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의 마지막은 어수선했다. 혼란한 인파는 30일에는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그래도 많지만) 부스 대부분이 오후를 넘어가면서, 행사와 동시에 철거를 시작하기도 했다. 4일간의 긴 행사치고는 너무나 빠른 철거였다. 그야말로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부스들은 자취를 감췄다.

무더위 속에서 몸이 비명을 질렀던 일정이었으나, 남는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깝지만 판도가 다른 중국 시장을 바라보면서 방향성을 생각해볼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중국인들이 게임에 보여주는 열정은 우리만큼이나 뜨거웠고, 동시에 다양한 지점들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실감했다.

길고 길었던 차이나조이2017의 마지막을 맞이하며, 차이나조이 기간 느낄 수 있었던 3가지 키워드를 정리하려 한다.



■ KEYWORD #1 - IP 게임의 발전, 그리고 성장

중국 게임 시장이 국내 게임들의 IP를 이용하여, 다른 장르 또는 재해석을 통해서 모바일화하는 사례는 예전부터 있었다. 실제로 시장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고 반대로 국내 시장에 IP 활용 게임들이 선을 보이며 성공을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는 IP 활용 게임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였다. 게임 제작의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기존 IP 활용 게임들의 후속작이 차이나조이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뮤 오리진'으로 큰 성공을 거둔 천마시공의 후속작, '기적MU: 각성'은 물론이고, '마비노기 영웅전: 영항' 등 한국 게임 IP를 활용한 후속작들을 시연대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 마영전은 장르가 MMORPG로 바뀌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자체 IP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소니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전격 공개한 '몽키킹' IP를 활용한 PS4 게임이라던가, 기존 게임들의 후속작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줘, 충격을 줬다. 특히 '몽키킹'은 체험용으로 VR 콘텐츠까지 마련해 두면서 소니 부스에서 큰 활약을 했다. 기술의 발전은 이전부터 회자하던 부분이었으나, 올해에는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와 함께 IP의 범위를 넓히러는 전략을 엿볼 수도 있었다. 샨다게임즈의 시에페이 대표는 미래 전략 중 하나로 보유 IP를 활용한 콘텐츠 전략을 기조로 잡기도 했다. 그리고 천마시공의 리우후이청 대표는 IP 활용의 방법적인 측면에서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편으로는 IP 활용 게임 제작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는 했으나, 아직 몇 년간은 기존 혹은 한국 IP를 활용한 모바일화·콘텐츠화가 지속하지 않을까 한다.

▲ 몽키킹 같이 중국 로컬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 KEYWORD #2 - 2차원 게임

중국 시장에서 말하는 '2차원 게임'은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오타쿠 게임'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애니메이션 또는 만화를 선호하는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들이 대표적이며, 서브컬처 위주의 아트웍, 해당 유저층을 타겟으로 하는 콘텐츠들이 특징이다.

사실, 이는 대략적인 특징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차이나조이2017 기간 만났던 관계자는 2차원 게임의 정확한 정의를 묻는 말에 "답변하기는 어렵다. 대신 보면 알 수 있다"는 대답을 남기기도 했다. 어찌 됐던, 서브컬처에 익숙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게임들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 이 가방은 진짜 많이 봤다. 가려졌지만, 수영복 일러스트다.

중국 시장에서 2차원 게임들이 가져온 여파는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스에 출품된 게임들이 중국풍의 일러스트나 SD 캐릭터 등 이전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 풍'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IP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반다이남코는 그렇다 치고, 중국 업체의 부스 스테이지에서 일본 음악이 울려 퍼지거나, 일본 의복을 입고 있는 부스걸, 모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E2 관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사례가 많았고, 많은 이들이 호응하는 모습에 다시금 감탄하기도 했다. "역시 이런 콘텐츠는 만국 공통이구나" 하고.

▲ 순간 TGS 느낌이 났다. 중국에 와서 일본 노래에 맞춰 춤추는 행사를 볼 줄이야.

그렇다고 2차원 게임들이 애니메이션풍으로 시작해서 끝을 보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비주얼과 더불어서 '덕심'을 관통시킬 수 있는 콘텐츠 유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2차원 게임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 당사자는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일러스트 말고도 콘텐츠가 중요하다. 단순히 겉보기로 2차원 게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해보면 안다"고 말이다.

왠지 공감은 할 수 없는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알 수 있었다. '덕심'을 잘 아는 사람이, '덕심'을 노린 콘텐츠 설계와 BM을 보여줄 것. 단순히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서브컬처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할 것 정도?

2차원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성공과 결과물을 거두어들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차이나조이2017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서브처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덕심도 아는 사람이 노려야 더 잘 노릴 테니 말이다.



■ KEYWORD #3 - 중국 게임 시장의 질적 성장

차이나조이2017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 게임의 질적 성장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행사 시작 전날 소니 컨퍼런스를 통해서 공개한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은 고품질 게임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중국 게임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적인 움직임도 적극적이었다. 엔진과 금융, 서드파티를 아우르는 지원책을 설립하는 한편, PS 플랫폼으로 이를 글로벌 출시하는 움직임까지. 빈틈이 없었다.

결과물이 영 아니었다면 그저 그런 지원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놓은 결과물은 전부 수준급이었고, 그중에는 입을 쩍 벌리게 하는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들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개였지만, 지난 몇 년간 개발자들이 노력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 특히 '프로젝트 바운더리'는 놀라운 그래픽을 선보였다.

중국 게임의 질적인 성장은 반대로 '한국 게임들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결과로 수렴했다. 인터뷰와 취재하러 다니면서도 듣는 이야기는 하나로 귀결됐다. '중국 게임을 해도 되는데 굳이 한국 게임을?'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모바일이던 콘솔이던 퀄리티 자체는 이미 따라잡았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모든 게임이 질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 외에도 다양한 게임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부스의 절반을 궨트로 채운 가이아부터, 룬스케이프, 인텔과 ROG 등의 VR 존까지. 자국에서 제작한 게임의 질적인 성장과 함께 시장의 다양성까지 확보한 모습이었다. 이제 중국 게임 시장은 다양한 게임들이 존재하는 생태계로 변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