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인 만큼, 다양한 전략과 빌드오더가 사용됩니다. 빌드오더는 시대에 따라 정석으로 자리 잡기도 하고 파훼법이 밝혀지며 비주류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 시절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의 빌드오더를 사용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빌드오더는 돌고 돈다"는 유명한 말처럼, 깜짝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거든요. 추억의 빌드, 오늘의 주인공은 '불꽃 테란'입니다.

불꽃 테란은 마린과 메딕, 파이어뱃을 통해 저그의 성큰 콜로니 수비 라인을 돌파하는 빌드오더입니다. 2000년대 초반 저그를 상대로 테란이 꺼내 들었던 전략으로,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변길섭 선수가 잘 다루던 빌드로 유명합니다. 그 핵심은 3 배럭과 업그레이드였는데요. 일반적인 바이오닉 운영이 중, 후반까지 고려해 병력을 만들고 움직이는 것과 달리, 불꽃 테란은 타이밍 러쉬를 통한 수비 라인 돌파에 집중했습니다.

사실, 불꽃 테란은 한 종류의 빌드오더로 정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초기엔 2 배럭 건설 이후 아카데미, 그리고 엔지니어링 베이로 이어지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었고 이후엔 보다 강력한 한 방을 위해 엔지니어링 베이를 아카데미보다 먼저 건설하는 빌드오더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테크트리와 멀티 확보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어 '올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점점 그 사용 빈도가 줄었지만, 여전히 방심하는 저그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매력적인 전략입니다.

▲ 성큰 수비 라인을 뚫어낼 때의 쾌감은 정말 엄청납니다!


◆ 불꽃 테란 빌드오더

= 선 아카데미 (인구수 기준)

8 서플라이 디팟 → 10 배럭 → 12 배럭 → 14 서플라이 디팟 → 18 리파이너리 → 21 아카데미 → 23 서플라이 디팟 → 26 엔지니어링 베이 → 28 스팀팩 업그레이드 → 29 서플라이 디팟 → 29 바이오닉 공격력 or 방어력 업그레이드 → 30 배럭 → 32 마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

= 선 엔지니어링 베이 (인구수 기준)

8 서플라이 디팟 → 10 배럭 → 12 배럭 → 14 서플라이 디팟 → 18 리파이너리 → 21 엔지니어링 베이 → 23 서플라이 디팟 → 26 바이오닉 공격력 or 방어력 업그레이드 → 28 아카데미 → 30 서플라이 디팟 → 35 스팀팩 업그레이드 → 36 서플라이 디팟 → 37 배럭 → 41 마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

▲ 두 빌드 모두 8 서플 10 배럭, 12 배럭으로 시작합니다


▲ 선 아카데미 빌드는 리파이너리 이후 아카데미를 건설합니다


▲ 그리고 3 배럭을 건설하며 병력을 생산하면 됩니다!


▲ 선 엔지니어링 빌드는 아카데미 대신 엔지니어링 베이를 먼저 건설합니다


▲ 업그레이드를 기다리며 마린, 메딕 병력을 생산하지요


▲ 마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가 완료되기 이전 진출을 시작합니다



위에 정리한 불꽃 테란의 두 가지 빌드오더는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방식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불꽃 테란은 하나의 빌드오더로 정리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테크트리, 멀티 확보 없이 다수의 배럭에서 바이오닛 병력을 생산해 타이밍 러쉬를 가하는 것을 통틀어 불꽃 테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인지, 불꽃 테란이라고 불린 빌드는 매우 다양한 편입니다. 초기에는 아카데미를 먼저 올리고 빠르게 병력을 진출시켜 압박을 넣고 마무리하는 방식이 먼저 유행을 탔습니다. 그 뒤에는 엔지니어링 베이를 아카데미보다 먼저 건설하는 방법이 배틀넷을 휩쓸었는데요.

이는 바이오닉 유닛의 공격력, 혹은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스팀팩, 마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를 차례로 누른 뒤 바이오닉 업그레이드와 마린 사정거리 업그레이드가 끝나는 시점에 한 번에 성큰을 파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타이밍 최적화를 위해 배럭보다 리파이너리와 엔지니어링 베이를 먼저 건설하는 빌드도 있었습니다. 타이밍이 중요한 빌드오더이다 보니, 그 최적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병력은 마린이 주력인 구성에 파이어뱃과 메딕이 섞이는 형태였습니다. 당시, "불꽃 테란을 할 때 메딕은 상대 성큰과 동일하게 생산하라"는 말이 유명해지기도 했는데요. 성큰 콜로니 라인 돌파를 위해 일반적인 바이오닉 운영보다는 메딕의 수를 많이 갖췄고 필요에 따라 파이어뱃을 추가했습니다. 파이어뱃은 성큰 콜로니의 공격을 받아내는 탱커의 역할로 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물론, 살아남는다면 공격에도 큰 도움이 되었죠.

▲ 메딕은 성큰 콜로니 수에 맞춰 생산하라는 말이 있었지요


해당 빌드오더는 진출 타이밍이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최적화를 위해 SCV 생산을 일정 시간대에서 멈추고 바이오닉 병력을 구성하는데 집중하는 이들이 많았는데요. 아카데미나 엔지니어링 베이를 건설하고 나면 SCV보다 마린 생산에 남는 자원을 투자하는 편입니다.

불꽃 테란의 진행 방식과 관련하여, 엔지니어링 베이에서 어떤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것인가는 2000년대 초반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던 소재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유저들이 공격력 업그레이드를 먼저 진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이는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본래, 저그의 성큰 콜로니는 테란의 마린을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처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오닉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 마린은 성큰 콜로니의 공격을 한 번 더 버틸 수 있게 되는데요. 이는 방어 라인을 돌파하는 것에 목적을 가진 불꽃 테란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토론은 메딕을 마린에 붙이는 콘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공격력 업그레이드, 그렇지 않다면 방어력 업그레이드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 방어력 업그레이드를 먼저 진행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불꽃 테란은 당시 입구가 넓은 맵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드론을 확보하며 테크트리를 올리려는 저그에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3 해처리 이후 뮤탈 리스크 빌드에 강했는데 보통 뮤탈 리스크 생산 전에 마린, 메딕 부대가 성큰 콜로니를 파괴했고, 조금 늦더라도 업그레이드의 힘으로 뮤탈 리스크를 밀어낼 수 있었지요.

시간이 흘러 저그 플레이어들도 이를 경계하게 되었고 대처법을 들고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그가 선택한 방법은 '안전한 수비'였는데요. 추가 멀티 확보 없이 풍족하지 않은 자원 속에서 유닛 생산과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진행하는 불꽃 테란은 올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빌드였습니다. 테크트리도 늦고 멀티도 늦으니 저그가 앞마당 멀티 수비에만 성공하면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알아챈 저그 유저들은 테란이 추가 멀티를 확보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면 빠르게 성큰 콜로니를 추가로 건설하고 러커를 통해 수비 라인을 강화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오버로드를 던지면서까지 테란 본진 정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지요. 또한, 저그 빌드와 콘트롤도 발전하면서 뮤탈 리스크와 성큰에 막히는 경우도 발생하기 시작했고 불꽃 테란은 쉽게 보기 힘든 빌드오더가 되었습니다.

▲ 저그들은 수비 라인을 두텁게 만들며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지요


상대를 한 방에 끝낼 수 있다는 매력 덕분일까요? 불꽃 테란은 이후 변형된 형태로 다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테란들처럼 앞마당을 먹고 중, 후반을 도모하는 척하며 저그의 방심을 유도하고 배럭을 추가로 건설해 갑작스럽게 치고 나가는 방식이었지요. 그러나, 이 빌드 또한 저그가 알고 수비에 집중한다면 통하기 힘들기에 예전 명성만큼 널리 활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깜짝 전략'으로 불리고 보기도 어렵지만, 불꽃 테란은 바이오닉 유닛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끈한 빌드오더였습니다. 바이오닉 유닛으로 성큰 콜로니 라인을 파괴하고 GG를 받아낼 때의 쾌감은 그 어떤 빌드오더보다 뛰어났지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위험 부담이 크지만, 상대의 수비가 허술할 경우 지금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니 오랜만에 불꽃 테란을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아슬아슬하게 공격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정말 엄청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