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일)과 17일(화)에 진행된 아프리카TV 스타리그 시즌4 8강 1,2경기를 통해 4강 진출자 두 명이 결정되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임홍규와 조일장은 각각 정윤종과 김민철을 제압하며 우승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최정상급 선수들이 펼친 경기답게 8강 1,2경기에서는 명장면이 쏟아졌다. 임홍규는 전략적인 병력 활용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물론, 수비를 바탕으로 게임을 후반까지 이끌고 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조일장은 날카로운 공격으로 철벽을 뚫어내며 4강에 올랐다. 아쉽게 4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김민철도 본인의 수비력을 발휘하며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며 4강에 오른 임홍규, 조일장


◆ 수비형 저그의 힘을 보여준 임홍규, 아쉽게 패배한 정윤종

임홍규와 정윤종이 맞붙은 8강 1경기는 1세트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크로싱 필드에서 시작된 경기. 임홍규는 빠른 시점에 드론을 내보내 프로토스의 본진 근처에 몰래 해처리를 건설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평소 드론 생산과 수비를 통한 후반 운영으로 대표되는 그이기에 예상하기 어려운 빌드오더였다.

정윤종도 질럿 찌르기를 통해 저그의 발전 상태를 어느정도 확인했으나 전진 해처리를 확신하진 못한 모습이었다. 눈에 보인 질럿을 의식하여 입구를 질럿 2기와 프로브 1기로 수비하려 했다. 그 순간, 임홍규는 본진에서 드론을 끌고 나와 비비기를 시도하며 질럿 수비 라인을 무너트렸다. 과감한 빌드오더와 판단력이 만들어낸 의미 있는 1승이었다.

▲ 드론, 저글링으로 수비 라인을 붕괴하며 임홍규가 1승을 먼저 거뒀다


이어진 2경기를 정윤종에게 내준 임홍규는 3경기에서 후반 운영의 진수를 보여줬다. 3번째 멀티를 스타팅 지역으로 선택하며 후반 운영을 암시한 임홍규는 정윤종의 견제와 한방 병력 공격을 성큰 콜로니와 러커로 수비하며 경기를 이어갔다. 정윤종도 병력을 아끼며 하이템플러와 다크템플러로 꾸준히 견제를 시도했으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진 못했다.

정윤종이 보여준 움직임은 수비형 저그를 상대하는 프로토스의 정석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가스 병력을 낭비하지 않고 압박만 가하며 셔틀과 리버까지 준비하며 서서히 추가 자원을 확보했다. 임홍규도 충분한 자원과 테크트리가 확보되자 공격을 시작했다. 병력을 돌려 정윤종의 본진에 공격을 가하며 멀티에도 병력을 보내 난전을 유도했다.

치열한 전투는 양쪽 모두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그는 디파일러까지 확보했고 정윤종도 추가 멀티를 돌리며 장기전이 시작되었다. 저그의 수비 라인을 쉽게 돌파하지 못하던 프로토스는 다수의 셔틀을 활용한 드랍 공격에 이어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바로, 저그전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아비터였다.

경기 시간 25분을 넘어간 시점이었고 저그의 수비 라인을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아비터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선택이었다. 정윤종은 아비터의 리콜을 활용해 임홍규의 본진을 파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정윤종은 미리 확보해둔 멀티의 자원이 떨어져 가자, 주병력을 진출하며 추가 멀티를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 정윤종은 아비터까지 활용하며 공격을 시도했다


해당 멀티를 내주면 프로토스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후반의 임홍규는 정확하고 끈질겼다. 최소한의 수비 병력만 남긴채 저글링과 히드라, 러커를 모두 가지고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이템플러와 아비터, 리버를 모두 처치하며 추가 멀티 확보를 저지했다.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프로토스는 점점 힘이 빠졌다. 저글링과 히드라리스크 위주의 저렴한 병력으로 프로토스의 병력을 상대했다. 어느덧 프로토스는 모든 멀티의 자원이 떨어졌고 리버의 스캐럽도 채우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정윤종의 공격을 40여분간 막아낸 임홍규는 마지막 한방 병력도 앞, 뒤에서 덮쳐 처치하며 GG를 받아냈다. 임홍규를 대표하는 수비력과 후반 집중력을 제대로 볼 수 있던 명경기였다.

임홍규는 이어진 4세트에서도 수비의 진가를 발휘하며 승리, 최종 스코어 3:1로 4강에 올랐다. 본인의 장점인 후반 운영은 물론, 날카로운 전략까지 선보였고 상대가 저그전 강자로 불리는 정윤종이었기에 더욱 뜻깊은 승리였다. 정윤종도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으나 임홍규의 수비력이 조금 더 단단했다.

▲ 정윤종의 마지막 병력까지 잡아내며 임홍규가 3세트를 가져갔다


◆ 한 번의 실수로 승, 패가 갈린다! 명품 저그전 보여준 조일장 & 김민철

김민철과 조일장이 맞붙은 8강 2경기는 5세트까지 가는 혈전이 펼쳐졌다. 조일장은 빠르게 앞마당 멀티를 가져갔고 김민철은 테크트리를 확보하는 모습을 보이며 빌드오더가 갈렸다. 둘 모두 저글링을 일정 수 확보했으나 직접적인 교전은 펼쳐지지 않았고 압박만 가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이후 김민철은 먼저 생산된 뮤탈리스크를 통해 오버로드를 제거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조일장은 스포어 콜로니를 건설했다. 자원에서 앞선 조일장은 김민철의 뮤탈리스크, 저글링 공격을 수비했다. 이 순간, 조일장은 저글링 한 마리를 뒤로 돌려 김민철 본진의 드론을 사냥했다. 방송 화면에 잡힌 킬수는 무려 3으로, 동족전이고 멀티 확보까지 느린 김민철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피해였다.

저글링 1기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이후로도 김민철을 괴롭히며 드론을 추가로 잡았다. 멀티가 느렸고 뮤탈리스크를 앞세운 공격까지 막힌 김민철은 저글링 1기에 상당한 피해를 입으며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 영웅 등장! 한 기의 저글링으로 게임을 승리한 조일장


이어진 2경기와 3경기는 김민철, 조일장이 승리하며 박빙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일장이 세트 스코어를 한 점 앞선 상황에서 펼쳐진 4경기는 저그대 저그 동족전의 매력이 가득한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조일장은 빠르게 스포닝 풀을 건설했고 김민철은 앞마당 멀티로 시작했다. 스포닝 풀 건설 시점 차이가 꽤 심했기에 김민철의 수비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쉽게 물러날 김민철이 아니었다. 위기 상황에서 앞마당을 수비하러 드론이 나왔고 해처리를 돌며 절묘한 콘트롤을 선보였다. 이어 저글링이 튀어나오며 초반 위기 상황을 넘겼다. '철벽'다운 노련한 수비로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 드론으로 저글링을 막는 철벽 김민철


조일장도 변수를 만들었다. 앞마당이 아닌 본진 구석에 몰래 추가 해처리를 건설했다. 먼저 생산된 뮤탈리스크로 주도권을 잡고 다수의 병력을 생산해 게임을 끝내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테크트리가 느린 김민철이 스포어 콜로니만 건설하는 사이 저글링을 꾸준히 생산했고 뮤탈리스크와 함께 공격에 나섰다.

눈에 보이는 병력은 조일장이 많았다. 그러나 입구 지역에 건물 심시티가 완료되어 있었고 마침 성큰 콜로니가 완성되며 김민철이 수비에 성공했다. 드론 피해를 입었으나 앞마당 멀티를 지켜냈기에 크게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조일장이 계속해서 저글링을 보내 빈틈을 노렸지만 뮤탈리스크가 생산되며 공격에 실패했다. 이 사이, 김민철은 1세트의 복수를 하듯 소수의 저글링을 돌려 조일장 본진의 드론을 다수 잡아냈다.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자 양측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원활한 병력 생산이 가능할 만큼의 드론이 마련되지 않았고 산발적으로 전투가 발생하기에 저글링 생산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드론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김민철은 저글링을 보내 조일장 앞마당의 드론을 대부분 잡아내며 GG를 받아냈다. 조일장의 날카로운 창을 받아낸 철벽 김민철이 세트 스코어를 동률로 만들었다.

4강 진출이 걸린 마지막 5세트의 승자는 조일장이었다. 무난하게 초반을 보낸 이후 펼쳐진 공중 싸움에서 조일장이 주도권이 잡았다. 김민철이 저글링과 스커지, 뮤탈리스크를 동반해 조일장 앞마당 지역에 공격을 가했으나 조일장이 전투에서 앞서며 김민철의 모든 병력을 잡아냈다. 자원부터 인구수까지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민철은 이어진 조일장의 공격을 수비하기 어려웠다. 결국, 병력에서 앞선 조일장은 김민철을 잡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김민철은 맹공을 막아내며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