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월)부터 20일(수)까지 진행된 아프리카TV 스타리그 시즌4(이하 ASL) 24강 경기를 통해 16강 진출자가 모두 결정되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E조에서는 윤찬희, 정윤종 선수가, F조에서는 김윤중, 조일장 선수가 16강행에 성공했고 마지막 D조에서는 조기석, 이제동 선수가 16강을 확정 지었다.

최상위권 선수들이 펼친 경기인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플레이도 많았다. 방송 경기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일명 '웹 드라군'을 활용해 경기를 승리한 정윤종 선수, 단 한 마리의 저글링으로 프로토스를 괴롭히고 승리까지 만들어 낸 조일장 선수, 테란이 준비한 대규모 드랍쉽 공격을 스커지로 모두 처치한 이제동 선수는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화제에 올랐다.

▲ ASL 2주차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정윤종, 조일장, 이제동 선수


◆ 전설로만 존재하던 그 빌드오더가 대회에서! 정윤종의 '웹 드라군'

24강 E조 패자전에서 만난 김태영 선수와 정윤종 선수, 크로싱 필드에서 진행된 경기는 두 선수 모두 뒷마당 멀티를 확보하며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큰 교전 없이 서로 앞마당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정윤종 선수는 플릿 비콘을 소환하기 시작했고 김태영 선수는 벌쳐와 드랍쉽을 활용한 견제에 나섰다.

벌쳐 견제는 효과가 있었다. 프로토스 앞마당 지역에 진입한 벌쳐들은 드라군을 무시하고 스파이더 마인을 설치했고, 드라군이 마인을 밟으며 앞마당에 있던 대부분의 프로브가 폭사했다. 이후부터는 다소 독특한 양상의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주도권을 가져온 테란이 선택한 다음 수는 바로 고스트였다.

▲ 벌쳐 견제로 앞마당 프로브 다수를 제거한 김태영 선수


테란 입장에서는 캐리어 생산을 확신했을 것이다. 캐리어를 활용하기 괜찮은 맵이라는 평가를 받는 크로싱필드였고, 플릿 비콘의 건설까지 확인했으니 캐리어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김태영 선수는 그 방법으로 고스트의 락다운 활용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 화면에 잡힌 프로토스 유닛은 캐리어가 아닌 커세어였다. 전설로만 존재하던 빌드오더인 웹 드라군이 준비되고 있던 것. 정윤종 선수의 커세어는 견제를 나선 드랍쉽을 잡아내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황한 듯한 테란은 병력을 진출시키며 추가 멀티 확보를 시도했고, 대규모 교전이 펼쳐졌다.

테란 대 프로토스 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자리를 잡은 시즈 탱크 위로 커세어가 디스럽션 웹을 사용했고, 시즈 탱크는 공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캐리어를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 둔 고스트가 락다운을 사용하긴 했으나 다수의 지상 병력과 커세어를 상대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이템플러의 싸이오닉 스톰까지 떨어지며 테란의 주 병력을 처치한 프로토스는 확실히 우세를 점했다. 정윤종 선수는 소모전을 펼치며 캐리어도 생산했다. 김태영 선수도 다시 고스트를 만들어 락다운을 활용하며 버텼지만, 벌어진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GG를 선언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웹 드라군은 고스트를 확인한 뒤 즉흥적으로 선택한 체재라는 것이다. 꼼꼼한 정찰과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유닛 조합을 선택한 과감함이 정윤종 선수를 최종전으로 이끌었고, 그는 16강 진출까지 성공했다.

▲ 쉽게 볼 수 없는 명장면! 커세어 디스럽션 웹을 사용한 전투


◆ 단 한마리의 저글링이 만들어 낸 승리, 조일장의 저글링 콘트롤

19일에 진행된 F조 2경기에서는 조일장 선수와 장윤철 선수가 만났다. 장윤철 선수는 앞마당 입구에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며 질럿 찌르기에 나섰고, 곧이어 넥서스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조일장 선수도 저글링을 생산해 질럿 찌르기를 수비하러 나가던 순간, 미리 생산해 프로토스의 본진으로 보낸 저글링 단 1기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프로토스 본진에서 프로브 1기를 처치한 저글링은 체력을 체우며 견제에 나섰고, 추가 저글링이 시선을 끄는 사이 장윤철 선수의 프로브를 하나하나씩 사냥했다. 이 시점에서 기록한 킬수는 무려 5킬로, 25원이라는 저글링 1기의 생산 비용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추가 병력까지 합쳐 총 세 마리의 저글링은 이동속도 업그레이드까지 완료되며 꾸준히 프로토스를 괴롭혔다. 장윤철 선수도 당황한 듯 프로브 손실을 막지 못했다. 드라군이 등장한 뒤에도 오랜 시간 살아남는 집중력 있는 움직임을 보여줬고, 그 사이 저그는 드론 생산과 해처리 건설, 테크트리 확보까지 모두 끝냈다.

10기 이상의 프로브를 잃으며 혼이 빠진 프로토스는 저그에 비해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렸다. 저그의 히드라리스크 부대가 프로토스의 입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소수의 질럿과 포토 캐논만으로는 수비가 불가능했다. 저글링 한 마리의 날카로운 움직임이 빛났다.

▲ 간신히 프로브 1기를 처치한 이 저글링은...


▲ 무려 5킬을 기록하며 영웅으로 성장한다


◆ 드랍쉽 4대 공중 폭사! 핵폭탄급 드랍을 스커지로 방어한 이제동

24강의 마지막은 D조였다. 2경기 전장은 골드러쉬로, 이제동 선수와 구성훈 선수가 맞붙었다. 칼을 빼든 것은 이제동 선수였다. 구성훈 선수 본진 가까운 곳에 해처리를 건설해 테란의 시선을 끈 뒤, 다수의 저글링으로 앞마당을 공격했다.

저글링은 앞마당 커맨드 센터를 들고 본진에까지 난입해 테란의 시간을 빼앗았다. 미처 수비 라인이 갖춰지기 전, 이제동 선수는 뮤탈리스크로 견제에 나섰고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2기의 드랍쉽까지 다소 허무하게 잃고 바이오닉 병력의 업그레이드까지 늦어진 테란은 점차 승기를 잃어갔다.

저그는 이미 하이브 테크와 디파일러까지 준비된 상황, 역전을 노리던 구성훈 선수는 4대의 드랍쉽에 병력을 태워 회심의 일격을 시도했다. 저그의 시야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던 드랍쉽은, 저그 본진 도착 직전 다수의 스커지에게 발각되었고 그대로 공중에서 폭사하고 말았다.

4대의 드랍쉽에서 살아남은 마린은 단 3기, 승부를 결정지은 완벽한 수비였다. 저그는 디파일러를 활용해 사납게 공격을 펼쳤다. 지상 공격은 물론, 드랍을 통해 본진에도 피해를 줬다. 마린, 메딕과 사이언스 베슬 위주의 SK 테란을 운용하던 구성훈 선수는 플레이그와 뮤탈리스크에 다수의 사이언스 베슬을 잃자 수비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승자는 이제동 선수가 되었다. 폭군 이제동 선수의 노력함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 드랍쉽 4대를 스커지로 모두 처치한 이제동 선수


▲ 핵심 병력인 사이언스 베슬까지 모두 처치하며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