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그와 선수 생활, 그리고 모든 것이 신기한 타국에서의 다양한 체험. 오랜 기간동안 한 지역에서 활동을 한 수많은 선수들에게, '해외 리그 진출' 이라는 방향은 수많은 설렘으로 가득 찬 기회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나은 복지를 기대할 수도 있고, 자신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운 리그에서 보여주고, 경우에 따라 몸값을 크게 올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여정이 마냥 희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낯선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때론 전혀 막연하지 않은 현실의 공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현실적인 공포는, 정말로 현실적인 경우가 많았죠. 다양한 선수들이 망망대해와도 같은 타국 한가운데에서 원하지 않는 계약을 하기도 하고, 혹은 계약 자체가 가짜 연극이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누구도 탓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저 준비가 미흡했고, 세상을 그저 착하게 생각한 죄였을까요.

이와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막 시작하려는 선수를 돕기 위해 수십 장의 계약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24시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에이전시에 소속된 에이전트들이죠. 다양한 사례들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을 받기도 하지만, 어느 곳에서는 음지에서 선수들의 매끄러운 활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에이전트들 역시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 업무 이상의 진심으로 북미 LCS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을 돕고 있는 Barry Lee(이권문) 에이전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잘 알기 힘들었던 에이전트의 세계. 한 번 들어볼까요?




▲ EVOLVED TALENT 에이전시 소속 Barry Lee(이권문) 에이전트의 모습


Q. 안녕하세요! 어떻게 소개를 해야할까요? 그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해 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물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냥 지금은 George Washington Law School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며 e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Barry Lee 라고 소개해주시면 간단할 것 같습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e스포츠 선수들의 계약서에 대한 상담을 제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선수들과 계약서를 직접 보고 '이건 괜찮다, 이건 문제가 있다' 등을 설명해주고, 문제를 찾고 검토하죠. 그러면서 메인으로 하는 일은 특정 선수를 대표하고 책임지며 팀과의 협상을 돕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선수가 팀과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그럴 때 저를 통해서 못 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소 조심스럽거나 조건을 따져보는 등 민감해질 수 있는 얘기를 제가 대신, 함께 해주기도 하죠. 물론 저를 거치게 되며 협상 과정이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이지만, 보다 더 확실한 협상을 하게 해줍니다.


Q. 그러면 일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항상 선수에게 물어보는 것이 있어요. '정말 선수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요?' 입니다. 왜냐면 아무리 팀에서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을 제공해도, 그게 선수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저는 선수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일 뿐 선수 대신 뭔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가 원하는 것을 위해 이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라고 추천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려주진 않습니다. 이게 에이전트의 일이기도 합니다.


Q. Barry님 말고도 다양한 에이전트가 있을 것이고, 각자의 특색이 있을 것 같아요. Barry님은 자신의 특색이나 철칙으로 그런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인가요?

아닐 거에요. 선수들은 클라이언트에요. 변호사든 어디 광고회사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하죠. 저 역시 그럴 뿐이에요. 뭔가를 찾아주고 좋은 기회라고 말해줄 수는 있지만 선수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에요. 지금까지의 에이전트를 보면 제가 하는 것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들은 대개 이와 같은 마인드로 일을 해요. 선수가 우릴 고용하는 것이니까요.


Q. 수많은 한국 선수들이 LCS에 진출하며, 여러가지에 대해 도움을 많이 구할 것 같아요. 단순히 클라이언트와 에이전트의 관계보다는 조금 더 유대감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기는 해요. 예를 들면, 선수가 에이전시에 찾아와서 ‘저는 팀을 찾고 있어요. 제게 팀을 구해 주세요.’ 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러면 저희가 여러 팀들에게 ‘A선수가 팀을 찾고 있습니다.’ 라고 전달을 해 주고, 관심을 보이는 팀과 협상을 시작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죠.

저희가 추진하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개인 스폰서쉽이에요. 선수가 개인적인 스폰서쉽을 만들기는 힘든 일이에요. 스폰서들이 선수를 발견해서 찾아오기 전 까지는요. 저희는 그런 부분에서 e스포츠 선수뿐만이 아닌 트위치, 유튜브 컨텐츠 크리에이터나 게임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저희 에이전시를 통해 스폰서쉽의 다양한 기회를 주려 하고 있어요.


Q. 계약서 상담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선수들에게는 낯설고 부담스럽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최근까지 계약서 상담에 대한 비용을 일절 받지 않았어요. 저희는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했고, 그리고 선수와 계약에 있어 좋은 사례들을 많이 만들고 싶었고, 저희 에이전시가 일을 잘 한다고 어필이 되는 것이 더 목적이었어요. 선수들에게 직접 이야기도 해요. 올 해 11월까진 계약서 상담이 무료고, 그 다음부터는 가격이 생길 수 있다고 말이죠.


Q. 지금까지 선수들의 만족도는 어땠을까요?

제 느낌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도와준 선수 중 한 명이 전에 중국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중국에 갔었을 때는 에이전트도 없고 계약서에 뭘 사인하는지도 잘 모르겠는 상태에서 모든 게 진행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북미에 오니 이렇게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고 큰 도움이 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감사 인사도 가끔 받아요.



현재 북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절반 정도가 넘는 계약서를 제가 봐 줬어요. 자세한 건 세어 봐야 알겠네요. 그 외에도 미국 본토 선수나 유럽 선수도 있어요. 신원을 말씀드릴 수 있는 선수로는 ‘후니’ 허승훈 선수나 ‘레인오버’ 김의진 선수 등이 있네요. '후니' 선수가 임모탈스에 입단할 때 원활한 협상을 도와줬었죠.


Q. 계약을 돕거나 대표하고 계신 다른 선수들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신원을 밝힐 수 있는 분들만요.

네, 지금 대표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로는 ‘갱맘’ 이창석 선수, 그리고 ‘게이트’, ‘포벨터’, ‘쿠아스’ 선수 등이 있어요. 유럽 쪽에서는 ‘Mithy’와 ‘ Zven’ 도 저희가 대표하고 있고요.

저를 넘어서 에이전시로 보면 롤 뿐만이 아닌 오버워치 선수들도 대표하고 있어요. 이번 오버워치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70%는 저희가 대표하고 있을 겁니다. 도타 2도 마찬가지고, 격투 게임은 저희가 진출하려 하지만 판 자체가 크진 않아서...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희 에이전시에서 롤을 전담하고 있죠. 트위치나 유튜브, 개발자 등을 담당하는 부서도 있고, 대륙별로 구분되어 담당하기도 해요.


Q. 그렇다면 어떻게 일을 하게 되었나요?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요. 저는 OGN에서 통역 및 캐스터로 일한 적이 있고, NRG에서 매니저를 하기도 했어요. 뉴욕에 있을 때 연락이 와서,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고, 하고 싶던 일이기에 흔쾌히 수락했죠.


▲ 당시의 모습 (출처 : Barry Lee님의 트위터)


Q. 어떻게 이 일을 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나요? 과거 OGN 시절부터 거슬러서요.

네, 저는 일단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세포생물학을 졸업했어요. 그 후로 UCLA 박사 과정으로 생물화학을 다녔어요. 완전히 이과생이었고, 연구소에서 파란 연구복을 입은 채 쥐들을 데리고 일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연구가 좀 잘 안 되고, 잘 안 맞다고 생각이 들던 참이었어요. 매너리즘도 느꼈고, 아마 당시에는 우울증이 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석사 과정을 끝내고 UCLA를 나온 뒤, 전부터 가고 싶던 법대 진학으로 방향을 돌렸어요. 미국에서는 특허법 관련 일을 하려면 이과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해요. 기술적 지식이 필요해서죠.

그리고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 관련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인터넷을 봤는데, 온게임넷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통역사가 필요하다는 글을 봤어요. 저는 원서를 넣었죠. 저는 이전에도 해설 경험이 두 번 정도 있었어요. 그렇게 부모님 몰래 통역사 아르바이트로 온게임넷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었어요.


Q. 집안이 게임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분위기였나 봐요.

제가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부모님께서는 '게임을 좀 덜 했으면 더 성적을 잘 받았을텐데' 라는 인식으로 대했죠. 아주 오랫동안요. 아주 나중에야 저는 e스포츠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어요. 아버지께서 화를 좀 내셨어요.

다행히 지금은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e스포츠가 북미에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니, 미래가 있는 사업이라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열심히, 기쁘게 일을 하니까 이젠 오히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음... 아직 잘 모르겠네요. 저도 나이를 점점 먹고 있으니, 뭐라고 하시기보단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세요. 온게임넷에서 몰래 일을 했다가 컨설팅 일을 하고, NRG 팀 매니저로 넘어가 여름방학 동안 일을 하고, 작년 11월부터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게 되고...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Q. 생각해보니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초브라' 님과 헷갈려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하하, 네. 초브라님과 저는 둘다 얼굴이 동그랗고 안경을 썼으니까 그런가봐요. 초브라님이 ESL로 가신 후에 제가 통역 기회를 받기도 한거라 온게임넷에게 고마워요. 제가 온게임넷에 처음 원서를 냈을 때 특이하다 생각했다 하더라고요. 존스 홉킨스에서 온 생물 전공이니, 게임과는 관련이 영 없는 공부벌레도 볼 수도 있었겠죠. 그 때 만약 온게임넷 담당자가 호기심이 덜 생겼고, 저를 뽑지 않았다면 저는 e스포츠 일에 발을 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 잘 모르면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다.


솔직히 e스포츠 쪽에서는 제일 고마운 사람이 당시 온게임넷의 담당자고, 그리고 '몬테' 에요. '몬테'는 변호사가 될 기회가 있었어요.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일을 했고요. '몬테'가 어느 날 저에게 말을 했어요. '지금 e스포츠 시장에서 똑똑하고 전문적이며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판에서 어떻게든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고 말이죠. 저에게 '왜 로스쿨을 가냐, 너가 활약할 수 있는 e스포츠 씬에서 일을 하라' 고 설득을 했어요. 당시 저는 부모님의 기대도 있었고, e스포츠에서 일을 하고는 싶지만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함이 있던 상황이었어요. '몬테'는 '부모님은 신경 쓰지 말고, 너는 일을 잘 하니까 e스포츠를 해라' 라고 말했죠. '몬테'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성격이었어요.

2015년 가을, 제가 첫 번째로 담당했던 선수가 '임팩트' 정언영 선수였어요. 일을 하면서 e스포츠 선수만의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크게 느꼈어요. 당시의 '임팩트' 선수는 지금처럼 영어를 잘 하지는 못했죠. '임팩트' 선수만이 아니고, 계약용 영어에 익숙하기 힘든 어린 선수들에겐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크게 느꼈죠. 어느 스포츠건 에이전트가 있잖아요. 그렇게 계약 등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선수는 경기력에만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죠.


Q. 당시에는 한국 선수나 비슷한 상황의 선수들의 케어가 이미 어느 정도 되고 있었나요? 아니면 완전히 불모지였나요?

어느 정도였지만, 힘들었죠. 당시에는 한국 선수들이 계약에 대해서 부모님 혹은 영어를 좀 잘 하는 지인 정도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했어요. 문제는 많았죠. 영어를 아무리 잘 해도 계약용 영어는 좀 많이 달라요. 한국어도 일상 한국어와 비지니스 용어가 다르듯이요. 뉘앙스 자체가 달라요.

계약서에서 중요하게 볼 부분이 있어요. ‘뭐가 쓰여져 있냐’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뭐가 안 쓰여져 있냐’에요. 안 쓰여져 있는 부분이 가끔은 더 중요할 때도 많아요. 대부분은 안 써져 있는 부분에서 문제가 많이 생겨요. 이 부분에 대한 문제는 한국인 뿐만이 아닌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많이 있었어요. 가령 팀 측에서 시즌 내의 봉급을 적어놨는데, 비시즌 봉급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던가. 선수 쪽에서는 ‘물론 비시즌까지 커버되는 돈이겠지?’ 하며 이야기를 그냥 안 하기도 해요. 저희는 그것을 커버해서 ‘안 쓰여진 부분’을 쓰게 만들죠. 워낙 문제가 많다보니까, 저희는 선수의 계약을 살펴볼 때 체크 리스트가 있어요. 무조건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


Q. 팀 차원에서는 솔직히 저렴한 가격으로 실력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고 싶어할텐데, 연봉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지적을 하는 에이전트의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럴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나중엔 돈이 더 든다는 사실을 팀도 알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에이전트를 통해서 계약을 하지 않으면 계약 과정에서 쉽게 오해가 생기고, 그로 인해 나중에 선수와 불협화음이 생겨서 기량이 떨어질 수 있고, 시즌 중간에 불만이 생겨 나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것은 결국 팀에게도 큰 손해죠. 에이전트가 사이에 있을 때는 조금 더 돈이 들 수 있지만, 더 깔끔하죠. 그게 결국은 팀에게도 이익이 돼요.


Q. 아시다시피 한국이나 중국은 몇몇 '사기 에이전트' 사건으로 인해 에이전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요. 북미는 어떤가요?

아직은 그런 사기 사례는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에이전트가 별로 없기도 했고 말이죠. 생각을 해보면 북미 선수들은 해외로 나가지를 않고, 해외에서 북미로 많이 오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그와 반대 상황인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비슷한 경우는 별로 없던 것 같네요.


▲ 갖가지 사례들로 인해 한국에선 에이전트의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


Q. 에이전트의 입장에서, 한국이나 중국 쪽에서 에이전트의 인식이 안 좋은 이유가 있을까요? 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무엇보다 약속을 크게 한 다음에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대놓고 처음부터 '사기를 쳤다' 라고 단정짓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에이전트가 너무 자신감이 있던 거죠. 하지만 협상을 하다보니 그 에이전트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에요. 물론 사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들은 자신감 넘치게 제시했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겠네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는 사기를 친 것이 되겠지만요.

일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약속을 할 때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에요. 저는 그래서 ‘이런 협상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안되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식으로 백업을 만들어 놓는 편이에요. 그리고 워낙 에이전트의 인식이 한국에서 안 좋다보니, 한국 선수들과 일을 할 때에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행해요.


Q. 그렇게 일을 진행하며 특별히 잘 지내게 된 선수가 있나요?

저는 제가 대표하고 있는 ‘갱맘’ 선수와 친하게 지내요. 제가 NRG 팀 매니저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대표하는 선수들 중에 ’쿠아스’와 ‘갱맘’이 있는 거에요. ‘오뀨’ 오규민 선수는 아쉽게도 중국에 가게 되었고요. ‘갱맘’ 선수는 제가 대표하면서 정말 골치아프면서 재미있던 선수에요.


▲ 파도 파도 유쾌한 이야기만...


Q. (웃음)왜 골치가 아픈가요?

NRG 에서 강등된 팀이었던 이미지 때문인지... 북미에 와서 팀을 찾을 때 정글러로 가고 싶다고 해서 제가 트라이아웃을 찾아 주기도 했어요. 결국은 바이탈리티의 미드라이너로 가고. 왔다갔다 했다가 결국에는 다시 EUnited의 미드 라이너로 가게 되었고요. 그 때마다 제가 계속 계약서를 봐주고 협상을 해주고 그랬죠.

'갱맘' 선수는 저랑 언제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눠요. LA에서 자주 연락을 하고 같이 밥을 먹곤 해요. 고맙다고도 자주 이야기를 해줘요. 일을 못하면 정말 못한다고 해주는 선수일텐데요(웃음). ‘댄디’ 최인규 선수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도 ‘산토린’ 선수를 포함해서 네 명이 배틀그라운드를 하기도 했어요. ‘산토린’이 정말 잘해요. 저와 '갱맘'은 계속 트롤링을 해요.

근데 결국엔 돈으로 엮여진 관계니까, 저는 정말 조심하곤 해요. 저도 비지니스를 하며 선수들을 더 데리고 와야 하는데, 제가 관리를 잘 못하면 입소문이 나 버리죠. '댄디' 선수가 저에게 계약서를 봐달라고 한 것도 다른 선수의 추천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선수들끼리의 입소문이 크다보니,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조심히 해야하죠.


Q. 뭘 가장 조심해야 하나요?

제가 만일 하나를 잘못해서 선수에게 손해가 가면, 그건 대표하는 입장에서 결국 저의 잘못이에요. 다행히 아직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항상 조심하고 있어요.


Q. 책임이 큰 만큼, 정말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겠네요.

가끔 무서울 때가 있어요. 팀마다 계약서도 달라요. 한동안 라이엇에서 제공한 같은 탬플릿을 각 팀에서 공유하며 쓰다가, 차차 팀마다 변호사가 생기고, 변호사가 작성한 계약서를 사용하게 되며 각자의 탬플릿들이 좀 달라지게 되었죠. 공부를 많이 해야해요.


Q. 무엇보다 적절한 협상을 위해선 선수나 팀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많아야겠네요. 경기를 엄청나게 열심히 보시나봐요.

네 LCK, LCS 모두 정말 많이 봐요. 분석가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해요. 이 선수가 어떤지, 경기력이 좋은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떤지. 코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해요.


Q. 그렇다면 앞으로 e스포츠의 에이전트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면 좋을까요?

저는 경쟁 상대가 더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일을 굉장히 잘 하는 상대 말이죠. 에이전트 시장이 더욱 치열하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선수들이 에이전트의 합당한 케어를 더욱 쉽게 받을 수 있죠. 그리고 경쟁 상대가 일을 잘 하면 저희도 더욱 레벨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죠. 그러면 선수들은 더더욱 안전하게 자신의 경기력에 집중할 수 있고, 전체적인 이스포츠 씬 자체가 발전하는 것이겠고요.

지금도 물론 경쟁 상대들은 있어요. 그리고 선수와의 에이전트 뿐만이 아닌, 팀을 대표하는 것을 주로 하는 에이전트도 있어요. 이 경우에는 선수와 팀 사이가 아닌, 팀과 투자자, 브랜드 스폰서등의 협상에 관여하죠. 현재 북미에 에이전트가 왜 많지 않냐면, 지금은 선수만 대표하는 것만으로는 돈이 잘 안되는 시장이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많이 좋아진 상황이에요. 필요성도 많이 대두되고 있고요.


Q. 잠깐 쉬어가는 타임으로, LCK 와 NA LCS 결승 예측을 간단히 해볼까요?

제가 SKT T1 팬이다보니, LCK에서는 그들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2013년 롤드컵부터 응원을 해 왔죠. 하지만 분석은 좀 달라요. 당장 만날 kt 롤스터는 정말 강한 상대고, 만일 결승에 간다면 만나게 될 롱주도 워낙 물이 올랐고요. SKT T1이 포스트시즌부터는 많이 기세가 오르는 것 같지만, kt 롤스터나 롱주도 무서운 팀이니 솔직히 누가 이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 당시 사진을 찍을 때는 그인 줄 몰랐다.


Q. NA LCS는 어떨까요? 다시 TSM이 득세할까요?

TSM이 역시 물이 오르긴 했는데, 임모탈스가 이상할 정도로 경기력이 좋아요. 처음에는 스프링 시즌 결과 때문인지 임모탈스가 도무지 잘 할 것이라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엑스미디'가 바뀌며 정말 좋아졌죠. 그래도 역시 TSM이 '비역슨'을 포함, 모두가 참 잘해요. 전성기 SKT처럼, 한 쪽이 막혀도 다른 쪽이 잘하니까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아요.


▲ 올해의 임모탈스,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TSM이 가진 다른 팀들과의 차이점은 ‘결정력’이 있다는 거에요. 결과가 나쁠 수도 있지만, 일단은 한 마음이 되어 올인하는 것이 가능한 팀이 북미에는 많지 않아요. 하위권 팀들을 보면, 뭔가 목적이 있어도 팀원 전부가 100% 동의하는 결정처럼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물론 다른 필요한 것들이 많지만, 팀 게임다운 요소가 아주 필요해요. 전통적으로 지적되던 부분이죠.

스크림에서는 잘 하지만 무대에선 그게 아닌 이유는,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팍! 들어가야 할 부분에서도 무대에선 그렇게 못 하게 되죠. 그리고 기본이 완성되어 있지 않은데 그것을 전략으로 커버하려는 부분도 많아요.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메타가 바뀌면 끝이에요. 메타에 따라 휘둘리는 팀은 절대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볼 수 없죠.


Q. 그럼 이제 마무리를 해볼까 합니다. 한국이나 북미를 포함, 타 리그 진출을 염두하는 선수들에게 한 마디를 해주신다면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에이전트에 대한 경계심이 있음은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이해를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로 나가든 한국 내에서 계속 하든, 책임감 있는 에이전트와 함께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보호막을 하나 만드는 것이죠. 저는 제가 일을 잘 한다고 말을 하고 싶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해봤자 다른 사람의 평가가 더 중요할 거에요. 그러니 저희 에이전시가 아니라도, 반드시 좋은 에이전트를 찾아서 자신의 계약을 잘 보호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강조하지만, 계약서의 숫자로 적힌 부분 만큼이나 글자로 된 부분이 중요해요. 그리고 잘 봐야 합니다. '안 적힌 부분'을 특히 말이에요.

트위터로 많은 연락이 와요. 저와의 상담은 무료입니다. 언제든, 얼마든지 말이에요. 계약서가 제 앞으로 오기 전까지는, 선수들이 궁금한 어떤 것이든 제게 물어봐줬으면 좋겠습니다.

▲ 모든 선수들이 안전한 협상을 하고, 매끄러운 선수 생활을 하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