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신규 IP로써 전 세계 6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스플래툰'. 하지만 판매고 만큼의 커다란 임팩트를 보여주기는 어려웠다고 본다. 메인 콘솔이 'Wii U'였기 때문이다. '스플래툰'이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도 맞고, 판매량과 게임 흥행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기반이 되는 콘솔이 Wii U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즐기기는 어려웠다. 콘솔 자체가 흥행에 실패했으니까.

하지만 후속작 '스플래툰2'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기기를 기반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기기의 인기와 더불어 고질적인 문제였던 지역제한도 사라졌고, 기기의 특성과 성능, 게임의 완성도가 맞물려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발목을 잡고 있던 기기의 성능·인기가 해결되며,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거기에 닌텐도가 본격적으로 IP를 밀어주면서, 스위치 품귀 현상에 박차를 가했다.

▲ 자이로 센서의 적극 활용 덕분에, 위유 프로콘 돌도끼가 없어도 된다.



닌텐도의 성공적 신규 IP로 거듭난 '스플래툰'은 잉크를 이용한 영역싸움(레귤러 매치 기준)이라는 점에서 기존 장르들과의 차별점을 뒀다. 이는 승패에 유저의 사망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자, 게임을 다른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상대방을 잡아내지 못하더라도 몰래 잉크만 칠할 수 있다면 1인분을 하게 되며, 초보 단계에서 바닥을 칠하기 편한 무기들을 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기 종류도 바닥 칠이 편리한 무기, 암살이 편리한 무기 등으로 구분되는데다, 랭크 배틀과 레귤러 배틀 등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달라 사용하는 재미가 보장된다.

▲ 덕분에 슈팅 장르에서 보기 어려운 무기 종류가 나올 수 있었다.

무기가 다를지언정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선택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다. 그리고 후속작을 거치면서 무기의 종류를 늘렸고, 유저들이 더욱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무기를 선택할 수 있게 설계해뒀다. 최종 무기라도 초반 무기들과 서브웨폰, 스페셜 웨폰이 다르단 것을 제외하면 큰 공격력 차이도 없는 편이다. 콘텐츠마다 최적화된 무기가 있지만, 그냥 자기 손에 맞는 무기를 써서 1인분만 하면 된다.

▲ 그저 자기 마음에 맞는 무기를 쓰면 된다. 무기마다 스페셜웨폰도 다르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스플래툰 시리즈에서 가장 독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동하는 방식' 부분. 스플래툰 시리즈는 슈팅 게임의 무빙을 자신들에게 맞게 해석하면서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즐기는 FPS나 TPS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보통 목적지 A를 향해서 전진한다. A까지 가는 방법에는 몇 가지 우회로가 마련되어있고, 이동하는 도중 적과 교전을 벌인다. 여기서 승리를 결정짓는 것은 상황을 예상하는 능력에 좌우된다. 초보라면 정해진 이동 경로만 따라가다 사망할 것이고, 고수라면 우회로와 엄폐물을 활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정석적인 모습일 것이다.

반대로 스플래툰에서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 '잉크칠'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인간 형태보다 오징어 형태가 이동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적 팀의 잉크 위에 서 있으면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결국 잉크를 뿌리면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나름의 리스크가 있다.

▲ 이동과 공격을 하려면 잉크를 칠해야 하는데... 이게 문제다.

잉크를 칠하는 현황은 지도에 즉각 반영되니, 적들이 얼마든지 내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우회해서 공격하려고 잉크를 칠하다 보면, 적측이 내 움직임을 뻔히 읽어내고 목적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심지어 슈퍼 점프로 날아가도 적에게 위치가 표시된다. 착지와 동지에 터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는 대전 슈팅 게임으로써는 당연하다 싶은 단점이다. 하지만 컨셉에서 오는 단점을 '잉크가 칠해진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요소로 해결해 버렸다. 스플래툰 시리즈에서는 바닥과 벽에 잉크를 칠하면 벽을 타고 상하 좌우로 이동할 수 있고, 철조망은 오징어 형태로 통과하는 등 다양한 이동 경로를 사용할 수 있다. 때로는 조그마한 색칠 부위에 숨어있다거나, 벽 아래서 올라와 기습을 하는 등 무궁무진한 방법들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칠한 만큼, 그리고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이동 범위가 넓어진다. 이동하는 길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게임 플레이와 전투에 자유도가 부여되는 셈. 덕분에 매 한 판이 짧지만, 밀도 있게 진행된다.

▲ 게임을 하다보면 적들은 길이 아닌 다른 곳에서 더 튀어나온다. 진짜다.

▲ 칠한다는 것은 곧 승패로 연결된다. 1%대의 접전도 많이 나온다.




엄밀히 말하자면 게임 콘텐츠 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주간 단위의 업데이트를 거듭한 스플래툰1의 최종 콘텐츠에서 무기 추가와 밸런스 조정, 신규 모드 추가가 이루어졌다는 정도. 출시 시점의 콘텐츠 상황으로는 전작의 완성형. 딱 거기까지다.

다만, 기반이 되는 전작의 최종 콘텐츠 수준이 '꽤 높았다'는 점이 비판하기 어렵게 만든다. 기본적인 구성과 밸런스 조정은 이미 마쳤고, 게임 플레이의 재미야 충분히 보장된 수준이었다. 쓸데없지만 중요한 문제로 고민하는 '페스'도 매력적이었고, 잉클링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도 이미 증명했다.

▲ 오징어와 문어에게 심쿵하는 날이 올 줄이야...

게다가 출시 시점의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작인 스플래툰에서 주 단위 업데이트·밸런스 조정을 2년 가까이 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보여줄 것들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싱글플레이 부분에서는 스토리를 볼 수 있는 '히어로 모드'의 강화, PvE모드 '연어런(살몬런)'의 추가로 전작에서 지적됐던 아쉬운 싱글 플레이를 벗어나고자 했다. 히어로 모드는 총 27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었고 한 스테이지당 최소 10분에서 15분 정도, 엔딩을 보기 위해서만 대략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멋진 시나리오보다는 퍼즐을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난이도가 적당하니 집중해서 플레이하게 된다.

▲ 퍼즐의 난이도는 딱 적당한 수준.

신규 모드인 연어런은 기존 모드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짧은 플레이 시간 동안 4명의 유저가 합심해서 세 번의 웨이브를 방어하고,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여타 게임들의 방어 모드들과 다를 것은 없지만, 도전 의식과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유저들이 1차적으로 바라보는 장비품은 비교적 초반에 얻을 수 있게 배치한 뒤, 이후 해당 모드에 재미를 붙인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도록, 포인트에 따른 난이도 상승과 보상 지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매일 교체되며, 게임마다 날씨나 등장 적에 변화를 주는 등 반복에서 오는 지겨움을 덜었다.

▲ 체험 삶의 현장! 오징어들의 불법 조업 편

게임 외적으로는 닌텐도 스위치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전작의 부가 서비스 '스플렛넷'이 웹이 아니라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생긴 변화다. 이전처럼 최근 50전의 전적과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무기 사용 현황과 콘텐츠별 맵, 연어런 보상 등 게임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어플리케이션에서만 구할 수 있는 의류를 제공하기 때문에 거의 필수적으로 이용하게 만들었다. 일정 시간마다 어플리케이션에서 제공되는 의류를 주문하고, 게임 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어플리케이션과 게임 간의 연동은 즉각 이루어지며, 새로운 주문을 하기 전까지 기존 주문이 유지되므로, 시간에 쫓길 염려도 없다. 그러므로 어플리케이션을 무조건 실행하게되며, 게임을 종료하더라도 유저와 게임 간의 끈은 약하게나마 항상 유지된다.

▲ 사실, 안 써도 큰 불편함은 없다. 그저 옷을 구경하는 재미가 사라질 뿐.




앞서 말한 것처럼, 게임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임 콘텐츠 외의 기능들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보이스 채팅 시스템이다. 애초에 보이스 채팅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이거... 구조 자체가 심하게 잘못됐다.

일단 스위치 자체가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둬야 한다. 닌텐도는 이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보이스 채팅으로 해결하려다가 그만 끔찍한 혼종을 낳아버렸다. 핸드폰 + 헤드셋 + 기기를 죄다 유선으로 연결해 버리기에 불편할뿐더러, 외관상으로도 선이 덕지덕지라 보기가 좋지 않다. 다른 기기가 보이스 채팅을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매우 번거롭고, 불편함 밖에 남지 않는 선택지였다.

굳이 번거로운 컨버터를 구할 필요도 없이, 핸드폰으로 음성채팅 어플을 설치해서 이용하는 게 차라리 나은 수준. 기자는 실제로 친구들과 멀티플레이를 즐길 때, 핸드폰 또는 PC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음성채팅을 이용한다. 게임 화면이야, 분배기 또는 모니터 입력 변환으로 스위치 TV모드를 선택하면 그만이니까.

▲ 97년 즈음이었으면 이해라도 하는 구조. 하지만 지금은 2017년이다.

다음으로는 야심 차게 내놓은 연어런의 시간제한 부분. PvE를 보강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고, 나름 준수한 보상과 재미있는 구성, 실력에 맞는 난이도 조절 등 반복 플레이와 깊이를 더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둬서 불편함을 유발했다. 하루에 몇 시간 이용 불가 상태로 두기 때문에 즐기고 싶을 때 마음대로 즐길 수가 없다.

설정 상으로 불법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굳이 이를 현실 시간에 맞춰 제한을 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설정이나 서버 점검을 이유로 삼기에는 너무도 잦고 번거로운 제한인데다, 콘텐츠를 몇 시간씩 이용하지 못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유저들이 불합리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 잘 만들어놓고 왜 제한을 뒀는지는 의문.




'스플래툰2'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거의 달라진 것은 없지만, 워낙 기본기가 탄탄했기에 준수한 타이틀로 마무리됐다. 콘텐츠 면에서도 싱글플레이 및 PvE 콘텐츠를 보강하면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기기의 성능이 상승한 것과 더불어 그래픽도 나아졌다.

첫 후속작이기에 변화보다는 안전함을 선택한 '스플래툰2'. 누군가에게는 변하지 않은 모습이 불만이 될 수 있겠지만, '스플래툰 다움'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최고의 후속작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는 굳이 모험하지 않더라도 후속작을 잘 만들 수 있었다는 방증이며, 닌텐도가 자신들의 IP를 다루는 기조이기도 할 것이다.

어딘가 살짝 부족한 콘텐츠와 모드가 지적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작에서 끊임없는 업데이트를 진행했던 만큼, 아직 기대할 만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 상태로도 평균 이상의 즐길 거리는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앞으로 추가될 요소들을 생각한다면? 닌텐도의 차세대 IP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거기에 현재 무료인 닌텐도 스위치의 멀티플레이가 연말에 유료로 전환된다면, '스플래툰2'가 이용률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말까지 닌텐도 스위치로 얼마만큼의 신규 게임들이 추가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의 '스플래툰2'만을 가지고도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를 신청할 가치는 있다. 그만한 가치와 재미를 보장해주는 게임이었으니 말이다.

▲ 전작처럼 엔딩 크레딧에도 컨셉을 잘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