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건 더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LCS NA에 한국인 선수가 많은 시기이니 말이다. 물론 선수 각각의 이야기는 다들 다르다. LCK의 정상급 팀에서 영광을 누리다 온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일찍 LCK 생활을 접고 해외 리그를 돌아다니다 NA에 발을 붙인 선수도 있다.

'플레임' 이호종은 전자였다. 그는 한국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선수 중 하나였고, 그가 경기를 하는 날이면 언제나 스튜디오는 그를 응원하러 온 팬들로 북적였다. 반면 '올레' 김주성은 반대였다. 'Midus Fio'라는 아마추어 팀의 일원으로 LCK에 출전했었지만, LCK에서의 꿈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이후 그는 대만과 북미를 전전하다 임모탈즈에 자리를 잡았다.

어쨌거나, 이제 둘은 한 팀이었다. 하나의 경기장에서, 같은 게임을 하는 동료다. 그리고 7월 23일은, 이 두 선수가 잠시나마 NA LCS의 정상에 선 날이었다. 아직 플레이오프도 진행되지 않은 그룹스테이지 중이기 때문에 변동의 여지는 한없이 많다. 하지만 전 시즌에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하지 못했던 팀에서, 이들은 이름난 강팀들을 모두 꺾고 현 1위를 달성했다.

CLG와의 경기는 접전이었다. 3세트까지 이어진 경기. 승리는 임모탈즈가 차지했고, 공동 1위였던 CLG는 2위로 물러났다. 경기가 끝난 후, '플레임'과 '올레' 두 사람을 모두 만나 보았다. 두 선수의 성장 과정은 달랐지만, 이젠 모두 NA에서 꿈을 꾸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임모탈즈 '플레임' 이호종, '올레' 김주성



Q. 길고 긴 싸움 끝에 NA LCS에서 단독 1위를 달성했어요.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플레임' 이호종: 이긴 건 굉장히 기뻐요. 하지만 안심할 때는 아닌것 같아요. 이제는 플레이오프에서 어떻게 경기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Q. 임모탈즈가 이번 스플릿에서 이렇게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플레임' 이호종: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고, 그 바뀐 것들이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했어요. 올레, 코디 선, 엑스미디 모두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포벨터와 저 또한 기량이 좋아졌고요. '엑스미디'가 우리 팀의 정글러로 기용된건 정말 좋은 변화였어요. 뭐라 딱 집어 말하기가 힘드네요. 그냥 많은 변화들이 다 우리에게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Q. TSM의 '더블리프트'와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CLG는 잘 모르겠지만 '임모탈즈'는 굉장히 무섭다고 하더군요. 역으로 TSM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플레임' 이호종: 확실히 가장 경계하고 있는 팀이에요. C9이나 디그니타스, CLG도 경계중인 팀이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결승까지 가게 된다면, 그 상대가 될 가장 가능성 높은 팀은 TSM이라고 생각해요. 북미에서 가장 잘 하는 팀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일단 저 또한 TSM의 팬이기도 해요. 비역슨이나 더블리프트 같은 선수들도 오래 전부터 알아 왔죠. TSM은 팀 게임이 굉장히 강한 편이에요. 그렇다고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편도 아니고요.

▲ 현재 가장 경계하고 있는 팀 TSM


Q. 공동 1위였던 CLG와 2:1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어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플레임' 이호종: 1세트는 쉽게 이겼어요. 실수가 있어서 결착이 좀 늦어지긴 했지만, 우리가 이기는 경기라고 생각했고, 이겼죠. 2세트에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전 팀 단위로 공동의 목표를 갖고 우직하게 하는 것을 원하는데,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이 달랐고 의견이 갈렸죠. 그러면서 팀워크가 잘 안맞았어요.

'올레' 김주성:CLG의 서포터인 '아프로무'의 블리츠크랭크를 너무 의식했어요. 사실 CLG 입장에서는 그랩 한 번 던지는거, 맞아도 그만 안맞아도 그만이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너무 의식하는 바람에 기회를 준 것 같아요.


Q. '아프로무' 선수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가 얼마 전 올레 선수를 NA 서포터 중 플레이메이커 DNA를 가진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라고 칭찬하더군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올레' 김주성: 에...저요? 아우... 저야 아프로무 선수가 그렇게 말해주면 너무 영광이죠.(웃음) 하지만 제 스스로 제가 그렇게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저 제가 할 일을 열심히 충실하게 하는 것 뿐이죠. 제 플레이스타일도 아직 부족함이 있어요. 공격적인 플레이에서는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수비적인 플레이가 필요할 때는 부족함을 느끼죠. 그래서 그 부분을 위주로 연습하고 있어요.


Q. '엑스미디' 선수(현 임모탈즈 정글러)와도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지금 임모탈즈의 문제 중에 언어 장벽이 조금 있다고 하더라고요. 게임 외적인 생활 면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플레임' 이호종: 사실 언어 장벽이 조금 있긴 해요. 오늘도 그렇고... 아니 오늘만 그런건 아닌데, 저하고 엑스미디 선수가 호흡이 잘 안 맞아서 좋지 않은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아직 제가 영어가 짧아서 생기는 일이다 보니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함께 공유하는 취미 같은걸 만들어 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 언어 장벽은 아직 조금 남아 있다.


Q. 몇주 전, '쏭' 김상수 코치와 인터뷰를 했을 때, 전략 연습을 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말하더군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느끼나요?

'올레' 김주성: 지금은 그래도 플레이 스타일의 베이스는 자리잡힌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과거에 저희가 갖고 있던 문제들이 조금씩 드러나곤 해요. 우리가 지금 잘 된다고 마냥 좋아할 때는 아닌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서 드러나는 실수들을 줄여야 해요.


Q. '코디 선' 선수(현 임모탈즈 원거리 딜러)가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어요. 팀원으로서 코디 선 선수는 어떤가요?

'올레' 김주성: 솔직히 다른 라인은 제가 뭐라 말할 수가 없는데, 봇 듀오만큼은 말할 수 있어요. 스프링때는 저와 코디 선 선수 사이가 그렇게 원활하진 않았어요. 서로 누가 잘하니 하면서 싸우기도 했죠. 하지만 스프링 스플릿이 끝나가면서 속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우리 미국 와서 서로 친구도 없는데(코디 선 선수는 중국 국적이다) 같이 얼싸안고 잘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그 이후로는 밖에 놀러 나가면 저와 코디 선 선수 둘이서 자주 붙어 다녔죠(웃음). 그러면서 섬머 시즌부터는 다른 건 몰라도 봇 듀오만큼은 1등이 되어보자고 다짐했어요. 바텀 듀오만 보면 다른 팀보다 우리 팀이 훨씬 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 '코디 선'과 '올레'


'플레임' 이호종: 난 그걸 정글러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전 다른 선수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취미 공유하고 그런 것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걸 전부 전달하기엔 아직 어려워요. Xmithie 선수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격이나 인성 모든 면에서요. 언어적 장벽이 우릴 가로막을 뿐이죠.

물론 저도 예전에 비하면 영어 실력이 꽤 좋아진 편이에요. 연습할 때는 일부러 한국어를 하지 않고 영어만 쓰려고 노력하죠. 그래도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영어를 계속 하다 보면 머릿속에 과부하가 와요. 그럴 때마다 잠깐 쉬다 보면 아무래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효율이 잘 안나오기 마련이죠. 그 부분이 아쉽고, 계속 고치려는 부분이에요.


Q. 이제 2주가 더 지나면 그룹스테이지가 종료되고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요. 우승까지 갈 자신이 있나요?

'플레임' 이호종: TSM을 이길수 있느냐가 관건인것 같아요. TSM을 꺾을 수 있다면, 우승과 굉장히 가까워지게 되겠죠. 이제 롤드컵에서 팬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올레' 김주성: 스프링때 플레이오프에 간발의 차이로 진출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이번 스플릿은 확정된 것 같아 안심되네요. 다만, 우리가 스프링때 한 발의 차이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듯이, 한 번 잘못하면 영영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순위표는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요. 그룹스테이지에서 잘 해놓고 플레이오프에서 미끄러지면 그것만큼 억울한게 또 어딨어요.



Q.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그리고 두 선수를 응원해주는 팬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플레임' 이호종: 열심히 하고 있고, 지금까지는 결과도 굉장히 좋아요. 팬분들에게 늘 감사드리고, 저와 저희 팀 모두를 응원해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 팬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많이 그리워요. 롤드컵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랄게요.

'올레' 김주성: 솔직히 저는 한국보다 미국이랑 대만에서 훨씬 오래 뛰어서... 아마 제가 한국인인걸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웃음) 한국인으로서 NA에서 게임을 하고 있고,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잘 해서 앞으로 NA로 오게 될 한국인 선수들이 훨씬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길을 닦으려고 해요. 쭉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저희 이야기를 보기가 좀 힘들더라구요. 어떤 내용으로든 저희에 대한 이야길 해주시는것 자체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