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 사랑과 일. 누구나 살아가는 데 있어 한 번쯤은, 혹은 자주, 이 두 가지를 두고 고민하거나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창 바쁜 시기에 찾아온 달콤한 설렘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적이 있을 수도 있고, 너무 바쁜 일상으로 인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슬픔을 겪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에 푹 빠져 일에 소홀해져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에 실망한 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겠죠.

프로게이머 역시 이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직업 특성상 더 큰 시련으로 찾아올 수도 있죠. 선수 대부분이 뜨거운 열정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10대, 20대 청춘이지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수명이 짧은 만큼 활동 기간 동안 엄청난 연습량과 노력,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사랑이 일의 방해 요소가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 선수가 연애를 하면 기량이 떨어진다는 속설도 여기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일과 사랑 모두 성공한 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한국 LoL 판 최초의 현역 유부남 프로게이머 '앰비션' 강찬용 선수입니다. 무려 2011년 11월에 데뷔해 지금껏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1세대 프로게이머죠. 한때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미드 라이너였고, 정글로 포지션을 변경한 후에는 중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단번에 롤드컵 무대로 이끌었습니다. 2017 시즌 중반인 지난 5월 경에는 1대 버프걸 맹솔지 양과 4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리며 많은 이들의 축하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고, 결혼 후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롤드컵 선발전에서 맹활약하며 다시 한 번 롤드컵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해답을 찾기 위해 롤드컵 준비가 한창인 '앰비션' 선수를 만나러 삼성 숙소 근처로 향했습니다. 일적인 질문에서는 진지하고 노련하게 답을 풀어간 '앰비션' 선수는 결혼 생활과 관련한 짓궂은 질문이 나오자 우려(?)와 달리 쑥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행복 가득해 보이는 대답을 이어갔습니다. 선수로서의 '앰비션'과 가장으로서의 '앰비션'의 이야기 모두를 함께 들어보시죠.






Q. 안녕하세요, 앰비션 선수. 독자들에게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 갤럭시의 정글러를 맡고 있는 '앰비션' 강찬용입니다.


Q. 먼저 오래된 이야기지만, CJ 엔투스 시절의 포지션 변경 얘기부터 듣고 싶어요. 한 때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 타이틀을 갖고 있었는데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한, 그 때의 고민을 듣고 싶어요.

이제 어느덧 포지션을 바꾼 지 좀 됐네요. 이젠 정글러로 활동했던 기간이 미드 라이너로 활동했던 기간보다 더 길어졌더라고요. 그래서 그 시기에 대해 그래서 지금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진 않아요.

당시에는 그 때까지 했던 많은 걸 내려놓고 정글러로 가는 거라 아쉽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잘 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만일 계속 했다 해도, 지금 정글러로 해내는 것 만큼 미드 라이너로 잘 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워낙에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한 라인이라 경쟁도 너무 치열했을 것 같고요. 제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이 정글 같습니다.


Q. 당시 포지션 전향을 해야겠다는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여러 이유가 있었어요. 상황도 그랬고. 제일 큰 이유는, 당시에 미드 선수들이 굉장히 잘 했어요. 페이커, 루키, 폰... 다들 전성기였죠.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비슷하게는 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더 잘하는 선수들이 나올테니 갈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 같았어요.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것보다, 제가 정글로 가면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컸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또... 그 이후로 그렇게 잘 하는 미드라이너는 우려했던 것보단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점이 좀 아쉬웠죠. 어쨌든 지금 정글러로서 원하는 성적을 얻고 있으니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Q. 더 나은 미드라이너가 안 나왔다 했었는데, 지금 만일 연습을 다시 해서 미드라이너로 간다면?

아뇨, 지금은 힘들고(웃음). 이제 정글러로 전향한 지 3년이 되었는데, 만일 그 시간을 미드라이너로 연습하는데 썼다면 가까스로 따라가는 정도지,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가 되진 못했을 것 같아요.


Q. 삼성으로 처음 왔을 때 여러모로 많은 우려가 있었어요. 삼성으로 입단을 할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모든 팀들이 1년마다 선수들 리스트가 휙휙 바뀌고 그랬어요. 그래서 어떤 팀이든 전년도 성적에 대해선 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팀원은 다들 바뀌고, 어딜 가도 비슷할테니까. 그래서 그보단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별로 고민이 없이 입단을 결정했어요. 어차피 그 당시에 제가 그렇게 대우를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아서, '나를 원하냐 아니냐'를 더 중점으로 봤어요.

▲ 삼성 입단 당시 앰비션과의 인터뷰 모습


Q. 삼성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숙소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어요. 시즌 처음에만 반짝 그런 게 아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잡힌 느낌. 누가 와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어요.


Q. 지금도 그런가요? 사정이 예전보단 좋아져서 다소 풀어질 수도 있을텐데요.

열심히 하려고 하긴 하는데, 어떻게 하다보면 좀 풀어지는 시기도 있어요. 그런 기간이랄까요. 그런데 그런 기간이라고 또 풀어져버리면 그게 결과로 보여지고요. 분위기는 밀물과 썰물처럼 반복되는 것 같아요. 이번 롤드컵 결정전 때는 올해 가장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잡혔던 기간이에요. 그래서 자신감도 있었죠. 시기 적절하게 열심히 했던 게 좋은 결과를 만들었어요.


Q. 2016년 때에도 그런 느낌으로 롤드컵에 갔었나요?

2016년엔 그냥 일 년 내내 열심히 했던 것 같네요. 사실 저보단 저희 팀원들이 열심히 했고요. 저는 올 해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 때는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저흰 당시에 완전히 바닥에서 올라온 입장이라 지금과는 위치가 좀 달랐어요. 그래서 그 때는 '롤드컵? 올라가면 잘 된거고 아니면 그만' 이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올해는 그에 비해 부담감이 있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Q. 2016년에 kt 롤스터가 엄청난 벽이었어요. 그 벽을 무너뜨리고 팀원들과 함께 눈물을 흘려 팬들을 감동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요?

2:1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저는 '오늘 져도 상관 없다' 라는 마음으로 승부에 임했어요. 하지만 '이대로 지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어요. '지더라도 할 건 하고 지자' 라는 마음으로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을, 그리고 상대 멘탈을 흔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기고나선 믿기지 않았어요. 선수들이 그 때 많이 울었는데, 원래 울음이라는게 한 명이 울면 같이 따라 울게 되는 법이거든요. 그렇게 다들 눈물을 흘렸어요.


 



Q. 누가 먼저 울었었죠?

크라운 선수요(웃음). 그냥 경기 끝나자마자 울었죠. 저희도 감정이 터져나와서 다 같이 울었어요.


Q. 많은 생각이 있었을 것 같아요. 오래 게이머를 했는데, 이제야 롤드컵 진출 결정이 되었던 순간이니까. 아참, 그리고 작년의 스카너와 올해의 카직스를 생각해보면, 정글 픽을 고를 때 솔랭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뽑을 정글 챔피언이 별로 없을 때, 오히려 다들 안 하는 챔피언을 뽑으면 상대가 당황을 해서 먹히는 경향이 있어요. 마치 필살기 같은 느낌? 그리고 상대적으로 강한 팀 상대로는 무난하게 가는 것보다, 변수 픽을 만드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아요.


Q. 당시 조별 예선에서 죽음의 조에 갔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그런 조별 예선에서 그렇게 잘할 자신이 원래부터 있었나요?

사실 개인적으로 16강 대진은 별로 신경 안 썼어요. 어차피 한국 팀은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누굴 만나도 이길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TSM은 걱정이 되었어요. 저에게 패배를 안겨준 팀이기도 해서요. 워낙 잘하기도 하고. 그러나 워낙 8강, 4강까지도 볼 생각으로 갔었으니까 큰 신경은 안 썼어요. 이번도요.


▲ 명경기가 펼쳐졌던 2016년 롤드컵 결승


▲ 삼성은 승부 예측마저 역전을 해 버렸다.



Q. 2016년, 처음 진출했던 롤드컵. 준우승을 예상 했나요?

저번 롤드컵때는 솔직히 4강까지만 갈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진 운이 좀 좋았어요. 4강에서 한국 팀을 안 만난 것이죠. 그 때 무조건 결승을 갈 거라 느꼈어요. 오히려 8강 대진을 뽑을 때가 가장 긴장됐어요. 경기보다도 더.


Q. 당시에 어차피 결승에서 SKT T1이 우승할거라 예상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단한 명경기가 나와서 모두를 놀래켰어요. 당시 팀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 때의 마음가짐을 생각해보면, 상대가 저희보다 강팀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맘 편히 경기를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게 더 편했어요. 질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할 만큼 최선을 다 하는 것이죠.

그런데 1, 2경기를 지면서 '이건 실수 때문에 지는 것이지, 실력 때문에 밀리고 있는 건 아니다'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3경기부턴 더 집중을 했죠. 계속 불리한 게임이긴 했는데, 어떻게든 5경기까지 갔었네요. 그 때는 '우리가 이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5경기는 좀 아쉬웠지만,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는지 모두 큰 미련은 남지 않았어요.


Q. 혹시 그 때의 관중 반응을 보셨나요? 점점 파란 불을 비추고 삼성을 연호하기 시작했던 팬들 말이에요.

워낙에 관중들이 재밌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우리가 무기력한 게임을 보여줘 버리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하지만 그 때 관중들의 반응을 보고 짜릿했어요. 경기가 끝나고 대기실로 갈 때, 저희에게 굉장한 환호를 해주더라고요. 전율이 일기도 했어요.

▲ 당시 현장의 반응은 가 본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Q. 그리고 올 해, 이제는 위치가 달라졌어요. LCK의 3강 팀으로 말이죠. 작년과 달라진 그런데서 오는 부담이나 압박으로 인한 팀 분위기 변화가 있었나요?

변화라기보단 저희도 잘 아는 것이 있어요. 저희가 우승,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저희가 그렇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안 해요. 이번에도 물론 거친 시즌이 되겠다 싶었죠. 전년도와 다르지 않은 마음인데, 주변 기대는 컸죠. 어쨌거나 시즌 내내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플레이오프 때면 앞서 말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실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저희가 최상의 컨디션이었으면, 결승은 갔을 것 같을텐데 말이에요.


Q. 혹시 올해 내내 유난히 열심히 연습을 한 게, '하루' 선수로 인한 주전 경쟁 영향도 있었나요?

물론 그것도 있어요. 경기를 못나가면 마음이 좀 힘든 느낌이 들곤 했는데, 그런 걸 좀 극복하고 나니 이젠 괜찮아요. 팀의 성적이 우선이에요. 저는 제 할 것만 하면 돼요.

저는 못한다는 말을 듣는게 싫어요. 그래서 제가 만족할만큼 연습을 해야 되는데, 도무지 만족이 안 되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회복되는 기간이 올해는 좀 길었던 것 같네요.


Q. 그런 초조함을 겪으면 불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안되는 게 아닌가', 혹은 '나이가 많아져서 힘든건가' 같은 생각. 잡념들로 인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갖고 이겨냈나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에게 끝없는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나는 그냥 할 만큼 하고, 안 되면 그만 한다. 찾아줄 팀 없으면 그만둬 버린다' 라는 마음으로 그저 열심히 했어요. 만약 제가 그만 뒀을 때 지금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안 할 만큼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 정말 그만뒀을 때, '그 때 더 잘 할걸, 많이 할걸' 같은 미련을 갖기 싫어요.


Q. 경쟁자라고 볼 수도 있는 하루 선수.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일단 나이가 어려서 그거 하나만으로도 장점이에요. 부럽네요(웃음). 저도 두 살만 어렸어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었을텐데... 하루는 지금 팀에서 기회 잡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그걸로 됐어요. 어차피 연마다 바뀌는게 팀 아닌가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오래 할 선수에요. 열심히 하는 게 몸에 배이기도 했고, 멘탈도 좋아서 어디서 뭘 해도 될 거에요.



Q. 팀의 오더를 맡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앰비션 선수가 빠져도 팀 오더가 잘 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해요. 그걸 보면 '성장했네' 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한편 본인 없이도 잘하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은 없나요?

그런 생각은 드는데, 불안감은 없어요. 어차피 게임은 많이 하다보면 결국은 패턴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제가 있으나 없으나 비슷한 플레이를 할 수 있죠. 불안하진 않아요. 팀이 날 필요로 하면 그 자리에 있을 뿐. 간단히 생각하려 하는 거죠. 일일이 여러가지 걱정하고 생각하다 보면 은퇴 시기가 빨리 오게 돼요. 은퇴한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많아서 은퇴를 빨리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런 답이 없는 생각을 잘 안 하려 해요.

예전엔 걱정이 많았어요. 완벽주의자 같은 느낌도 들고. 뭐가 안 되면 될 때까지 그것에 꽂혀서 해결하려고만 했어요. 힘들더라고요.


Q. 드디어 결혼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시즌 중 결혼을 했어요. 결혼 전 후로 생활에 차이가 있나요?

생활에 있어서는... 휴가가 좀 더 간절해진 것? 그게 많은 차이에요. 워낙에 전부터 이해해주고 격려해주고 도와준 게 많다보니 이후로도 큰 변화라기보단... 법적으로 당당해진 것이 기분이 좋아요. 안정적인 느낌. 결혼을 언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 같은 것을 안 해도 되게 되어 좋아요. 여자친구와 와이프는... 느낌이 참 달라요. 훨씬 좋아요(웃음).

이전부터 봐오신 팬분들도 다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하니, 부정적인 반응도 없던 것 같아요. 이제 진짜 저희를 좋아하는 팬분들만 있는 것 같아 좋아요.

▲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나 보다.


Q. 게임단에서 결혼 소식을 몰랐다가 결혼 2~3주 전에 알았다고 들었어요. 빠듯하게 알린 이유가 뭔가요?

일단 시즌 중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성적에 따라 결혼 날짜를 바꾸려 했죠. MSI를 가게 되면 일정이 바뀌니까요. 확정이 되면 이야기를 하려고 날짜를 두 개 잡았었어요. 하지만 MSI를 결국 못 가게 되어 결혼을 빨리 할 수 있었어요. 전반적으로 서둘렀죠. 이야기를 깊이 드릴 시간도 없었어서, 팀에서도 깜짝 놀랐어요.


Q. 과정에서 게임단과 트러블은 없었나요?

트러블은 따로 없었어요.


Q. 뭔가 가장의 책임감 같은 것도 느껴지나요? 가지고 있던 기믹이 '분유값 버는 프로' 느낌으로 이동하기도 했잖아요.

(웃음)아직 가장의 책임 같은 건 별로 없어요.


Q. 휴가 때마다 신혼 집으로 가나요?

네, 시간 있으면요. 원래 살던 월세 집으로 다니고 있어요. 일단은 그렇게 같이 살고 있어요. 휴가 때 많이 놀러 다니고 싶었지만 못 해서 아쉽긴 한데, 그냥 같이 쉬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Q. 혹시... 양가 허락은 어떻게 받았나요? (결혼을 꿈꾸는 기자의 집요한 질문)

가서 인사를 드렸어요(웃음). 직업을 설득하고 그런 건... 허락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한다면 하는 거라서요.


Q. 아내분과 데이트를 할 때 게임을 많이 하나요?

게임도 많이 하고, 놀러가기도 해요. 일반적인 커플과 별로 다를 것 없을 거에요. 자야 라칸으로 같이 방송도 했었어요.



Q.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2세 계획은...?

아뇨, 아직 없어요. 앞으로도 딱히 생각은 없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일단은 둘이 행복하자는 마인드에요.


Q. 만일 2세가 프로게이머를 희망한다면 지지하실 건가요?

시키진 않고요, 하고 싶다면 할 수 있게 해야죠. 만일 티어가 낮으면 현실을 알려주고... (웃음) 원래 재능이 필요한 게임이니까...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력을 하겠다면 밀어 줘야죠.


Q. 이제는 상징이 된, 인터뷰 말미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앞으로도 영원히 유지하실 건가요?

네.


Q. 매번 인터뷰마다 그러니까 혹시 아내가 처음보다 감흥이 덜해졌다고 하진 않나요?

아뇨, 여전히... 칭찬을 받아요.


Q. 칭찬을 받나요? 음... 혹시 주도권은 어디에 있나요?

전... 없어요(웃음). 워낙 제가 뭐... 못해주는 것도 많으니까.


Q. 아내분께서 엄청난 내조로 유명하시다고 익히 알려져 있어요.

오늘은 팀원들과 같이 먹으라고 사과 박스를 받았어요. 종종 챙겨줘서 팀원들이 좋아해요. 과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아요. 사과는 충주 사과에요.


Q. 결혼이 너무 이르다는 주변의 말도 있었을 법 해요.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Q.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나 순간이 있었나요?

어차피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던 거라서요, 실행으로 옮기냐 아니냐에만 달려 있었어요.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은 여자는 못 만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미나 가치관이 맞는 게 컸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죠.




Q. 그렇다면... 프로포즈도 했나요?

근사하게는 못했는데, 남들이 봤을 때는 귀엽게 했어요. 제가 그런 걸 잘 못해서...


Q. 혹시... 무릎도 꿇었나요?

아뇨 (웃음).


Q. 아~! 그렇다면 요리도 종종 같이 잘 하나요?

요리가 늘고 있어요. 꽃게탕이 제일 맛있었어요. 몇 번 하다보니 점점 맛있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요리를 전혀 못해요. 저번에 처음으로 된장찌개를 해 보긴 했어요. 먹을 만 해서 저도 놀랐어요.


Q. 우와, 아내분께서 감동을 했겠네요.

네, 기분 좋으라고 했죠. 제가 요리를 잘 못 하니까, 쉬운 걸로 해 본 거에요.


Q. 이미 유명한 이야기지만,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아시다시피 아내가 롤챔스 버프걸로 있었는데, 멀리서 보다가 어떻게 기회가 닿아서 연락하고 만났어요. 그 때부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평범한 연애를 했죠. 제가 워낙 바쁘다보니 항상 미안한 마음은 있었어요. 원할 때 연락을 못 하기도 하고, 이유 없이 보고 싶을 때 한 걸음에 달려갈 상황도 아니었고. 그런 마음은 지금도 있어요. 그래서 잘 해주려고 하고... 그래도 저도 처음보단 점점 나아진 것 같아요.


Q. '대쉬' 가 엄청 과감했다 들었어요. 다짜고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고...

뭘 모르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대쉬의 결과


Q. 아내분께서 연습하는데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도 있나요?

네, 많죠.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고요. 서울로 어차피 일을 오니까, 왔다갔다 하며 시간이 맞으면 보고. 늦게 끝나면 밤에 보고. 제가 인천으로 가기도 하고요. 특히 힘들어하거나... 올해 같은 경우엔 정말 휴가가 없었거든요. 그렇게라도 안 하면 보기가 힘들어요. 최대한 보려고 해요.


Q. 게이머로서 연인과 시너지를 낸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 같아요. 프로 게이머가 여자 친구가 생기면 기량이 떨어진다는 속설도 있는데 말이에요. 성공적 연애에 대해 자랑스러운 부분이 있나요?

자랑스럽기보다는, 제 나름의 노력들이 있긴 했어요. 특히 시간 조절을 잘 해서 모든 시간을 아깝지 않게 쓰려 했어요. 살다보면 게임이 잘 안 될 때도, 연애가 잘 안 될 때도 있어요. 저는 둘 다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어요.


Q. 연애 선배로서 결혼이나 연애를 상담하는 후배 선수들도 있나요?

연애 상담조차 아무도 안 했어요. 제가 좀 다가가기 힘든가봐요. 선수 생활 상담만 해봤고...


Q. 연애와 게임 모두를 놓치기 싫어하는 후배 프로 게이머에게 조언을 해줄 게 있나요?

조언이라기보단, 저같은 경우에는 아내가 잘 이해를 해 줘서 편하게 부담 없이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잘 모르겠네요. 자기가 좋아하면 잘 되겠죠. 다만 게임 때문에 여자친구를 포기하겠다, 여자친구 때문에 게임을 포기하겠다 같은 말은 다 핑계 같아요. 자신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많으니까 말이에요. 노력과 더불어,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좋은 여자를 만나세요.

▲ (진지)


Q. 다시 롤드컵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롤드컵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어요. 이번 선발전에서도 2016년과 비슷하게 흘러갔는데, 준비를 어떤 마음으로 했나요?

포스트 시즌까지 슬럼프가 길었어요. 많이 보여지진 않았을지도 몰라요. 운도 좋았고, 메타 변화도 빨리 수용한 것 같아 이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kt 롤스터가 멘탈이 흔들려 있는 상태일 것이라 예상했어요. 마치 지난 롤드컵처럼 말이죠. 이번에도 똑같은 느낌이었고, 그 때부터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Q. 이번에는 롤드컵 진출이 확정되었을 때, 아주 기뻤을텐데 다소 덤덤해 보였어요.

작년에는 처음이기도 했고, 역전승으로 진출을 해서 짜릿하기도 했어요. 반면 이번 시즌은 2:0으로 이기고 있었고, 3경기도 이겨서 기분이 좋았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로 벅차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3:2로 이기는 것과 3:0으로 이기는 기분은 다르죠.


Q. 이번 롤드컵.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요?

가봐야 알겠지만, 제 예상으로는 한국 팀들이 굉장히 잘 할 것 같아요. 외국 팀들은 보는 것과 하는 것이 달라서 예상이 잘 안 돼요.


Q. 견제되는 지역이나 팀이 따로 있나요?

막상 해보기 전엔 모르는 문제라 어려운데, 저는 작년에도 그랬지만 TSM이 잘 할 것이라 보고 있어요. 조도 괜찮고, 실력도 있는 팀이에요. 실력적으론 더 높이 무난히 갈 수 있는 팀인데, 막상 가 봐야 아는 문제겠죠. 워낙 옛날부터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성적이 잘 안 나와요.

▲ 경계되는 팀, TSM


Q. 강팀 상대로는 깜짝 픽을 꺼내는 게 오히려 좋다고 했어요. 롤드컵에서도 깜짝 픽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찾아보려는 하고 있어요. 지금은 준비하는 기간이 남아 있으니, 일단은 실력으로 이기자는 생각이죠.


Q. 삼성은 참 컨셉이 확실한 팀이에요. 단단한 운영, 변수를 허용하지 않는 팀. 그런 컨셉을 유지할 생각인가요?

저희는 저희만의 패턴이 있어, 안정적으로 하려 해요. 무난하게 가서 실력으로 이기는 느낌. 그래서 저희는 저희보다 실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팀에겐 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런 건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는 약점이 될 수 있어요. 그걸 극복하는 게 깜짝 픽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장단점이 있는 거라, 그런 걸 극복하고자 합니다.


Q. '크라운' 선수가 이번 시즌 힘들어 보였어요. 많이 조언을 해 줬나요?

많이 힘들어했어요. 옆에서 보니 답답했죠.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책하고. 그 선수는 지면 기가 죽는 스타일이라 격려를 많이 해 주려 했어요. 워낙에 연습이 많은 친구라 큰 걱정은 안 되는데,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해도 괜찮을 거에요. 그래서 경기 때도 뭐라 많이 했어요. 게임을 이겨도 자기가 만족하지 못하면 기가 죽어 있어요.

크라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별로 안 그런데, 크라운이 유독 그래요. 자기는 안 그렇다고 하는데, 어쨌든 우리가 많이 격려해주고 있어요. 지금은 많이 회복된 것 같아요. 지금도 최상은 아니고 회복 중이지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문득 지난 '큐베' 선수의 화장실 퍼즈 사건이 생각나요. 큐베 선수에게 따로 한 마디 했나요?

아뇨, 그건 신경 안 썼어요. 조금 웃겼죠. 이런 일이 왜 계속 내가 있는 팀에게 생기는건가... 했어요.


Q. 좋은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후배들에게 한 마디는 제가 할 게 없고... 모두가 자기 주장보단 팀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면 좋겠어요.

어쨌든 롤드컵의 기회가 다시 왔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자신이 있습니다.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일단 실력으로 우승까지 노릴 수 있게 열심히 연습하고 있고요. 그리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어쨌든 재밌자고 한 이야기도 많으니까 편하게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사과도 잘 먹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