밍을 풀어버린다'고 했지만, 실제 모든 테이밍이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드래곤과 조우하고 보니 몇 마리는 풀리고 몇 마리는 유지 됐다. 그래서 테이밍이 유지되는 일부 몬스터와 함께 물량 공세를 펼친 정벌단은 안타라스를 쓰러트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테이밍이 풀리지 않는 버그'를 악용했다며, 약관을 근거로 관련 계정을 압류하고 안타라스에게서 드랍된 모든 아이템을 회수했다. 그리고는 약관을 지키겠다는 동의서를 제출해야 압류를 풀어주기도 했다.

▲ 드래곤 정벌로 얻는 전리품은 상상을 초월했다


테이밍 공략법이 완전히 막히자 유저들은 너의바램 팀이 안타라스를 최초로 정벌할 때 활용했던 에볼 난사 방법을 시도했다. 안타라스는 용던 7층, 파푸리온은 수던 4층이라 접근이 다소 까다로웠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필드에 레어가 있는 발라카스로 선회했다. 100여 명 정도의 정벌단이면 시체 러쉬로 계속 트라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체 러쉬를 반복하던 중, 특정 위치에서 발라카스의 타깃이 되면 발라카스가 어그로 대상을 찾지 못해 범위 공격을 하지 않는 현상이 발견된다. 화룡의 둥지에서만 볼 수 있는 지형 높낮이 현상과 비슷한데, 평지임에도 불구하고 지형의 높낮이가 다른 것으로 인식되는 현상이다. 이 위치를 발견한 켄라우헬, 에바, 시드랏슈, 하딘, 질리언, 로데마이 서버 정벌단은 발라카스를 손쉽게 쓰러트렸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6개의 서버에서 쓰러진 발라카스 역시 '버그 사용'이라며 관련 계정을 압류하고, 드랍된 아이템을 다시 한번 회수했다. 발라카스가 특정 좌표에 있는 대상에게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쏘지 못하는데, 이 좌표가 버그 지형이라 이 지형을 이용하여 처치한 게 '버그 사용'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발라카스 레어의 버그 지형 역시 패치를 통해 수정되고 전체적인 난이도도 상향 조정됐다. 덕분에 많은 드래곤 정벌단이 좌절을 겪으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드래곤을 처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깨닫게 된다. 전리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꾸준히 도전하는 정벌단도 있었다. 물론, 경험치만 잃을 뿐이었다.

에바 서버에서는 'Secil'이 안타라스를 정공법으로 공략하기 위해 라인과 반왕 구분 없이 200여 명의 연합 정벌단을 이끌고 용던 7층으로 향했던 적도 있다. 이들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안타라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58레벨에 HP가 750이 넘는 'X골리앗X'이 마법사 7명의 풀힐 지원을 받으며 말갱이로 안타라스와 1:1을 하기도 했으나, 안타라스의 연속 공격으로 3초만에 삭제되면서 정벌단의 기세가 완전히 꺾여버리고 만다. 연속 풀힐 지원을 받으면서 달려들었지만, 칼질만 20번 정도 했을 뿐이다.

이날 정벌단의 주축이 된 라인과 반왕이 사용한 부활 주문서의 수는 무려 2,000장이 넘었다.

▲ 부활을 받기 위해 y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에바 서버에서 연합 정벌단 소식을 들은 원조 드래곤 슬레이어 너의바램은 다시 한번 팀을 꾸려 업그레이드된 파푸리온 정벌에 나섰다. 49레벨 이상의 기사 6명과 3명의 마법사 총 9명의 파티로 말이다.

너의바램은 에바 서버의 사례를 보며 에볼 난사 등 마법사의 마법이 드래곤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오로지 칼질만이 효력을 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48레벨 정도의 기사면 칼질이 먹힌다는 점을 미리 파악해둔 덕에 9검을 든 49레벨 이상의 기사 6명을 준비했다.

파푸리온은 근접한 여러 캐릭터를 번갈아 공격했기에 어그로 대상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어그로가 핑퐁 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어그로 대상자만 풀힐로 살리면 버틸 수 있다는 점에 공략 가능성을 엿봤다.

기사들이 열심히 말갱이를 마시고 어그로 대상자는 풀힐 지원을 받으며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파푸리온이 쓰러졌다. 당시 너의바램은 너무 흥분한 상태라 전투에 걸린 시간은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약 5분 정도를 칼질한 것 같다고 했다.

정공법으로 정당하게 파푸리온을 잡은 소식에 전해지면서 너의바램은 다시 한번 큰 화제가 됐다. 발라카스처럼 버그 좌표를 이용한 것도 아니었기에 많은 유저들이 원조 드래곤 슬레이어인 너의바램의 위업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는 안타라스와 발라카스 공략도 기대했다.

하지만 너의바램 팀이 파푸리온을 칼질로 잡은 다음 날, 다시 한번 드래곤의 상향 조정이 진행됐다. 파푸리온부터 발라카스, 안타라스가 순차대로 조정되면서 드래곤은 정말 공략이 불가능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드래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거의 잃을 무렵, 2003년 2월 시즌1의 대단원인 에피소드12 아덴 업데이트로 4번째 드래곤 '풍룡 린드비오르가'가 추가됐다. 이로써 4대 드래곤이 모두 아덴 월드에 구현된 것이다. 하지만 린드비오르 역시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게다가 풍룡이라는 특성처럼 하늘에 날아다니다가 지상에 잠깐 출현하는 형태라 린드비오르와 마주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캐릭터 레벨과 장비 수준이 좋아진 너의바램은 다시 한번 팀을 꾸려 린드비오르 정벌도 시도했다. 파푸리온을 칼질로 처치했을 때처럼 여러 명의 기사와 서포트할 소수의 마법사를 구성하고, 린드비오르가 지상에 출현하는 시간대 정보를 수집하여 린드비오르와 조우하게 된다.

각 드래곤은 죽기 전에 보이는 패턴이 있다. 안타라스는 땅에 숨고, 발라카스는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난사한다. 린드비오르는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 게 죽을 때쯤 보이는 패턴인데, 이게 가장 큰 난제였다. 항상 죽을 때쯤이면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고, 너의바램 팀에게 매번 씁쓸함만 안겨줬다. 그리고는 출현 위치와 지상으로 내려오는 확률이 재조정됐고 난이도 역시 더 어려워지게끔 업그레이드됐다.

린드비오르를 공략하기 위해 너의바램 팀이 고군분투했다는 소식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유저들은 이미 드래곤에게 흥미를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너의바램도 린드비오르를 마지막으로 더는 드래곤 정벌을 시도하지 않았다. 너의바램은 린드비오르를 공략하던 때를 회상하며 "린드비오르의 시체를 밟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인 것은 사실이기에 개인적으로 4대 드래곤을 모두 정복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약 6년 뒤인 2009년 10월, 시즌2 에피소드가 막바지에 이를 때, 레이드 시스템이 도입되어 드래곤이 '레이드 콘텐츠'로 활용된다. 그러면서 4대 드래곤이 더는 아덴 월드에서 출현하지 않게 됐다.

리니지 스토리상 드래곤은 창조주 그랑카인의 자식들이다. 지룡 안타라스와 수룡 파푸리온, 화룡 발라카스, 풍룡 린드비오르, 빛룡 아우라키아, 암흑룡 할파스까지, 그랑카인과 관계를 통해 실렌이 낳은 형제들이다.

실렌이 다른 창조주인 아인하사드의 노여움을 받아 천상계에서 쫓겨나게 되자, 자식들인 6대 드래곤을 앞세워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전투에 대패해 시공간 속에 봉인을 당하게 된다. 이때 암흑룡 할파스는 생명을 잃은 채 육신과 영혼이 마계에 추락하고, 다른 드래곤은 치명적인 상처 때문에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시즌2 에피소드6 '라스타바드, 엇갈린 운명'에서는 다크엘프와 아덴 왕국의 동맹 연합이 라스타바드 세력을 물리치는 과정을 그려냈다. 라스타바드의 수장 단테스는 아덴 왕국의 동맹 연합을 물리치기 위해 이계의 기르타스를 소환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아덴 월드에 시간의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 시간의 균열은 마계를 떠돌던 암흑룡 할파스를 깨우게 되는데, 마계에서 타락하게 된 할파스가 어둠의 힘을 이용하여 깊은 잠에 빠져있던 다섯 드래곤의 정신에 침투해 아덴 왕국을 파괴하려 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안타라스는 할파스에게 정신이 지배당한 채 레이드 보스가 되어 유저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 작년에 레이드 보스로 등장한 화룡 발라카스


현재의 리니지는 파푸리온과 린드비오르, 발라카스까지 모두 레이드 보스로 구현된 상태다. 과거처럼 압도적이고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라 최상위 콘텐츠로 분류된다. 과거처럼 대규모 정벌단을 준비하지 않아도 시스템 내에서 드래곤과 마주하고, 처치하여 전리품을 얻을 수 있다. 유저들은 드래곤 레이드 시스템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즘은 용던 7층 등 드래곤 레어에 가더라도 드래곤을 볼 수 없다. 무수히 많은 캐릭터가 죽고 부활하기를 반복하며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그저 추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 요즘은 그저 숨결만 노리고 처치할 뿐, 옛날 같은 낭만은 찾기 어렵다


※ 이미지 출처 :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play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