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범 스퀘어뮤직 아트 디렉터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김기범 아트 디렉터는 DJMAX 시리즈의 BGA 작업에 참여했으며, DJMAX 테크니카 튠 기획, 레이아크 디모 아트 작업 등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스퀘어 뮤직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은 약 70% 이상의 감각신호를 눈을 통해서 얻는다. 그만큼 인간은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게임을 플레이 할 때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일부 실험작을 제외한 다수의 게임들은 스크린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에게 그래픽과 이미지,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플레이어가 입력 장치들로 피드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게임을 홍보하는 등의 게임 외적 활동에서도 시각적인 이미지나 영상들이 사용되는 등, 게임에 있어서 시각적인 부분은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원화, 배경, 컨셉 아트, 홍보용 일러스트 등 게임 내외에서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가는데 큰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그림을 잘 그리는 것 외에도, 게임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든 작품을 회사 사람들과 공유하고, 여러 가지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터를 지망하는 입장에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업계가 바라는 점이나, 일러스트레이터가 갖추면 좋은 자질에 대해서 궁금할 것이다. 김기범 스퀘어뮤직 아트디렉터는 음악, 게임 업계에서 아트 작업을 진행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을 청중과 공유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청중들과 함께 찾아가고자 한다.



■ 신입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지망생은 어떤 문제를 겪을까?

김기범 아트 디렉터는 분야를 넘나들면서 아트 작업을 이어왔다.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한 파란에서 웹툰을 연재하기도 했고, DJMAX의 BGA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자신의 꿈을 "단기 목표는 좋은 아버지, 장기 목표는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처럼 좋은 캐릭터의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청중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스퀘어 뮤직에서 캐릭터와 음악, 보이스를 총합해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팀원과 스토리, 음악, 성우 섭외, 일러스트 등 각 파트 별로 분담해서 작업하고 있으며, 이를 총합하거나 혹은 단위 별로 묶어서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을 계획도 밝혔다. 이런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단순히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넌지시 언급했다.

▲ 그가 지금 하는 작업은 게임이 아니지만, 게임도 이처럼 다양한 영역과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다

강연 주제로 넘어갔을 때, 그는 신입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문제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로는 포트폴리오였다. 신입 일러스트레이터나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 중에는 클라이언트나 지원한 회사에서 포트폴리오가 요청이 왔을 때 기뻐하기보다는 난처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포트폴리오를 요청했는데, 그에 맞춰서 새로 그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혹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자신감 있게 포트폴리오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 과정을 거친 뒤에도, 비용에 대해서 제시하는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언급했다. 일러스트 작업의 경우, 작업 비용을 업체에서 먼저 제시해주지 않거나, 혹은 양식이 없을 때 본인이 직접 제시를 해야 한다. 그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업계에 들어가서 기획자와 같이 작업을 할 때 겪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게임 기획 과정에서 기획자들이 요구한 컨셉에 맞춰서 일러스트를 그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획자들이 요청한 컨셉이 난해해서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는 '소통'을 우선 언급하고, 자세한 방법은 차근차근히 청중과 소통하면서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 "내 포트폴리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포트폴리오에 도움 되는 팁들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되는 것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다.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클라이언트나 회사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역량을 평가하고, 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컨셉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체크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예비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이 단계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어떤 그림으로 몇 장을 그려야 할 지에 대해서 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기범 디렉터는 주변에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고 했다.

포트폴리오를 그리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람에게 그는 포트폴리오를 전부 새롭게 짤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필요하다면 새로 그리겠지만, 그러지 않고 기존에 그린 것 중에서도 괜찮다 싶은 것들을 포함하는 것도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종류는 단순히 일러스트에 그치지 않고, 신문지 낙서, 시험지 낙서 등등도 해당된다. 자신이 그린 것들을 보여주고, 그림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보여주는 것 또한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이다.

▲ 빈 캔버스보다 무엇 하나라도 그려진 것을 내는 게 좋다

종종 클라이언트나 의뢰는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오기도 한다. 이와 같은 때에 포트폴리오가 없다면 난처해질 수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그는 당장 자신의 베스트10을 선정해둘 것을 조언했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실력이 부끄럽다고 해도, 일단 그 중에서 잘된 것을 갖춰둔 뒤에 차근차근 업데이트하는 것이 새로운 것들로만 채워가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적게 소요되고, 당장 클라이언트가 와도 어느 정도 틀이 잡혀있는 상태에서 보여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Best 10 정도는 구비해두자

포트폴리오에 어떤 그림을 넣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고민인 경우도 많다. 이럴 때 김기범 디렉터는 공통점이 많은 그림끼리 카테고리를 만들고 분류해서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1에는 본인이 자신 있는 스타일로 그린 그림으로 꾸리고, 2에는 미숙하지만, 편집 작업을 가미한 일러를 꾸미는 식이다. 또한 그는 3에는 타 작가 작품을 모작한 것들로 구성하고, 4는 가볍게 그린 러프 스케치 등으로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프로젝트에 따라, 혹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포트폴리오 구성은 다양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 프로젝트별로 요구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모작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가치가 있는가, 하는 질문도 있었다. 그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답했다. 모작 능력보다는 개인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 반면, 원본을 토대로 카피를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 중요한 프로젝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맞춰 묶어서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포트폴리오 작업을 하면서 픽시브, 인스타그램 등에 그림을 꾸준히 투고하면서 비슷한 부류의 그림끼리 분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권할 만하다고 밝혔다. 사이트 등에 올린 그림과 그림의 조회수 등을 통해 클라이언트에게 본인의 스펙을 어필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한 자기 자신도 올려둔 그림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얼마나 발전해왔는지 파악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발전 과정 자체가 업체나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어필하는데 도움이 된다.



■ 비용 제시에 대한 팁: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에 답해라

비용 청구는 일러스트레이터, 특히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중요한 문제다. 그들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서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비용 제시에 있어서 시발점이 되는 액수에 대해서 감이 안 잡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 예로부터 흥정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업체는 일러스트 작업 단가와 계약 조건이 표준화 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쉽게 비용 청구 문제가 해결된다. 반면 어떤 업체는 작가에게 직접 요구하는데, 이 경우에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위와 같은 문제를 겪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김기범 디렉터는 자기만의 '단가표'를 제시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로 단가표의 메인이 되는 부분을 책정한다. 이미지 사이즈, 해상도, 구성물, 채색 정도, 리테이크 정도, 마감기간 등 작업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부분을 먼저 추린 다음, 이를 적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각 부분에서 사이즈나 완성도에 따라서 단가를 대략적으로 정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비용을 점차 구체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된다.

▲ 메인의 예시

메인이 정해졌으면 사이드를 정해야 한다. 사이드를 정한다는 말은 레이어 분리, 바리에이션 요청, 배경, 부위 지정, 리테이크 요청, 조기 마감 등 세부적인 것을 지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세부 옵션을 정한 뒤에는, 자기에게 별로 어렵지 않은 옵션은 단가를 낮게, 어렵거나 작업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것들은 단가를 높게 책정하는 식으로 단가를 작성해나감으로써 단가표를 완성해나가면 된다.

▲ 사이드의 예시, 정확한 수치를 적지 않은 건 스스로 추산해보라는 의미에서 저렇게 적었다고......



■ 일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작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화제로 넘어가기에 앞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지내면서 김기범 디렉터는 최근 들어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의 수는 놀랄 만큼 늘었지만, 과거에 비해서 지원자들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낯설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업무고, 그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만드는 작품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소통은 필요하다.

그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들이나 대학 강연을 듣는 학생 중에는 속으로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는 소통을 통해서 좀 더 달라질 있다고 하면서, 꼭 해야 할 말이 어떤 것이 있는 지에 대해서 추려서 설명했다.

김기범 디렉터는 신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무리한 작업 기간을 제안 받았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오거나 업계에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나 기존 작가들의 작업 기간을 보고 업계 표준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처음에 주어진 기간을 변경하지 않고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혹은 기간 조정 요구를 했다가 행여 해가 갈까봐 어필하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일러스트레이터는 마감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프로젝트 관계자 또한 예정에 차질이 생겨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 서로 간에 불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런 상황은 양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필요 기간을 이야기하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말하기 껄끄러울지 모르지만, 나중에 불화가 생기는 것보다 훨씬 더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 교과서적인 대응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마감이 늦는 경우는 종종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거나, 혹은 아예 대처를 안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김기범 디렉터는 말했다. 속내를 들어보면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고, 결국 그렇게 해서 이른바 '잠수'를 타는 경우도 종종 근처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마감을 못 지킬 것 같은 경우에는 빨리 상황을 알리는 것이 좋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일단 상황을 알아야 담당자나 관계자들도 그에 맞춰서 대안을 찾게 되고, 사태가 수습이 된다. 미안하다고 생각할수록, 그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의에 맞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잠수', 즉 말도 없이 잠적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비단 클라이언트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작업을 하는 데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계속 일하고자 한다면 통보 없이 잠적하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할 때 겪는 문제 중에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기획자들이 다소 난해한 언어로 컨셉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기획자마다 다르지만, 기획자 중에는 그림이나 이미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거나 혹은 그쪽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김기범 아티스트는 차분히 레퍼런스를 요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기획자들은 완전한 무에서 컨셉을 새롭게 짜는 경우가 드물다. 기존에 있던 이미지들을 어느 정도 차용하거나, 혹은 참고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참고한 이미지나, 혹은 그가 떠올린 단어를 유추한 이미지를 요청하는 편이 더 원활히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다. 이런 과정들이 번잡하거나, 혹은 쑥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무턱대고 하다가 기획자가 의도한 것과 달라서 다시 작업하게 되는 것보다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한 번에 끝내는 것이 모든 면에서 효율적임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말로 하는 것보다는 그림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를 나열해서 아이디어를 설명하려고 해도 그 컨셉에 자신이 불어넣은 비주얼이 남에게 자신이 의도한 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를 간단하게 컨셉 아트, 스케치라도 표현해보는 것이 좀 더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일러스트레이터의 가장 큰 소통 수단은 그림이다

커뮤니케이션 이슈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SNS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있어선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한 자신의 작업물을 홍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렇지만 SNS를 사용하면서 일부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우선 자신의 작업물을 SNS에 올릴 때, 관련자에게 미리 물어볼 필요가 있다. 작업물 중에는 일정 시기까지 공개를 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 보안 규정은 군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명심하자

그 외에도 SNS상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를 현실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부 언어는 의도를 의심 받을 수 있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SNS는 자신의 개인공간이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임을 항상 명심하고 글 등을 신중하게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술 먹고 글을 썼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거나, 그렇게 무분별하게 글을 쓰는 것도 좋지 못한 선택이라고 언급한다. 마치 음주운전 후 뻉소니 사고를 냈을 때, 음주를 해서 그렇다는 말이 변명이 안 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부분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언급한 뒤, 그는 질의응답을 통해서 청중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 Q & A

Q: 기획자에게 레퍼런스를 요구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거기에서 일러스트레이터는 기획자에게 레퍼런스를 어느 정도 요구해야 하는가? 기획자가 레퍼런스를 너무 많이 제공하면 오히려 아트 쪽에서 어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 적정 양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의 한 장은 기획자의 의도나 컨셉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레퍼런스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너무 많이 제공하면 혼선이 올 수 있는 점은 맞다. 따라서 기획자들에게 요구할 때 레퍼런스를 많이 달라고 하기보다는, 의도나 컨셉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몇 장의 레퍼런스를 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Q: 포트폴리오를 처음에 개시할 때는 태블릿을 가져갔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직접 메일로 보내는데 모니터에 따라서 색감 등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뒤로 디지털로 가져갈지, 아니면 인쇄물로 뽑아서 가져가는 게 나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가지 다 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료 중에 둘 다 준비해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여력이 된다면 그 방법이 제일 좋다고 말하겠다.

보통은 그렇게까지 고민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색에 민감한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인쇄를 했을 때와, 디지털 화면에 보이는 색상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염두에 둔다면 출력본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포트폴리오를 두 가지 다 준비했을 때, 준비하는 데 들인 열정 등도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기도 하다.


Q. 입사를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다. 포트폴리오는 양이 많은 것이 좋은지, 아니면 최대한 컨셉에 맞춰서 짜는 게 좋은지 물어보고 싶다.

= 개인적으로는 5장에서 10장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요즘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들이 많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보는 담당자들도 포트폴리오의 그림이 너무 많으면 다 보기가 벅차다. 그런 경우 알짜배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필요한 만큼만 추리고, 퀄리티를 높이고 컨셉에 맞게 준비하는 것을 권한다.


Q. 현재 기획자를 지망하고 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캐릭터 디자인 등을 요구할 때 어느 정도까지 디테일을 요구해야 하는가?

= 이 부분은 기획자의 욕심에 따라 다르다. 머릿속 이미지나 분위기를 어디까지 설정하는지는 기획자가 일단 정하는 것이다. 게임을 건물로 봤을 때, 그 설계도를 작성하는 것은 기획자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처음에 디자인을 생각할 때 일부 디자인은 작가의 재량으로 할 수 있도록 여백으로 남기는 것도 좋다. 여백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서로 소통을 하게 되고, 기획자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일러스트레이터가 구현함으로써 새롭게 영감을 얻을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Q.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의뢰를 맡기는 외주 작가가 자주 잠적하고는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입장에서 보았을 때, PM이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어떤 식으로 해야 흥미를 잃지 않고,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 알고 싶다.

=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개인차도 존재하고, 환경도 다르고.......소소한 팁일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작업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프리랜서의 경우, 작업실이 잘 갖춰진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만약 그런 경우이고, 회사에서 여력이 있다면 작가의 작업을 위해서 따로 공간이나, 작업실을 갖춰두는 것도 좋다. 작업 환경이 개선되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의욕이나 흥미가 샘솟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