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긴 시간 동안 즐기고 있는 수많은 유저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공격대 신화 난이도 전부 완료' 또는 '검투사 달기'와 같은 원대한 목적을 가지기도 하고, 소소하게 퀘스트를 진행하고 스토리를 즐기는 유저들도 있습니다.

이때 변화하는 효과를 보기 위한 '시각'과 각종 대사나 효과음을 듣기 위한 '청각'에 이상이 있다면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굴하지 않고 '남을 돕고 함께 하자'는, 소박하지만 큰 꿈을 가지고 와우를 즐기는 유저가 있어 만나보았습니다.

바로 지난 주말 와우 인벤 불타는 군단 서버 게시판에 특별한 사연을 쓴 유저 블레이드앤헌터(인벤 닉네임 카카오스)가 그 주인공인데요. 듣는 것이 어려운 유저들을 위한 길드를 창설 하고 싶다는 멋진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 해 봤습니다.



Sconn: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블레이드앤헌터: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35살 남성이고, 청각 장애 2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Sconn: 불타는 군단 서버에 있는 구인 글을 보고 연락드리게 되었는데요.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블레이드앤헌터: 요즘 유저분들이 와우를 하는 주 목적은 레이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청각 장애인은 음성 채팅을 듣지 못하니, 공격대에 실례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음성 채팅이 없이 레이드나 쐐기돌 던전 등을 즐기기 위해 청각 장애인을 위한 길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Sconn: 길드 구성원이 갖춰지면 살게라스의 무덤이나 쐐기돌 던전을 함께 즐기게 되겠네요.

블레이드앤헌터: 네. 그렇죠.

▲ 인터뷰 진행 당시인 16일 저녁 9시 경, 구인 글의 추천 수가 460개를 넘긴 모습


Sconn: 레이드의 특성상 기본 인터페이스나 애드온을 통해 화면에 표시되는 것은 물론, 들려오는 소리로 공략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이런 점에 있어 기존 공격대와 같이 운영을 하게 되면, 공략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혹시 따로 준비한 운영 방법이 있을까요?

블레이드앤헌터: 공략을 간단하게 하여 채팅으로 브리핑하거나, 그때그때 사용할 매크로를 만들어야겠죠.

Sconn: 만약 공략 이해를 하지 못한 인원이 생기거나, 이외 어떤 벽에 부딪히게 될 때는 따로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게 되는건가요?

블레이드앤헌터: 네. 그 때는 각자의 역할을 다시 설명해주고, 주의할 점도 브리핑해주려고 합니다. 레이드 진행 중에 대처가 안되고 있는 분을 발견하면 공격대 경보나 귓속말로 알려주면 될 것 같습니다.

▲ 정보를 보는 것과 함께 효과음을 들어야 레이드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출처: Youtube / Method Sco)


Sconn: 길드를 구성하고 난 뒤 목표는 어디까지 생각하고 계신가요?

블레이드앤헌터: 우선 살게라스의 무덤을 정복하고, 쐐기돌 고단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나중에 나올 안토러스 - 불타는 왕좌는 직접 부딪혀봐야 알 것 같습니다 ㅎㅎ. 추후 길드원들이 들어오게 되면 이런 곳에 도전할 수 있게 아이템을 함께 맞춰나갈 예정입니다.

Sconn: 길드에 가입하는 데 따로 제약이 있나요?

블레이드앤헌터: 아뇨. 저레벨이나 다른 장애를 가지신 분, 일반인도 상관 없습니다.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인벤을 보다 보니 불타는 군단 외에 다른 서버에도 청각 장애인 분들이 계시는데, 가능하다면 글로벌 공격대로 함께 즐기고도 싶습니다.

▲ 목표는 살게라스의 무덤 완전 정복!


Sconn: 블레이드앤헌터님 본인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많네요. 와우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블레이드앤헌터: 대학교 다닐 때 선배가 추천해줘서 클로즈 베타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와우 전에는 워크래프트3를 즐겨했었습니다.

Sconn: 클로즈 베타면 2003년인가요? 저도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라고 외치던 일리단에 빠져서 불타는 성전부터 시작했는데, 훨씬 오래 전부터 플레이해오신거 같네요.

블레이드앤헌터: 불타는 성전 시절이 그립네요. 그때는 음성 채팅이 보편화되어있지 않던 시절이었죠.

Sconn: 게임하면서 소리 문제로 진행이 힘들었을 때가 있었나요?

블레이드앤헌터: 던전이나 레이드를 하다보면 '톡 필수'라고 적혀있고, 음성 채팅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으니 공략 글을 보는 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많이 힘들었지만, 제 사정을 설명해드리니 주위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괜찮았습니다.

▲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
음성 채팅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던 불타는 성전 시절


Sconn: 인터페이스 설정에는 색맹이나 색약을 가진 유저들을 위해 색각 보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요. 혹시 청각 장애인을 위해서 생기면 좋을만한 기능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블레이드앤헌터: 기능이 새로 추가되기 보다는,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는데요. 자막을 설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동영상을 볼 때 일부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고쳐준다면 와우를 조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 자막이 이 영상처럼 모두 나와준다면…


Sconn: 꼭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와우 인벤 유저들, 그리고 청각 장애를 가진 다른 와우저를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블레이드앤헌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용기를 내 자기 사정을 설명해주면 주위 사람들이 이해해주고 잘 대해주실 겁니다. 그리고 길드 가입하실 분들은 언제든지 귓속말이나 편지 남겨주세요.

Sconn: 감사합니다! '용기를 내야 한다'는 말은 비단 특정 유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와닿는 말인 것 같네요. 이상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투랄리온 동상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