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하스스톤 팀 챔피언십(이하 HTC) 서머와 하스스톤 한국 메이저 대회 결승전이 동시에 마무리되었습니다.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펼쳐진 하스스톤 축제였던 만큼 많은 분이 자리에 함께해 우승자를 축하했죠. 특히 HTC 서머는 8월 28일부터 8강 풀리그로 진행돼, 한 달이 넘는 기간을 거쳐 끝난 만큼 더욱 뜻깊었습니다.

이번 HTC에서는 선수들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플레이도 많았지만, 신들린 듯한 모습을 보여준 해설팀의 능력에도 많은 사람이 감탄했는데요. 긴 시간 동안 선수들과 함께 고생한 '플러리' 조현수 해설자와 '던' 장현재 해설자와 만나 지난 대회와 하스스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왼쪽부터 '던' 장현재, '플러리' 조현수


Q.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플러리' 조현수 : 요새는 개인 방송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남으면 놀러 다니기도 하고요. 현재('던' 장현재)네 집들이도 갔네요. 방송도 경쟁이라, 안 하면 안 되거든요. 명절에는 할머니 한 번 뵈러 갔습니다.

'던' 장현재 : 추석 연휴 잘 쉬었고, 재충전하면서 개인 방송을 했습니다. 해설 활동에서도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이번 HTC 2017 서머와 한국 메이저 대회에서 두 분의 수준 높은 해설로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서로 상대방 해설의 장점을 말해본다면?

'플러리' 조현수 : 현재는 선수들의 플레이할 여러 방법을 잘 제시하는 것 같아요. 말도 잘해서 해설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요. 저는 간결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능력이 좀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을 짧은 시간 안에 잘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저는 머리가 빨리 안 돌아가서 킬각도 잘 못 보고, 방법도 한 가지만 보이고, 다방면으로 보기가 쉽지 않거든요.

'던' 장현재 : 앞서 말한 내용을 반대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말을 길게 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내용이 채워져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말이 한번 꼬이면 삼천포로 빠져요. 알아듣기 힘들 때도 있고, 발음도 안 좋아지고. 플러리형은 짧고 간결하지만 확실한 수를 보고 맥락을 파악해줘요. 그렇게 중심을 잡아주면 제가 따라가면서 부연 설명을 하고, 서로 보완이 되죠.


Q. 본인 생각에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해설할 때 특히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면?

'플러리' 조현수 : 단어 선택을 조심하고 있는데, 가끔 '손패찐' 같은 단어를 말할 때가 있어요. 절대 해설하면서 사용하기 좋은 단어는 아니죠. 그리고 제가 목소리 톤이 얇은 편이라 좀 더 듣기 편하도록 목소리를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킬각을 잘 보고, 짧은 시간 안에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도 길러야 하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던' 장현재 : 많은 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해설은 선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해설은 게임을 풀어내서 말을 해주는 것인데, 해설이 더 좋은 수를 말했다고 해서 선수를 비하하는 일이 있죠. 선수의 수를 해설이 못 풀어낼 때도 있고, 그 수가 항상 악수도 아니거든요. 저희는 그 수를 보고 해설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죠.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보시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고, 저희도 행여나 그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해설도 다소 비슷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해설은 잘해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못하면 혼나는 위치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안 혼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하스스톤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방송 능력도 겸비해야 하는데요. 두 분의 1인 방송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개인 방송 경력이 얼마나 되시나요? 본인 방송의 스타일도 말씀해주세요.

'플러리' 조현수 : 저는 처음 시작을 '쿠티비'에서 했어요. 15년 7월쯤에 시작해서 금방 망하고, 트위치 계약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 방송 스타일은 최대한 잘 받아주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하스스톤을 플레이할 때는 얄밉고 야비하게 하는 걸 보여주죠. 남들이 많이 하는 덱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덱 플레이 위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던' 장현재 : 저는 '아프리카TV'에서 15년 4월쯤 시작했던 것 같고요. 저도 15년 9월경에 트위치로 이적해서 지금까지 방송하고 있습니다. 처음 콘셉트는 제가 하는 플레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느낌이었어요. 당시 카드 게임이 생소하다 보니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추가되었죠. 처음 추구했던 스타일이 그랬던 만큼 지금 해설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또, 원래는 말을 못 했던 편이고, 처음 방송을 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는 게 대부분인데, 방송 경험이 쌓이면서 다소 편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Q. 앞으로 선수, 해설, 또는 스트리머로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플러리' 조현수 : 선수로서 블리즈컨 한 번 가봐야죠. 내년에는 열심히 포인트를 모으려고요. 개인 리그 우승, 팀 대회 올킬, 해외 본선 진출, 해설까지 다 해봤는데 블리즈컨만 못 갔거든요. 해설 부분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단어 선택 능력이나 언변을 늘리고, 선수의 생각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보는 눈을 넓히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방송은 지금도 많은 분이 봐주시고 계시는데,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이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열심히 해야죠.

'던' 장현재 : 지금 해설을 하고 있는 만큼 해설부터 말씀드리자면, 많은 분이 보기 편하게 더욱 좋은 해설, 편한 해설, 쉬운 해설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다시 시즌이 오면 저도 선수로서 블리즈컨의 꿈을 꾸고 있죠. 이번에 하는 챔피언십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내년이 시작되면 올해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매번 작년에 너무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트리머로서는 하스스톤뿐 아니라 프라모델 제작 같은 저의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는 등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집들이 방송도 그러한 맥락이었죠. 많은 분들과 좀 더 친근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스트리머가 되고 싶습니다.


Q. 대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이번 시즌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장면은 어떤 것인가요?

'던' 장현재 : 많은 분이 기억할만한 경기는 한국 메이저 결승전이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보는 박빙의 싸움, 용호상박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한 경기였죠. 누가 잘했다, 못했다고 할 수 없고,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해설은 안 했지만 재미있게 봤습니다.

'플러리' 조현수 : 저는 HTC 서머에서 있었던 창조 선수의 역올킬이 기억에 남아요. 팀이 2대0으로 밀리는 불리한 상황에서 자기만의 덱으로 역올킬을 달성하는 것을 보고 되게 침착하고 잘하는 선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Q. 지난 대회에서 가장 눈여겨본 신인 선수를 꼽자면?

'플러리' 조현수 : 저는 순이 선수요. 결승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아주 좋았어요. 자기만의 덱이 있고, 잘하는 선수인 것 같아요. 자기만의 덱을 성적으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보여줬어요. 4321팀이 다 그런 것 같은데, 유독 순이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던' 장현재 : 눈에 띄는 신인이라고 한다면 저는 역시나 신인왕 타이틀을 받은 허키로 선수를 말할 수 있겠네요. 신인왕이 될만한 저력도 있었고, 팀의 대장으로서 기둥 역할도 잘 했던 것 같아요. 그 정도의 존재감이라면 개인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지 기대가 됩니다.




Q. 현재 대회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이나 덱은 무엇인가요?

'플러리' 조현수 : 사제죠. 카운터도 없고, 사냥꾼이나 퀘스트 마법사가 카운터라고는 하는데, 사제가 다 가지고 있으면 그걸 막을 수가 없어요. 사제가 어떻게 덱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대처할 수도 있고요. 대회의 밴픽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사제를 살리고 카운터 카드를 쓰느냐, 아니면 사제를 금지하느냐죠. 지금 대회의 주인공은 사제입니다.

'던' 장현재 :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요. 강한 직업은 사제가 맞고, 대회에서 중요한 직업은 도적 같아요. 대회이다 보니 정복전이라는 룰 안에서 사제나 드루이드 픽은 고정이 되어있죠. 그 두 개의 직업은 딱히 상성이 없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도적은 픽률에 비해서 의외로 저격당하기가 쉬워요. 생각보다 허점이 많은 직업이죠. 도적을 노리기 위해 '골락카 거대게'를 채용하거나, 아니면 다소 무겁게 짠 컨트롤 덱이 현재 대회에서 강력한 이유입니다.


Q. 대회에서 선수들이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직업은 무엇인가요?

'던' 장현재 : 안 나온다면 기사가 안 나올 수도 있겠네요. 애매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운고로 때까지만 해도 정체성이 뚜렷했거든요. 얼왕기 초반까지만 해도 막아내거나, 혹은 멀록 기사로 뚫어낸다는 덱의 성격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됐어요. 컨트롤 덱으로서의 의미는 매우 약하고, 어그로 덱으로 쓰기에는 다른 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게다가 요즘 정복전에서는 사실 그런 것도 필요가 없어요. 사제가 정복전으로 들어오면서 컨트롤, 어그로 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강한 덱으로 이기는 경기가 많아졌죠. 성기사를 사용하는 의미는 많이 퇴색된 것 같아요.

'플러리' 조현수 : 성기사를 제외하면 그나마 전사? 탈진 전사나 한초 리로이 전사가 있긴 한데, 대회에서 사용하기에는 불안한 감이 있죠. 해적 전사는 '이글거리는 도끼' 하향 이후로 쓰기가 힘들거든요. 게다가 해적 전사가 약해졌음에도 골락카 거대게를 쓰는 덱은 많아져서 더 망했죠. 탈진 전사 등 다른 전사 덱은 드로우 수단이 없어서 유연하지 못한 것이 약점입니다.


Q. 그럼 대회 말고, 등급전에서 사용하기 좋은 '꿀덱'은 뭐가 있을까요?

'플러리' 조현수 : 등급전에서는 켈레세스 도적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강해요. 1, 2, 3, 4만 잘 내면. 또, 사람들이 어그로 덱을 좋아하거든요. 빨리 끝낼 수 있고, 결정타를 줄 수도 있고, 필드도 장악할 수 있어요. 물론 켈레세스-그림자 밟기 연계로 초반에 이른바 '사기'를 쳐서 이길 수도 있고요. 초보들이 하기 쉬운 덱 같아요.

지금 무조건 만들어 두어야 하는 덱이 켈레세스 도적, 하이랜더 사제, 비취 드루이드 덱이에요. 그리고 다른 덱을 해보든지 해야죠. 다른 덱을 하다가 '멘탈'이 깨지면 바로 다시 이 세 덱으로 돌아오고요. 지금 등급전에서는 거의 이 세 덱만 만나요.

'던' 장현재 : 저도 전설 달성까지는 그 세 개를 플레이했고요. 이 세 가지 덱을 기본으로 하고, 5~3등급 사이에서 도적이 적게 보인다 싶으면 전략적으로 퀘스트 마법사는 추천할 만해요. 근데 이건 하스스톤을 많이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팁입니다. 대부분 하루에 열 판 미만으로 즐기시더라고요. 가볍게 즐기시는 분들은 저 세 개의 덱으로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Q. 그 덱 코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플러리' 조현수 : 네, 드릴게요.

'던' 장현재 : 제가 드리는 코드는 이번 HCT 하계 챔피언십에 진출한 코코사사 선수의 퀘스트 마법사 덱입니다.

▶ 플러리가 추천하는 초보자용 덱 '켈레세스 도적' 바로 가기
▶ 던이 추천하는 하드 게이머용 덱 '퀘스트 마법사' 바로 가기




Q. 이번 올스타전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팀이나 선수가 있다면?

'플러리' 조현수 : 한국 메이저 올스타팀이 제일 기대가 돼요. 메이저 대회가 계속 덱을 바꾸면서 하는 규칙이었거든요. 카운터에 있어서는 가장 적응이 잘 된 선수들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노림수를 잘 보여줬던 선수들도 있고요. 마스카 선수를 예로 들면 퀘스트 마법사나 퀘스트 도적으로 드루이드를 카운터쳤죠. 그렇게 올라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연습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던' 장현재 : 오늘 접한 정보인데, DK Dice팀에 맴버 변경이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굥민잉' 선수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공식전이 보고 싶었던 선수 중 한 명이라 이 선수가 준비해오는 정복전은 어떤 느낌일지 관심이 가네요. 등급전에서는 도적 장인으로 굉장히 유명한데, 대회에서의 모습은 어떨지 개인적으로 기대가 됩니다.


Q. 두 분은 이번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따효니 선수와 친분이 있으신데요. 어떻게 말씀하셔도 뒤에 (농담)을 붙여드릴 테니 객관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플러리' 조현수 : 자기만의 생각이 아주 강해요. 옳고 그름으로 말할 수는 없는데,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러는 건지, 진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점이 변수가 될 것 같아요. 통하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고. 그리고 따효니만의 경기가 잘 나와요. 되게 이상하게, 걔한테 만들어지는 그림이 어떻게 나와요, 대회에서는. 그 선수만의 장점인 것 같네요.(농담)

'던' 장현재 : 예전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쇠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게 될지 모르겠어요. 칼이 될 수도 있고, 창이 될 수도 있고, 활이 될 수도 있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그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본의 아니게 질타를 많이 받는 선수 중 한 명인 것 같거든요.(농담) 항상 응원하는 선수입니다.


Q.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께 하시고 싶으신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주세요.

'플러리' 조현수 : 항상 하스스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너무 이 악물지 마시고,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절대 강요하는 건 아니고, 즐겁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던' 장현재 : 앞서 말씀드렸던 해설자의 마음가짐, 플레이어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하스스톤을 바라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모습으로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