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간 쉴틈 없이 달려온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 어느덧 대망의 결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다소 불안한 폼을 보였던 SKT T1와 삼성 갤럭시, 전승 가도를 달리던 우승 후보 롱주 게이밍의 8강 탈락,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전력으로 평가받던 홈팀 중국, 그리고 원딜 중심의 중국팀에 웃어주는 대 향로 메타.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결국 결승 무대를 장식하게 된 두 팀은 SKT T1과 삼성 갤럭시였다.

SKT T1과 삼성 갤럭시는 지난 2016 롤드컵 결승에서도 맞붙은 바 있다. 결과는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SKT T1의 승리였지만, 경기 내용은 그 이상이었다. 삼성 갤럭시가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풀세트 접전으로 이끌었고, LoL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명경기를 탄생시켰다. 이날, 모든 e스포츠 팬들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면 이번 2017 롤드컵 결승전은 어떨까? 지금까지 그래 왔듯 당연하게 SKT T1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분명 SKT T1이 다전제, 특히 큰 무대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경기력만 놓고 보자면 이번만큼은 쉽사리 SKT T1의 강세를 점칠 수 없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글 포지션을 중심으로 삼성 갤럭시와 SKT T1의 전력을 비교·분석해보고자 한다.


■ 노련함으로 무장한 '앰비션' 강찬용


'앰비션' 강찬용은 7년 차 LoL 프로게이머다. 미드 라이너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한 후에는 LCK 중하위에 머물던 삼성 갤럭시를 곧장 롤드컵 무대로 이끌었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운영이다. 당시 삼성 갤럭시는 개인 기량은 좋으나 프로 수준에 걸맞은 운영이 부족하다는 평가였기에 강찬용의 합류는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이후 삼성 갤럭시는 강팀 반열에 올랐고, 이번 2017 롤드컵에서도 결승 무대에 올랐다.

많은 경험과 노련함 덕분인지 강찬용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선수다. 대부분 삼성 갤럭시의 열세를 점쳤던 kt 롤스터와의 롤드컵 선발전, 롱주 게이밍과의 롤드컵 8강전에서 강찬용의 활약은 눈부셨다. 일단, 챔피언 선정부터 좋았다. 강찬용은 현 메타와 우리 팀에 어떤 챔피언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갱킹과 한타 모두에 좋고 안정적인, 그리고 대시기까지 보유한 자크와 세주아니는 강찬용 자신과 삼성 갤럭시에 정말 잘 맞는 챔피언이었다.

보통의 팀들은 후반 스플릿 푸시 단계에서 순간이동을 들고 있는 탑 라이너나 성장이 필요한 딜러에게 라인을 몰아준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는 특이하게 강찬용이 라인 CS를 챙기는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강찬용의 존재감과 팀원들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운영이다. 실제로 한타 상황에서 강찬용은 CC기를 보유한 탱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낸다.

강찬용에게도 약점은 존재한다. 초반에 말리기 시작하면 아군 라이너를 방치하고 성장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 갤럭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후반에 힘을 쓰기 위함이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이 약점을 메워준 챔피언이 바로 세주아니다. 세주아니가 초반에 손해를 보더라도 한타 페이즈에서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하는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4강에서 만났던 중국의 WE는 세주아니의 위력을 인정하고 전 세트에서 금지하기도 했다.

더불어, 아직 상위 라운드에서 등장한 적은 없지만, 삼성 갤럭시의 식스맨은 정글러 '하루' 강민승이다. 후에 언급할 SKT T1의 정글 식스맨과 차이점은 강찬용과 강민승의 플레이 스타일이 상반된다는 것이다. 강민승은 초반에 강하고 공격적인 정글 챔피언을 잡았을 때 존재감을 발휘한다. 때문에 삼성 갤럭시가 라이너들의 최근 폼이 더 좋다는 점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강민승을 선발 출전시킬 확률도 있다.


■ 주춤했던 SKT의 정글 식스맨, 자신감 찾았을까?


SKT T1은 전 세계에서 식스맨 활용을 가장 잘하는 팀으로 정평이 나있다. 다전제에서 특히 강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체 투입된 선수는 팀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 경기에 관한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인게임에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큰 무기가 된다.

SKT T1은 이번 2017 시즌에도 '피넛' 한왕호와 '블랭크' 강선구 두 명의 정글러를 활용해 여러 차례 좋은 성과를 거뒀다. 선발 출전한 한왕호가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경기를 패했을 때, 강선구가 투입돼 세트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강선구는 구원투수, 소방수로 불리며 고승률을 유지했다.

SKT T1이 이 흐름에 변화를 준 시점은 4강 RNG와의 경기. 굉장히 중요한 매치였다. 결승 무대까지 단 한걸음만을 남겨뒀지만, 어느 누구도 SKT T1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SKT T1은 강선구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많은 이들이 상상했던 그런 그림이 아니었다. 안정감이 조금 올라갔다 뿐, 강선구는 한왕호와의 존재감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1:2로 패배의 위기에 몰렸을 때 한왕호가 등장했다. 분명 한왕호의 어깨는 무거웠을 것이다. SKT T1에 입단하고 나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끊임없이 들어왔던 그가 이제는 팀을 구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그리고, 한왕호는 부담감을 딛고 승패패승승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마지막 5세트에서는 자르반으로 오랜만에 눈에 띄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날의 승리는 분명 한왕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좋은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이제 단 한 번의 승부만이 남았다. 지금까지의 성과나 경기력이 어땠든 간에, 이번에 승리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 정글 캐리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팀원이 캐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삼성 갤럭시의 중심 '앰비션' 강찬용과 SKT T1의 강력한 무기인 식스맨 '피넛' 한왕호-'블랭크' 강선구 콤비.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