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라이벌. 어느 스포츠가 됐든 이 단어가 갖는 무게감은 상당히 크다. e스포츠 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크래프트에서부터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까지, 이동통신사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팀들의 위치는 대부분 상위권이었고 그만큼 큰 팬덤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이 팀 간의 대결은 언제나 이슈 몰이를 했으며, 경기 내용 역시 볼거리가 풍부한 명승부였다.

모두를 기대에 차게 하는 kt 롤스터와 SKT T1이 이번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포스트 시즌에서 또다시 만난다. 두 팀 중 대망의 결승 진출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경기가 19일 상암 OGN e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사실 일각에는 '라이벌'이라는 단어 자체에 물음표를 띄우는 시선도 있을 정도로 kt 롤스터와 SKT T1 간의 상대 전적은 일방적으로 SKT T1가 우위에 있다. 2017 시즌을 맞아 슈퍼팀으로 재탄생한 현 kt 롤스터와 탑-정글을 보강한 현 SKT T1의 전적만 비교해 봐도 kt 롤스터는 SKT T1을 상대로 세트 승 이상을 따낸 적이 없다.

5판 3선으로 열린 스프링 결승전에서는 SKT T1이 무려 3: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그만큼 SKT T1는 kt 롤스터에게, 그리고 다전제에서 유독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면 이번에도 역시 SKT T1의 승리를 점치는 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제로 정규 시즌 4위에서 시작한 SKT T1이 무적의 포스로 세트 손실 없이 두 계단을 성큼 올라온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SKT T1을 상대로 '승리' 할 가능성을 지닌 팀을 이야기해 보라면 그 목록에는 kt 롤스터가 절대 빠질 수 없다. 다시 말하면 kt 롤스터 역시 얼마든지 SKT T1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보유했다는 이야기다.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현재 kt 롤스터가 SKT T1을 상대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스멥' 송경호다. 2016년을 호령했던 탑 라이너 '스멥'은 2017 시즌 슈퍼팀 kt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선수였다. 그리고 역시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특유의 캐리력과 함께 탑 라인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나 '스코어' 고동빈과의 갱킹 호흡은 이제 거의 완벽에 가깝다. 상대가 점멸 반응조차 하지 못할 만큼 빈틈 없는 스킬 연계로 퍼스트 블러드를 기록하는 장면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둘의 시너지는 초반 주도권을 바탕으로 몰아치는 kt 롤스터식 운영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SKT T1은 탑은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 어느 팀보다 식스맨을 가장 잘 활용하는 SKT T1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섬머 동안 탑 라인에서 보여준 교체 기용은 전략적인 수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 더 가까웠다. 합류 초기까지만 해도 굉장한 호평을 받았던 '후니' 허승훈은 섬머에 들어 안정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고, 안정감이 좋아 더 높은 승률과 출전 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운타라' 박의진은 캐리력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반대로 kt 롤스터의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SKT T1의 괴물 같은 딜러진일 것이다. 부진이라는 단어가 언제 내 앞에 붙었냐는 듯 '페이커' 이상혁은 포스트 시즌에 들어서 말 그대로 슈퍼 캐리를 계속 해내고 있고, '뱅' 배준식 또한 흠 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kt 롤스터의 미드와 원딜, '폰' 허원석과 '데프트' 김혁규 역시 이번 정규 시즌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줬다. 자신들이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제대로 증명했고, 완벽히 LCK 무대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특히, 스프링 시즌서 약점으로 꼽혔던 '폰'의 상승세는 kt 롤스터의 큰 힘이 됐다. '주님'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길 정도로 임팩트 있는 경기력이었다. 때문에 SKT T1이 지난 와일드 카드전과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보여준 딜러 라인의 '압도'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천재형 선수 '마타' 조세형의 존재감도 묵직하다. 라칸이나 쓰레쉬 등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플레이 메이킹형 서포터를 손에 쥐었을 때 만들어냈던 슈퍼 플레이와 완벽한 아군 지원은 SKT T1에게 밴픽에서의 압박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kt 롤스터와 SKT T1의 라이벌 대전에서 가장 확실한 건 최대 5판, 최소 3판의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이 쏟아질 것이고, 또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라는 점이다. 과연 kt 롤스터가 그동안의 상대 전적을 뒤엎고 SKT T1라는 커다란 목표물을 제압할 수 있을지, 19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빅매치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일정

kt 롤스터 vs SKT T1 - 오후 5시 (서울 OGN e스타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