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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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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워", 돌아온 오켓몬 마스터

정재훈(Laffa@inven.co.kr)


E3 2017에 출전한 수많은 업체 중에서도 '워너브라더스'의 부스는 유독 돋보였다. 녹색과 검은빛으로 꾸며진 XBOX의 부스나 푸른색과 흰색으로 빛나는 PS의 부스도 볼만했지만, 여긴 아예 컨셉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직접 올라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드레이크 조형과 틈만 나면 뛰어다니며 주변 관객들과 노는 오크 병사들까지. 워너브라더스의 부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그 자체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바로 '섀도우 오브 워'였다.

아쉬운 건, 게임 시연을 할 수 없었다는 거다. E3 2017의 장점은 수많은 AAA급 신작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섀도우 오브 워는 따로 시연 무대를 마련해두지 않았다. 오로지 영상으로 만들어진 프레젠테이션을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이 꽤 길었다. 콜오브듀티: WW2처럼 줄을 서기 위해 줄을 서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시간은 너끈히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아쉬움에 잠겨있는 와중에 희망이 생겼다. 미디어들을 위해 마련된 비밀 시연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유통사인 '인플레이'분들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눈 앞에 놓인 거대한 모니터와 게임 패드, 그리고 게임 진행을 도와줄 현장 요원을 보니 게임 기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섀도우 오브 워. 2014년 출시되어 내 마음을 울린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후속작이 내 앞에 나타났다.

▲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감사합니다!"


완벽하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다
이 게임의 장르를 뭐라 해야 할지...



게임을 시작하니, 안내 요원이 내게 묻는다. "네메시스 시스템부터 체험할래요? 아니면 요새 공략부터 해볼래요? 정 아니면 그냥 마음대로 돌아다니셔도 되고요." 미디어를 위해 준비된 공간인만큼 따로 시간 제한은 없었다. 느긋하게 게임을 플레이해볼까 싶었지만 아뿔싸. E3 현장 폐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이 게임을 파악해야 한다.

먼저 네메시스 시스템을 다시 살펴보았다. 딱히 한국어로 대체할 단어가 없는 이 시스템은 미들어스 시리즈를 이루는 근간과 같은 시스템이다. 수많은 우르크하이 캡틴들은 서로 각각의 사회활동(...)을 하기 때문에 여러 관계로 얽혀 있다. 어떤 녀석은 또 다른 녀석을 극도로 혐오하는가 하면, 서로 동맹이라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도 있다. 이런 인간 관계(...)는 단순히 텍스트로 끝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는데, 다른 캡틴을 쳐서 살해하는가 하면, 반란을 일으키고, 낮은 직위의 우르크하이를 처형하는 등 꾸준히 변화한다. 이 '네메시스 시스템'은 주인공인 '탈리온'과도 얽혀 탈리온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잡졸은 진급해 캡틴이 되기도 한다.

▲ 상급자가 될수록 줄어드니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거다

이 '네메시스 시스템'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꾸준히 요새를 점령하고 빛의 군주로서 영역을 넓혀야 하는 게임의 기본 디자인에 굉장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요새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요새 근처의 우르크하이들을 대상으로 여러 물밑작업을 동반해야 한다. 맨몸으로 성벽과 공성 병기를 갖춘 요새를 공격하는 것은 자살에 가깝다. 할 수 없이 휘하 캡틴들을 빛의 힘으로 세뇌(...)시켜 아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아군으로 만들고, 적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네메시스 시스템이 빛을 발한다. 휘하 캡틴을 시켜 적의 캡틴을 습격하게 만들고, 그 전투에 끼어들어 적 캡틴을 처치하거나 또 세뇌하는 식으로 꾸준히 물밑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아군 치프는 네메시스 시스템에 의해 훨씬 강해지고, 적의 세력은 줄어드는 효과를 불러온다.

▲ 노력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캡틴과 사진 찍는 와중에 눈감는 대표님

이렇게 작업을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요새 공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요새는 각각 다른 전략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요새의 최고 사령관인 '워로드'의 방에서 독가스가 나오거나,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군 워치프와 캡틴들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화염에 매우 약한 녀석을 배치했는데 화염병기가 나오면 큰일이니 말이다.

더불어 이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그간 모은 전비를 이용해 캡틴들에게 특수 유닛을 붙여줄 수 있다. 특수 유닛에는 드레이크부터 사냥 무리까지 여럿 있는데, 난 시험 삼아 '새퍼'들을 붙였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고블린 새퍼가 생각나는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끝내면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간다. 전투는 성벽, 외성, 내성, 워로드의 방으로 이어지며(물론 요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각 요지를 점령할 때마다 전선이 바뀐다. 아! 새퍼 친구들은 정말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성문으로 달리더니 그대로 성문을 박살내 버렸다. 물론 그들도 함께 박살났지만...

▲ 새퍼로 문을 부수지 않아도 오로그 하이를 기용해 그냥 벽을 부술 수도 있다

그렇게 워로드까지 처치하면 요새는 빛의 세력권으로 병합되고, 새로운 캡틴들과 워치프가 생겨난다. 이 과정을 겪으며 감탄한건, '난이도'의 조절이다. 사실 전략적으로 병력을 배분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전선에 나가 전투를 수행하는 게임은 섀도우 오브 워가 처음이 아니다.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외전 격인 '엠파이어' 라인업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투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병력 몇 없이도 전장을 평정할 수 있는 진삼국무쌍 시리즈와 달리 섀도우 오브 워에서는 조금만 실수하면 잡졸들에게도 머리가 깨질수 있다. 그럼 또 그 잡졸이 캡틴이 되어 있는 꼴을 봐야 한다. 물론 개인의 피지컬이 모자란다면 미리 정보를 수집하고, 적 캡틴들의 성향을 파악해 이를 카운터칠수 있는 캡틴들을 기용하는 등 전략적 우위를 점한 채 전투에 임할 수도 있다. 전략으로 컨트롤을 극복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 전투 전의 이 연출이 참 좋았다

이렇게 플레이하다 보니 이 장르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액션에 전략이 묻었으니 전략 액션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무쌍류 게임이라 해야 하나...


액션 명작의 이름값은 그대로
그 와중에 더 강렬해졌다



감탄할만한 점은 이렇게 기존에 보기 힘들던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웠음에도 전작의 장점이 더욱 잘 살아났다는 것이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에서 세뇌를 통한 아군 오크의 영입은 어디까지나 후반 진행을 위한 부가적인 요소였을뿐(물론 게임 극후반에 이르면 온세상 오크들이 다 내꺼다...), 본질은 칼같은 회피와 반격, 그리고 간간이 터지는 멋진 처형 장면들로 이뤄진 '전투'에 있었다. 망령 펀치에 이은 난도질, 범위 공격기, 일부러 겁을 주기 위해 잔혹하게 적을 찢는 기술까지, 전작의 전투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게 더 강렬해졌다. 전작에서 절대반지를 완성한 탈리온과 켈레브림보르는 이제 그 절대 반지를 낀 채 빛의 오크들과 함께 대통합의 시대에 참된 지도자로 출마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유령 군주 망령인 켈레브림보르의 비중이 더 커졌다. 예전에는 전투 중간 중간 보이지 않는 손처럼 한 번씩 공격이 섞이는 정도였다면, 이제 아예 몸의 반은 켈레브림보르가 가져간 느낌이랄까? 오크 위에 올라타 망령 펀치로 무자비한 파운딩을 날리는 탈리온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신규 커맨드로 거대한 언월도까지 휘둘러댄다.

▲ 유혹하는게 아니다. 슬라이딩하면서 화살을 쏘는 것도 가능

사실상 전작의 최종 콘텐츠였던 '룬 파밍'도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제 무기에 새겨 부가 효과를 얻는 '룬 시스템'은 삭제되고, 새로운 방식의 아이템 시스템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무기와 갑옷을 얻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장비에는 보석을 박아줄 수도 있다. 암흑의 군주와 칼을 맞대는 주제에 사시사철 누더기만 입고 다니던 탈리온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성장 시스템도 완전히 바뀌었다. 전작의 성장 시스템은 스킬 트리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어쨌거나 게임 막바지에 이르면 모든 스킬을 다 개방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디아블로3'의 룬 시스템과 비슷하게 바뀌어 특정 액션에 세 가지 부가효과 중 하나를 부여할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탈리온을 완전히 암살에 특화된 캐릭터로 만들 수도 있고, 켈레브림보르의 비중을 높여 망령 전사처럼 싸울수 있는가 하면, 순수한 검술 위주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 카라고르도 자가용처럼 타고 다닐 수 있다

이런 변경점들은 굉장히 큰 의미를 주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보통 전략적인 요소를 강조한 게임은 액션이나 그 외 게임 요소들이 상당히 빈약한 경우가 많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가 워낙 강렬한 액션을 선보였기에 기본은 될 거라 짐작했지만, 전보다 훨씬 더 진보할 줄은 몰랐다. 단점을 보완할지, 장점을 살릴지 궁금했는데 아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버렸다.


솔솔 나는 갓게임 향기가 향긋해
단점을 찾기 힘들어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난 20분 정도 이어진 시연 과정에서 게임의 단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직은 조금 덜 다듬어진듯한 조작감이 조금 문제가 되는 정도다. 전작인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의 문제점은 하나였다. 게임이 후반부로 이어질수록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동기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제한된 스토리라인에 기대는 게임이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고, 그렇게 게임은 종반을 향해 치닫는다. 오크 세뇌도, 강력한 룬을 박은 무기도 뭔가 더 쓸데가 있을 것 같은데, 딱히 할만한게 없다. 그러다 보니 유저들은 그나마 파고들만한 요소가 있는 '룬 파밍'을 최종 콘텐츠로 만들었다. 재밌어 보이는 시스템은 많은데, 그걸 할 이유가 없다. 마치 포크와 수저, 나이프까지 완벽히 세팅된 식탁에 음식이 없는 모습이었달까?

하지만 섀도우 오브 워는 이런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요새를 공격하는 동안, 사우론의 세력도 다른 요새를 공격한다. 전장은 꾸준히 변하고,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낸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액션은 더 강렬해졌고, 생소하면서 불편했던 시스템은 모조리 바뀌거나 사라졌다.

▲ 하다보면 그냥 다 재밌다

모놀리스가 정말 크게 한 건 했다. E3 2017의 마지막 날. 이제 더 이상 다른 게임에 기대하지 않았던 시점에 섀도우 오브 워를 플레이했고, 이 게임은 그간 현장에서 줄기차게 시연한 그 많은 게임들 중에서도 내 마음속에 깊게 남았다. 순수하게 즐거웠다. 적 세력을 줄이기 위해 캡틴을 암살하고, 아군 세력을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요새 공략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리고 그 전장을 실제로 누비며 싸워나가는 그 모든 과정에서 재미가 뚝뚝 떨어졌다.

갓게임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에게 섀도우 오브 워는 갓게임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살려낸 후속작. 그것이 섀도우 오브 워다. 준비 되었는가? 3년 전에 이어 한 번 더 오켓몬 마스터로 각성할 준비 말이다.

▲ 망령 장도리로 죽빵을 날려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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