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금) 오후 4시 30분부터 아현산업정보학교 어울림터에서 '게임의 미래'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동양대(총장 최성해)와 아현산업정보학교(교장 방승호), 게임인연대·게이미피케이션포럼(대표 김정태)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토론회는 대한민국 게임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열렸다. 특히 대학교와 일선 고등학교가 게임토론회의 주최자로 나선 것은 국내 게임계에서 처음이다.

토론회 진행은 동양대 김정태 교수(게임학부)가 맡았으며, 방승호(아현산업정보고 교장), 고경곤(前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아시아 태평양 부사장), 김성완 (인디라!인디게임개발자모임, BIC 집행위원장), 장현영(NC 소프트 대회협력 Team Leader), 권영준(게이미피케이션 포럼 부회장)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의 주제는 대한민국의 게임교육 현황과 문제점, 발전방향을 시작으로 e스포츠, 미래 게임 기술, 게임의 미래를 위한 정부의 정책 등이다. 김정태 교수는 토론회라는 이름을 걸었다고 딱딱하게 진행하지 말고, 어렵고 힘든 주제일수록 편안하게 얘기해 해법을 찾자고 덧붙였다.



■ "시선을 바꾸고 대하자 학생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 사회를 맡은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사회를 맡은 김정태 교수는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게임 창작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라고 말하며 이번 공개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방승호 교장을 가리키며 “학교에서 게임과 상담을 연결하는 교장 선생님이 나오니,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게임 중독이니 셧다운이니 이런 얘기는 금방 없어지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그리고 방승호 교장에게 “게임을 주제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하며 첫 질문을 했다.

방승호 교장은 10년 전 학교에 부임했을 당시에는 게임을 잘 몰랐다고 솔직히 밝혔다. 당시, 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았는데, 문제의 끝에는 항상 게임이 자리 잡았다. 방승호 교장은 문제의 원인인 게임을 알고자 해당 학생들을 모아 게임과를 개설했고, 사양이 낮았던 컴퓨터실을 개선해 교내 PC방으로 꾸몄다.

당시, 게임 중독자 취급을 받던 아이들을 시선을 바꾸고 대하자 학생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방승호 교장은 회상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와 게임 전문가 선생님을 초빙해 강의를 시작하자, 해당 수업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방승호 교장은 “아이들은 고위험군, 잠재적 위험군, 일반군으로 나누었는데 90% 이상의 학생이 고위험군에서 일반군으로 변화했다”라고 밝히며, “게임이 학생들 생활에서 교육적 측면, 도전과 몰입의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체험했다”라고 말했다.

▲ 방승호 / 아현산업정보고 교장



■ e스포츠 침체기와 잃어버린 10년,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김정태 교수는 다음 주제로 현재 프로게이머 문화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어떨지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e스포츠 산업의 문제를 기탄없이 나누는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하며 먼저 고경곤 전 부사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고경곤 전 부사장은 지난 10년간 e스포츠 침체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전 회사와 관련 없고 온전하게 자기 생각이라고 먼저 밝히면서 “게임에 대한 중독, 과몰입 이야기는 정치권에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해서, 이를 통해 표를 얻으려 한 게 아닐까”라고 밝히면서 “어떻게 보면 과거 10년 동안 여러분은 정치권의 희생양이 아니었을까”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후, “묻고 싶은 건 그거다. 그동안 게임회사는 무엇을 했나?”라며 목소리를 높혔다. 그동안 게임 업계는 정부의 규제 칼날을 피해 납작 엎드려만 있었다는 게 고경곤 전 부사장의 생각이다. 잠시 중국에서 회사에 다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사장되었고 LoL로 넘어갔다며 아쉬워했다.

중국 게임 시장을 경험해 본 고경곤 전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이제 e스포츠 종주국의 모습은 오간 데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중국에서는 엄청난 투자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매체인 ESPN의 e스포츠 중계에 관한 투자와 영국 프로축구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내에 e스포츠 팀이 생겨나지만 우리나라는 있는 팀도 사라지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 고경곤 / 前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아시아 태평양 부사장

고경곤 전 부사장은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e스포츠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전 세계 대회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게임사, 연맹, 협회 모두 제구실 못 하고 그냥 선수만 잘하고 있다”라며 질타를 날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강도경 전 감독은 “오랫동안 e스포츠 현장에서 일하며 가장 충격받은 순간은 게임이 마약과 같은 취급을 받았을 때”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은 음악이나 영화, 기타 문화 산업을 통틀어서도 가장 큰 수익을 거두는 산업이다”라며 인식 변화의 시급함을 설명했다.

e스포츠와 인디 게임의 결합에 관해서 김성완 대표는 “일반 스포츠에서도 대중적인 종목이 있고 비인기 종목이 있다”라며 이어 “지난해 BIC에서 시험적으로 했는데 성과가 좋았다”면서 인디게임의 e스포츠화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점쳤다.

마지막으로 방승호 교장은 “게임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독과 스포츠의 느낀 사례가 있다”라고 말하며 일 년에 한번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여는 롤 대회를 예로 들었다. 선생님들은 잘 모르니 학생들이 주도해서 진행하는데, 그 대회에서 다른 스포츠와 같은 환호성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e스포츠는 중독이 아니라 스포츠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밝혔다.

▲ 강도경 / 1세대 프로게이머, 팀 배틀코믹스 전 감독



■ "게임 교육,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전문 교육자 양성책 모두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앞서 진행한 게임 교육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방승호 교장은 "공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어떤 부분에서도 (게임과) 관련된 교육 시도가 없었다"라며, 조금 더 현장에 관심을 갖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립학교에서 게임 관련 학과가 생기기까지는 쉽지 않았다"라고 전하며, "다른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과 이야기해도 의외로 게임 학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임을 마음껏 즐기면서, 이와 관련한 인문학 교육 등을 병행해 진행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방승호 교장은 최근 시행되고 있는 코딩 교육과정 등에 대해서는 보다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딩부터 가르치려고 하면 아이들도 현실적으로 벽을 쌓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데, 핵심은 천천히 하면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대학교와 함께 다각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에는 학생들이 있으면 이를 지도할 교육자 또한 필요하다. 방승호 교장은 게임 분야를 전문적으로 지도할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들에 대한 양성책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가정의 게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 또한 중요한 요소다. 방승호 교장은 과거 학부모 20여 명에 대해 4회에 걸쳐 진행했던 인식 전환 활동 등을 예로 들며, 게임 교육이 부모님의 인식 전환 활동과 함께 병행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입장을 표했다.

방승호 교장에 이어 강도경 전 감독은 "학교에서 CA시 간에 e스포츠를 함께 하거나 하는 등 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하며, 교육에 앞서 게임과 e스포츠를 문화 활동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게임 관련 교육자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방법은, 전직 프로게이머 또는 코치, 감독 등이 대학과 연계해 학생을 가르치는 역량을 기르고, 이후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보다 밝은 '게임의 미래'를 만들기 위하여

▲ 권영준 / 게이미피케이션 포럼 부회장

마지막 주제는 보다 밝은 게임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을 나누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권영준 게이미피케이션 포럼 부회장은 '게임화'의 관점으로 설명하며, "블랙리스트 등으로 어두웠던 시절을 지나, 적폐 청산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가 찾아올 것이며, 결국 게임 또한 놀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단계에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이렇게 밝아지는 창작 분위기와 함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영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에 게임을 녹여 풀어낸 스타트업의 사례를 설명하며, "게임에 대해 나쁜 점만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응용을 통해 보다 (게임이)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김성완 /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모임 대표

김성완 인디라! 대표는 "원칙적인 이야기지만, 정부가 (게임)산업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게임업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하는 한 편, 생태계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개별 기업의 수익률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토양을 다져줄 수 있는, 개별 기업으로는 하기 힘든 부분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하며, "상업적 평가 잣대가 아닌, 산업의 다양성을 위해 존재해야 할 부분에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장현영 / NC소프트 대외협력 Team leader

장현영 NC소프트 대외협력팀장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게임 산업을 둘러싼 규제와 함께, 변화해 가는 게임 플랫폼에 따라 법 또한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셧다운제, 사전 등급분류, 결제한도 등이 모두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법"이라며, "전체적인 게임업계 입장에서 한국에만 있는 규제들이 개선되고 완화되어야만 10년 전처럼 다시 게임 시장이 부상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의 변화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 또한 지적했다. 장현영 팀장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실제적으로 '진흥'을 위한 법안이 되어야 하는데, 중간중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흥과 규제가 함께 들어있는 법안이 되었다"며, "당장 올해 안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차츰 법 개정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