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그린라이트가 꺼졌다. 그동안 인디 개발사의 창구였던 2012년 8월 30일 처음 시작된 스팀의 그린라이트 시스템은 지난 2017년 6월 7일 서비스 종료되었다.

그린라이트는 개발자가 게임을 등록하면 유저 투표를 통해 스팀플랫폼에 정식 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중소 개발사에게는 자신의 게임을 런칭할 수 있는 기회이자, 유저에게는 원하는 게임을 직접 선정할 수 있는 커뮤니티였다. 그동안 그린라이트는 만개가 넘는 타이틀을 출시했고, 그중 11억 매출을 넘긴 타이틀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 또한 발생했고 결국 밸브는 그린라이트를 폐쇄하게 된다.

그리고 13일, 스팀 다이렉트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린라이트의 문제점을 보완하되 인디 개발자들을 위한 게임 출시의 허들을 낮추고자 하는 의의를 그대로 계승한 시스템이다. 그럼 그린라이트는 어째서 폐쇄되었으며, 두 시스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안녕, 그린라이트!



■ 그린라이트 시스템과 문제점

▲스팀 그린라이트

그린라이트는 게임을 개발사가 올려두면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원하는 게임을 투표하고 개발자에게 피드백하는 서비스로 구상되었다. 첫날에만 600개가 넘는 게임이 등록되었고, 2백만이 넘게 투표되는 등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럼 그린라이트에 게임을 등록하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했을까? 먼저 당연하게도 스팀 계정이 있어야 하고, 게임 디테일에 대한 등록 서류, 100달러, 그리고 이미지들을 준비하면 되었다. 100달러의 경우 무분별한 게임 등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수료로, 개발사 당 한 번만 지불하면 그 이후에는 몇 개의 게임을 등록하든 추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다. 많은 금액이나 까다로운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중소 개발사나 1인 개발자가 자유로이 등록할 수 있었다.

▲ 그린라이트 수수료 결제창 (출처-IndieGames.com)

얼마나 많은 표를 받으면 그린라이트가 켜지느냐, 이에 대해서 밸브는 일정한 숫자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투표수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는 게임인지를 보기 위한 지표일 뿐, 중요한 것은 다른 게임에 비해 눈에 띄는 인기를 끌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소 개발자에게 게임을 출시하고 사람들에게 홍보하기란 참 어렵다. 개별 홈페이지에서 판매하자니 인지도와 접근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스팀과 같은 플랫폼에는 작품을 등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러한 개발자들로 하여금 유저에게 인정만 받는다면 스팀에 게임을 출품할 수 있도록 한 '스팀 그린라이트'는 자신의 게임을 알리기에 좋은 창구였다. 물론 그린라이트 안에서도 게임을 유저들에게 노출시키기에 제약이 있고 홍보가 만만치 않기때문에 그 안에서도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좋은 시스템이더라도 악용하는 자는 언제나 있는 법. 유저 반응에 따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투표나 뷰를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사례가 생겨난 것이다. 지인을 통해서 '일단 통과하고 보자'라는 마인드로 투표를 권하기도 하고, 스팀 내의 트레이딩 카드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게임 코드를 주겠다는 조건으로 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게임이 아닌 다른 이의 게임을 무단으로 올리는 일도 있었다.

▲13살 소년이 다른 개발자의 게임을 무단으로 올린 사례

악용 사례들은 유저들을 현혹하거나 속여서 구매하도록 하는 문제도 있을뿐더러 좋은 게임들이 이런 사기 게임에 가려 묻혀버리는 일도 있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유저와 개발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의의가 있지만 그만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져 밸브는 점차 그린라이트의 노출 빈도를 줄여가다가 폐쇄하게 된다.



■ 오픈마켓화되었다, 스팀 다이렉트

▲스팀 다이렉트 등록 창. 중단에 등록 단계가 나와있다.

그럼 스팀 다이렉트는 어떤 식으로 달라졌을까? 먼저 스팀 다이렉트에 게임을 등록하려면 디지털 서류 작업, 게임당 100달러, 그리고 밸브의 리뷰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그린라이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유저의 투표와 같은 별도의 단계 없이 밸브의 심사를 통과하면 바로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서류 작업이 자세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먼저 처음 스팀 다이렉트를 이용할 때 느끼게 될 부분이다. 게임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이미지, 회사 소개를 간략하게만 올리면 되었던 스팀 그린라이트와 달리, 스팀 다이렉트에서는 게임 개발자의 회사 정보를 정확하게 명시하게 되어있다. 회사의 주소나 법적 은행 계좌명, 세금에 대한 서류 등을 자세하게 입력해야 한다.

▲회사 정보를 자세히 입력하게 되어있다

서류의 입력 후 등록하고자 하는 게임마다 10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해야한다. 개발사 당 한 번만 지급하면 그 이후에는 몇 개의 게임을 등록하든지 추가로 돈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스팀 다이렉트에서는 모든 게임마다 100달러씩 내야 한다. 첫 App 수수료 결제를 통해 App ID를 얻게 되며, 이 100달러는 스팀이나 인앱 결제에서 1,000달러의 수익을 얻으면 되돌려준다.

이렇게 서류 정리와 돈을 지불하고 나면 등록 준비는 다 된 셈이다. 다만 스팀을 통한 게임 출시가 처음인 개발자의 경우 App 수수료 결제 후 30일의 개발자 심사기간을 거친다. 이 기간 동안 스팀에서는 함께 협업하게 될 개발자의 정보를 확인한다. 서류작업이 완료되면 게임 자체에 대한 스팀 리뷰팀의 심사를 거친다. 또한, 출시가 확정되면 개발자는 출시 전 몇 주간 'Coming Soon' 페이지를 열어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리고, 스팀 리뷰팀이 혹시라도 놓쳤을 요소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그 이후엔? 바로 출시다.

투표나 선정과 같은 다른 절차 없이 바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만큼 스팀 다이렉트는 오픈마켓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게임이 인기가 있던지 없든지에 관계없이 바로 스팀에 올릴 수 있다.



■ 유저 투표는 없지만 꼼꼼해진 밸브의 심사


그린라이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저의 투표였다. 인지도와 인기를 얻으면 그린라이트가 켜지고 선정을 통해 출시되었던 그린라이트. 스팀 다이렉트에서는 유저의 투표가 제외되고 밸브의 리뷰가 추가되었다. 전까지는 유저의 투표를 통해 발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선정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스팀 다이렉트에서는 일정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출시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리뷰 단계에서는 스팀 측에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게임이 문제가 없고 적합한지, 상점에 적힐 소개문과 일치하는지, 악성파일이 들어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한다. 스팀은 문제가 생길만한 요소를 발견하지 않는 이상 리뷰단계는 하루에서 이틀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분된 기준을 제시해 개발자로 하여금 게임을 출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양하면서, 유저들이 게임을 구매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현상을 겪지 않도록 심사할 예정이다.


그린라이트에서는 유저의 투표와 인지도를 통해서 게임이 선정됐다. 그만큼 그린라이트에 등록되는 게임은 많아도 출시되는 게임은 한정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가 없어진 만큼 하루에도 수백 개의 게임이 출시될 수도 있는 열린 시장이 되었고, 유저 입장에서 원하는 게임을 선택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스팀은 스토어 알고리즘을 통해 유저가 좋아할 만한, 흥미로운 게임을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할 예정이다.



■ 그린라이트에서 스팀 다이렉트로


개발자들에게는 게임을 출시할 하나의 방법을, 유저에게는 좋은 게임을 제공하고자 스팀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트레이딩 카드 시스템의 악용으로 그린라이트의 본질까지 흐리게 되자 카드 시스템도 개편되었으며, 유저마다 흥미가 있는 게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상점 알고리즘에도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스팀 다이렉트를 통해 앞으로 '허접한' 게임을 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쓰레기 게임이야!"라고 느낄법한 게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좋은 게임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스팀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자 리뷰 과정에서 게임 가치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개발자가 등록하고자 하는 게임이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가치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유저의 몫이라는 것. 다만 수많은 게임 속에서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얼마나 찾기 용이할 것인지가 앞으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스팀 다이렉트 시스템 또한 한동안 진행된 후 게임 등록이나 상점에 대한 분석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린라이트에서 유저가 직접 투표하고 자신이 응원했던 게임이 정식 출시되는 즐거움을 앞으로는 느껴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린라이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만큼 단점이 보완된 스팀 다이렉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