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의 모험가라면 세렌디아 영지의 하이델을 반드시 거쳐 가게 된다. 하이델은 미려한 외관과 더불어 시설물의 배치도가 좋고, 우두머리 접근성이나 사냥터 접근성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이 거점으로 삼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이델은 유럽 마을의 느낌을 선사한다. 마을을 둘러친 높은 돌벽과 삼각형으로 높게 솟은 지붕들,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굽이치는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하이델은 사실 모티브가 된 마을이 따로 존재한다. 바로 프랑스 'Château de Beynac' 베이냑 성의 마을이다. 황금 두꺼비 여관과 하이델 성에 이르기까지 검은사막을 즐겼던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을 현실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이 마을을 다녀온 유저가 있어서 화제가 됐다. '매워'라는 닉네임의 이 유저는 퇴직 후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보랴'라는 생각으로 'Château de Beynac'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서도 수 시간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시골 마을. 하지만 고생 끝에 도착한 마을은 검은사막 모험가의 심장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현실에서 경험해본 하이델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우리는 매워를 만나 그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포도주의 고장, 보르도의 동쪽에 위치한다


▲ 베이냑 성과 마을의 위성 사진, 하이델 성 보다 베이냑 성이 더 높이 있다고 한다


▲ 미니맵 상의 지도와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 하이델의 모티브가 된 마을의 초입, 우측 건물이 라라가 서 있는 황금 두꺼비 여관이다


▲ "일반 채팅 함부로 하면 길드 대장한테 혼나요!"라며 위장색으로 몸을 숨긴 매워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검은사막에서 자이언트를 플레이하고 있는 '매워'라고 합니다. 이 게임을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는데요. 오픈 초기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1년 정도 쉬고, 올해 초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벌써 2년 정도를 했는데도 아직도 할 게 많다고 느껴서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가는 게임입니다. 요새는 MMORPG가 인기가 시들한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RPG는 검은사막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하이델의 배경이 된 곳을 직접 다녀오셨어요. 소감은 어떠신가요?

하이델의 모티브가 된 마을이 실제 있다는 사실은 게시판 등을 통해 알고 있었어요. 얼마나 비슷할지 확신은 없었지만, 막상 가보니까 처음 가는데도 되게 친숙한 느낌이었어요. 특히, 제가 하이델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마냥 마을 골목길을 걷는 재미도 있었고요.


Q. 그곳에 방문하고자 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유럽 여행 계획 중에 있었는데, 일정을 짜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조사를 해봤어요. 그리고 위치랑 동선을 고려해봤더니 여행 일정 중에 아예 못갈 거리는 아니더라고요. 물론, 비행기도 타야 하고 차를 렌트할 필요도 있어 추가 지출이 많이 들어갔지만, 프랑스까지 갔는데 한번 가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일정에서 하이델행(모델이 된 마을)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즉흥 여행을 한번 떠나보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사실,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떠나게 된 거라, 학생들처럼 자금이 빠듯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어요. 애착이 있는 게임의 실제 모델이 된 마을을 방문할 수 있는 경험이 얼마나 있겠어요. 많은 노력을 들여서라도 충분히 다녀올 만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족스럽기도 했고요.


Q. 평소에도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신가요?

국내나 가까운 곳에는 1년에 한 두 번 정도 가는데, 유럽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번 여행은 원래 같이했던 일행이 있었는데, 하이델 동행도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Q. 여행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물이 있었나요?

일단 라라네 여관(황금 두꺼비 여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아무래도 마을 초입이라 가장 눈에 띄었죠. 실제로도 호텔로 이용되는 건물이라 1박을 라라네에서 하기도 했고요. 호텔 방 내부는 그냥 시골 호텔처럼 별다를 게 없었어요. 근데 창밖으로 하이델의 전경이 바로 보여서 만족스러웠습니다.

▲ 라라네 여관 2층 방에서 본 전경, 테크톤이 숨어 있을 것 같다


▲ 2층의 창문까지 절묘하게 재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Q. 현지에 있는 NPC들은 어땠나요?

굉장히 작은 시골 마을인 데다 주말까지 껴서 그랬는지, 바깥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라라네 여관 주인아주머니는 굉장히 친절했고, 관광지라 그런지 주위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하게 인사하고 받아줬어요. 여기서는 호텔, 식당, 마트 정도만 돌아다니기는 했는데, 관광지라서 그런지 소통할 때는 영어를 사용하더라고요. 식당에서도 메뉴 아래 영어가 적혀 있어 주문할 수 있었어요.


Q. 거기에는 다른 모험가들도 있었나요?

호텔에 묵은 여행객들이 한 팀 정도는 더 있었는데, 우리와 특별한 교류는 없었어요. 도착한 날 비가 굉장히 많이 와서 사람들이 밖에 나가 관광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못 됐거든요. 비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게 된 것이 아쉬워서 우비 입고 우산 쓰고 나갔다가 얼마 못 돌아다니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어요.


Q. 라라네 여관 퀄리티를 평가해본다면, 별 다섯 개 중에 몇 개를 주시겠어요?

숙소 상태는 괜찮고 깔끔했는데, 저녁 식사는 다른 프랑스 식당에서 먹었던 요리에 비교해보면 가격 대비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그래서 별 3개 줄래요.


Q. 현지에서 맛본 소시지의 맛은 어땠어요? 모든 공격력 +1의 효과가 생길 것 같았나요?

영 별로였어요. 중간에 파리가 올라와 앉기도 했고요. 혹시나 다른 사람들도 가시게 된다면 오리 소시지는 시키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차라리 세렌디아 정식을 먹겠어요.

▲ 포션 팔아 호텔을 세운 라라가 야심차게 내놓은 소시지, 평가는 매우 박했다


▲ 차라리 세렌디아 정식을 먹겠어요!



Q. 약국으로 업종을 변경했다는 테크톤의 근황도 궁금해요. 이상한 약을 팔지는 않았나요?

마을에 도착한 지 이튿날, 머리를 감다가 귀에 물이 들어가서 약국에 들렀어요. 약국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면봉을 파시더라구요. 원래 자리를 지키던 테크톤 없었어요. 노예로 어딘가에 팔려간 듯해요. 아, 아니면 우둔 떴다던데 그거나 잡으러 갔나 봐요.


Q. 하이델 북쪽의 은방울 여관과 마굿간 자리가 재개발됐다고 들었어요. 어떤 게 들어섰나요?

은방울 여관 자리에는 무슨 빌라 같은 게 생겼고, 마굿간 자리는 창고 같았는데 겉으로만 봐선 뭔지 잘 모르겠어요.


Q. 하이델의 분수대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대신 어떤 게 있었는지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분수대는 좋아하는 장소였는데,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분수대 대신에 별다른 장소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골목과 집들이 계속 이어지는 형식이었어요. 제가 못 찾았을 수도 있는데, 골목길만 쭉 이어지길래 그냥 내려왔어요.


Q. 실제로 마주해본 하이델 성의 느낌은 어땠어요?

생각보다 되게 많이 올라가야 성이 있고요. 비가 와서 그런지 되게 축축하고 까마귀 같은 것도 많이 날아다니고 그랬어요. 유료 입장만 가능한 구역인 데다가, 제가 갔을 때는 안 열었더라고요. 그래서 내부까지는 못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하이델 마을에 있는 성도 그렇게 많이 찾는 곳은 아니잖아요. 여행 다니면서 프랑스의 다른 성들도 많이 봤는데, 거기는 하이델 딱지 떼면 특별한 건 없어 보였어요.


Q. 하이델 성터 내부의 NPC들이 퇴근했다고 적혀있던데, 게임에서처럼 잠입을 시도해보지는 않으셨나요?

그렇게 게임이랑 현실이랑 구분 못 하고 그러면 뉴스에 나오는 거예요. 게임은 게임으로 즐기세요.

▲ 마을에 위치한 실제 성의 모습, NPC들이 모두 퇴근해 조용하다


▲ 현실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 하이델의 성, 게임과 항상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NPC를 강제로 퇴근시켜도 괜찮아요?"


Q. 교회에서 종으로 울려줬다고 하는데, 교회 위치도 동일했나요? 교회 사진도 있다면 보고 싶네요.

네 교회 위치는 같았어요. 여관 반대쪽 언덕에 교회가 있었고, 거기서 종을 쳐주더라고요. 매시간 마다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까 종을 치고 있더라고요. 교회 사진은 못 찍었고, 종소리가 울리는 영상만 찍었습니다.


Q. 하이델의 모티브가 된 마을은 프랑스 여행지로 추천할 만 한 곳이었나요?

근처에 갈 일이 있는 분에 한해서는, 하이델 구경하고 싶은 분들은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참고로 보르도에서 왕복 5시간 시골길을 운전하셔야 합니다. 중간에 구글맵도 끊어져서 지도 가지고 가셔야해요. "8티어 준마 타면 얼마나 걸림?" 이렇게 묻는 분들 계신데, 비슷하게 걸릴 것 같아요. 꼬불꼬불 시골길이라 차로도 속도를 다 못 내고 가거든요.


Q. 유럽 일부 도시가 칼페온과 비슷하다는 제보도 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가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 얘기가 얼마 전부터 길드에서 계속 나오는데, 이미 통장을 많이 비워서 당분간은 갈 수가 없겠네요. 돈이 다시 생긴다고 해도,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듣기로는 이탈리아에 있는 아시시에 있다고 하는데, 다 똑같은 게 아니라 몇몇 건물만 비슷하다고 해서요. 그런데 거긴 그냥 관광하러도 많이 가니까, 아마 이탈리아 여행갈일 있으면 들러볼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네, 저희 길드에 한마디 하겠습니다. 집결 타라, 얘들아.


=아침을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



▲ 하이델 1-1번지가 있는 건물에는 상점이 들어섰다


▲ 하이델 광장, 중세의 하이델을 그대로 보존시키면 사진 속 모습이 될 것 같다



▲ 거래소장이 있는 자리는 식당이 들어섰다고 한다


▲ 마굿간과 은방울 여관은 재개발되어 없어졌다


▲ 운치 있는 골목이 매력적이다


▲ 하이델 4-1번지, 다른 모험가가 벌써 주거지를 구매했다고 한다


▲ 지붕 모양이 인상적인 골목 어귀


▲ 굽이치는 골목, 많이 비슷하지는 않아도 정겨운 느낌이 든다



▲ 하이델 남쪽에 위치한 강, 그 뒤로 펼쳐진 농장도 친숙하다


▲ 쓰러진 마차는 NPC들이 모두 치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