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만 느껴졌던 2017 오버워치 월드컵 지역 예선도 이제 마지막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산타모니카에서 8개 국가가 격돌하게 되었는데요.

앞서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치러졌던 E, F조의 예선전은 다른 지역 예선들에 비해 이변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E조의 한국은 우승 후보답게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며 예선 일정 내내 단 한 세트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는 위엄을 보여주기도 했죠. 이 때문에 작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던 강팀 러시아가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습니다.

이번 지역 예선은 G조에서는 미국과 대만, 브라질, 뉴질랜드가, H조에서는 영국, 독일, 이스라엘, 벨기에가 각각 16강 진출전을 놓고 혈투를 벌입니다. 이제 본선까지 남은 자리는 단 두 자리! 과연 어느 국가가 블리즈컨이 열리는 애너하임으로 갈 수 있을까요? LA 지역 예선에 출전하는 여덟 팀의 전력을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제 남은 자리는 두 자리! LA에서 살아남을 두 팀은 누가 될까?



■ 그룹 G

▶ 미국 - 우월한 로스터와 홈그라운드, 자신감 넘치는 선수들까지!



미국은 경쟁전 상위 100명의 실력 평점 평균 4,470점을 기록하며 중국, 한국에 이어 전체 출전국 중 3위를 기록한 국가입니다. 지난해 월드컵에는 캐나다와 함께 미 대륙 지역 시드권 팀으로 자동으로 16강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북미 최고의 딜러로 불리던 Seagull과 Talespin 등이 합세하면서 메달권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팀이었지만, 8강에서 한국 팀을 만나 패배하고 말았죠.

작년의 설움을 씻기 위해서인지, 올해 미국 팀의 전력은 유난히 남다른 느낌이 듭니다. 작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유명 스트리머 'Ster'와, 명문 프로팀 엔비어스의 코치 'KyKy', 북미의 오버워치 캐스터 'Jason Kaplan'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국가대표를 선발했는데요. 팀원 전원이 최근 북미 오버워치 프로 씬에서 두각을 드러낸 실력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면서, 이번 LA 지역 예선 돌파는 물론 월드컵 우승도 노려볼 만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미국이 G조 1위를 달성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H조의 2위 팀과 맞붙어 승리한다면, 본선 8강에서 바로 한국을 만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작년과 동일한 결과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이에 대해 G조의 국가들이 조 1위를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팀이 고의로 G조 2위를 노릴 것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미국 팀의 딜러 듀오인 sinatraa와 JAKE는 한국 팀의 예선전 경기를 보고 난 뒤, 본인의 개인 방송에서 "올해는 우리가 더 강한 것 같다. 이번에는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남겼다고 합니다. 본선에서 한국 팀과 맞서는 것을 개의치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준 셈입니다. 이번 지역 예선은 미국 팀의 홈그라운드이기도 한 만큼, 전력을 다한 미국 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Robin311'의 자유게시판 글 바로가기 : '미국 팀의 한국 국가대표팀 반응'

▲ 북미 최고의 선수이자 빼어난 실력의 트레이서 장인으로 이름난 시나트라


▶ 대만 -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만의 늑대들



대만은 실력 평점 평균 4,162점으로 14위를 기록한 나라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G조에 편성되어 미국의 뒤를 이어 2위 팀이 되었습니다.

작년 월드컵에서는 태국,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지역 예선을 돌파, 16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만 한국과 핀란드가 속해있던 C조에서 4위를 기록하며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같은 조였던 핀란드, 호주와 접전을 벌이는 등 이변을 일으키면서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던 팀이기도 합니다.

특히 작년 월드컵에서 대만 팀 공격의 중심으로 큰 활약을 했었던 'Zonda' 선수가 올해 월드컵에도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Zonda 선수가 현재 몸담고 있는 Flash Wolves 팀의 선수 전원이 대만의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는데요. 서로 오랫동안 함께 해 왔던 선수들인 만큼 월드컵 무대에서도 좋은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Flash Wolves는 올해 4월부터 세 달간 동남아 지역에서 개최되었던 '오버워치 퍼시픽 챔피언쉽'에서 현 호주 국가대표팀인 'Blank Esports'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경력이 있습니다. 호주 팀이 시드니 지역 예선에서 살아남아 본선에 진출해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만 팀 또한 충분히 본선 진출을 노려볼 만한 팀이라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G조 이변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만의 Flash Wolves 팀
(출처: Flash Wolves 공식 트위터)


▶ 브라질 - 단일 팀인 건 좋지만, 과연...



브라질은 실력 평점 평균 4,071점으로 전체 19위를 기록한 국가입니다. 작년에는 본선 16강 무대에서 죽음의 조로 불리던 A조에 편성되면서 스웨덴과 스페인, 캐나다를 만나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죠.

이러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올해는 팀 전원이 브라질의 프로팀인 'Brazil Gaming House' 출신의 선수들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Brazil Gaming House팀은 작년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던 Insanityz가 코치를 맡고 있는 팀으로, 자국 내 리그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한 경력이 있습니다.

다만 북미 지역에서 열린 여러 대회에서는 그다지 높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조에 북미 지역 프로씬에서 활약해 온 선수들이 모인 미국 팀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브라질 팀이 이번 LA 지역 예선에서 살아남을 만한 기량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뉴질랜드 - 올해 첫 출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실력 평점 평균 3,922점으로 32개 국가 중 30위를 기록하며 G조 최하위 팀으로 편성된 뉴질랜드입니다. 작년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가 첫 출전이 되는 팀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팀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활동한 프로팀 출신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중 HooWoo, WILLx, Birdy, CantuS 선수는 Masterminds 팀에서 함께 활동해왔으며, Scylla Esports의 Legabril 선수와 Ahletico CAMO의 Signed 선수 또한 자국 리그에서 함께 경쟁했던 사이입니다. 이로 인해 단일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시너지가 있더라도, 같은 G조의 미국과 대만을 제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Masterminds 팀에서 현재 팀 캡틴을 맡고 있는 CantuS 선수가 이번 월드컵에서도 리더로서 활약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 그룹 H

▶ 영국 - 올해야말로 '그레이트 브리튼'을 드높일 기회!



영국은 상위 100인의 실력 평점 평균 4,293점으로 전체 6위를 기록했습니다. 평점 순위만 따지고 본다면 스웨덴과 핀란드보다 낮지만, 캐나다와 프랑스보다는 높은 순위로 H조 1위 팀에 편성되었습니다.

현 EUnited 팀의 코치인 'Hayes'와, 작년 월드컵 출전선수였던 'Stylosa'와 'numlocked'가 위원회로 임명되어 국가대표 선수들을 선발했는데요. 그 결과 유럽 오버워치 프로씬에서 활약했던 영국 출신의 프로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이름 하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중 역시 눈에 띄는 선수를 꼽자면, EUnited의 'Kruise' 선수를 들 수 있겠는데요. Kruise는 NWA팀의 Realzx 선수와 함께 2년 연속 영국 팀의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습니다. 작년 월드컵에서 Kruise 선수는 겐지 위주의 딜러로 활약하면서 조별 예선에서 핀란드와 접전을 벌였습니다만, 3:2로 패배하면서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죠.

Kruise 선수가 몸담고 있는 EUnited 팀은 최근에 있었던 유럽 지역 오버워치 콘텐더즈에서 여러 쟁쟁한 유럽 프로팀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팀의 Boombox 선수부터, 전 FaZe Clan의 멤버였던 MikeyA, Hammers Esports 출신의 ChrisTFer 등 여러 명성 있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영국 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오버워치 콘텐더즈 유럽 리그에서 크게 활약했던 Kruise의 겐지


▶ 독일 - 본선 진출을 벼르고 있는 유럽의 강호 팀



평점 평균 4,219점으로 전체 국가 중 11위를 기록한 독일입니다. 2016년 월드컵에는 유럽 지역 예선을 뚫고 16강 그룹 스테이지로 진출했지만, B조에서 러시아와 미국을 만나 8강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국가대표 위원회 위원인 'skipjack'과 'INTERNETHULK' 선수가 국가대표 선수로도 출전을 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둘은 전 Luminosity Gaming Loyal팀 출신의 'EISSFELDT' 선수와 함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는데요. 그야말로 독일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독일 지역 프로팀인 Team Expert의 'cRNKz'와 'Veineless' 선수, 그리고 전 Hammers Esports 출신이었던 'Nesh' 선수를 새롭게 기용하면서, 독일 또한 전체적으로 강력한 전력을 보유한 팀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H조에서는 영국과 함께 강력한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국으로 꼽히고 있죠.

작년에는 탱커 역할을 하며 활약했던 INTERNETHULK 선수가 올해는 힐러로 역할을 바꾼 것이 눈에 띕니다. INTERNETHULK 선수가 과거 EnVyUs 팀의 선수 시절 탱커에서 힐러로 포지션을 변경했던 적이 있던 것을 고려한다면 납득할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 INTERNETHULK는 이제 독일 하면 떠오르는 대표격 선수가 된 것 같네요


▶ 이스라엘 - 유럽 경쟁전 1위 에이스를 가진 단일 팀



이스라엘은 전체 22위 국가로, 실력 평점 평균 4,007점을 기록하며 G조 3위 국가로 편성된 나라입니다. 작년 월드컵에서는 유럽 지역 예선 E그룹에서 러시아와 이탈리아에 패하며 3위를 달성,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이스라엘 또한 'Zengaming eSports'라는, 단일 프로팀으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을 월드컵에 출전시켰습니다. Zengaming 팀은 전 Mighty AOD팀 소속이었던 'Arachne' 선수가 코치를 맡은 것으로도 알려진 바 있었습니다. 팀이 생성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며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지난 오버워치 콘텐더즈 0시즌에서는 16강에서 준우승팀인 미스피츠를 만나며 패배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선수로는 모든 딜러와 탱커 영웅들을 수준급으로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KAFEEEEEE' 선수가 있습니다. KAFEEEEEE 선수는 팀의 에이스를 도맡고 있으며 유럽 지역 경쟁전 1위를 달성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KAFEEEEEE 선수를 포함해서 올라운더 선수가 셋이나 있는 것도 특이할 만한 사항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유연한 팀 조합을 선보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 'arachne' 선수의 자유게시판 글 바로가기 : '안녕하세요, 전 Mighty AOD의 메인탱커 아라크네라고합니다!'


▶ 벨기에 - H조 최하위 팀의 상태가?



32개국 중 27위, 평점 평균 3,942점을 기록한 벨기에입니다. 작년 월드컵에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연합 팀인 '베네룩스' 팀으로 출전했지만 유럽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핀란드를 만나 패배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벨기에의 상위 100명의 평점 평균은 4천 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상위 100명의 평균이 낮을 뿐이지 정작 벨기에 팀은 그렇게까지 약팀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막상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FaZe Clan의 서브 탱커인 'SPREE' 선수나 Movistar Riders 출신의 'Logix' 선수 등 다양한 프로팀 소속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H조의 최하위 팀으로 편성되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최하위 팀이라 보기엔 어려운 수준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안 그래도 강팀이 많은 H조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팀으로 예상됩니다. 이 변수가 그저 어중간한 바람이 될지, H조 이변의 돌풍이 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